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21 대박 예감 온라인 사업 아이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28 10:29:08
  • 호수 1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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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돈벌이…‘성덕’을 잡아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는 재앙이었다. 올해 인건비와 재료비는 매달 나가지만, 손님이 뚝 끊기면서 가게 매출에 큰 타격이 왔다. 폐업률이 급격하게 치솟자 자영업자들은 업종변경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에 기대되는 온라인 사업 아이템들을 정리했다. 
 

▲ ⓒpixabay

지난 16일 전국 66만 소상공인 사업장의 결제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7~13일) 전국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1을 기록했다. 지난해 100원어치를 팔았다면 올해는 평균적으로 71원어치를 팔았다는 얘기다. 이는 올 초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일었던 지난 2월 마지막 주(2월24일~3월1일) 수치와 같다. 11월 둘째 주(11월9~15일) 0.92까지 회복했던 소상공인 매출은 코로나19 3차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가파른 내리막을 타고 있다.

매출 타격
매장 실종

특히 수도권의 매출 급감이 두드러졌다. 지난 8일부터 서울과 경기와 인천 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올린 여파다. 서울의 소상공인 매출은 지난주 0.62를 기록해 전국 17개 시·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기도 하다. 경기·인천도 각각 0.70, 0.73을 기록해 올해 이 지역 최저치를 경신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지난 9월에도 발령됐지만 수치로 드러나는 충격은 이번이 더 세다.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전보다 거세진 것이 소비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12월은 ‘연말 특수’로 1년 중 씀씀이가 가장 큰 시기다. 송년회 저녁 자리로 주점·식당가는 불야성을 이루고, 크리스마스를 맞아 주요 상점에 쇼핑객이 몰리는 게 보통이다. 


세부 업종별로 살펴보면 대면 접촉이 많아 운영을 제한한 매장들의 타격이 도드라졌다. 집합 금지 시설인 노래연습장의 지난주 매출은 0.09에 불과했다. 장사로 들어오는 돈이 지난해의 10분의 1도 안 됐다는 얘기다.

역시 집합 금지 조처가 내려진 실내체육시설(0.34), PC방(0.44), 영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목욕업(0.24) 등도 매출이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된 식당(0.57)도 매출이 40% 이상 쪼그라드는 등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이로 인해 내년에는 업종변경을 고려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그에 따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늘어나면서 일상생활과 스마트폰 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앱의 사용 시간이 다르다. 누군가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밀리의서재, 리디북스 등을 설치해 전자책을 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물론 젊은 사람들까지 명상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명상앱이 주목받았다. 누적 가입자가 15만명 안팎에 이른다. 명상앱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영어권에서는 2000개가 넘는 명상앱이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만의 아이템 제작 
아마추어 작가 양성

영어 명상앱 1위인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전 세계 3000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하는 ‘캄(Calm)’은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명상앱 콘텐츠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면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콘텐츠다.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명상뿐 아니라 심부름센터에 대한 문의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2년간 생활밀착형 심부름으로 이름을 알린 ‘김집사’가 있다. 김집사는 쓰레기 버리기부터 음식·식료품 배달, 세탁물 찾아주기, 우체국 대신 가기 등 별것 아닌 듯하지만 직접 하려면 귀찮은 일을 대신해준다.

서울 강남과 송파, 경기도 판교 등에 자리한 500여개 단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유사한 심부름 앱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부름 앱 말고도 우울증, 스트레스 관리에 관한 앱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우울증은 보통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기분이나 감당하기 힘든 말 못할 고민 등을 AI 대화 친구 ‘심심이’에게 부담 없이 털어놓고 소통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실제 심심이의 유저 가운데에는 스트레스가 많거나 우울증, 조현병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심심이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고민을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대화친구로서 이용자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온라인 데이트 앱 ‘틴더(Tinder)’는 지난해에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은 끌어모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앱 분석 업체 앱애니가 발표한 ‘비(非)게임 분야 지출 기준 상위 10위 앱’ 보고서에 따르면 틴더는 넷플릭스, 텐센트 비디오, 아이치이, 유튜브 등 동영상 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순위는 앱 내부에서 결제된 금액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중고물품 거래 앱으로 주목받은 ‘당근마켓’이 맞선마켓이 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앱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굳이 커플이 아니더라도 동네 친구, 멘토와 멘티 등 다양한 관계를 맺는 앱을 개발해 집콕족을 주선해주는 것도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2030세대는 스마트폰으로 맺는 관계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앱
간단하게∼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 다양한 소셜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글을 쓰고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 SNS에서 유명한 글이 책으로 발간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과연 이런 콘텐츠도 책이 될 수 있을까?’ 싶지만 한 권의 번듯한 책으로 나와 내로라하는 기성 작가들의 책보다 많이 팔린다.

누구나 쓰고,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원고를 출간해줄 수 있는 좋은 편집자와 출판사를 만나는 일이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은 웹소설 관련 사이트를 통해 소설을 연재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출간하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최근 ‘나만의 굿즈(Goods)’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굿즈는 주로 ‘팬심’을 겨냥한 디자인 상품을 말한다. 이전에는 연예인의 팬들을 위한 물건으로 굿즈가 한정됐다면 최근에는 직접 만든 나만의 굿즈로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가족, 애인, 반려동물은 물론 인생영화와 문학, 직접 그린 캐릭터, 심지어 끼적인 낙서까지도 나만의 굿즈로 재탄생시켜 독특한 개성을 뽐내기도 한다. 

커스터마이징(Customniz-ing, 생산업체나 수공업자들이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맞춤제작 서비스)을 통해 제작하기도 한다.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불리는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상당히 익숙한 트렌드 중 하나다.


