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키워드로 본’ 2020 연예계 핫이슈

환희의 순간부터 최악의 장면까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20년이 저물어간다. 전염병이 몰아친 올해에도 연예계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전 세계를 휩쓴 영광의 순간도 있었던 한편, 마약·도박·갑질로 얼룩진 연예계의 어두운 그림자도 짙었던 한 해였다. 
 

 

올해 초 갑작스럽게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심리, 인적이 드문 거리, 사라진 콘서트와 공연,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영화, 확진자로 인한 방송국 폐쇄, 점점 더 활발해지는 유튜브와 OTT 등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일상에서 국민들은 사투를 벌여나가고 있다.

완전히 달라진 세상 속에서도 연예계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관심을 두는 연예계에는 환희와 영광, 경쟁과 갈등, 감동과 슬픔이 버무려진 희로애락도 이어지고 있다. 키워드를 통해 2020년 연예계 이슈를 짚어봤다.
 
<기생충>

지난 2월 한국 영화계에 새 역사가 쓰였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를 넘어 영화산업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기생충>은 오스카로 불리는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의 쾌거는 한국 영화 100년 역사 중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이자, 세계 영화사에서도 다시 쓰이기 힘든 대기록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도,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것도 처음이다. 한 사람이 한 작품으로 4개의 트로피를 받은 것도 최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1955년 개봉한 <마티> 이후 65년 만의 기록이다. 
 

▲ 기생충 봉준호 감독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발언을 인용해 그에게 헌사를 전하며 전 세계 영화인에게 감동을 전했다.
 
트로트

지난해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이 좋은 결과를 내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편 트로트 예능프로그램은 한국 방송가를 장악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MBC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부캐 유산슬로 트로트 바람이 시작됐고, TV조선 <미스터트롯>은 35%가 넘는 시청률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장민호 등 상위권에 랭크된 가수들은 국내 가요·예능계를 휩쓰는 주역이 됐다. 한동안은 <미스터트롯> 출연진이 나오는 곳이면 시청률이 두 배 이상 뛰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트로트가 바람을 일으키자 모든 채널은 트로트 오디션을 론칭했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 SBS는 <트롯신이 떴다>, KBS는 <전국 트롯체전>을 선보였다. 감정이 과하게 섞인 창법이나 다소간 과장된 퍼포먼스는 젊은 연령층에겐 외면받지만, 40대 이상 연령대에서 트로트는 여전히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언택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올해 연예계에 들이닥친 가장 큰 변화는 언택트(Untact)다. 비대면과 비접촉을 지향하는 언택트는 여러 사람이 모여 진행되는 제작발표회와 쇼케이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온라인 생중계 형식으로 바꿨다.

작품 종영 이후 진행되던 인터뷰도 화상 형태로 바뀌는 등 소통의 방식도 변화를 맞았다. 각자 편안한 공간에서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활기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찰 및 여행 예능이 빗발쳤던 방송가는 스튜디오 형태의 예능만 양산하게 됐다. 다양한 나라를 활보하거나, 각 나라 고유의 음식을 먹어보는 형태의 예능은 사라졌다. 

봉준호·BTS 세계 휩쓴 K-컬쳐
트로트 뜨고 코미디 무너지고

가요계는 ‘방구석 콘서트’로 지칭되는 새로운 형태의 콘서트 문화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콘서트를 관람하는 방법을 창안했다. 

영화계는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겪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기업들은 예년과 비교해 90%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화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국 관객들은 코로나19 불안으로 인해 폐쇄된 공간에서 2시간 넘게 타인과 보내야 하는 영화관을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 놀란 배급사는 신작 개봉을 줄줄이 미루며 악순환을 지속하고 있다. 
 

▲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가수 방탄소년단

이외에도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계 역시 관객의 발길이 끊기며 최악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은 유례없는 수혜를 입었다. 특히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가입자만 1억9500만명으로, 아시아 지역 가입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로이터를 통해 국내 유료 가입자만 330만명이 넘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미디

무려 21년간 일요일 밤의 대미를 장식했던 KBS2 <개그콘서트>가 잠정 휴식에 접어들었다. 재방 기약이 없는 형태로, 사실상 폐지에 가깝다. 지난해 5월 1000회를 맞이하면서 위기설이 대두됐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공개코미디는 뒤처진 시대의 산물로 전락했다.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지 못했고, 화제를 모으는 코너도 전무했다. 기존의 스타 개그맨들은 각 채널의 예능이나 팟캐스트, 유튜브 등 뉴미디어로 뻗어나갔고, 그 사이 무대에 설만한 인재는 고갈됐다.

현재 tvN <코미디 빅리그>가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청률 2%에 화제성도 다른 예능에 비해 많이 처진 성적이다. 국내 최고의 코미디 장르였던 공개 코미디가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 가운데 신인 개그맨 대다수는 유튜브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나 브이로그 형식을 활용해 각자 의견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의 방송을 제작 중이다. 일부 개그맨들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BTS

영화계에 <기생충>이 있었다면 가요계에는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있었다. BTS는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피처링곡 ‘세비지 러브(Savage Love)’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 핫100 차트는 미국 내 라디오 방송 청취자 수, 온 디멘드 음원 다운로드 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순위에 반영한다.

