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면 나온다’ 강력 사건에 빠진 TV 

“드라마도 예능도 범죄를 좋아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TV 속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핫한 장르는 범죄다. 단순히 사건 사고를 풀이해주는 수준이 아니다. 이 같은 범죄가 왜 일어났으며, 그 이면의 사법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까지 꼬집는다. 범죄물이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범죄를 다룬 장르 드라마가 적지 않았다. 대부분 주인공은 형사나 검사였으며, 범죄 사건의 범인을 찾는 내용이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얼마나 강력한 반전을 주는가가 성패를 갈랐다. 

진화한
범죄물

이 틀을 벗어난 작품이 tvN <비밀의 숲>이다. 단순히 범죄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닌, 범죄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범죄자를 다루는 사법 시스템의 오작동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사법개혁이 불씨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른바 ‘진화한 범죄물’의 시발점이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을 주제로 만든 <비밀의 숲2>까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면서, 범죄 장르물은 급물살을 탔다. JTBC <괴물>과 <로스쿨>, tvN <마우스>와 <빈센조>, SBS <모범택시> 등 인기리에 종영했거나 방영 중인 대다수 드라마가 범죄를 다루고 있다. 


대다수 드라마가 단순한 사건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이면의 문제점을 속속 짚어낸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드라마는 <빈센조>와 <모범택시>, <로스쿨>이다. <빈센조>는 자본이 낳은 괴물을 처치하는 다크 히어로물로 평가된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범죄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형태로 풀어낸 참신한 기획과 함께 송중기를 비롯한 배우들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등의 장점만큼 주목받는 건 이른바 ‘사적 복수’ 코드다. 

범죄자를 법의 시스템이 아닌 개인이 직접 나서서 벌을 내린다.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 분)가 거대 경제권력과 그들과 끈끈한 연을 맺고 있는 카르텔을 모조리 박살 낸다는 내용이다. 

극 중 빈센조는 변호사이긴 하지만 법을 정의구현의 방법으로 쓰지도 않을뿐더러, 가능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함정 수사를 펼치거나,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악당의 방식으로 악을 처단한다.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들조차 악행을 저지르는 강자들에 짓밟히다 보니 빈센조의 방식을 따르게 된다. 

<빈센조>와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 <모범택시>다. 사적 복수를 대행해주는 택시기사의 이야기다.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을 단죄한다는 인물을 그린다.

드라마 속 모범택시를 운행하는 무지개 운수는 사적 복수를 대행해주는 조직이다. 김도기(이제훈 분)는 그 사적 복수를 실행하는 인물이고, 장성철(김의성 분) 무지개 운수 대표는 이 조직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사법 시스템’ 불신서 오는 갈증
법보다 주먹이 앞선 드라마 열광

김도기가 악을 대하는 방식은 빈센조의 그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나마 다른 점을 꼽자면 김도기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택한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들을 폭행, 구금하며 강제노동을 일삼은 젓갈 공장 사람들이나, 가난한 친구를 괴롭힌 왕따 가해자들을 그들이 약자를 괴롭힌 방식으로 갚아준다. 

생선이 담긴 대야에 머리를 쑤셔 넣어 물고문하고, 흠씬 두들겨 팬 후 커다란 통에 담아 무지개 운수와 연결된 낙원 신용정보 대모(차지연)가 운용하는 사설 감옥으로 보내버린다. 또, 대마초를 피운 것을 약점 잡아 협박하고 평생 노예 계약을 맺는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라며 우는 가해자에게 “너는 말이 되서 괴롭혔냐”며 반박한다.

4회까지 방영된 <로스쿨>은 법 집행자들의 잘못된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로스쿨>은 극 중 명문대학교인 한국 대학교 법학과 서병주(안내상 분) 교수가 모의법정 중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검사 출신 법학과 교수 양종훈(김명민 분)과 사시 2차까지 합격한 로스쿨 학생 한준휘(김범 분)이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재밌는 포인트는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두 사람은 마치 경찰과 검사를 손바닥 위에 놓고 가지고 노는 대목이다. 법에 통달한 두 사람이 심리전을 펼치면서, 악할 뿐 아니라 무능력한 검사와 경찰을 요리한다. 이들 역시도 법망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등의 악한 방식으로 악을 대한다.

공권력을 조롱하는 두 사람의 행태가 공권력에 대한 분노를 지닌 대중의 갈증을 해소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울러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노골적으로 그려낸다.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기소 전에 언론이나 타인에 미리 알려주는 피의사실 공표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나, 경찰이 초동조치 과정에서 목적을 갖고 증거를 은닉하는 대목, 검사와 범죄자의 은밀한 거래 등 법 집행자들의 잘못된 행태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빈센조>와 <모범택시> <로스쿨>은 가상의 설정을 통해 더 악랄하게 악을 처단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세 드라마 모두 높은 화제성을 보인다. 특히 <빈센조>와 <모범택시>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에 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스타성 있는 배우들의 열연을 바탕으로 다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처단 방식, 그 사이에서 숨통을 틔우는 유머 등이 세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분석되지만, 그보다 더 밑바탕에 깔린 건 ‘사법 시스템의 불신’이다. 

