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막판’ 공정위 타깃 후폭풍

현미경으로 보고 메스 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연초부터 공정위와 기업 간 신경전이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캐내려는 자와 막아내려는 자. 둘 중에 누가 웃게 될까.
 

▲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 착수와 기업 간 공방전은 연례행사처럼 매년 발생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집단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형국이다.

사정권

하림그룹은 공정위 칼끝에 가까워지고 있는 기업이다. 공정위는 하림그룹을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제재할 방침이다. 하림그룹과 공정위는 이미 2년 전부터 공방전을 이어오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12월 하림그룹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을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이다.

공정위가 제재 수준을 결정하려던 중, 하림그룹에서 빗장을 걸었다. 하림그룹은 타 업체의 거래가격과 공정위가 정상가격(시장가격)을 산정하는 데 활용한 자료를 공개해 달라며 열람·복사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9년 10월 대법원은 공정위의 비공개 자료 일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를 하림그룹에 제공하는 대신 소송에 제기된 사안을 입증 자료에서 제외, 새로운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하림그룹은 여기에 다시 행정소송을 걸었다. 현재 관련 소송은 서울고법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해당 소송에서 승소할 시, 이른 시일 내에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패소할 경우에는 공정위가 비공개한 자료의 열람을 허용하고, 한두 달 내 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하림그룹 제재에 착수한 배경에는 ‘올품’이라는 회사가 있다. 올품은 김 회장 아들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김 회장이 올품 지분을 준영씨에게 물려주는 과정에 주목했다. 여기에 부당지원 행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올품 지분이 모두 준영씨에게 넘어간 2012~2016년까지, 올품은 매년 그룹 계열사로부터 700억~800억원가량의 일감을 제공받아 덩치를 키웠다. 이후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 지분 4.3%를 확보했다. 지주회사가 아닌 그룹 밖 계열사가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는 이른바 ‘옥상옥’ 구조가 탄생했다.

롯데그룹 역시 공정위 제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정위는 그룹 계열사 롯데칠성음료와 MJA와인과의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7~2019년 거래 관계를 맺은 바 있다. 공정위는 해당 과정에서 롯데칠성음료가 MJA와인 측을 부당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에서 MJA와인 측에 와인을 싼값에 제공하고, 다시 MJA와인이 와인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익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림, 본격 제재 전부터 첨예한 다툼
롯데,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결과는?
금호, 공정위 직원 매수 혐의로 곤혹  


최근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최근 롯데칠성음료에 발송했다. 이후 공정위는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전원회의를 개최해 위법 여부 및 제재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9년 3월 롯데칠성음료와 MJA와인의 거래 행위를 조사한 바 있다. 애초 롯데칠성음료의 100% 자회사였던 MJA와인은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과 동시에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롯데지주는 MJA와인 지분 100%를 다시 롯데칠성음료에 매각했다.

롯데그룹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계열사 롯데하이마트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408억원을 부과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롯데하이마트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를 포착, 시정 명령과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공정위 제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금호그룹의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을 포착,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는 과징금 320억원이 부과됐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위 고발에 따라 지난해 11월 서울 금호그룹 본사와 서울 아시아나항공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이 가장 높은 금호고속에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편법 지원을 했다고 봤다. 즉,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구도를 편성하려는 사전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이어 공정위는 금호그룹 전략경영실이 금호고속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활용했다고 봤다.

금호그룹은 이번 파고를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직원이 금호그룹 임원에게 수년간 돈을 받고, 부당 내부거래 자료 등 사 측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다 검찰에 구속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12월24일과 같은 달 28일 공정위 직원과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임원을 구속했다. 이들은 각각 증거인멸·뇌물수수, 증거인멸·뇌물공여 혐의를 받는다.

디지털 포렌식 자료 분석 관련 업무를 맡던 공정위 직원은 지난 2014∼2018년 금호그룹 임원에게 수백만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받고, 금호그룹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 중 그룹에 불리한 자료 일부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방전

이 같은 혐의는 공정위 고발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사건이 공정위 직원 개인 비리를 넘어 금호그룹 차원에서 비롯된 일인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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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