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키워드로 본’ 2020 연예계 핫이슈

환희의 순간부터 최악의 장면까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20년이 저물어간다. 전염병이 몰아친 올해에도 연예계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전 세계를 휩쓴 영광의 순간도 있었던 한편, 마약·도박·갑질로 얼룩진 연예계의 어두운 그림자도 짙었던 한 해였다. 
 

 

올해 초 갑작스럽게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심리, 인적이 드문 거리, 사라진 콘서트와 공연,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영화, 확진자로 인한 방송국 폐쇄, 점점 더 활발해지는 유튜브와 OTT 등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일상에서 국민들은 사투를 벌여나가고 있다.

완전히 달라진 세상 속에서도 연예계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관심을 두는 연예계에는 환희와 영광, 경쟁과 갈등, 감동과 슬픔이 버무려진 희로애락도 이어지고 있다. 키워드를 통해 2020년 연예계 이슈를 짚어봤다.
 
<기생충>

지난 2월 한국 영화계에 새 역사가 쓰였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를 넘어 영화산업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기생충>은 오스카로 불리는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의 쾌거는 한국 영화 100년 역사 중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이자, 세계 영화사에서도 다시 쓰이기 힘든 대기록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도,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것도 처음이다. 한 사람이 한 작품으로 4개의 트로피를 받은 것도 최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1955년 개봉한 <마티> 이후 65년 만의 기록이다. 
 

▲ 기생충 봉준호 감독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발언을 인용해 그에게 헌사를 전하며 전 세계 영화인에게 감동을 전했다.
 
트로트

지난해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이 좋은 결과를 내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편 트로트 예능프로그램은 한국 방송가를 장악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MBC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부캐 유산슬로 트로트 바람이 시작됐고, TV조선 <미스터트롯>은 35%가 넘는 시청률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장민호 등 상위권에 랭크된 가수들은 국내 가요·예능계를 휩쓰는 주역이 됐다. 한동안은 <미스터트롯> 출연진이 나오는 곳이면 시청률이 두 배 이상 뛰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트로트가 바람을 일으키자 모든 채널은 트로트 오디션을 론칭했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 SBS는 <트롯신이 떴다>, KBS는 <전국 트롯체전>을 선보였다. 감정이 과하게 섞인 창법이나 다소간 과장된 퍼포먼스는 젊은 연령층에겐 외면받지만, 40대 이상 연령대에서 트로트는 여전히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언택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올해 연예계에 들이닥친 가장 큰 변화는 언택트(Untact)다. 비대면과 비접촉을 지향하는 언택트는 여러 사람이 모여 진행되는 제작발표회와 쇼케이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온라인 생중계 형식으로 바꿨다.

작품 종영 이후 진행되던 인터뷰도 화상 형태로 바뀌는 등 소통의 방식도 변화를 맞았다. 각자 편안한 공간에서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활기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찰 및 여행 예능이 빗발쳤던 방송가는 스튜디오 형태의 예능만 양산하게 됐다. 다양한 나라를 활보하거나, 각 나라 고유의 음식을 먹어보는 형태의 예능은 사라졌다. 

봉준호·BTS 세계 휩쓴 K-컬쳐
트로트 뜨고 코미디 무너지고

가요계는 ‘방구석 콘서트’로 지칭되는 새로운 형태의 콘서트 문화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콘서트를 관람하는 방법을 창안했다. 

영화계는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겪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기업들은 예년과 비교해 90%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화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국 관객들은 코로나19 불안으로 인해 폐쇄된 공간에서 2시간 넘게 타인과 보내야 하는 영화관을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 놀란 배급사는 신작 개봉을 줄줄이 미루며 악순환을 지속하고 있다. 
 

▲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가수 방탄소년단

이외에도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계 역시 관객의 발길이 끊기며 최악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은 유례없는 수혜를 입었다. 특히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가입자만 1억9500만명으로, 아시아 지역 가입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로이터를 통해 국내 유료 가입자만 330만명이 넘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미디

무려 21년간 일요일 밤의 대미를 장식했던 KBS2 <개그콘서트>가 잠정 휴식에 접어들었다. 재방 기약이 없는 형태로, 사실상 폐지에 가깝다. 지난해 5월 1000회를 맞이하면서 위기설이 대두됐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공개코미디는 뒤처진 시대의 산물로 전락했다.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지 못했고, 화제를 모으는 코너도 전무했다. 기존의 스타 개그맨들은 각 채널의 예능이나 팟캐스트, 유튜브 등 뉴미디어로 뻗어나갔고, 그 사이 무대에 설만한 인재는 고갈됐다.

현재 tvN <코미디 빅리그>가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청률 2%에 화제성도 다른 예능에 비해 많이 처진 성적이다. 국내 최고의 코미디 장르였던 공개 코미디가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 가운데 신인 개그맨 대다수는 유튜브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나 브이로그 형식을 활용해 각자 의견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의 방송을 제작 중이다. 일부 개그맨들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BTS

영화계에 <기생충>이 있었다면 가요계에는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있었다. BTS는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피처링곡 ‘세비지 러브(Savage Love)’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 핫100 차트는 미국 내 라디오 방송 청취자 수, 온 디멘드 음원 다운로드 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순위에 반영한다.

