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이소희·신승찬 “도쿄 메달이 보인다”

  • JSA뉴스 jsanews@jsanews.co.kr
  • 등록 2021.03.08 10:44:47
  • 호수 1313호
  • 댓글 0개
▲ 얼싸안은 이소희-신승찬 선수

[JSA뉴스] 태국에서 열린 2020 BWF 월드투어 파이널에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출전했다. 여자복식의 이소희-신승찬 조는 결승전에서 김소영-공희용 조에 승리하며, 앞서 열린 도요타 오픈 결승전 패배의 설욕을 갚았고, 혼합복식의 서승재-채유정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희망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달 12일부터 태국 오픈에 참가했다. 태국 오픈은 두 개의 투어 대회인 요넥스 오픈, 도요타 오픈과 지난해 열리지 못한 2020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투어 파이널 등 세 개의 대회로 진행됐다. 

10개월 만에 국제대회에 참가한 대표팀 13명의 선수는 요넥스 오픈에서 동메달 5개, 도요타 오픈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지난달 27일부터 개최된 월드투어 파이널에는 여자단식 안세영, 남자복식 최솔규-서승재,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김소영-공희용,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이 출전했다.

월드투어 파이널은 종목별로 2개 조로 나뉘어 풀리그를 치른 후, 조1, 2위가 4강에 진출하는 형식이다.

여자단식의 A조의 안세영(랭킹 9위)은 캐나다의 미쉘 리(10위)와 러시아의 에브기니야 코셋스카야(25위)를 모두 2:0으로 제압하며 4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 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랭킹 6위이자 앞서 열린 태국 오픈에서 연속으로 두 개의 금메달을 차지한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과 격돌했다. 


두 선수 모두 4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지만, 자존심을 건 대결이 펼쳤다. 1세트를 21:16으로 따낸 안세영은 2세트를 14:21로 내주었지만, 3세트를 21:19로 승리해 3전 전승으로 4강에 진출함과 동시에 앞선 두 번의 태국 오픈 준결승에 이어 올해 세 번째가 되는 마린과의 맞대결에서 첫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다.

세계랭킹 8위로 남자복식 B조에 속한 서승재-최솔규는 말레이시아의 아론치아-소우이익(9위)과의 첫 경기에서 2:0으로 패했다. 같은 B조에 세계 랭킹 2위 조가 속해 있었기 때문에 이 두 팀의 경기는 사실상의 2위 결정전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서승재-최솔규는 랭킹 2위인 인도네시아의 모하마드-헨드라를 2:0으로, 랭킹 24위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이반를 2:1로 제압하며 조 1위로 4강에 진출했다.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금메달
죽음의 조 넘어 극적인 역전승

유일하게 한국 대표팀 두 팀이 출전한 여자복식에서는 첫날부터 희비가 갈리는 듯했다. 랭킹 9위 김소영-공희용이 31위인 독일의 린다-이사벨에게 승리했지만, 4위 이소희-신승찬은 8위인 인도네시아의 그레이시아-아프리아니에게 진 것이다. 

하지만 이튿날에는 두 팀 모두 승리를 기록했고, 먼저 김소영-공희용이 태국의 종골판-라윈다(11위)를 2:0으로 꺾고 4강행을 확정한 데 이어 이소희-신승찬도 말레이시아의 리멩엔-초우메이콴(14위)을 2:0으로 누르고 4강행 불씨를 살렸다.
 

▲ ▲김가은 선수

두 팀은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나란히 2:0 승리를 거두며 각각 조 1위로 4강에 갈 수 있었다. 


