대학생 사망 사건으로 본 한강 CCTV 사각지대 실상

따닥따닥 있는 줄 알았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한복판에서 20대 초반 대학생이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은 실종 6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종 당시 상황, 사망 원인 등을 두고 숱한 의혹이 제기된 중에 의외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22세 대학생 손정민군이 실종됐다. 손군은 친구 A씨와 함께 술을 먹다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당일 귀가했다. 손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실종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제보를 호소했다. 

흐릿한 영상

하지만 손군은 실종 엿새 만인 지난달 30일 실종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군의 사망이 확인되고 1주일 넘게 지났지만 사건 관련 의혹은 연일 증폭되고 있다. 손군의 실종 당일 행적이 뚜렷하게 드러난 시점은 지난달 25일 오전 2시경까지다. 손군과 A씨가 한강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술과 음식을 사는 모습이 CCTV를 통해 확인된 것.

그 이후 행적은 손군과 A씨 모두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손군과 A씨의 행적, 손군이 실종 혹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사망 원인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손군 사망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며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은 35만명 이상 동의했다(6일 오후 3시 기준).

해당 청원글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겼다.

유족인 손군의 아버지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사건 관련 정보를 누리꾼에게 전달하고, 제보를 받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손씨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낸 상황이다. 검찰은 해당 진정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도 관련 제보를 받고 있다. 

수백만명 이용하는데
공원 내부 딱 1대뿐?

손군 사건이 대중에게 충격을 안긴 지점은 한강공원이라는 사건 장소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은 서울시 면적의 1/15에 해당하는 크기로 총 길이는 약 85㎞다. 한강공원은 서울에서도 손꼽힐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서울시가 집계한 ‘서울시 한강공원 이용객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강공원 전체 이용객은 67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손군 사건이 일어난 반포 한강공원은 2019년 한 해 동안 728만명이 이용했다. 

문제는 이용객이 많은 것에 비해 한강공원에 CCTV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손군 사건에서 대중들이 의외라고 여긴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손군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CCTV를 확인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CCTV가 없다고?’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한강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한강공원 내 CCTV는 현재 462개로 대부분 나들목이나 승강기 주변에 설치돼있다. 공원 내부를 찍는 CCTV는 163개에 불과했다. 평균 500m 당 1개 꼴이다.

총 면적 56만3015㎡(길이 7.2㎞)의 반포 한강공원은 내부에서 설치된 CCTV가 22개에 불과했다. 나들목 6대, 분수 5대, 승강기 10대 등이다. 공원 내부는 1대 뿐이다.  

경찰 수사가 답보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은 휴대폰 포렌식, 부검 등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건 당시 주변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중이다. CCTV 강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에서 한강공원이 의외의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내놓은 연구보고서 <범죄예방 목적의 공공CCTV 운영 실태 및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은 2002년 강남구청에 방범용 CCTV를 5대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다중이용 장소나 도로변에 공공 CCTV를 설치해왔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 개수는 100만개를 훌쩍 넘는다. 민간 부문까지 범위를 넓히면 수백만대의 CCTV가 설치돼있는 셈이다.

그동안 CCTV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사생활 침해’에서 ‘범죄 예방’으로 변화했다. 안전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2013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서 ‘범죄 예방용 CCTV 추가 설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더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더 늘릴 필요 없다’고 답한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2018년 발행된 <범죄예방 목적의 공공 CCTV 운영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총 2002명을 대상으로 ‘공공 CCTV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조사한 사항에 88.9%가 긍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CTV의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학계의 해석이 엇갈리지만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공공 CCTV의 범죄예방 효과를 확신하고 있다는 것. 

오세훈 “이제라도 늘리겠다”
부산 등산로 살인사건도 난항

하지만 손군 사건처럼 당연히 CCTV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장소가 의외의 사각지대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군 사건 이전에도 2016년 한 20대 여대생이 실종 8일 만에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을 담은 CCTV 영상이 없어 사고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지난달 3일 부산 서구 시약산 등산로에서 일어난 사건도 비슷하다. 70대 남성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등산객이 발견해 신고했는데 CCTV도, 목격자도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지역 등산로에 설치된 CCTV는 19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서구는 CCTV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손군 사건을 계기로 한강공원 CCTV 설치 의무를 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도 올라오고 있다. 청원자는 “손군의 죽음이 주는 숙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종인을 아무리 찾으려 노력해도 한강 주변에 CCTV가 없었다는 점과 있더라도 너무 흐릿해서 사람이라는 형태만 알아볼 수 있었던 CCTV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한강이) 많은 인구가 이용하고 위험한 요소가 있는 만큼 CCTV를 곳곳에 설치해주길 바란다”며 “한강뿐만 아니라 석촌호수, 물가 근처에 필요한 곳 등 사각지대를 면밀히 살펴 필요한 곳에 CCTV를 설치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수많은 추측

오세훈 서울시장은 “손군 사건을 계기로 CCTV와 신호등을 하나로 묶은 ‘스마트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에 따르면 스마트폴은 CCTV와 신호등, 가로등, 보안등을 하나로 묶은 시설물이다. 


그는 “10곳이 넘는 한강공원 구역 내 CCTV는 163개에 불과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저로서는 뼈저린 부분”이라며 “그동안 서울시는 도로 시설물과 CCTV 등을 개별적으로 설치해왔다. 그러다 보니 시설·운영비 증가로 CCTV수를 늘리는 것에 애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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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