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아이 전용’ 사립초교의 비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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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패밀리만 받는 ‘그들만의 철옹성’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어떤 학부모는 ‘로망’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재벌가나 유력 정치인의 손자손녀,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나열했다. 소위 ‘부잣집 아이들’만 모인다는 사립초등학교를 두고 하는 소리다.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며 일찌감치 부자인맥을 쌓는다는 이곳. 이른바 ‘끼리끼리 법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립초등학교의 화려한 계보를 들여다봤다.


무상으로 다니는 공립초등학교와 달리, 비싼 학비를 부담하고 다니는 사립초등학교. 취학 연령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우리 아이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학교는 수학과 과학을 영어로 수업한다더라, 어느 학교는 전교생이 체육시간에 골프를 배운다더라 하는 식의 소문이라도 들려오면 ‘우리 아이 첫 학교인데’ 하는 생각에 솔깃해진다. 거기에 유명인들의 자녀가 다니고 있다고 하면 믿음은 더욱 확고해진다.

그러나 ‘1%를 위한’ 초등교육기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사립초등학교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재력이 있는 집안 자녀들만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소리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재용 아들 다니는
‘영훈초등학교’

서울 최고의 명문사립으로 꼽히는 영훈초등학교는 영어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에겐 ‘꿈의 학교’라 불린다. 매년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에서 1, 2위를 다툰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 더 유명하다.

출신들도 화려하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 대표의 손녀와 두산 그룹 손자들, 그리고 유정현 전 한나라당(현새누리당) 의원의 딸과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아들 등 정·재계와 연예계 유력 인사의 자녀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 이밖에도 유명 방송인, 중견기업인들의 자녀가 상당수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강북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16대의 셔틀버스 중 8대가 강남으로 다닐 만큼 부유층 자제들이 포진해 있다.

학교 보안도 철저하다. 빼곡한 CCTV는 기본이고 출입카드를 받지 못하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교시간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인근을 가득 메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하고, 운동장 한켠에 있는 학부모 대기실엔 아이를 마중 나온 학부모들로 가득차기도 한다. 

초등학교지만 교육비는 만만치 않다. 영훈초등학교의 수업료는 2011학년도 1/4분기 기준 170여 만원이다. 입학금 100만 원은 별도납부다.

연간 4회의 수업료에 특기·적성비, 스쿨버스비, 급식비, 교재비 등이 추가되면 1년 교육비는 거의 1000만원을 육박한다. 웬만한 대학교 1년 등록금과 맞먹는 액수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영훈을 고집하는 이유는 탁월한 영어교육 수준 때문이다. 1998년부터 이미 ‘영어이멀전교육(한국어와 영어로 이중 언어 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영어교육에 대한 역사가 깊다.

한국인 담임, 원어민 부담임, 한국인 부담임을 두고 한국의 교과 과정을 영어로 지도하는 이중 언어 교육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어 영어를 생활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사 중 대부분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고급인력이다.

‘기막힌’최상류층 1% 위한 귀족학교 훔쳐보니
6년간 학비 약 6000만원, 이중언어 교육 특화


학부모들은 이 외에도 아이들에게 전인교육을 시키고, 독서왕 선발만 할 뿐 성적 위주로 따로 등수를 매기지 않는 점, 1인 1예능 교육을 시키는 점 등을 영훈의 장점으로 꼽는다.

방과 후 예능 교육 등으로 저학년이라고 해도 일찍 끝나지 않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이 믿고 자녀를 맡기기에도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또 아이들이 교실이나 복도에서 뛰지 않도록 가르치고 천천히 줄을 서서 기다리는 ‘룰’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것도 좋은 점으로 꼽는다.

