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감싸는 '수상한 성북동' 이야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27 17: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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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나는 대도들…설설 기는 부자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돈이 많다면 당장이라도 살고 싶은 동네. 고급 주택과 외국 대사관저가 많아 경찰과 보안업체가 수시로 순찰을 도는 동네. 하지만 역설적으로 도둑이 많은 동네. 서울 성북동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인 한 인사의 집에도 도둑이 들었다. 피해액은 '억'소리가 날 정도지만 한 달이 지나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간 큰 도둑'들이 '만찬'을 즐기고 가는 데도 신고도 제대로 못하는 '부자'들, <일요시사>가 그들을 집중 조명했다.

북쪽에는 북한산이 서 있고, 서울 성곽이 부채꼴로 에워싼 성북동은 예로부터 풍수적으로 명당으로 꼽혔다. 여기에 1968년 북악산길과 삼청터널이 개통되면서 도심과의 접근성이 높아졌고 재벌가 사람들의 호화 저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보안수준'도 최고
'도둑수준'도 최고

성북동은 삼성, 현대, LG 등 재벌가 사람들과 주한외국대사관저들도 몰리면서 서울의 대표적 부촌으로 명성을 쌓았다. 타워팰리스 등 대규모 호화 주거시설이 들어선 도곡동과 '한국의 비버리힐즈'로 떠오르고 있는 청담동도 있지만 지금도 서울에서 재벌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는 성북동이다.

성북동이 유명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간 큰 도둑'이다. 성북동이 부촌으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도둑들의 시선도 몰리기 시작했다. '대단한' 사람들이 몰려 사는 만큼 보안수준이나 경비상태도 삼엄하지만 그 만큼 외부와 단절돼 절도범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절도 소식은 잊을만하면 '불쑥' 잘도 튀어나왔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집에 도둑이 들었던 사실도 최근 알려졌다. 범행 한 달만이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서울 성북동 주택에 도둑이 침입해 10돈짜리 금목걸이 1개와 다이아몬드 반지 2개 등 금품을 훔쳐갔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가 "다이아반지가 몇 캐럿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정확한 피해금액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억대에 이르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집이 비었던 당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천 회장 가족은 당일 외출했다 귀가해 보니 천 회장 부인이 핸드백에 넣어뒀던 귀중품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집사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MB친구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다이아 도난 
이웃들 하나같이 묵묵부답 "냄새가 난다"

천 회장의 집 주변에는 다양한 각도를 비추는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천 회장 가족은 도난 사실을 파악한 뒤 뒤늦게 자체적으로 보안 장비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범이 사전에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천 회장의 집을 범행대상으로 선정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또 비슷한 시기 천 회장 자택 인근의 모 기업체 사장이 사는 다른 고급 주택에도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도둑이 침입해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간 것으로 알려졌다.

성북경찰서는 강력반 두 개 팀을 투입해 수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천 회장 주택 주변에 설치된 CCTV 화면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인근 주택에도 도둑의 침입 흔적은 있으나 훔쳐 간 것으로 신고된 물품이 없다"며 "다른 집들에 대해서는 절도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천 회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상대 61학번 동기로 '대통령의 후견인'으로까지 불리며 정권 초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2009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의 이수우 대표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47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6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천 회장은 지난해 9월 '심장 발작 우려가 있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구속집행정지 요청이 받아들여져 현재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이다.

MB 후견인 천 회장
정권 초 영향력 과시

지난해 9월 발생한 이봉서 단암산업 회장 집 절도 사건도 유명하다. 검거된 용의자가 15년 전 성북동과 한남동 일대 주요 재계 인사들의 집을 골라 절도행각을 벌여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대도' 정모씨였기 때문이다. 정씨는 1997년 7월 친형과 함께 성북동과 한남동 일대 재계 인사들의 집에서 수억원대 금품을 털다 경찰에 붙잡혔다. 정씨 형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간한 '한국재계인사록'을 입수해 기업 회장의 자택 5곳을 골라 대낮에 침입 모두 5억8000만원어치의 금품을 강탈했다.

이 회장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사돈이며 6공화국 시절인 1988∼1990년 동력자원부 장관과 1990∼1991년 상공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는 한국능률협회 회장으로도 재임하고 있다.

정씨는 당시 친형과 함께 최순영 전 신동아 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의 집만 골라 수억원의 금품을 훔쳤다. 당시 정씨 형제는 물방울 다이아몬드 등 희귀 귀금속 등을 훔쳤으나 오히려 피해자 상당수가 신분 노출을 꺼려 도난품을 찾아가지 않은 사건으로 더 유명했다.

털리고도 '쉬쉬' 알려질라 '벌벌'

이 회장 집에 대한 범행 수법도 대도다웠다. CCTV가 즐비한 성북동 부촌에서 그가 이 회장 집에 침입한 시각은 오후 2시30분께였다. 그 시각 이 회장의 집 대문은 열려있었다. 사건 발생 직전 택배가 배달되면서 현관문이 열린 채로 있었는데 범인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집 안으로 잠입했다.

