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통일’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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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과거와는 다른 정치, 경제적 행보로 주목 받고 있다. ‘파격’이라고까지 불리는 최근 움직임을 개혁의 발걸음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북한이 경제 회복 및 시장경제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와 맞물려 남북관계의 향방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국민관심사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 국민들은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지난 수 십년간 국민 애창곡으로 사랑받던 이 노래와 지금 사회 현실의 괴리가 적지 않다.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극명하게 달라지면서 통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통일? 누구 맘대로!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통일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10명 중 2명만이 반드시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에 대한 조사결과, 전체 56.1%가 가끔 뉴스나 기사를 보게 되면 관심을 가진다고 응답하였고 항상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자는 35%로 이보다 적었다.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도 8.1%였다.

남북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체 64.8%가 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반드시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25.2%에 머물렀으며, 9.2%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하였다.

전체 75.8%가 여전히 우리는 북한과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절대적으로 통일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29·남)씨는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도 희생하거나 양보하지 않으면서 갈라진 조국을 다시 하나로 묶는다는 것은 물과 기름을 엉키게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라면서 “협상이고 대화고 처음부터 불신으로부터 시작되어왔는데, 이제 와서 통일이라니 차라리 안 되는 게 낫다. 되더라도 100년 뒤 쯤 이 세상에 내가 없을 때 됐으면 좋겠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56.9%의 응답률을 보였지만 통일이 자신의 삶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의견은 35.8%에 머물러 눈길을 끌었다.

국민 10명중 6명 “무리한 통일은 필요 없어”
가장 우려되는 점…소득 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

이러한 결과는 많은 국민들이 현재 분단 상황이 한국사회의 경제, 정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통일이 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국민들이 무리한 상황까지 감수하면서 반드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는 예전에 비해 공감하지 않으며 통일 문제를 사회적인 측면과 개인적인 측면에서 각각 분리하여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함을 알 수 있게 하는 결과다.

통일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는 분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어서(64.7%·중복응답)가 가장 많이 나왔고 통일 후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51.2%)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는 단일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이 돼야 한다는 응답(26.9%)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이산 가족의 고통을 줄여 줄 수 있다(202%)는 의견도 낮게 나타났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민족이니까 당연히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재는 민족적, 정서적인 이유보다 경제적 정체적인 상황이 더 고려되는 부분”이라며 “이미 북한과 한민족이라는 의식이 서서히 단절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통일 후유증’ 걱정

한편 남북통일의 가장 큰 장점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어서’(63.2%, 중복응답)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그 뒤를 ‘군사비용 등의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61.4%), ‘북한지역에 매장된 자원 활용으로 경제적 성장 기대 가능’(45.5%), ‘중국과 미국, 일본 등의 개입 감소’(29.8%) 등이 이었다.

반면 남북통일 시 가장 우려되는 점을 물어본 질문에는 ‘소득 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45%, 중복응답), ‘이데올로기 차이로 인한 가치관 혼란’(42.4%), ‘생활수준의 차이로 인한 혼란’(42.4%) 순의 응답이 나왔다.

이에 대해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관계자는 “더 훗날의 경제적·정치적 이득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통일 직후에 빚어지게 될 계층간, 지역간의 경제적, 정치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며 “통일 이후에 대해서도 대부분이 북한에서 살 생각이 없다거나 북한에서 직업을 구할 생각이 없는 등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해방 이후 반세기를 훌쩍 넘긴 분단 상황 속에서 ‘우리의 소원’이라고 외치던 통일에 대한 염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우리는 한 민족이다’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좀 더 세밀한 논의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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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