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메스 든 김현준 LH 사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03 15:13:51
  • 호수 1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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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데려와 조직 혁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LH는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해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조직 내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인물을 외부에서 수혈해왔다. 바로 최연소 국세청장으로 잘 알려진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퇴임한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넘게 공석이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임명됐다.

김현준 신임 LH 사장은 ‘대국민 사과’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그는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저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는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깊은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혁신추진단
설치해 운영

김 사장은 조직 내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해 이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전체를 개혁하고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계·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LH 혁신위원회’와 실무 전담조직인 ‘LH 혁신추진단’을 설치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LH 혁신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와 이행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청렴하고 공정·투명한 조직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국민 제안을 받아들여 LH 혁신방안에 반영하고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그간의 부조리, 불합리한 관행들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적극적으로 쇄신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LH를 ▲청렴한 조직 ▲공정·투명한 조직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조직 ▲소통·화합·협력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 사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차질 없는 정책 수행 중요성도 강조했다. 2·4 주택공급 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LH에 주어진 정책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공공임대·전세·자가·분양 등 다양한 방식의 주택을 공급해 시장 안정화에 최대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LH 투기 파문…기강 잡을 적임자?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 공급 예정

공정·투명·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업무 혁신 방안도 제시했다. 내부정보로 사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무관용으로 엄단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업무혁신도 병행할 계획이다. 

또 LH가 수행하는 토지조성과 주택공급 등 모든 국책사업을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공익성과 효율성 조화를 이뤄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본립도생, 즉 기본이 바로 서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인다”며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LH를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공기업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간 곳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터진 광명·시흥 지구였다. 지난달 28일, 김 사장은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LH가 정부의 핵심 주택공급 대책인 2·4 대책을 주도하는 만큼 조속히 성과를 창출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신혼부부 등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분들이 3기 신도시와 2·4 대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이른 시일 안에 원하는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야당 의원 
융단 폭격

지난달 27일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는 법안 심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해 소집됐지만, LH 사태로 인한 국민의 관심을 반영하듯 김 신임 사장에 대한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질의는 주로 야당 의원들이 쏟아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국세청장 출신으로, LH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실무 전문가이기 때문에 존폐위기에 놓인 LH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며 김 사장의 전문성 문제를 거론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도 “처음 뵙는데, 좋은 말씀을 못 드려 죄송하다”며 “LH가 워낙 위중하고 온 국민이 LH를 보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LH에 대해)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연이은 질의에 “유념하겠다”며 “내부 직원들의 투기 행위 등이 근절되도록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LH가 비리 백화점처럼 여러 측면에서 비리가 발생해 LH의 구조개혁에 대해 사장으로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유념하겠다”며 적극 수긍했다. 

“본인이 왜 이 자리에 오셨다고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의 질의에 김 사장은 “국세청장으로 규모가 큰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쇄신을 위해 노력한 것이 있다”며 조직 쇄신에 대한 임무를 갖고 사장으로 발탁됐음을 밝혔다. 

같은 당 김희국 의원은 LH 사장이 알아야만 하는 사업과 관련해 요목조목 물었다.

김 의원은 LH의 부채 및 원인, 민간주택과 공공주택의 비율 등의 질문을 퍼부었다. 김 사장이 투기 자금 규모 등에 대해 뚜렷한 답을 하지 못하자 김 의원은 “투기꾼의 숫자도 모르고 투기 자금 규모도 모르고 단속 실적도 모르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이 투기꾼 때문이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며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투기가 왜 문제냐’는 질의에 김 사장이 “(투기에서)세금을 탈루하는 행위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다시 “세금을 탈루하면 부동산 투기냐”고 질문을 이어갔고, 김 사장은 “투기에 대해선 법 관련해 자세한 규정한 내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날 자신에 대한 전문성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과거 부동산 정책에도 일정 부문 관여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송석준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깊이 관여했느냐고 묻자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부동산 관련 대책 회의에 참석도 하고 국토부와 협업했다”고 답했다.

LH 사장 자리는 작년 12월까지 1년7개월 동안 변 전 국토부 장관(당시 LH 사장) 퇴임 후 4개월간 공석이었다. 

변 전 장관 퇴임 직후 LH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발 빠르게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하면서 수장 공백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달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장 선임 절차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투기 의혹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청와대와 국토부에서는 기존에 검토하던 후보들로는 이번 사태 수습이 어렵다며 강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물색했다.

사태 수습할
강한 리더십

김 사장이 LH에 필요한 리더십이 부동산·주택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봤다.


