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들의 적 ‘김치녀·보슬녀·된장녀’ 감별법

“한국여성 만날 땐 산부인과 검진기록부터…”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온라인상에서 허영과 사치에 물든 한국여성을 지칭하는 새로운 신조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능력은 없으면서 남성에 기대려고만 하는 한국여성들을 비꼬아 지칭하는 언어인데, 같은 의미를 두고 있지만 입맛에 따라 ‘김치녀·된장녀·보슬녀’로 비하해 부르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마치 ‘꽃뱀’처럼 취급당하고 있으며 이들을 감별하고자 하는 수많은 남성들이 ‘한국여성혐오카페’를 만들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의 경험담과 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생일인데 애인한테 명품백 하나 못 사준다는 게 말이 돼? 전에도 그림 사준다 해놓고 안 사주고. 됐다. 돈 없는 남자랑 굳이 만나기 싫다.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데 가서 뭐 사준다 소리나 하고 다니지 마라. 거지같은 게…. 애인한테 비싼 선물 부담된다고 하는 남자도 다 있나? 나한테 한 달에 300만원 이상씩 쓰는 남자들 길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저리 꺼져라.”

애인은 돈 또는 호구?

유머게시판에 올라온 카카오톡(모바일메신저)캡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한 여성이 5년 넘게 알고 만나온 남성에게 비싼 생일선물을 요구했지만 거액이 부담된 남성에게 요구를 거절당하자 막말을 퍼부었던 사례다. 이 같은 사례는 온라인에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는데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국산자가용은 폼이 안 나서 같이 못타고 다니겠다는 여성을 시작으로 처음만난 소개팅 자리에서 1인당 30만원을 훌쩍 넘기는 코스요리를 선택하는 등 허영과 자만심에 빠진 한국여성들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몇 년 전 한 여대생이 쇼프로그램에 출연해 키 180cm를 넘지 않는 남자는 루저(loser)라며 비아냥대 한동안 남성들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이후 당사자와 방송 관계자는 재미를 돋우기 위한 방송 콘셉트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기차는 떠나버린 후였다.

결혼적령기인 대한민국 평범한 여대생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게시판에 자신의 배우자 조건을 차례대로 나열했다. 내용에는 외모부터 경제적 능력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저는 된장녀도 사치녀도 아닙니다. 극히 평범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결혼적령기의 한 여성으로서 저의 배우자를 찾습니다. 나이는 33살 이하면 적당하고, 키와 몸무게는 180cm에 75kg 정도면 괜찮습니다. 서울시내에 24평 이상 아파트 소유해야 하고 승용차는 SM7 이상이면 좋겠습니다. 물론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것은 안 되고요. 연봉 7000만원 이상 남성을 찾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키 168cm에 몸무게 47kg이고 유치원 교사며, 탤런트 조여정과 비슷한 인상입니다. 연봉 5000만원 이하인 남성분들은 결혼 생각 함부로 안 하셨으면 합니다.”    


또 다른 사례자는 한 유머게시판에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여성에게 바가지 씌울 뻔 했던 사례를 게재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여성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여성의 연고가 있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그 여성은 남성이 화장실을 간 사이 코스요리를 주문했고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계속 의심스러웠던 남성은 여성이 자리를 비운 사이 계산서를 확인한 후 깜짝 놀랐다. 그들이 먹은 음식은 1인당 30만원짜리 A급 코스요리였던 것. 데이트 상대가 작정하고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생각이 들 쯤 바가지의 소굴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해 실제로 이런 사건들이 비일비재해 전국에 있는 한국남성들을 긴장하게 하기도 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바(Bar)나 레스토랑,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들이 업주와 미리 짜고 순진한 남성들을 꼬드겨 바가지를 씌운 사건들이 있었다. 그들은 소위 ‘꽃뱀’과 같은 행동을 일삼았는데, 남성과 식사를 한 후 계산서만 남기고 자리를 뜨는 것이다. 이후 연락은 절대 받지 않거나 휴대폰 번호를 바꾸는 등의 수법을 쓰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업주들이 챙긴 하루 매출만 해도 300만원이 넘었다. 