죽음의 조에 속한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은 첫 경기에서 영국의 마커스-로렌을 2:0으로 물리치고 첫 승리를 기록했다. 혼합복식 A조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혼합복식 팀 중 가장 높은 랭킹을 기록한 3팀이 속한 어려운 조였지만, 서승재-채유정은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3전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특히 랭킹 3위인 태국의 데차폴-삽시리에게는 앞서 있었던 두 번의 오픈에서 모두 4강에서 패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파이널스에서는 2:0으로 가볍게 승리하며 지난 패배를 설욕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인도네시아의 프라빈-멜라틴(4위)에 2:0 승리를 거두고 전승으로 죽음의 조를 통과했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여자단식의 안세영은 4강전에서 B조 2위이자 세계 랭킹 1위 타이쯔잉을 만났다. 안세영은 타이쯔잉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에 안정된 수비로 버티며 팽팽한 접전을 벌인 끝에 1세트를 18:21로 내줬지만, 2세트에서 12:21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득점과 실점이 모두 타이쯔잉의 플레이에서 나온 만큼, 상대의 적극적이고 노련한 경기 운영에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남자복식의 서승재-최솔규도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3위에 머물렀다. 4강전에서 인도네시아의 모하마드-헨드라(2위)를 만난 서승재-최솔규는 흔들리는 수비와 약해진 후위 공격으로 인해 2:0으로 패했다. 듀스까지 만들었던 1세트와 달리 범실이 많이 나왔던 2세트가 아쉬웠다.

죽음의 조를 통과한 혼합복식의 서승재-채유정은 4강전에서 말레이시아의 고순홧-라이세본제미에(12위)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1세트에서 초반 4점 차를 역전당하는 등 고전했지만, 19:19 동점에서 먼저 2점을 획득해 세트를 가져갔고, 접전이었던 1세트와 다르게 2세트는 21:8로 가볍게 마무리한 경기였다.

여자복식 4강전에서는 대표팀의 두 조가 나란히 승리해 결승전에 진출했다. 김소영-공희영 조는 종콜판-라윈다를 상대로 공방전 끝에 2:1 승리를 거머쥐었고, 이소희-신승찬 조는 탄탄한 수비로 리멩멘-초우메이칸 조에게 2:0 승리를 거뒀다.

결승전에 진출한 혼합복식의 서승재-채유정은 조별리그에서 꺾었던 데차폴-삽시리 조를 다시 만났다. 앞서 열린 두 번의 오픈에서 모두 4강전에서 패한 상대였지만 이번 파이널스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한 번 이긴 경험이 있어 금메달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승전에서 상대의 전위와 후위를 넘나드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 김소영-공희영 조(사진 왼쪽)와 이소희-신승찬 조

1세트는 18:18 동점을 만들었으나 연속 3실점하며 18:21로 승기를 내주었고, 2세트에서는 상대의 범실이 많아 21:8로 승리했지만 마지막 3세트에서는 반대로 많은 범실로 실점하며 8:2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태국의 데차폴-삽시리 조는 이번 우승으로 자국에서 열린 3개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두 대회 연속 한국 대표팀의 내전으로 펼쳐진 여자복식에서는 이소희-신승찬이 지난 도요타 오픈 결승의 복수에 성공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접전으로 흘러간 경기는 도요타 오픈 우승팀인 김소영-공희용이 강한 공격과 범실 유도로 1세트를 승리로 가져갔다. 

2세트에서도 이소희와 신승찬은 17:20 매치포인트에 몰리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연속 3득점으로 듀스를 이끌어 낸 후 26:24로 세트를 따내며 반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3세트에서는 19:19 동점 상황에서 신승찬의 연속 스매싱으로 연거푸 2득점 하며 21:19로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단식 결승전에는 대만의 타이 쯔잉이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을 꺾고 우승했다. 앞선 두 번의 결승전에서는 마린이 쯔잉을 연속으로 꺾고 2관왕을 달성했지만, 3 번째 결승 맞대결에서는 접전 끝에 쯔잉이 복수에 성공했고, 두 선수의 상대전적도 9승8패로 비슷해졌다.


마린처럼 3연속 우승을 노렸던 남자단식의 빅토르 악셀센(4위)도 은메달에 머물렀고, 덴마크의 팀 동료 엔더스 안톤센(3위)이 탄탄한 수비력으로 악셀센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관리

남자복식에서는 대만의 리양-왕치린 조(7위)가 마린, 악셀센과는 달리 3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결승에서 만난 모하마드-헨드라(2위)를 상대로 범실 관리에 성공하며 태국에서 열린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