김 사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은 변 전 장관이다. 변 전 장관(당시 LH 사장)은 지난해 12월9일 국토부장관 인사청문회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LH 사장직을 내려놨다. 청문회 준비로 인해 사실상 LH 사장 역할을 병행하기 어려운 데다, 3기 신도시 등 추진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인 LH의 새 수장 인선 작업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결국 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퇴임했다. 같은 해 11월10일 취임한 지 고작 109일 만이었다. 국토부 최장수 장관으로 기록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후임으로 집값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공급대책’을 주도할 전문가로 주목받았지만, LH 투기 논란과 함께 ‘역대 세 번째 단명 국토부 장관’이라는 불명예로 퇴진했다. 

통상 후임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정식 취임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하지만, 변 장관은 이례적으로 후임 장관이 지명된 당일에 바로 퇴임했다. 지난달 LH 땅 투기 사태를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변 장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2·4대책 후속 입법의 기초 작업을 마무리하라”며 시한부로 유임시킨 터였다.

LH는 자산규모 180조원, 직원 1만여명, 사업본부만 9개인 공룡 조직이다. 국민 주거복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기관인 만큼 수장 자리를 놓고 항상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 2013년 LH 사장 공모 때는 20명이 넘는 후보자가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동안 LH 사장은 주로 국토부 등 관료 출신 사장이 많았지만 정치인, 교수 등을 지내다 선임된 사례도 종종 있었다.

국세청장 시절 부동산 관련 회의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인사 경험

다만 주택 문제를 총괄하는 수장 자리인 만큼 다주택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과거에 비해 후보자가 적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LH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1968년 10월10일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김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35회 행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해 세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을 거친 국세청 내 조사전문가로 꼽힌다. 노무현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 기관 행정관으로 일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김 사장은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발탁돼 당시 한승희 국세청장과 호흡을 맞춰 부동산 투기에 관한 세무조사를 추진했다. 과거 국세청의 조사권 남용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국세행정개혁태스크포스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중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군사정권 시절을 제외하면 역대 최연소 국세청장이었다. 부지런하고 명석하며 생각을 깊게 하는 스타일이다. ‘워커홀릭’ ‘노력하는 수재’라는 평도 있었다.

최연소
차관 임명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5월 서울지방국세청장인 김현준을 차관급에 해당하는 국세청장 후보로 지명했었다. 한편 2019년 6월26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정책 위주로 무난하게 진행됐다. 청문회 자리에서 김 후보자는 대기업과 자산가의 조세회피와 부당한 부 축적에 관해 엄정한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정 집행의 외부 통제를 강화하고 비정기 세무조사 선정을 투명화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현준 신임 LH 사장의 똘똘한 한 채?
2년 동안 10억 올랐다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도 2년 새 10억원이 오른 ‘똘똘한 한 채’ 소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소유주다. 이 곳은 최근 조합 설립이 완료된 곳이다.

지난달 23일 공직자 재산공개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면적 82㎡를 보유한 1주택자다.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사장은 국세청 기획조정관과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국세청장을 역임했다.

LH 사장은 통상 국토교통부 고위직 출신이나 주택·토지 관련 전문가 등이 임명돼왔다.

초대 사장직을 맡았던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건설 대표이사 출신이었고, 박상우 전 사장과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도 각각 국토부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출신이었다.

김 신임 사장의 임명을 두고 LH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김 사장은 원래 배우자 명의로 분당 아파트 1채를 더 보유한 2주택자였지만, 지난 2019년 5월24일 분당 아파트를 처분했다.

같은 달 5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사장을 국세청장으로 내정하기 직전이다.

당시 김 사장은 분당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2억8000만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지난 2006년 9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금융위기로 폭락한 집값이 처분 시점인 2019년까지 회복되지 않으면서 6억5000만원에 매도했다. 

하지만 그 대신 ‘똘똘한 한채’로 남긴 압구정 현대 아파트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현대3차 전용 82㎡의 시세는 지난 2019년 5월 기준 20억7500만원에서 지난 4월 27억7500만원으로 올랐다. 매입 3년 후 시점인 2004년 1월 시세(6억750만원)과 비교하면 20억 이상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에는 압구정 현대3차 아파트 같은 면적이 30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2년 새 10억원가량 값이 뛴 셈이다.

세무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분당 아파트는 손해를 보고 매도했지만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유효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봤다.

한편 압구정동 현대3차가 속한 압구정3구역은 지난 19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1~7차 아파트와 10·13·14차 아파트, 대림빌라트 등 총 4065가구로 구성된 압구정 최대 정비구역이다.

압구정3구역에는 최근 80억원 실거래가를 찍어 유명세를 탄 현대7차 전용 245㎡도 포함돼있다. 서울시는 해당 주택 매매를 이상 거래로 보고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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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