보슬녀·된장녀들의 만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기 힘들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여대생들은 대출금을 대신 갚아줄 남성을 찾고 있다고 당당하게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며, 교통사고를 낸 후 보험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아 피해남성과 하룻밤 잠자리로 합의를 본 여성도 있었다.

한국여자 혐오카페에 한국녀 비하하는 수식어 생기기도
보슬녀, 원하는 것 못 받으면 인격모독에 이별통보까지

이와 같은 사례들을 한데 모아 개념 없는 일부 한국여성들을 고발한 사이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이트에 게재된 게시물에는 물질만능주의로 전락한 한국여성들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더불어 보슬녀·된장녀·김치녀들을 감별할 수 있는 감별법에 관한 글도 목격됐다.

“국산차나 경유차 몰고 다니는 남자 밥맛이다” “돈 잘 버는 운동선수와 결혼하고 싶다” “대학교 청소부 아주머니가 능력 없어서 청소나 하는 주제에 감히 내게 반항 한다” 등의 글은 애교스러운 정도다.

“군대는 그냥 총싸움하러 가는 곳 아닌가. 그깟 2년 바람 쐬고 오는 주제에 출산의 고통을 알기나 하나?”면서 일반남성의 국방의무를 비하한 반면 “국위선양하는 한류스타들은 군 면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의견을 달리했다.


이에 격분한 한국남성들은 더 이상 보슬녀들에게 당하지 말자는 의지를 담아 ‘보슬녀 감별법’을 소개했다. 이중엔 한국여성을 싸잡아 ‘김치녀’라고 욕하는 등 원색적인 여성 비하는 물론 ‘산부인과 검진기록, 재무상태 등부터 꼼꼼히 살펴보라’는 등의 팁(?)도 올라왔다. 

감별법 게시자인 아이디 adonis***는 “그들은 대부분 능력도 안 되면서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위의 잘나가는 남성들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명품의류나 잡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가격까지 줄줄 왼다. 덧붙여 자신이 볼 게 있다면서 명품관에 데려가거나 백화점 명품매장으로 남성을 끌고 가 ‘이쁘지?’라고 되묻곤 한다. 첫 만남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짜고짜 자동차 종류에 대해 묻는 것은 기본이고 더치페이를 하자고 제안하면 후일 ‘비매너’라는 등의 문자가 온다. 계속 울적해있다 뭐든 사주면 얼굴이 활짝 피는 경우가 허다하며 ‘여자는 시집 잘 가야지 팔자 핀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 거의 90% 이상 보슬녀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대사회에서 보슬녀·된장녀 등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불평등한 남녀 성비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외모지상주의와 학벌지상주의 사회풍토로 인해 남자 잘 만나 신분상승의 기회를 노리려는 여성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백마 탄 왕자는 없다

그러나 이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반박한다. 그들은 “한국남성들의 외모지상주의가 여성에게 간접적으로 성형을 권유하게 된 꼴이다. 솔직히 한국남성들은 어리고 몸매 좋은 여성만 보면 침을 흘리면서 명품백, 자동차 등 돈을 퍼다 주지 않은가. 그들의 만행이 한국여성들을 도리어 이렇게 만들었다”며 한국여성 비하글에 강력히 반발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 경기침체에 따라 과소비의 상징인 된장녀의 시대는 가고 바야흐로 간장녀의 시대가 도래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한국여성들도 보다 자기계발에 힘써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남성에게 기대는 구시대 사고방식은 지양해야 된다고 본다. 더욱이 최근에는 일약 신데렐라를 꿈꾸는 한국남성들도 급증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상호 간에 적절한 이해관계를 유지하고 상대에게 무조건적으로 기대는 생각만 버린다면 한국남녀의 갈등의 골은 점점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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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