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붙은 '명동 한복판' 재벌 삼국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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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된다" 대기업 우르르…없는 거 빼고 다 판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총성 없는 전쟁이다. 최근 이마트가 운영하는 뷰티&헬스스토어(드러그스토어) '분스'가 서울 명동점을 오픈하면서 명동에서 현대판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다. CJ와 GS의 양강구도에 이마트가 뛰어든 겪이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전체 매출은 2008년부터 3년새 거의 3배로 껑충 뛰었다. 유통업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드러그스토어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뷰티&헬스스토어(드러그스토어) 성장세가 무섭다. 업계에서는 올 들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최대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 경기 침체와 영업시간 규제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드러그스토어가 영토확장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08년 1136억원에서 지난해 약 33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의 소매점 판매 규제가 완화되면서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6000억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규제 피하고
통로 다각화

이에 따라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신규 브랜드들이 속속들이 뛰어들면서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의 양강구도에 변화가 일어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의 포문을 연 것은 CJ다. CJ는 1999년 '올리브영'을 론칭하고 서울 신사에 1호점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선 형태의 매장에 소비자의 반응이 시큰둥 했지만 한 점포에서 대부분의 물품을 구비할 수 있다는 '원스톱 쇼핑'이 눈길을 끌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지난달 1일에는 200번째 매장인 전북 군산수송점을 오픈했다. 13년 만에 200호점 시대를 열게 된 것.

CJ올리브영은 1999년 첫 출점 이래 2005년 25개, 2010년 91개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2010년 대비 2년 만에 2배 수인 200개점을 돌파했다. 매출 역시 지난해 2119억원으로 2005년(273억원)원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1억원, 6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배, 2배 상승했다. CJ올리브영은 매장수를 4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5년에는 GS리테일이 세계 최대 드러그스토어 체인인 홍콩의 AS왓슨과 손잡고 홍대에 '왓슨스' 매장을 처음 선보였다. GS왓슨스는 오픈 첫 해 40억원, 2007년 220억원, 2009년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에는 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21억원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7억원 흑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2010년 26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매장수는 63개에 달한다. GS왓슨스는 올해 80개 매장 오픈과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든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와 농심 계열사인 메가마트가 2010년 론칭한 '판도라'도 있지만 국내 시장은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선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매출만 살펴봐도 전체 시장 규모(3300억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2100억원의 매출을 CJ올리브영이 올렸다. GS왓슨스는 753억원, 코오롱 W스토어는 92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유통공룡'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드러그스토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유통파워가 워낙 강한 이마트가 드러그스토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6월7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분스' 강남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말 이마트 대전터미널점과 올해 4월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숍인숍' 형태의 매장을 오픈한 이마트가 처음으로 선보인 길거리 매장 형태의 '로드숍'이다. 이마트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문점(카테고리 킬러)을 신세계 계열 유통 점포가 아닌 곳에 독립매장 형태로 낸 첫 번째 사례였다.


이마트 '분스'명동 1호점 진출…주변 상권 긴장
GS왓슨스, CJ올리브영과 함께 3강 구도 예상

분스 강남점은 오픈부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분스가 지난 2009년 CJ올리브영에서 퇴출당한 아모레퍼시픽의 유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스는 론칭 전까지 협력사에 브랜드명 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서 격돌하게 되면서 향후 범상성가 대표 유통기업들의 경쟁구도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분스가 CJ올리브영을 의식한다는 지적을 이끌었다.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 또 다른 이유는 평균적인 기존 드러그스토어 매장 크기의 5배를 뛰어넘는 991m²의 매장규모다.

1층에는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이 있고, 미용실과 피부체형관리점을 비롯해 카페와 베이커리 등도 함께 입점했다.

입점되어 있는 화장품 브랜드 수도 100여 개에 달하고 의약품과·건강식품·보디케어·헤어케어·음료·와인 등을 포함한 총 품목수는 1만개를 넘겼다.

그리고 이마트는 최근 명동 증권빌딩 1층에 매장 면적 277m² 규모로 분스 명동점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강남점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비오템·랑콤·에스티로더 등 고가 브랜드를 포함해 100여 종의 화장품 브랜드와 의약품·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특히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 김과 김치·고추장 등도 갖췄다.

명동 상권에 맞춰 특화된 매장을 구성하고 20∼30대 여성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라는 게 이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동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선점하고 있었다. CJ올리브영은 폐점한 1호점을 제외하고 명동에서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GS왓슨스도 매장 2곳을 운영하면서 드러그스토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재벌 기업들의
조용한 영토확장

특히 이마트 분스 명동점 대각선 맞은 편에 있는 건물에는 264m² 규모의 CJ올리브영이 자리하고 있어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된다.

CJ올리브영은 명동역 인근에 있던 명동 1호점을 폐점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중앙로 인근 'ABC마트' 건물로 확장·이전할 계획이다. CJ올리브영은 ABC마트 건물 리모델링이 끝나는 대로 건물 1층에 입점할 예정이다. ABC마트 1층은 495m² 규모로 이 자리에 CJ올리브영이 단독 입점할 경우 명동 상권에서 가장 큰 드러그스토어가 된다.


CJ올리브영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마트 분스의 공세에 몸집을 키워 후발 주자를 압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은 가맹점 유치 광고에 집중하는 한편 입지가 좋은 전국 상권에 직영·가맹점을 가리지 않고 매장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CJ올리브영, GS왓슨스, 이마트 분스는 마케팅 전략도 제각각이다.

