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신’ 욕먹는 라면재벌 부부, 왜?

회삿돈 빼돌리고 ‘옥중 돈잔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50억원 규모의 횡령을 저질러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삼양식품의 전인장 전 회장, 김정수 총괄사장 부부가 지난해 총 185억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수 사장의 복귀 행보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더욱 싸늘한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이 지난해 유통기업 가운데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연봉킹’에 등극했다. 전인장 전 회장은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 중이다. 일각에선 횡령 유죄 판정을 받은 전 전 회장의 연봉킹 등극 소식에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퇴직금 수백억
연봉킹 등극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해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에게 141억7500만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퇴직금 118억1700만원과 근로소득 23억5800만원이다.

전 전 회장의 아내인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44억7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퇴직소득이 40억6600만원, 근로소득이 3억4100만원가량이다. 이들 부부가 지난해 받은 보수만 185억5200만원가량에 이른다.

지난해 1월 이들 부부는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자재 일부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해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 전 회장은 징역 3년형을 받아 퇴사 후 복역 중이다. 2019년 1월 1심 판결 이후 줄곧 구속 수감 상태로 경영 공백을 빚기도 했다.


김 총괄사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취업이 제한돼 지난해 3월 퇴사했다가 법무부 허가를 받고 지난해 10월 총괄사장으로 재취업했다. 삼양식품이 법무부에 “경영 성과가 있다”며 취업 승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는 보수 외 배당으로도 주머니를 채우게 됐다. 삼양식품의 주당 배당금 800원과 소유 주식 수를 감안해 계산하면 김정수 총괄사장은 2억6000만원, 전인장 전 회장은 1억8900만원의 배당금을 각각 받게 된다. 오너가 3세 전병우 경영관리부문장은 34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한다.

50억 횡령한 부부 퇴직금만 ‘180억’
“규정 따라 지급했다”…싸늘한 시선

오너 일가는 삼양식품 최대주주인 삼양내츄럴스를 통해서도 배당금을 받는다. 삼양내츄럴스엔 20억400만원의 배당금이 지급되는데 이 회사 지분의 42.2%가 김 총괄사장 소유다. 21.0%는 전 전 회장, 26.9%는 전병우 부문장이 100% 소유한 에스와이캠퍼스 소유다. 나머지 9.9%는 삼양내츄럴스가 보유한 자기주식이다.

김 총괄사장은 삼양식품 사내이사에 다시 오를 예정이다. 횡령 사건으로 물러난지 1년 만이다. 김 총괄사장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지 않고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영 총괄은 그대로 수행한다.
 

▲ 김정수 삼양그룹 총괄사장 ⓒ삼양식품

이에 일각에선 김 총괄사장이 맡는 ESG위원회 위원장이 이미지상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SG는 기업이 단순히 수익을 창출 것을 넘어 환경적, 사회적, 윤리적 가치도 잘 지키는지 여부를 보는 평가지표를 뜻한다. 김 총괄사장이 7개월 만에 경영복귀를 하는 것도 시기상조인데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ESG위원장을 맡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측은 투명한 경영을 위해 사외이사를 증원하고 있으며 김 총괄사장은 책임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복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 측의 주장에도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벌써 경영참여?
소액주주 반발

한 업계 관계자는 “횡령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힌 사람이 ESG경영을 강화하겠다면서 다시 등기이사로 재직하려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며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경영진들이 다시 이사로 선임되고 고액의 보수를 받으면 범법 행위를 진정으로 반성할 수 있을까 싶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의 범죄행위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며 김 총괄사장 복귀에 반기를 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소액주주들은 법무법인 창천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철저한 준법 감시체계 구축, 경영진의 불법행위 재발방지, 배당액 증가 등 주주가치 제고, 기타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 요청 등을 주장했다.

법무법인 창천 정영훈 변호사는 “소수의 지분을 가진 창업주 일가가 오너라는 미명하에 회사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집단소송 조짐도 보이고 있다. 소액주주 A씨는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11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A씨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허용했다. 
 

▲ ▲▲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삼양식품

주주명부 열람 등사는 주주가 상법 제396조 제2항에 근거해 회사측에 주주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요청하는 행위로, 주주는 이를 통해 회사 지분구조를 정확하게 파악 가능하다. A씨는 확보한 주주명부를 토대로 소액 주주들의 힘을 모으고, 회계장부열람등사 청구 및 대표소송 제기 등을 통해 회사 경영 정상화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계 방향은?
“아직은 이르다”

A씨는 “회삿돈을 횡령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인이 곧바로 사업에 복귀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김 총괄사장이 복귀하더라도 경영진의 범죄행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객관적 감독기구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총 시즌을 맞아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은 전방위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도입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 영향으로 대주주 의결권이 대폭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횡령 금액을 다 배상했고, 김 총괄사장은 삼양식품의 매출 증가를 이끈 불닭볶음면 기획·수출 등에 공헌이 있다”며 “오너의 책임경영이 필요해 김 총괄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고 말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지난달 8일 정태운 대표와 진종기 대표를 선임해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삼양식품의 3세 승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전 전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부문장이 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어 3세 승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로 27세인 전병우 부문장은 지난해 삼양식품 부장으로 입사했다. 지난 3월에는 삼양식품 최대주주인 삼양내츄럴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분 매집도 이어가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전병우 부문장은 삼양식품 0.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6월9일 기준 지분율이 0.59%로 0.03%포인트 늘어났다. 전병우 부문장은 올 3월 이틀에 걸쳐 삼양식품 2350주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9일 종가 기준(12만원) 전병우 부문장이 추가 매수한 주식가치는 약 2억8200만원 수준이다.

때이른 경영 복귀에 소액주주들 불만
공고한 오너 지배력…경영승계는 아직

다만 지주사 격인 삼양내츄럴스의 지분 증여는 현재까지 전무한 가운데 아직 승계를 논하기 이르다는 해석도 일고 있다. 오너리스크가 발생했어도 이들 부부가 행사하는 지배력은 여전히 크다.

향방은 60%가 넘는 이들 부부의 지분이 장남 전병우 부문장에게 어떻게 증여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승계 및 지분증여에 따라 발생하는 증여세 문제도 거론된다. 


김 총괄사장과 전 전 회장이 보유한 삼양내츄럴스 주식가치는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약 893억원으로 집계됐다. 만약 이들 부부가 60%가 넘는 삼양내츄럴스 지분을 전병우 부문장에게 증여할 경우 적잖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증여재산이 상장주식이면 증여일 이전·이후 각각 2개월(총 4개월)의 최종시세 평균으로 매겨진다. 여기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이면 증여재산이 20% 할증평가된다. 여기서 산출된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이 붙는다.

증여지분 가치는 총 893억원이며 과세표준은 주식가치의 60%인 536억원, 여기에 세율 50%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대략 268억원으로 추산된다. 누진공제 및 신고세액공제(산출세액의 3%)를 받을 수 있지만 크지 않은 금액이다.

오너 부부가 장남에게 지분을 증여할 시 대략 268억원의 증여세를 짊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경영승계와 더불어 지분증여를 위한 재원확보 과정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곱지않은 시선
“규정 따랐다”

삼양식품은 횡령 혐의로 물의를 빚고 쫓겨나듯 물러났던 두 사람이 거액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전인장 전 회장은 28년, 김정수 사장도 19년 동안 재직해왔으므로 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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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