엄친아 학교로 유명
숭의·계성 초등학교

서울 중구 예장동의 사립학교인 숭의초등학교는 일명 엄친아 학교로 유명하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아들, 영화배우 차승원의 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배우 김희애의 아들, 고 최진실과 조성민의 딸과 아들이 다니거나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뱅의 멤버 권지용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처럼 많은 유명인들이 2세의 학교로 숭의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 학교로 신앙을 통해 인성 교육을 제대로 시킨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원어민 교사와 함께 수준별로 영어 수업을 실시하고 방학 중에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며, 6학년에는 중국어 수업을 실시해 따로 외국어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1인 1악기 예능 교육 실시, 수영과 스키 등 다양한 체육 활동, 거기다 인성 함양을 위한 서예 교육까지 이뤄져 많은 학부모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강남권 유일의 사립 초등학교로 유명한 계성초등학교는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에서 매년 영훈초와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이곳에는 윤세영 SBS 명예회장의 손자와 손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손녀, 배우 박상원의 아들과 딸 등이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계열의 계성초교 역시 특히 인성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곳으로 유명하다. 체험학습을 통한 산 교육을 강조해 학생들은 경기도에 있는 학교 수련장에서 연간 3회 이상의 다양한 체험 활동과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받는다. 특히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부진아를 책임 지도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학습 결손을 방지하고 있으며, 1인 1악기 갖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도를 높이는 프로그램도 많다. 매년 2회 이상 공개 수업을 하고 4회의 시범 수업을 개최하고 있어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열혈 학부모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두 학교 모두 입학금이나 수업료 등은 동일한 수준이다. 연간 학비를 추산해 보자면 약 800만∼1200만원 정도다.

톱스타가 선택한
세종·경기 초등학교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위치한 세종초등학교는 유명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차인표와 신애라 딸, 윤도현 딸, 이재룡과 유호정 부부의 딸 등 연예인 자녀들이 대거입학하면서 시상식 레드카펫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예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세종초등학교는 영어, 수학중심의 교육 뿐 아니라 다양한 예체능 교육으로 사랑받고 있다. 승마장, 골프장, 리듬체조 연습실 등 최고급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과학영재학급이나 오케스트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이 교육에 관심 많은 건 일반 학부모나 연예인 학부모나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연예인들은 일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아이를 돌볼 수 없어 초등학교 선택에 많은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며 “학부모 역할에 있어서만큼 연예인이라는 신분은 어떤 특별함도 없지만, 돈과는 상관없이 좀 더 나은 교육환경과 시설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마장, 골프장, 수영장 등 최고급 체육시설 갖춰
초등학생부터 계층 울타리…상대적 박탈감에 한숨

역대 대통령의 자녀들이 많이 다닌 곳으로 유명한 경기초등학교 역시 연예인, 전문직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만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씨 등이 이곳 출신이다. 또 삼성가(家) 자제들이 많이 거쳐 간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정유경 신세계그룹 부사장 모두 이 학교를 거쳤다. 이 밖에 최불암, 김창숙, 김혜자, 이홍렬, 조재현, 이혜숙 등 많은 연예인들의 자녀도 이곳 출신이다.

경기초교는 학생들을 15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공부하는 ‘협력수업’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학년의 선생님들끼리, 혹은 예체능 교과 선생님들끼리 그룹별로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또 영어 교육과 함께 1학년부터 전 학년이 생활 중국어 수업을 하는 등 일주일에 두 시간씩 중국어 수업도 받는다. 입학할 때부터 현악기 교육을 시작해 학년 진학에 따라 더욱 많은 악기와 다양한 음악교육을 배울 수 있는 ‘1인 1악기 음악 특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양한 활동만큼이나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해 학부모가 관리해야 할 몫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서민학부모에게는
‘그림의 떡’

그렇다면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사립초교를 선호하고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재계 유명인들이 선택한 곳이라서? 남들보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받는 귀족교육이라서? 혹자는 오히려 사립초교가 촌지비용이나 사교육 등으로 드는 비용을 절감 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리를 해서 자녀를 사립초교에 보냈던 한 학부모가 털어놓은 현실은 많이 달랐다.

직장인 김모(38·여)씨는 “입학 전부터 재벌가 자녀도 많고 연예인 자녀도 많고, 엄마들 치맛바람도 대단하다고해서 겁을 먹었었는데 그것보다 힘든 것은 그 학교의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또 엄청난 사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예전에는 사립초교가 정규공부를 너무 안 시켜서 사교육을 했다고 하는데, 최근엔 사교육을 안 하면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으니 사교육을 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어릴 때부터 특권층들의 인맥을 쌓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사립초의 장점이지만 아빠들 면면이 정말 장난이 아니라 내 아이가 그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았다”며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을 절실히 깨달았다. 교육환경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사립초등학교로 쏠리는 학부모들의 관심에 우려를 표명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사회 권력층들이 자녀들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 인맥을 형성하고 사회의 양극화나 계층의 대물림을 만들어간다”며 “다른 것도 아닌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부터 계층간 울타리가 쳐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교육열이라고 치부할 순 없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뜨거운 열정만큼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모의 지시와 각본에 따라 교육의 수레바퀴에 끼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아이들. “남들보다 빠르다”며 미소를 띨 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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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