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늘어나는 ‘상담 예능’의 배경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일반인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며 때로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고민·상담 예능이 늘어나고 있다. 직접 대면 인터뷰를 하기도 하며, 때로는 연예인이 고민을 들고 오기도 한다. 익명의 사연을 토대로 재연 드라마를 구성하기도 한다. 누구나 겪는 문제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도 하지만, 때론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와 진실 여부에 호기심가 자극한다.
 

▲ ⓒ무엇이든 물어보살

‘현실은 상상보다 극적’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영화나 드라마 중 일부는 누군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드라마틱

너무 충격적인 상황에 놓여 괴로움을 꽁꽁 싸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고민·상담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각 채널에 하나쯤은 꼭 있을 정도다. 대표적인 예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연애의 참견>,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이하 <애로부부>) <아이콘택트>, SBS 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이하 <언니한텐)>, MBN <나 어떡해> 등이다.

이 외에도 각종 사연과 고민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먼저 서장훈과 이수근이 보살님 콘셉트로 인생의 노하우를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전해주는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2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준 예능 프로그램이다. 마치 친형처럼 귀를 기울여주는 두 사람의 진정성은 전 연령대를 아우른다. 

때로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억지스러운 사연자에게 ‘가라’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 솔직함도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진심에는 진심으로, 가식에는 적절한 무례함으로 대하는 모습이 오히려 프로그램의 매력을 높인다. 

<언니한텐> 역시 사연자들을 직접 출연시켜 대화를 나눈다. 게스트는 유명인일 때도 있고 일반인일 때도 있다. 전문 상담가가 대동해 출연자의 문제점을 짚어주고 보완할 방법을 제시한다. 이영자와 김원희를 필두로 여성의 마음을 헤아려준다. 

<아이 콘택트>는 유명인의 인연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오랫동안 못 만난 인연을 다시 만나거나, 오해 혹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만나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다. 끝내 삶의 울분을 다 털어놓지 못하는 때도 있다. 

패널 강호동과 이상민, 하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당사자들보다 더 가슴 아픈 표정을 짓기도 한다. 

<연애의 참견>과 <애로부부>, <나 어떡해>는 익명의 사연을 듣고 드라마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다. 

20~30대의 연애를 들어보는 <연애의 참견>은 시즌3가 진행될 만큼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패널들은 화가 날 법한 사람을 보며 같이 분노하고, 억울하거나 슬픈 내용이 있는 사연자에게 같이 울어주기도 한다. 

주로 연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타 프로그램과 비교해 자극적인 맛도 덜하다. 적절한 수위를 유지 중이다. <애로 부부>와 최근 론칭한 <나 어떡해>는 비교적 사연의 수위가 강하다. 

<애로 부부>의 경우 이혼과 불륜 등 자극적인 소재가 대부분이다. 뉴스에서나 볼 법한 상상 밖의 사연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다. 

치유·위안·해결책 제시하는 고민 프로↑
‘충조평판’ 대신 진심 가득한 공감이 핵심

하반신이 불구가 된 사업가가 간병인과 불륜에 빠진 사연, 10여년간 함께 산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사연, 20년지기 친구의 남편을 유혹한 사연 등 실화라는 게 도저히 믿기 힘든 이야기가 많다. 

패널들은 진심 어린 공감을 보여주고 변호사와 정신과 상담의 등 전문가는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최근 론칭한 프로그램 중 가장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나 어떡해>는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K-장녀’를 비롯해 학부모 간의 기 싸움, 제 아들을 장가보내기 위해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몰래 들어오는 집주인 할머니 등 충격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 연예의 참견 ⓒ

거론된 고민·상담 예능 중에는 이른바 ‘마라 맛’이라 불릴 정도로 수위가 높은 사연이 등장한다. 모든 사연이 다 높은 수위이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용기를 내지 않고서는 말하기 힘든 사연이 많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꺼내놓기 힘든 이야기를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기란 쉽지 않을 텐데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이야기가 꾸준히 방송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사연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위안과 치유를 받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사연자들은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돼서 후련하다는 피드백을 전하기도 한다. 

대부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패널들은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배제하고 조심스럽게 사연자의 상황에 몰입하며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 자체만으로 시청자들과 사연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애로 부부>의 김진 PD는 “사연자들이 제작진과 통화를 통해 사전에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치유를 얻는다. 제작진의 ‘매우 속상하셨겠어요’라는 말에 위안을 얻기도 한다”며 “또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때 실질적인 해결책을 구하고자 객관적인 관점으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연을 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상담 예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들어주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경우 서장훈과 이수근은 하루 촬영에 10~13팀과 면담을 진행한다. 

처음에는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안정화되면서부터 많은 사람이 상담을 의뢰하고 있다고 한다. 

실화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법사랑 위원실 이경아 상담사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본능이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풀리고 힘을 얻는다. 이 같은 예능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타인에게 털어놓고 싶은 고민이 있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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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