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김순옥의 망가진 세계

개연성 파괴하는 ‘룰 브레이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시즌3 제작을 예고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시즌1이 지난 5일, 24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2화부터 시청률 10%(닐슨코리아)를 넘긴 이 드라마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28.8% 수치로 마무리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막장 드라마’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시청자들마저 개연성을 의식하지 않는, 이른바 ‘순옥드(김순옥 작가 드라마)’의 망가진 세계관을 짚어봤다. 
 

▲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SBS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관련해 재밌는 글들이 많다. 그 중 ‘<펜트하우스> 시청 유의사항’이라는 제목의 글은, 김순옥 작가 드라마(이하 순옥드)의 특성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막장 꼬리표

“순옥드는 산으로 가지 않는다. 산으로 시작해서 안드로메다로 간다” “순옥드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펜트하우스>를 볼 자세가 안 돼있는 것” “부검할 때까지 죽은 게 아니다” 등이다. 

이 외에도 “순옥드는 순간의 미학. 스토리를 곱씹을 필요가 없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순옥드를 보면 순옥을 따라야 할 뿐” “김순옥 작가가 사과를 오렌지라 하면 그건 오렌지”라고 하는 이도 있다. 

온라인상의 의견을 정리하면 순옥드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설정을 파괴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며,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 자체가 무의미한 비현실적인 세계다. 일반적으로 세밀한 디테일이 현실과 조금만 달라도 몰입이 쉽게 깨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고증하는 데 반해, 순옥드는 빈번하게 개연성을 무시한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지만 사람을 죽인 기억이 수개월 만에 떠오른 오윤희(유진 분)의 모습이나, 혈혈단신으로 호송차량에 사고를 일으켜 오윤희를 빼내는 로건 리(박은석 분) 행동이 대표적인 예다.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설명이 없을 뿐 아니라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그득하다. 

비단 이 같은 현상은 <펜트하우스>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키와 목소리를 비롯해 전반적인 외형이 똑같아도 점 하나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조차 못 하는 SBS <아내의 유혹>과 고종 황제가 세운 대한제국이 2019년까지 유지되며 황제가 존재하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그렸지만, 구체적인 역사를 단 하나도 밝히지 않은 SBS <황후의 품격> 등 김순옥 작가의 작품은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순옥드는 많은 시청자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다음 사건을 만들어 긴장감을 유지해, 개연성이 떨어진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틈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위기에서 구출되자마자 다른 인물끼리의 갈등이 만들어지고, 그 갈등이 풀어질 때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런 식의 긴박한 전개가 가능한 이유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해서다. 김 작가가 ‘룰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울 수 없는 ‘막장 드라마’ 꼬리표
재밌지만…콘텐츠 발전에는 악영향

대다수 드라마 작가는 자신이 세운 설정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작품 내에 존재하는 약속을 지킨다. 실제 생길 법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러 상황을 만들다 보니 이야기 전개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아직도 수작으로 불리는 SBS 드라마 <싸인>(2011)의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는 법의학자와 긴밀히 소통하며 현실성을 높였다. 일주일에 2회차 대본을 써내는 무리한 일정 속에서도 조언을 받는 데만 꼬박 하루를 쓸 정도로 현실과 가까운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작가가 오랜 시간 취재와 학습을 통해 대본의 질을 높인다. 

순옥드에서는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누구나 다녀 본 적 있는 학교생활에서도 현실성은 제로에 가깝다. 

작품 내적으로 보편적인 인간성을 거세한 것도 문제점이다. <펜트하우스>에서 시청자가 마음을 두고 응원할만한 인물은 심수련과 로건 리 뿐이다. 하지만 이들조차 지나친 복수심에 휘둘리고 있어 전적으로 마음을 두기 어렵다.

▲ 펜트하우스 스틸컷 ⓒSBS

이 외 인물들은 최소 소시오패스에 해당할 정도로 지나치게 이기적일 뿐 아니라 범죄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매우 복잡한 세상사에 지나치게 단순한 선을 긋듯 선과 악으로만 구분한다. 대부분 캐릭터가 평면적이다.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작은 일에도 악을 지르고 눈을 까뒤집으며, 극도의 감정을 소모하는 것으로 작품 내 허점을 감춘다. 자극적인 상황을 반복해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매료하지만 이런 이유로 김 작가를 뛰어난 작가로 부르기엔 어려움이 있다. 되려 업계 관행을 깨는 작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년 전 김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의 유혹>을 집필할 때 너무 많은 악플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당시 그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환자들이 아픈 것도 모르고 <아내의 유혹>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드라마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 이후 김 작가는 꾸준히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대본을 집필 중이다. 막장의 요소는 드라마를 거듭할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하지만 김 작가의 발언은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흡인력을 갖추기 위해 드라마의 기본적인 요소를 깨는 것은 과연 온당한 일일까. 현실성을 무시하지 않는 좋은 대본을 집필하는 것이 작가의 미덕 아닐까. 

나쁜 영향력

<펜트하우스>에 익숙해진 시청자는 드라마의 틀을 지키는 다른 드라마를 보고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인간적인 고뇌를 담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누군가의 노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 <펜트하우스>의 경이적인 시청률이 SBS 실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 콘텐츠 질적인 측면에서는 퇴행시키고 있다. ‘본방사수’를 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펜트하우스>. 이를 즐기는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와중에도 순옥드가 가진 문제점은 잊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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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