약 3개월 사이에 세 번의 1위를 차지했으며 ‘핫100’에 1위로 진입한 두 곡을 가진 첫 듀오/그룹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오스트레일리아 그룹 ‘비지스’ 이래 최단기간(2개월 3주) 1위 탈환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BTS는 시상식 무대에도 올랐다.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북미 3대 음악 시상식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도 상을 거머쥐었다. 내년 1월 열리는 ‘그래미 어워드’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논란

올해에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마약과 도박처럼 불법을 저지른 연예인들이 적지 않았으며, 문란한 사생활로 인한 폭로, 성추문, 갑질 사태도 이어졌다. 


올해 가요계에서는 특히 마약 스캔들이 눈에 띈다. 가수 휘성이 프로포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한 건물에서 수면마취제류를 투입한 후 실신한 채로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이후 경찰을 통해 소변 검사 등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 개그콘서트 ⓒKBS

M.I.B 출신 래퍼 영크림을 비롯해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사의 나플라, 루피, 블루, 오왼 등이 마약 투약 혐의로 무더기 적발됐다. 

최근에는 비투비의 멤버 정일훈이 약 5년간 가상 화폐를 통해 대마초를 구입하고 흡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연예계와 끊이지 않는 고리와도 같은 도박 스캔들 역시 올해도 연달아 터졌다. 지난 9월 초신성의 멤버 윤학과 성제가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혐의로 입건됐으며, 개그맨 김형인과 최재욱도 서울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 적발됐다. 

코로나로 완전히 뒤바뀐 세상
마약, 도박, 성추문, 갑질도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었던 양현석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매년 연예인들의 잘못된 행동이 구설에 오르는 일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특히 가수 김건모, 레드벨벳 아이린, 엑소의 찬열 등 이미지가 좋았던 스타들의 명예가 폭로로 인해 구겨졌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맹활약하며 선한 이미지를 쌓은 김건모는 결혼까지 이어지는 ‘꽃길’의 행보를 걷다 성폭행 피소를 당하며 방송 활동을 접었다. 그는 피해자의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며 무고죄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는 불기소로 마무리했다.
 

▲ 가수 아이린 ⓒ아이더

아이린은 화보 촬영 중 갑질을 했다는 폭로를 당해 이미지가 실추됐다. 스타일리스트 겸 에디터라고 밝힌 A씨는 아이린으로부터 충격적인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아이린과 관련한 폭로 글이 다수 올라왔고, 결국 아이린은 갑질 행태에 사과했다. 

엑소의 찬열은 과거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B씨로부터 문란한 사생활을 폭로당했다. B씨는 찬열이 자신과 사귀는 중에도 다른 여성들은 물론 지인과도 잠자리를 가졌다고 폭로했고, 찬열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가짜사나이

올 여름을 강타한 콘텐츠는 방송사가 아닌 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채널에서 만든 ‘가짜사나이’다. 인기 유튜버들이 특수부대 UDT 훈련을 체험하는 장면을 날 것 그대로 방영한 ‘가짜사나이’는 엄청난 화력을 일으키며 회당 1000만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훈련대장이었던 이근 대위의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 등 다양한 유행어를 만들며 방송가를 휘젓는 예능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가짜사나이’ 제작진은 CGV를 통한 관람을 비롯해 왓챠와 카카오TV 등 OTT 플랫폼과 계약을 맺으며 몸집을 불리는 등 빠른 행보를 선보이며, 새로운 콘텐츠 시대를 여는 듯했다. 

하지만 시즌2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아이콘이나 다름없었던 이근 대위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다. 또 더 많은 훈련생이 참가한 ‘가짜사나이’ 시즌2는 지나친 가혹행위와 함께 포기를 유도하는 훈련 방식을 보여주어 부정적인 여론도 들끓었다. 

여기에 추가로 교관 중 일부가 퇴폐업소를 방문하고 성 착취 행위를 저질렀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신드롬에 가까웠던 인기가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계란은 온갖 논란에 휘말리다 급기야 시즌2 방영 중 모든 방송 공개를 중단하기로 했다.

떨어진 별

올해 국민을 가장 아프게 한 소식 중 하나는 개그우먼 박지선의 사망일 것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언행으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한 박지선은 지난 11월2일 생을 마감했다. 올해 나이는 36세로 한창 아름다운 나이에 하늘로 떠난 박지선을 향해 예능계의 지인들은 물론 많은 국민이 함께 슬퍼했다. 고인은 생전 피부질환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고 박지선 ⓒSNS

잇따른 성 추문으로 얼룩진 한국 영화계의 거장 김기덕 감독도 사망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했다가, 지난 11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과 베를린, 베니스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김기덕 감독은 2017년 미투 논란에 휩싸인 이후 실추된 이미지로 인해 주로 해외에서 활동했다. 워낙 성추문 논란이 많은 탓에 그의 죽음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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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