지강헌이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무려 30여년이 지났지만, 그 말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가진 자들은 부와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 더 큰 부를 축적하는 한편, 약자들은 강자들의 부정한 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벌을 받지 않는 이른바 ‘법꾸라지’들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악용하는 변호사, 대중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과 짧은 형기를 마치고 금세 사회로 돌아온 전과자들이 재차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 같은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얻는다는 건, 대중의 눈에 비친 불편한 현실에서 쌓이는 갈증을 드라마가 풀어주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론칭하는 범죄 장르물이 인기를 얻는 요인은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다. 법조계의 문제점을 대중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사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사적 복수’ 코드는 현실을 반영한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범죄 장르의 본원은 교양국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나 <궁금한 이야기 Y>, MBC <실화탐사대> 등 사건 사고를 다루는 교양 프로그램은 꾸준히 호성적을 이루고 있다.


멀리 내다보면 넷플릭스를 비롯해 영미권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다큐다.

마치 트렌드에 편승하듯 국내 예능계도 범죄와 손을 잡았다. 범죄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속속 론칭하고 있다. 그중 가장 각광 받는 프로그램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와 tvN <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이하 <알쓸범잡>)이다.

완성도↑
몰입도↑

시즌2에 접어든 <꼬꼬무>는 매회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룬다. 이른바 ‘장트리오’로 불리는 장항준 감독, 방송인 장성규, 장도연이 게스트를 모시고 사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꼬꼬무>는 늦은 시간대에 방영함에도 5% 시청률을 넘겼으며, 유튜브에서는 매회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꼬꼬무>의 주제가 된 사건은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퍼진다. 시청률과 비교해 화제성이 어마어마한 프로그램이다.

시즌1에서는 사건의 줄거리를 푸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2부터는 이야기의 소재가 확장될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매우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다각화됐다.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는 역사를 다루는 방식이다. 역사를 거시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 많았던 반면, <꼬꼬무>는 역사를 한 명의 인물로부터 출발해 사회문제의 이야기로 변형해간다. 이를 통해 당시의 사건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박흥숙 사건을 박흥숙 개인을 중심으로 풀어내다가 자연스럽게 빈민 운동의 관점에서 강남 개발의 역사와 철거민들의 역사를 돌아보는 대목이나, 한 군인의 의문의 죽음을 시작으로 한 이야기가 하나회 소속 군인들이 시스템을 무시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12·12 사태로 확장되는 형태 등이다. 

여대생 살인사건을 통해 한 여대생의 의문의 죽음을 들춰내는 과정을 거쳐, 끝내 사법 기득권과 의료 기득권이 경제권력에 기생하는 현실로 전개되는 대목은 <꼬꼬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준다. 

아울러 단순히 과거의 ‘야만의 시대’에서 불거졌던 사건을 풀어내는 데 멈추지 않는다. 그 사건이 당시에는 어떻게 또는 왜 발생하게 됐는지를 살펴본다. 

당시 사건의 유가족이나 담당 경찰 등 당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사건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사건으로 인해 사회의 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었는지와 아울러 재발 가능성에 대한 여부까지 깊숙하게 들춰낸다. 

‘야만의 시대’를 들춰내는 예능 
“관심 갖지 않으면 또 발생할지도”

<꼬꼬무>의 유혜승 PD는 “프로그램 회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던지는 질문은 ‘이 아이템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다. 그 질문을 던졌을 때 분명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 아이템은 지나간 이야기일 수 있다”며 “이 이야기가 현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명분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이야기만 풀어내는 건 그 사건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성격도 지닌다.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했고, 어떤 문제점을 보완해야 하는지까지 말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과거의 상처를 헤집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 제작진이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은 <알쓸범잡>이다. 윤종신이 메인 MC가 돼 과거 <알쓸신잡> 유희열의 롤을 맡았다. 장항준 감독과 박지선 프로파일러,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 김상욱 물리학 박사가 게스트로 나와 범죄로부터 파생된 이야기를 나눈다. 

대중 지식인이 된 김상욱 박사를 제외하곤 출연진이 모두 교체됐지만,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진 출연진이 함께 또는 따로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퍼즐 맞추듯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알쓸신잡>과 비슷하다. 

범죄라는 특정 주제를 잡은 <알쓸범잡>은 박지선 교수와 정재민 심의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3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엄궁동 사건,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연, 부산의 마약 이야기, n번방 조주빈, 정남규와 유영철을 비롯한 싸이코패스 등을 소개하면서 범죄 관련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꼬꼬무>와 <알쓸범잡>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범죄의 일상성이다. 강력범죄가 남의 일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 주위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라는 것. 그래서 더더욱 범죄의 재범을 예방해야 하며, 범죄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범죄의
일상성

<알쓸범잡>의 양정우 PD는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박지선 교수가 ‘왜 당시 아무도 누명 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는가’를 가슴 아파하는 것처럼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같은 사건은 또 벌어질 수도 있다”며 “박 교수의 마음에 다 같이 공감하길 바라며, 그 과정에서 희망도 함께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범죄 예능 스타는 누구? 전문성·재치 갖춘 권일용·박지선 교수
“방송인 못지않게 웃겨요”

범죄와 관련된 예능이 늘어나면서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는 범죄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범죄 전문가들이 범죄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강력한 자극성이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 가운데 권일용 교수와 박지선 교수가 범죄 예능계의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무수히 출연하면서 범죄자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권 교수와 박 교수는 깊이 있는 지식은 물론 재치있는 언변으로 방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알쓸범잡>에 패널로 맹활약 중이며, 권 교수는 28일 론칭하는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 고정 패널로 출연한다.

한 관계자는 “두 분 모두 오랫 동안 방송활동을 하면서 카메라와 익숙하다. 깊이는 당연하고 여느 방송인 못지않은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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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