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53·54) 창난젓, 간장게장

영양하면 이 음식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창난젓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명란’과 ‘창난’이란 명칭에 대해 살펴보자.

명란은 ‘명태의 알’로, 줄여서 명란(明卵)이라 일컫는다.

이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창난이다.


창난은 명태의 내장을 지칭하는 순수한 우리말로 ‘창란’은 잘못된 표기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쳐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지 창난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해보자.

먼저 창난젓에 대해서다.

창난젓이 명태의 창자로만 만들어진다면 창난이 아니라 ‘명태의 창자’를 줄여 ‘명창’이 되거나 혹은 창자를 의미하는 한자인 장(腸)자를 덧붙여 ‘명장(明腸)’이라 표기해야 옳다. 

굳이 ‘난’이라는 글자를 덧붙일 이유가 없다.

즉 난을 덧붙인 이유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난을 덧붙였을까.


창난젓이 명태의 창자로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창난젓은 명태의 창자뿐 아니라 알집까지 곁들여 만들어진다.

따라서 창자의 ‘창’과 알집을 의미하는 ‘난소(卵巢)’에서 앞 글자인 ‘란(卵)’이 결합돼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럴 경우 창난이 아니라 ‘창란’으로 표기해야 옳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도 의문이 발생한다.

조금이라도 조어적 지식을 겸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창자와 난소란 두 단어를 결합시킬 때 창자를 의미하는 장(腸)과 난소의 앞 글자인 란(卵)을 취해 장란(腸卵)으로 명칭을 정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는 그 명칭이 ‘장란’이었는데 중간에 그 누군가가 장란에 대해 장난을 쳐서 ‘창난’이라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 풀어나가겠다. 

창난젓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록이 있어 인용해본다. 1937년 10월27일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다.

「젓갈 중에도 왕이 되는 창난젓의 영양

창난젓은 원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오늘날 가장 진보된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영양식품이라 할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중략) 

창난젓에는 고기와는 다른 영양성분이 상당히 포함돼있다.


예를 들면 지구상에 80여종의 원소가 있는데 사람 몸에는 37종가량이 필요하다.

이 37종 원소를 생선이 가지고 있는데 살보다 내장 속에 숨어있다. (하략)」

1937년이면 지금으로부터 80여년 전이다.

당시 <동아일보>가 전한 것처럼 창난젓에 이러한 영양분이 함유돼있을까.

현대 의학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인용해본다. 

「창난은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인, 철 등이 고루 함유돼 있으며 필수아미노산인 트레오닌과 라이신이 다량 함유돼있다. 또 소화를 돕고 성장을 촉진시키는 비타민B₁, 비타민B₂, 비타민E 등이 다량 함유돼있다. 발효식품으로, 장에 좋은 성분과 칼슘성분이 월등하게 많이 함유돼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창난젓이 언제부터 식용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번역한 이익의 <성호사설> 중 ‘생재(生財)’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타난다. 

「동해는 어족의 소굴이 돼, 이곳만큼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 없다. 항상 파도가 일어 조운(漕運)이 불가능하므로, 어민들은 작은 배를 만들어서, 고기 잡고 기타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이로 삼아, 생선·건어·창난젓 등을 마소로 실어낸다.」

위의 창난젓이 원문에는 ‘醢’로 표기돼있다. 醢(해)는 물론 젓갈을 의미하는데 문제는 ‘’이다.

알을 의미하는 란(卵)과 흡사한데 이 한자는 정체불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여러 곳에서 동 글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움에서 그 해답을 찾음이 옳다.

아울러 창난젓의 본격적인 식용 시기는 명란젓과 동일하게 조선 후반부터라고 규정하자.

젓갈 중에서도 왕이 되는 창난젓의 영양
“게의 집게다리를 먹으면 신선이 된다”

간장게장

먼저 한시 한 수를 감상해보자. 서거정의 작품이다.
 
雪滿江皐凍未消(설만강고동미소) 
눈 가득한 언덕에 얼음 아직 녹지 않았으니
此時黃蟹價增高(차시황해가증고) 
이 시기에 노란 게는 값이 더욱 높은데
贈來手劈持杯看(증래수벽지배간) 
선물로 주어 손으로 쪼개어 술잔 들고 보니
風味全勝畢卓螯(풍미전승필탁오) 
필탁의 집게 다리보다 풍미 훨씬 낫네

서거정이 게를 안주 삼아 술 마실 때 그 흥취가 기가 막혔던 모양이다.

‘필탁의 집게다리’를 거론했다.

필탁(畢卓)은 중국 진(晉)나라 때 주호(酒豪, 술을 잘 마시고 주량이 대단한 사람)로 술과 게의 궁합에 관한 글로 유명하다.

그가 남긴 글이다. 

得酒滿數百斛船 四時甘味置兩頭 右手持酒杯 左手持蟹螯 拍浮酒船中 便足了一生矣
수백 곡의 술을 배에 가득 싣고, 사철의 맛 좋은 음식들을 배 양쪽 머리에 쌓아 두고, 오른손으로는 술잔을 들고, 왼손으로는 게의 집게 다리를 들고서 술 실은 배에 둥둥 떠서 노닌다면 일생을 마치기에 넉넉할 것이다.

그런데 필탁과 서거정만이 아니다.

중국의 소식(蘇軾, 소동파)도 그의 작품 속에 ‘반 딱지 노란 게장은 술에 넣어 먹기 알맞고, 두 집게다리 흰 살은 절로 밥을 더 먹게 하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 중국 역사 최고의 시인이며 두주불사였던 이백(李白, 이태백) 역시 그의 작품에서 蟹螯卽金液(해오즉금액)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즉 술을 마시는 데 있어 ‘게의 집게발은 금액이다’라는 것이다. 

금액(황금액)은 고대에 신선의 술법을 닦는 사람들이 만든 단액(丹液, 먹으면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약)의 일종이다.

이것을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게의 집게다리가 바로 그렇다는 말이다. 

이응희 역시 게를 작품으로 남겼다.

감상해보자.

蟹(해)

郭索登筐筥(곽색등광거)
게가 광주리 안에 오르니
多看狀貌奇(다간상모기)
보이는 여러 모습 신기하네
橫行張八脚(횡행장팔각)
옆으로 걸으며 팔자 다리 펼치고
雄悍巨雙肢(웅한거쌍지)
커다란 두 집게다리 날래고 사납네
香滑鉤金醬(향활구금장)
누런 게장 향긋하고 매끄러워
甘柔嚼雪肌(감유작설기)
달고 부드러운 흰 다리 씹네
朱門大牢客(주문대뢰객)
주문에서 대뢰 먹는 사람들
玆味鮮能知(자미선능지)
이 맛 아는 사람 드물리라

곽색(郭索) : 게의 별칭으로 , ‘발이 많다’는 뜻으로 붙여진 별칭이다.

주문(朱門) : 붉은 칠을 한 문이란 뜻으로, 권귀(權貴)나 부호(富豪)의 집을 가리킨다.

대뢰(大牢) :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소·양·돼지를 한 마리씩 쓰는 것으로, 가장 큰 제사다.

여기서는 매우 성대한 음식을 뜻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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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