CJ올리브영은 '트랜디', GS왓슨스는 '알뜰·실속', 이마트 분스는 '다양성'을 내세우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여성 패션 매거진이나 방송과의 연계를 통해 인기가 높거나 입소문이 좋은 제품을 선정하고 이를 매장에 적극 진열 판매하고 있다. 또 가수 씨엔블루를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3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 이런 마케팅 전략 덕분에 CJ올리브영은 매출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패션 매거진 <슈어>가 자체 진행한 2010∼2011년 '뷰티 어워드' 고객 만족 조사 결과에서 화장품 구매장소 '드러그스토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유명 자연주의·유기농 브랜드 제품을 구입 전 발라보고 미리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것도 CJ올리브영의 큰 장점이다.

분스, 규모로 승부
지각변동 예상


GS왓슨스는 제품 품목별·카테고리별 행사가 많기로 유명하다. 증정품과 '1+1', 할인행사 상품들로 알뜰·실속파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구매 금액별 증정 행사도 화려하다. 매 달 브랜드마다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 7월에는 여름용 제품인 썬 로션, 에센스 마스크, 비타민 등을 1+1 행사를 진행에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 때문인지 GS왓슨스에서는 중저가의 샴푸, 헤어 트리트먼트, 구강용품, 생리대 등의 생활용품들이 특히 판매가 많이 되고 있다. 뷰티 카운슬러를 매장에 배치해 고객 맞춤형 소비를 촉진시켰고 200여 개 자체 상표 브랜드 제품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분스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제품들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되거나 다른 드러그스토어에선 볼 수 없던 생소한 화장품 브랜드들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로디알(영국), 파티카(프랑스)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계 화장품을 비롯해 미샤·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 등 브랜드숍 매장들까지 입점했다.

랑콤·SK-Ⅱ·비오템·에스티로더 등 고가 브랜드 제품도 병행수입으로 시중가보다 10∼15% 싸게 판다. 기존 드러그스토어의 유기농·기능성 화장품부터 중저가 화장품, 백화점 고가 브랜드 제품까지 총망라돼 있는 것.

이마트의 해외 소싱력과 유통 파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약 150개의 점포를 보유한 이마트가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면 상당한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직영점일 뿐이다"면서 "앞으로 가맹점이 열린다면 (직영점 품목과) 같은 구성이 가능할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약국·편의점·화장품 등 취급 상권 장악
복합점포 드러그스토어 골목 위협 지적도

사실 이들 세 기업의 경쟁은 강남역에서 시작됐다. 강남역을 중심으로 반경 250m 안에는 CJ올리브영 5개와 GS왓슨스 1개, 이마트 분스 1개 등 통 7개 매장이 '강남 삼국지'를 벌이고 있다.

CJ올리브영 강남대로점과 역삼점은 200개 CJ올리브영 매장 중 매출 상위 30위 안에 드는 곳이며 왓슨스 강남역점도 전국 63개 매장 중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지난 6월 오픈한 이마트 분스는 1호점인 의정부점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중심의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국·슈퍼마켓·화장품 브랜드 숍 등 입지는 줄어들 전망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업규제를 받는 대형마트처럼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드러그스토어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드러그스토어는 뷰티&헬스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소형 마트를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품목들을 구비하고 있어 골목상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드러그스토어는 뷰티케어용품과 건강용품·생활용품·잡화·식품·팬시용품 등의 제품군이 주를 이룬다. 이런 품목들은 근처 단일품목을 취급하는 소형 상권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경쟁관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화장품회사들의 자체 매장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어 드러그스토어 활성화는 곧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상황을 만들 수가 있다. 약국의 반발도 과제다. 현재는 일반법인이 약국을 운영할 수가 없어서 드러그스토어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한정적이지만 일반인 약국 운영 허용 법안이 통과 되면 약사 사회의 커다란 저항이 예상된다.

드러그스토어
재벌들의 탐욕?

해외 브랜드 공세도 문제다. 160년 전통을 가진 영국의 대표 멀티 드러그스토어인 '부츠'가 국내 진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러그스토어가 새로운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거대 유통 기업들이 앞 다퉈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러그스토어 뿐만아니라 편의점, 소형슈퍼, 기존 화장품 매장, 약국 등과도 생사를 걸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1위로 자리매김을 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용어설명>

▲드러그스토어(drugstore) =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및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미국 '월그린', 영국 '부츠', 홍콩 '왓슨스', 일본 '마쓰모토기요시' 등이 대표적이며 일본이나 홍콩의 경우 편의점과 드러그스토어의 비율이 3대 1이 될 정도로 흔하다. 국내에서는 비처방의약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를 통칭하며 CJ올리브영과 SG왓슨스, 이마트 분스, 코오롱 W스토어, 메가마트 판도라 등이 있다.

▲카테고리킬러(category killer) = 기존의 종합소매점에서 취급하는 상품 가운데 한 계열의 품목군을 선택,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저가격으로 판매하는 업태다. 세계적인 완구판매점 체인인 토이잘스가 카테고리 킬러의 원조다. 셀프서비스와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킬러'가 붙은 것은 업체들간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대부분 체인 전개에 의한 현금매입과 대량매입, 전략매입, 개발 수입 등을 무기로 저가판매를 실현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에는 가전제품 전문점인 하이마트를 비롯해 농산품 전문점 농협 하나로마트, 사무용품 전문점 베스트오피스, 유아용품 전문점 맘스맘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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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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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