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7년 만에 빅리거 김하성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1.01.04 09:56:42
  • 호수 13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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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서 월드시리즈 정조준!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평화왕자’ 김하성이 꿈을 이뤘다. KBO리그 최고 유격수를 꼽는 각종 토론에서 이견 없는 최고 유격수로 뽑혀 평화왕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김하성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행선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이다. 올해 야구팬의 볼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 7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김하성

야구팬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MLB닷컴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각)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입단에 합의했다. 아직 구단은 계약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피지컬 테스트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 규모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MLB닷컴 외에도 수많은 외신들이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입단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국내 최고
유격수 출격

디애슬레틱의 데니스 린 기자는 현지 취재진 중 가장 먼저 자신의 트위터에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입단에 합의했다”고 썼고,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역시 트위터를 통해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최소 4년 이상의 계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은 2020년 키움 히어로즈에서 30홈런을 치며 유격수와 3루수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포스팅 시스템(자유계약 자격이 없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소속 구단의 동의를 얻는 제도)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5번째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첫 번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 류현진 투수. 한화 이글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류현진은 지난 2012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LA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에 계약했다. 당시 다저스가 지불한 포스팅 비용 2573만7373달러33센트(한화 약 280억원)를 합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는 국내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류현진 이후 야수인 강정호와 박병호가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투수인 김광현 역시 지난 2019년 12월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며 연착륙했다.

김하성이 선배들의 뒤를 이어 역대 5번째로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프로 데뷔 7년 만이다. 지난 2014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는 2차 3라운드 29순위로 김하성을 지명했다.

역대 5번째 포스팅 통해 MLB 직행
꾸준한 성장, 강정호 넘을 만하다!

입단 첫해 김하성은 백업 내야수와 대주자 요원이었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에는 강정호라는 거대한 산이 위치하고 있었다. 강정호는 2014년 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6(4위), 40홈런(2위), 117타점(3위)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겼다. 장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는 전체 1위였다.

반면 김하성은 단 6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8,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부진한 데뷔 시즌에도 구단은 김하성을 차기 주전 유격수로 점찍었다. 강정호는 2014년 시즌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했기 때문이다. 당시 히어로즈를 이끌던 염경엽 감독과 홍원기 코치는 김하성을 지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강정호는 결국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김하성에게 기회가 열린 것이다. 2015시즌부터 김하성은 팀의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김하성은 그해 140경기에서 타율 0.290, 19홈런, 73타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아쉽게 신인왕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구단의 기대에는 충분히 부응했다.

이후 김하성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통해 힘을 키웠다. 이를 통해 2016년 시즌에 20홈런, 28도루를 수확,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2017년에는 타율 0.302, 23홈런, 114타점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넘어섰다. 
 

2018년에는 타율 0.288, 20홈런, 84타점의 성적으로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9년에도 타율 0.307, 19홈런, 104타점을 올리며 다시 한 번 골든글러브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하성은 강정호를 이어 30홈런 이상 치는 유격수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이는 2020년 시즌에 현실이 됐다. 그해 김하성은 타율 0.306, 30홈런, 109타점이라는 개인 최고 시즌을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에디슨 러셀이 시즌 중 합류함으로써 김하성은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부진한 데뷔
강정호 가고…

김하성이 7시즌 동안 기록한 KBO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이다. 이는 강정호가 9시즌 동안 기록한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강정호의 뒤를 이어 진출에 성공한 김하성에 대해서도 메이저리그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대케 하는 이유다.

김하성은 국제대회에서도 활약했다. 2017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그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시작으로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금메달 획득에 선봉장 역할을 했다.

가장 최근 국제대회인 2019 WBSC 프리미어12에서도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김하성은 포스팅 시스템 참가 자격인 데뷔 시즌 1군 등록일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포스팅 시스템을 거칠 수 있었던 이유는 국제대회 출전으로 1군 등록일수 혜택을 받은 덕분이다. 결국 김하성은 지난 11월 말, 소속팀 키움을 통해 메이저리그 포스팅 공시를 요청하며 꿈을 향해 나아갔다. 

복수의 구단이 김하성에게 관심을 보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등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구단들이 달려들었다. 결국 김하성은 내셔널리그(아메리칸리그와 함께 메이저리그의 양대 리그 중 하나) 서부 지구에 속해 있는 샌디에이고의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꿈을 펼칠 전망이다.

김하성은 피 튀기는 경쟁을 앞두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으로 꼽는 내야진을 갖춘 팀이다. 3루수 매니 마차도는 올스타로 네 차례나 뽑힌 슈퍼스타다. LA 다저스 소속이던 마차도는 지난 2019년 샌디에이고와 계약 기간 10년, 총액 3억달러(약 3385억원)에 계약했다. 이는 김하성의 계약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메이저리그는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연봉이 높은 선수를 우선 기용한다.


