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카프로 사이에 둔 빛바랜 밀당 내막

먹을 수도 뱉을 수도 ‘진퇴양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업체 ‘카프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잘 나갔던 시절도 있었지만 중국 발 제품의 공급 증가로 회사의 전략적 가치는 추락했다. 이로 인한 주주들의 무관심 속에서 실적마저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카프로는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을까?
 

▲ 카프로 ⓒ카프로

1965년 국영기업 한국카프로락탐으로 출발한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및 유안비료의 제조를 주된 영업으로 하며 1969년 설립됐다. 카프로락탐은 의류, 타이어코드, 어망, 카펫용 나일론의 원료로, 카프로가 국내 유일의 생산업체다. 카프로는 1974년 민영화와 기업공개(IPO)를 거쳤다. 현재 1대 주주와 2대 주주로 있는 효성과 코오롱도 이때부터 카프로의 경영에 참여해왔다. IPO 당시 주주구성은 ▲동양나일론(현 효성) 20% ▲코오롱 19.2% ▲고려합섬 7.4%였다.

잘 나갔지만…
악순환 지속

카프로는 국내 카프로락탐 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하면서 2011년까지만 해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2100억원에 육박하는 알짜 회사였다. 그러나 실적 쇼크와 효성 총수 일가의 지분정리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카프로의 장기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강등했다. 단기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카프로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한 단계씩 낮춰 각각 BBB+(안정적), A3+로 제시했다.

카프로의 신용등급 강등은 수익성 악화 탓이다. 중국발 공급 증가로 1년 만에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공급 과잉이 극심했던 2015년에는 매출이 기존의 5분의 1인 2150억원까지 떨어졌다.


또 카프로의 최대주주 효성그룹의 총수 일가가 2013년부터 카프로 주식을 내다 팔아 지분을 정리한 것도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카프로는 효성과 코오롱의 고정적인 거래 수요 등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특수관계인인 조석래 회장이 보유하던 카프로 지분 전량을 장내매도했고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3남 조현상 효성 부사장도 카프로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국내 유일’ 시장 싹쓸이하다 내리막길
‘반짝 흑자’ 다시 적자로…빚 위험 수위

하지만 카프로에도 기사회생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7년 카프로락탐의 가격이 상승한 것. 당시 카프로락탐의 국제가격은 t당 2000달러에 육박했다. 카프로락탐의 재료인 싸이크로헥사논의 가격이 2016년 t당 1070달러에서 2017년 1491달러까지 오르며 판매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카프로는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바스프(BASF)와 합작투자 논의가 진행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올렸고 한국산 카프로락탐이 인도에서 인기가 좋다는 것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투자업계에서도 “카프로는 인도의 폭발적인 수요의 직접적인 수혜를 보고 있다”며 카프로 실적의 방향에 주목했다.
 

▲ 권용대 카프로 대표

2017년 흑자전환 이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던 카프로가 다시 실적악화의 늪에 빠졌다. 2017년 5412억9600만원에서 2018년 5792억6000만원까지 상승했던 매출액은 지난 2019년에 4402억3400만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1823억1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494억4800만원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7년 242억4200만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곧바로 2018년 156억4300만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19년 473억89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476억3000만원으로 이미 지난 2019년 전체 손실액을 넘어섰고 전년 동기 141억200만원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거래량 감소
저조한 수출

당기순이익은 2017년 123억4900만원에서 2018년 100억43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지난 2019년 828억19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순손실은 488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83억7400만원)의 6배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

카프로가 3년 만에 다시 영업적자를 낸 이유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및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감소로 카프로락탐의 국제 가격이 다시 떨어진 탓이다. 계속 하락하는 시장점유율과 수출의 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2008년 90%에 육박했던 카프로락탐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78.9%까지 줄어들었다. 

카프로락탐의 수출액도 2017년 2894억9900만원, 2018년 2797억3000만원, 2019년 2018억8000만원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는 804억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617억8000만원에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1대 주주인 효성과 2대 주주 코오롱의 거래량 감소도 카프로의 실적악화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의 거래액은 2017년 1775억400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687억7800만원(전년 동기 1371억2000만원)으로, 코오롱의 거래액은 2017년 526억5300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84억4000만원(전년 동기 135억67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 ▲카프로 본사 ⓒ네이버 지도

카프로의 실적 악화는 부채비율의 상승을 불러왔다. 카프로는 2017년 60.6%, 2018년 97.5% 지난 2019년 65.4%로 총자본이 총부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부채비율이 134.8%로 높아졌다.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보긴 힘들지만 지난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부채비율은 카프로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오랜 갈등 봉합
손 떼기 밑그림?

이런 가운데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카프로의 차입금의존도는 2017년 18.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18.3%, 지난해 28.8%로 높아졌고 결국 지난해 3분기 34%를 기록하며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통상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입금 항목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기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총차입금(1223억4900만원) 가운데 1080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된다.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다는 건 그만큼 상환부담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일각에선 효성과 코오롱의 거래량 감소에는 카프로에서 손을 떼려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과거 효성과 코오롱은 카프로의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1996년 효성 측과 코오롱 측이 지분율 싸움과 이에 대한 차명주식 논란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양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와 당시 지분율을 유지하되, 대주주들의 상호 동의 없이는 카프로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합의하에 갈등을 봉합했지만 2004년에는 지분율 확대에 대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효성이 카프로의 지분을 늘리면서 효성과 코오롱 간의 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였다. 당시 효성은 카프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고합이 보유한 지분 7.44%를 인수해 카프로에 대한 지분율을 약 25%로 올렸다.

오랫 동안 경영권 다툼
낮아진 가치로 흐지부지

이에 따라 2대 주주 코오롱(19.24%)과의 지분 격차가 6%포인트 가까이로 벌어졌다. 코오롱은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됐다. 

양 측의 갈등이 종료된 것은 카프로의 국내 카프로락탐 점유율이 떨어지고 나서부터다. 코오롱이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카프로락탐을 수입하기 시작하자, 다른 나일론 생산업체들 역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회사들로부터 원료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효성과 코오롱은 전략적 가치가 낮아진 카프로의 지분율을 점차 낮추기 시작했다.


실제 2013년까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효성 측의 카프로 지분율은 27.73%에 달했지만 지난해 3분기 12.75%에 불과했다. 코오롱 또한 2016년부터 카프로의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해 올해 3분기 9.56%만을 남겨둔 상태다.
 

▲ 카프로 황산공장 ⓒ카프로

지분율이 낮아지며 효성과 코오롱은 끝내 갈등을 봉합했지만 2017년 소액주주를 등에 업은 경영진과의 분쟁이 발생했다. 코오롱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효성 측이 카프로락탐 공급과잉을 이유로 카프로 경영진에게 감산을 요구했으나 적자를 감수하고 공장이 가동되자 지난 2017년 이사진 교체를 시도한 것이다.

효성과 코오롱은 같은 해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승언 당시 대표의 교체에 실패했다. 이후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이 계속되자 당시 경영진은 효성 측 사내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데에 합의했다. 2018년 박승언 대표의 사임 이후엔 현재 코오롱 출신 권용대 대표가 카프로를 이끌고 있다.

“질의 금지”
답변 거부

카프로의 추락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면서 전방인 섬유산업이 더 침체되면 카프로락탐의 가격도 더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과연 카프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카프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외부의 질의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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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