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알펜시아 새 주인 찾기 프로젝트

혈세 먹는 하마 누구 품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알펜시아리조트의 새 주인 찾기가 어떻게 끝맺음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매각실패로 몸값이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인수자 찾기는 오히려 탄력이 붙은 상태. 다만 예상치 못한 경영진의 일탈 행동과 임직원 고용승계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알펜시아 전경 ⓒ알펜시아

‘알펜시아리조트(이하 알펜시아)’는 2009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491만㎡ 부지에 2009년 지은 종합 리조트다. 2006년 10월 공사가 시작돼 2010년 7월 전체 영업시설을 개장했으며, 골프장·스키장·호텔·콘도·고급 빌라 등으로 구성돼있다. 

옥죄는
빚의 무게

강원도개발공사는 2014년 12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매각에 나섰다. 투자유치자문사 선정 용역 입찰공고를 공사 홈페이지와 나라장터에 게시해 접수를 진행했고, 이듬해 2월 기업평가가 마무리되자 매각 대상자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매각 결정에는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 재정난을 해소한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알펜시아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핵심기반시설로 조성됐지만, 차입금을 끌어다 사업을 추진한 탓에 빚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부채 규모는 한때 1조189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알펜시아 새 주인 찾기 프로젝트는 참담한 실패의 연속이었다. 2016년 6월 중국 기업 2곳과 매각 협약을 맺었지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무산됐다. 2017년 4월에는 싱가포르와 영국 기업들이 강원도개발공사와 타운지구 매각 협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금액 차이로 인해 협상이 중단됐다.


빚더미에 쌓은 올림픽 영광
바닥 친 몸값…이제야 입질

지난해 1월에는 미국계 투자회사 컨소시엄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한껏 기대를 키웠다. 컨소시엄은 알펜시아의 글로벌 이미지에 주목했다며 시설을 아시아 최대 스포츠파크와 휴양시설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해각서 체결 나흘 전까지 강원도에 입금하기로 했던 계약이행 보증금 15억원은 입금되지 않았고, 유예기간까지 넘기면서 협약은 공식적으로 무효 처리됐다.

마음이 급해진 강원도는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알펜시아를 공개 매각하기로 방침으로 선회했다. 유찰될 경우 건물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우려해 추후 숙박지구와 골프장을 구분하는 등 분리매각도 검토했다.
 

▲ 심세일 알펜시아 대표 ⓒ알펜시아

하지만 매각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세 차례에 걸쳐 유찰이 이뤄진 상태다. 지난해 10월 1차 매각공고 결과 다수 기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예비실사를 진행했지만, 입찰 진행 과정에서 무응찰로 유찰됐고, 2·3차 매각공고도 모두 유찰됐다. 1∼2차 입찰 때 1조원 수준이던 매각 가격은 3차 때부터 10% 할인이 적용됐지만, 인수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팔고는 싶은데
제자리걸음

지난 11일에는 네 번째 입찰공고를 내고 매수자 물색에 나섰다. 4차 입찰부터는 20%까지 할인이 가능해 매각 가격은 8000억원대로 떨어졌다.

만약 4차 입찰마저 유찰되면 매각 셈법은 한층 복잡해진다. 공유재산법상 50% 할인도 가능해 5차·6차 입찰도 진행할 수 있지만, 감정평가를 거쳐 공개된 재산 가액의 20%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 추가 입찰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다행인 점은 인수 의향을 드러낸 곳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일 강원도개발공사는 알펜시아 4차 매각공고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결과, 다수의 기업이 의향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4차 매각공고에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달 23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다. 예비실사가 끝나고, 3월3일까지 입찰 및 입찰보증금(매각 금액의 5%) 약 400억원에 대한 납부가 완료되면 본 실사를 통해 올 상반기인 5월에 최종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팔릴 듯 말듯
이번에는 과연

다만 알펜시아 안팎에 산재한 불안요소가 매각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일단 고용승계 여부가 최대 분수령이다.

알펜시아 경영진은 매각 작업에서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기본 원칙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자가 조직 정비의 필요성을 앞세울 경우 고용승계는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알펜시아에 직접 고용된 인원은 약 500명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계약직 신분이다. 매각 협상에 앞서 최우선해야 하는 것이 고용안정대책과 승계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 알펜시아 전경 ⓒ알펜시아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명 강원본부와 알펜시아리조트노동조합은 강원도청 정문 앞에서 알펜시아리조트 공개 매각으로 인한 노동자 고용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는 “매각이라는 불안한 미래에 떨지 않기로 했으며, 직접 행동으로 나서기로 결의한다”며 “강원도와 도개발공사는 우리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을 매수자로 선정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번엔 달라” 말만 몇 번째…
바닥 친 몸값…이제서야 입질

경영진의 공짜 라운딩 및 돈내기 골프 논란이 자칫 매각 작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강원도개발공사는 공짜 라운딩 등과 관련한 감사 결과 알펜시아리조트 임원 2명에 대해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알펜시아 직원 4명과 강원도개발공사 직원 1명 등 5명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강원도개발공사는 지난해 12월 초께 감사를 진행했다. 알펜시아 임원과 강원도개발공사의 간부 등이 코스 점검을 이유로 1년이 넘게 무료 라운딩을 하고, 돈내기 골프를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감사 결과, 이들은 업무적으로 적절한 점검 라운딩은 사전 계획 수립 등을 통해 명확한 근거를 남겨야 한다는 절차를 어겼다. 돈내기 골프 의혹에 대해서는 간식비와 캐디피 지급 명목으로 금전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이번 불미스러운 사태로 강원도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강화해 강원도민들의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산재한
불안요소

그럼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논평을 통해 “도민의 혈세를 축내는 빚덩어리·골칫덩어리 알펜시아의 공기업 간부들이 이러한 특권 남용과 도덕적 기강해이를 보였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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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