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줌인> 애절한 모성애 돋보인 배우 김윤진

"다섯 번째 엄마역할 지겹지 않아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배우 김윤진이 영화 <이웃사람>으로 스크린 복귀를 알렸다. 그녀가 맡은 역은 연쇄살인범에 살해된 의붓딸의 소심한 엄마 송경희 역. 벌써 다섯 번째 엄마역할이다. 2주간의 짧은 촬영분량과 적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영화 속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원작인 영화 <이웃사람>이 8월 관객들을 찾았다. 여기에서 연쇄살인범에 살해된 의붓딸의 엄마 송경희 역을 맡은 김윤진도 오랜만에 얼굴을 내비췄다. 그녀는 미국 ABC-TV드라마 <미스트리스>의 본편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이웃사람> 시나리오가 무척 마음에 들어 합류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실 김윤진의 분량은 생각했던 것보다 적다. 그의 촬영 분은 단 2주 만에 마칠 수 있는 짧은 분량이기 때문. 김윤진이 극 중에서 원톱으로 열연할 것이라는 관객들의 예상을 완벽하게 깨뜨린 셈이다.     

“주인공도 아닌데 출연할 만한 동기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 배역의 비중은 중요하지 않았다. 작품을 고를 때는 캐릭터 분량과 비중보다 내용을 많이 보는 편이다. 짧은 촬영기간이고 역할도 역할이라 그런지 포스터 촬영 때만 극 중 모든 배우들이 모일 수 있었다. 서로 많은 교감을 하지 못해 그 부분은 많이 아쉽다.”

지난해 말, 우연히 <이웃사람> 시나리오를 접한 그는 흥미진진한 내용과 김휘 감독과의 친분으로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김 감독은 영화 <댄싱퀸>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전에 <하모니> 각색과 <해운대> 시나리오 집필로 유명세를 탔다. 그런 김 감독이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고 직접 각색도 마쳤다고 하니 김윤진이 직접 김 감독에게 찾아갈 만도 하다.

적은 비중에도 합류


“솔직히 영화에서 엄마 역할을 다양하게 해본 터라 감독님께서도 제가 당연히 안할 거라고 생각했다더라. 근데 선뜻 하겠다고 하니 감독님도 무척 놀라셨다고 한다.”

영화 <심장이 뛴다> 이후 딱 1년6개월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김윤진은 <이웃사람>에서 또 다른 엄마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극중 자신의 의붓딸이 아랫집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후 죄책감을 안고 평생 살아가는 여린 엄마를 연기했다.

“벌써 다섯 번째 엄마 역할이다. 캐릭터마다 모성애를 표현하는 법이 달라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영화 <6월의 일기>부터 <심장이 뛴다>까지 위험에 처한 자식을 구하기 위한 열혈 엄마였다면 <이웃사람>의 송경희는 소극적이고 속으로 끙끙 앓는 성격의 소유자다. 계모라서 더 그런 점도 있을 수 있겠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매우 수동적이니까.”

혈액형 A형인데도 소심한 연기 힘들어
작품 고를 땐 배역 비중보다 내용중시

감정기복이 심한 배역의 경우 관객들에게 그 감정을 전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김윤진은 계모의 입장에서 의붓딸을 이해하고 소심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아이를 구하려 손을 잡고 뛰어야 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꽤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출연분량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단기간에 마친 촬영이라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하는데 힘이 부쳤다. 짧게 보여줘야 하니 잘 모르는 아이를 구할 때의 엔딩신도 쉽지만은 않더라. 그러나 극 중 송경희로서는 큰 용기가 필요한 장면이었고 그 신을 찍을 때 무언가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상상으로 역할 설계


김윤진은 다양한 엄마 역을 거쳐 오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성격에 맞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아직 부모의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자식을 잃은 엄마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극 중 경희처럼 혼자 끙끙 앓으면서 시간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못 박는다. 그렇다면 그는 경험해보지도 못한 엄마역할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일까.

“비법은 딱히 없다. 항상 상상을 하곤한다. 만약 내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혈액형이 A형이라서 굉장히 소심한 면이 있다. 물론 경희만큼은 아니다. 캐릭터를 상상하면서 직접 극적인 상황에 대입시키고 배역을 어떻게 그릴지 설계 하는 것과 같다.”

나이에 따른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연기변신을 꾀하려 노력하는 김윤진. 비슷한 배역에도 모두 다르게 포장하는 그녀의 디테일한 연기가 스며든 영화 <이웃사람>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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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