스타군단
일원으로

1루는 에릭 호스머가 차지하고 있다. 9시즌 통산 타율 0.278, 176홈런, 770타점을 거둔 팀의 주포다. 파워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4번의 골드글러브(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수에게 주는 상)를 받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한다. 이런 성적을 앞세워 호스머는 샌디에이고와 지난 2018년에 계약 기간 8년, 총액 1억4400만달러(약 1700억원)에 계약했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에는 빅리그 2년 차에 ‘최정상급 내야수’로 성장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자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유망주로 평가받던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임에도 59경기 타율 0.277, 17홈런, 45타점이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는 타티스 주니어가 될 예정이다.

결국 김하성은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2루수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크로넨워스는 지난 시즌 54경기 타율 0.285, 4홈런, 20타점을 기록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8경기(39이닝)에 출전해 3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 탈삼진 24개를 따냈음에도 신인왕 투표 최종 순위에 오르지 못한 김광현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크로넨워스가 버티고 있지만, 김하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존재한다. 바로 크로넨워스의 부진한 좌투수 상대 성적이다. 우투좌타인 크로넨워스는 지난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은 0.218에 불과하다. 만약 제한된 기회 속에서 김하성이 좌투수 상대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출전기회는 시즌이 지날수록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지션을 변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외야수로의 전향이다. 이는 김하성과 크로넨워스 두 선수 모두에게 해당된다. 디애슬레틱 데니스 린 기자는 “샌디에이고는 크로넨워스뿐 아니라 김하성에게까지 외야수로의 포지션 변경을 고려할 것이다. 크로넨워스는 내야수가 아닌 포지션은 거의 경험해 보지 못했다. 김하성 역시 공식적으로 외야수로 뛴 적이 없다. 지명타자 도입이 가장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팀내 주전 경쟁 불가피
‘타도 다저스’ 선봉장?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의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 시즌을 치렀다. 시즌 초반에는 내셔널리그 감독 및 선수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후 오히려 지명타자 제도를 내셔널리그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인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투수도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는 오랜 규칙에 집착했었지만, 지금은 지명타자 제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버드 블랙 감독 역시 “내셔널리그의 지명타자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다. (과거에 비해) 구속이 빨라지고 변화구가 날카로워졌다. 타석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다음 시즌에서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할지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만약 지명타자 제도가 내셔널리그에 도입된다면 김하성의 출전 시간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샌디에이고는 ‘타도 다저스’를 천명했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반면 샌디에이고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김광현이 속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눌렀지만,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샌디에이고를 꺾은 상대가 바로 다저스였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는 같은 지구인 다저스를 누르지 않고서는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영입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하성을 영입하기 전 탬파베이 레이스의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스넬은 2018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각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 수상자다. 이어서 샌디에이고는 시카고 컵스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와의 트레이드에도 합의했다.

서부 지구
박 터진다

다르빗슈는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를 차지한 에이스다. 

샌디에이고는 여기서 그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신시네티 레즈의 트래버 바우어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현지에서 ‘매드맨’으로 불리고 있다.

만약 샌디에이고가 바우어까지 손에 넣는다면 바우어-다르빗슈-스넬-다넬슨 라멧으로 이어지는 사이영상 투수진이 꾸려진다. 이미 호스머-김하성-크로넨워스-타티스 주니어-마차도로 이어지는 막강 화력의 타선을 구축한 상태다. 당장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볼만한 로스터 구성이다.

MLB닷컴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각) “즉시 전력감 다수를 영입한 샌디에이고는 새 시즌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며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자 같은 지구팀인 다저스를 추격했다”고 밝혔다.

과연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기록할 것인가. 야구 예측 시스템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는 “김하성의 2020년 KBO리그 성적을 메이저리그 성적으로 변환하면 타율 0.274, 출루율 0.345, 장타율 0.478, 24홈런, 17도루가 된다”고 내다봤다. 

이는 메이저리그 주전은 물론 올스타를 노려볼만한 성적이다. 김하성은 내년에 만 25세로, 젊은 나이다. 선수로서의 전성기를 시작할 시점이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부상 없이 활약을 꾸준히 펼쳤다. 만약 이러한 기세가 메이저리그에서까지 이어진다면, KBO리그 출신의 타자 중 최초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장밋빛 미래를 그려볼만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 분석가의 김하성 성공요건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미국 현지 매체가 김하성의 성공요건으로 그의 빠른 공 대처 능력을 꼽았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지난해 12월30일 “KBO 리그에는 시속 88~90마일(142~145km)대 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고 드물게 접한 95마일(153km)이 가장 빠른 공이었을 것”이라며 “김하성은 이제 매일 95마일대 강속구를 공략해야 하는데, 적응 기간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짚었다.

타구 속도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시즌 김하성의 가장 빠른 타구 속도는 105마일 정도였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하위권이라는 것.

결국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김하성보다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하고 씁쓸하게 KBO 리그로 복귀했다.

다만 이 매체는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적응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하성에게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인 펫코파크가 우타자에게 친화적이라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다만 생소한 경기장 환경으로 김하성이 어느 정도의 수비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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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