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코로나 특수업 열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11 10:10:28
  • 호수 1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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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하기 딱 좋은 날이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섰다. 지난해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비상이 걸린 것. 하지만 일부 업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업종의 인기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를 버텨 온 자영업자들에게 이번 겨울은 더 춥게만 느껴진다. 코로나19에 의한 영업제한,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해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업종에 대해 살펴봤다. 

호황

▲병원 = 코로나19 때문에 재택 근무자와 ‘집콕족’이 늘면서 성형외과와 치과가 호황이다. 성형 의료관광 중국인들이 사라졌지만 성형외과는 오히려 더 붐비는 상황이다. 회복 기간 출퇴근으로 고민하던 국내 고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코로나 블루’ 환자가 늘면서 지난해 1∼10월 신경정신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 늘었고, 성형외과(+10%), 안과(+24%), 피부과(+10%)도 안정적 매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성형외과, 안과, 신경정신과는 2020년 들어 매월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호황이었다. 반면 이비인후과(-11%), 소아청소년과(-10%), 종합병원(-6%), 한의원(-2%) 등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다.


한 성형 커뮤니티에도 “날도 춥고 집에만 있으려니 성형하려 한다” “재택근무라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얼굴 지방 흡입 알아보는 중” 등 성형수술 상담 글이 다수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활동이 줄어 성형 등 수술하기에 적기라는 생각과 함께 박탈된 사회생활에 대한 보상 심리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원 = 코로나19로 학원업계는 울상이지만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은 때아닌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거리두기로 다른 활동을 하기도 어렵고, 여러 분야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도입되면서 차량 이용 필요성도 생겨 그동안 미뤄왔던 운전면허를 따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신규 면허 취득자는 72만6355명이다. 2019년(66만606명), 2018년(60만1597명), 2017년(60만2명) 등 직전 3년 통계에 견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2’ 보고서는 지난해 1~10월 자동차운전학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무술도장학원 매출이 24% 줄고, 예체능 계열 학원이 11%, 외국어학원이 10% 감소하는 등 대부분 교육 업종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 일을 하기 위한 ‘생계형’ 면허를 따려는 이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도로교통공단 통계를 보면, 지난해 원동기 장치 자전거와 2종 소형을 합친 이륜차 면허시험 응시는 13만9344건으로 2019년(11만9772건) 대비 16.3% 증가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기존 일자리를 잃고 배달 일을 시작하거나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직접 배달하기 위해 이륜차 면허를 취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파 많은 식당 대신 도시락
PC방 줄폐업으로 중고PC 호황 

▲도시락업체 = 거리두기 강화로 호황을 누리는 곳 중에는 도시락 배달 업체도 있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장인들의 점심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시락 업체는 코로나19 속 반짝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식당에서 4인까지 식사가 가능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긴 것으로 분석됐다. 

한 도시락 업체는 코로나 특수로 1년 전보다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 식당에서 다닥다닥 붙어 밥을 먹는 게 불안한 회사원들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전반적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달 에 눈에 띄는 신장세를 나타냈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12월8일부터 27일까지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었고, 수도권 지역만 집계할 경우 28.2% 급증했다. 이마트24에서는 올해 도시락 매출이 10.7% 증가했다.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은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혜를 입은 온라인·배달 산업의 성장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상 소비 형태로 자리 잡은 언택트 소비 경향은 사회 여러방면에서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상가 = 용산 전자상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PC방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C방이 포함된 관광·여가·오락 업종은 2020년 1분기 1714개에서 2분기 1만454개로 감소해 폐업률이 10.8%에 달했다. PC방에서 대거 매물로 나온 중고 PC들은 이곳에서 부품별로 재조립되는 등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노트북이 코로나19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재택근무와 가정 학습을 위한 노트북 수요가 커지면서 올해 글로벌 노트북 시장은 최고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도 향후 2년간 이어질 노트북 코로나 특수를 노려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노트북 시장은 지난해 대비 9% 성장하며 지난 2011년 이후 사상 최대치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노트북은 총 1억7300만대 수준으로, 판매액은 1320억달러(약 14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우 = 횡성한우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횡성축협은 지난해 12월 들어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매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총매출액도 30%가량 늘어난 5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모기업에서 이달 초 코로나19로 인해 직원모임을 취소하는 대신 한우세트를 선물하기로 하고 4억원 상당을 주문한 데 이어 2차로 2억5000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주문하는 등 기업체의 단체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횡성축협 측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이 강화된 영향으로 외식을 취소하는 대신 한우세트를 선물하는 신풍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편리


이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을 하지 못하면서 가정간편식 등 온라인 식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식품이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에는 외식을 못 하면서 온라인 식품으로 편리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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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