빈 집은 아니었다. 가사도우미 한 사람이 집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범인은 집안에서 다이아몬드와 순금 거북이를 비롯해 5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쳐 달아났다. 범인이 집을 떠난 후에도 가사도우미는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을 한동안 알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완벽한 대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치밀하지는 못했다. 이 회장 집 주변 CCTV화면에서 정씨는 자주 등장했다.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온 뒤 경찰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휴대폰을 끄지 않아 경찰에게 실시간으로 현재 위치를 제공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범행 수법도 정씨가 1997년 벌였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1997년 성북동·한남동 고급 주택가에서 절도 행각을 하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2006년 검거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7월 출소한 정씨는 결국 사건발생 14일 만에 충북 영동군 경부고속도로 황간휴게소에서 경찰에게 체포됐다.

보기보다 허술한
성북동 보안상태

경찰은 정씨를 체포한 뒤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경찰은 정씨가 훔친 금품을 홍콩 마카오에서 처분한 행적을 확인하고 현지에 수사관을 급파해 전당포에 맡긴 일부 장물과 장물을 처분한 돈으로 추정되는 현금 1100만원등 증거물을 추가로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재신청, 결국 정씨는 구속됐다.

정씨가 체포되던 날 또 다른 절도미수범인 전모씨도 경찰에 붙잡혔다. 정씨가 이 회장의 집을 털기 불과 15일 전 전씨는 한종우 국민대 이사장 자택에 창문을 통해 침입해 물건을 훔치려다 이사장에게 발각돼 격투를 벌이고 달아났다.

전씨는 비탈길이 많은 성북동 특성상 담장이 낮은 경우가 많은 것을 이용해 손쉽게 안으로 침입했다. 방범용 CCTV 또한 주로 골목 입구나 대문 앞에만 설치돼 있어 담장 쪽은 상대적으로 치안이 허술했다. 게다가 전씨가 열린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경비업체의 경보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CCTV에서 맑은 날에도 우산을 쓰고 다닌 60대 남자를 추적, 절도 전과 6범의 전씨임을 확인하고 그를 검거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전씨가 평소엔 교회 장로로 활동하는 등 '이중생활'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전씨의 부인과 이웃들은 그를 '착하고 마음 여린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부자들 웃고 있어도 눈물 나는 이유 왜?
상당수 신분 노출 꺼려…도둑들 ‘안심’

착하고 신앙심 깊은 남편이라 믿고 살아온 전씨 아내는 경찰조사에서 "남편이 일주일에 이틀은 새벽녘에 귀가하곤 했다"며 "얼마 전에는 갑자기 진주목걸이를 선물로 주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전시는 경찰 조사 과정 내내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사건은 우리주변에서 너무도 흔하게 발생한다.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전국 절도 발생수는 2003년 18만7352건, 2005년 15만5311건, 2005년 18만8780건, 2006년 19만2670건, 2007년 21만2458건 순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07년 기준 빈집에 대한 침입절도는 3만6392건으로 17%에 해당한다. 주변에서 절도피해가 발생하면 대부분 피해자는 절도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피해 물품을 돌려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지금껏 성북동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에서는 이런 적극적인 모습의 피해자들을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지난 2008년 10월17일 발생한 강성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집 절도사건이 대표적이다.

사건은 당시 새벽 3시께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강 전 의원의 집에 도둑이 들면서 시작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고 조사 결과 "도둑은 강 의원의 가족이 잠든 사이 다용도실 창문을 통해 침입했으며, 현금 155만원과 500만원권 수표 1매, 100만원권 수표 3매, 10만원권 수표 80매, 여성용 명품 손목시계 1개, 1캐럿 짜리 다이아 반지 1개 등 약 1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고 밝혔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당시 SBS <8시 뉴스>에서 불거졌다. <8시 뉴스>는 2008년 11월8일 "모 의원이 도난당한 금품 가운데 귀금속 등은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에 없는 것들이다" "신고 몇 시간 뒤 피해 의원측은 도난당한 물건이 없다며 수사를 의뢰하지 않겠다고 밝혀 경찰에 절도 사건으로 접수되지 않았다" "해당 의원은 개 짖는 소리에 놀라 가족들이 신고한 것일 뿐 도둑이 든 적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강 전 의원은 다음 날인 9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의원이 자신임을 밝히면서 "절도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후 신고를 취소하거나 수사요구를 철회한 바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절도사실 사건발생
한달 만에 알려져

누구 말이 맞든 강 전 의원의 집에 침입했던 도둑은 어디선가 웃고 있었을 것이다.

천 회장 집 절도사건도 마찬가지다. 사건은 지난달 22일 발생했는데 알려진 것은 한 달 뒤인 지난 21일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있어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건이 알려졌음에도 이웃들과 동네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뭔가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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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