나만의 커스터마이징을 접목한 상품은 신발뿐만 아니라 가전, 가구, 액세서리, 향수, 식음료, 자동차 등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급속도로 분야을 확장하고 그 기술도 점차 첨단화, 디지털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티셔츠, 바지와 같은 옷 주문제작이 가장 많다. 
 

▲ ▲▲ 인터넷 강의

이들은 덕질하는 대상이나 관심사와 관련된 굿즈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서 소유하기를 원한다. 또 굿즈 제작 과정을 SNS로 공유하기도 한다.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나만의 굿즈를 제작하는 과정 역시 소비의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MZ세대가 아니라고 해서 남 일처럼 여긴다면 오산이다. 가게 명함과 스티커 같은 홍보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회사에서 행사 사은품 제작을 담당하게 됐을 때, 특별한 답례품을 제작하고 싶을 때도 직접 만든 나만의 굿즈를 활용하려는 이들이 많으리라 예상된다.

개성 톡톡
나만의 굿즈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군중,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와 자금 조달이란 ‘펀딩’의 합성어로, SNS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의 개인(대중)으로부터 십시일반 소액을 투자받아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투자 방식이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금이 부족해서 창업할 수 없는 경우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도울 때 크라우드 펀딩을 받는 경우도 있다. 버스 기사 마스크 지원 크라우드 펀딩, 코로나19 의료진 돕기 크라우드 펀딩 등이 그 예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이트로는 와디즈, 메이커스, 텀블벅, 오마이컴퍼니 등이 있으며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을 자기계발에 사용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업글 인간’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 말은 단순한 성공이 아닌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계발형 인간들을 이르는 말로, 여기서 ‘업글’은 ‘업그레이드’의 준말이다. 

이는 타인과 경쟁해 승리하기 위한 단순한 스펙을 축적하는 것이 아닌, 삶 전체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즉,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성공이 아닌 성장이며,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닌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나다. 업글 인간들은 자신의 건강과 취미, 여가활동, 지적 성장을 위한 소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올해 ‘온라인 개학’으로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됐다. 온라인 개학은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지 않고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교육업계는 비대면 교육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윤선생의 경우, 자사 화상관리 브랜드 윤선생베이직의 최근 6개월간(5~10월) 신규 회원 가입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4.7% 증가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따른 신조어도 생겨났다. 집에 콕 박혀 있다는 뜻의 ‘집콕’과 ‘학습’이 합쳐진 ‘집콕학습’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집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일컫는 ‘집공족’도 나타났다.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와 ‘온라인’을 통한 연결의 의미를 더한 ‘온택트(On+Contact) 수업’도 새롭게 등장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싸강(사이버 강의)’ ‘온클(온라인 클래스)’ 등의 줄인 말도 유행했다.

학원 비대면 교육 일상화 영향
홈스쿨링·원격수업 등 다변화

‘학습공백’ 또한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이다. 윤선생이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58.9%가 ‘자녀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교육계는 원격수업의 효과를 높이고 학생 개인 간 여건에 따른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별도의 학습꾸러미를 배부했다.

이에 맞춰 교육업계에서는 집에서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고 자녀의 학습 공백을 덜어주는 홈스쿨링 상품 출시가 활발한 한 해였다.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국내 IPTV업체들도 홈스쿨링을 위한 키즈 콘텐츠를 강화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에듀테크’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향후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스마트디바이스 보급으로 민간뿐만 아니라 공교육으로까지 에듀테크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데이터 연구기업 홀론아이큐에 따르면, 전 세계 에듀테크 산업 시장 규모가 5년 뒤에는 4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2021년에도 언택트 시대가 이어질 예정이라 자기계발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해가 바뀌어도 학원을 다녀야 하는 학생들은 물론 성인들도 랜선으로 강의를 듣는 일이 늘어날 전망이다.
 

▲ 유재하 소장 LP ⓒ한양대박물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집 안에서 하는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에 나선 홈트족이 증가했다. 이마트는 올해 1월 대비 9월 홈트 관련 용품 판매가 전반적인 신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헬스 잡화 22.4% ▲아령 93.5% ▲매트 및 짐볼 62.9% ▲헬스 기구 31.7% 등이 각각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홈트족을 위한 온라인 PT 및 홈트 기구 등을 판매하는 것도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음반판매 업체인 예스24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LP 판매가 전년 대비 7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가요 분야에서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4%나 급증했고, 발매 LP도 34종 더 늘었다.

매진 사례도 이어졌다. LP는 재고 처리와 단가 문제 때문에 소량을 한정판으로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LP로 발매된 이소라의 2004년작 6집 ‘눈썹달’은 3000장이 1분 만에 소진됐고, 듀스의 베스트 앨범 ‘듀스 포에버’도 매진 행렬에 가세했다. 지난 10월에는 K팝 걸그룹 블랙핑크가 정규 1집 ‘THE ALBUM’의 LP를 발매해 1만8888장을 모두 팔았다.

건강 관리
홈트족 증가

LP뿐 아니라 필름카메라, 레트로게임기 등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레트로(Retro)는 추억이라는 뜻이 담긴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준말로, 과거의 기억이 남아있던 시절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즉, 옛날에 유행했던 것이 현재에 재조명받고 인기를 끄는 것이 레트로다. 흔히 말하는 복고풍 패션, 복고풍 음악 등을 레트로의 전형이라 볼 수 있다.

내년에도 이 레트로를 재해석한 뉴트로(New-tro) 열풍이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상품을 통해 심리가 안정되는 사람들을 노려 사업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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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