약 3개월 사이에 세 번의 1위를 차지했으며 ‘핫100’에 1위로 진입한 두 곡을 가진 첫 듀오/그룹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오스트레일리아 그룹 ‘비지스’ 이래 최단기간(2개월 3주) 1위 탈환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BTS는 시상식 무대에도 올랐다.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북미 3대 음악 시상식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도 상을 거머쥐었다. 내년 1월 열리는 ‘그래미 어워드’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논란

올해에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마약과 도박처럼 불법을 저지른 연예인들이 적지 않았으며, 문란한 사생활로 인한 폭로, 성추문, 갑질 사태도 이어졌다. 


올해 가요계에서는 특히 마약 스캔들이 눈에 띈다. 가수 휘성이 프로포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한 건물에서 수면마취제류를 투입한 후 실신한 채로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이후 경찰을 통해 소변 검사 등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 개그콘서트 ⓒKBS

M.I.B 출신 래퍼 영크림을 비롯해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사의 나플라, 루피, 블루, 오왼 등이 마약 투약 혐의로 무더기 적발됐다. 

최근에는 비투비의 멤버 정일훈이 약 5년간 가상 화폐를 통해 대마초를 구입하고 흡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연예계와 끊이지 않는 고리와도 같은 도박 스캔들 역시 올해도 연달아 터졌다. 지난 9월 초신성의 멤버 윤학과 성제가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혐의로 입건됐으며, 개그맨 김형인과 최재욱도 서울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 적발됐다. 

코로나로 완전히 뒤바뀐 세상
마약, 도박, 성추문, 갑질도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었던 양현석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매년 연예인들의 잘못된 행동이 구설에 오르는 일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특히 가수 김건모, 레드벨벳 아이린, 엑소의 찬열 등 이미지가 좋았던 스타들의 명예가 폭로로 인해 구겨졌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맹활약하며 선한 이미지를 쌓은 김건모는 결혼까지 이어지는 ‘꽃길’의 행보를 걷다 성폭행 피소를 당하며 방송 활동을 접었다. 그는 피해자의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며 무고죄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는 불기소로 마무리했다.
 

▲ 가수 아이린 ⓒ아이더

아이린은 화보 촬영 중 갑질을 했다는 폭로를 당해 이미지가 실추됐다. 스타일리스트 겸 에디터라고 밝힌 A씨는 아이린으로부터 충격적인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아이린과 관련한 폭로 글이 다수 올라왔고, 결국 아이린은 갑질 행태에 사과했다. 

엑소의 찬열은 과거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B씨로부터 문란한 사생활을 폭로당했다. B씨는 찬열이 자신과 사귀는 중에도 다른 여성들은 물론 지인과도 잠자리를 가졌다고 폭로했고, 찬열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가짜사나이

올 여름을 강타한 콘텐츠는 방송사가 아닌 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채널에서 만든 ‘가짜사나이’다. 인기 유튜버들이 특수부대 UDT 훈련을 체험하는 장면을 날 것 그대로 방영한 ‘가짜사나이’는 엄청난 화력을 일으키며 회당 1000만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훈련대장이었던 이근 대위의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 등 다양한 유행어를 만들며 방송가를 휘젓는 예능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가짜사나이’ 제작진은 CGV를 통한 관람을 비롯해 왓챠와 카카오TV 등 OTT 플랫폼과 계약을 맺으며 몸집을 불리는 등 빠른 행보를 선보이며, 새로운 콘텐츠 시대를 여는 듯했다. 

하지만 시즌2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아이콘이나 다름없었던 이근 대위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다. 또 더 많은 훈련생이 참가한 ‘가짜사나이’ 시즌2는 지나친 가혹행위와 함께 포기를 유도하는 훈련 방식을 보여주어 부정적인 여론도 들끓었다. 

여기에 추가로 교관 중 일부가 퇴폐업소를 방문하고 성 착취 행위를 저질렀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신드롬에 가까웠던 인기가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계란은 온갖 논란에 휘말리다 급기야 시즌2 방영 중 모든 방송 공개를 중단하기로 했다.

떨어진 별

올해 국민을 가장 아프게 한 소식 중 하나는 개그우먼 박지선의 사망일 것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언행으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한 박지선은 지난 11월2일 생을 마감했다. 올해 나이는 36세로 한창 아름다운 나이에 하늘로 떠난 박지선을 향해 예능계의 지인들은 물론 많은 국민이 함께 슬퍼했다. 고인은 생전 피부질환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고 박지선 ⓒSNS

잇따른 성 추문으로 얼룩진 한국 영화계의 거장 김기덕 감독도 사망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했다가, 지난 11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과 베를린, 베니스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김기덕 감독은 2017년 미투 논란에 휩싸인 이후 실추된 이미지로 인해 주로 해외에서 활동했다. 워낙 성추문 논란이 많은 탓에 그의 죽음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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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