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카프로 사이에 둔 빛바랜 밀당 내막

먹을 수도 뱉을 수도 ‘진퇴양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업체 ‘카프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잘 나갔던 시절도 있었지만 중국 발 제품의 공급 증가로 회사의 전략적 가치는 추락했다. 이로 인한 주주들의 무관심 속에서 실적마저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카프로는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을까?
 

▲ 카프로 ⓒ카프로

1965년 국영기업 한국카프로락탐으로 출발한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및 유안비료의 제조를 주된 영업으로 하며 1969년 설립됐다. 카프로락탐은 의류, 타이어코드, 어망, 카펫용 나일론의 원료로, 카프로가 국내 유일의 생산업체다. 카프로는 1974년 민영화와 기업공개(IPO)를 거쳤다. 현재 1대 주주와 2대 주주로 있는 효성과 코오롱도 이때부터 카프로의 경영에 참여해왔다. IPO 당시 주주구성은 ▲동양나일론(현 효성) 20% ▲코오롱 19.2% ▲고려합섬 7.4%였다.

잘 나갔지만…
악순환 지속

카프로는 국내 카프로락탐 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하면서 2011년까지만 해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2100억원에 육박하는 알짜 회사였다. 그러나 실적 쇼크와 효성 총수 일가의 지분정리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카프로의 장기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강등했다. 단기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카프로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한 단계씩 낮춰 각각 BBB+(안정적), A3+로 제시했다.

카프로의 신용등급 강등은 수익성 악화 탓이다. 중국발 공급 증가로 1년 만에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공급 과잉이 극심했던 2015년에는 매출이 기존의 5분의 1인 2150억원까지 떨어졌다.


또 카프로의 최대주주 효성그룹의 총수 일가가 2013년부터 카프로 주식을 내다 팔아 지분을 정리한 것도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카프로는 효성과 코오롱의 고정적인 거래 수요 등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특수관계인인 조석래 회장이 보유하던 카프로 지분 전량을 장내매도했고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3남 조현상 효성 부사장도 카프로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국내 유일’ 시장 싹쓸이하다 내리막길
‘반짝 흑자’ 다시 적자로…빚 위험 수위

하지만 카프로에도 기사회생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7년 카프로락탐의 가격이 상승한 것. 당시 카프로락탐의 국제가격은 t당 2000달러에 육박했다. 카프로락탐의 재료인 싸이크로헥사논의 가격이 2016년 t당 1070달러에서 2017년 1491달러까지 오르며 판매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카프로는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바스프(BASF)와 합작투자 논의가 진행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올렸고 한국산 카프로락탐이 인도에서 인기가 좋다는 것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투자업계에서도 “카프로는 인도의 폭발적인 수요의 직접적인 수혜를 보고 있다”며 카프로 실적의 방향에 주목했다.
 

▲ 권용대 카프로 대표

2017년 흑자전환 이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던 카프로가 다시 실적악화의 늪에 빠졌다. 2017년 5412억9600만원에서 2018년 5792억6000만원까지 상승했던 매출액은 지난 2019년에 4402억3400만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1823억1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494억4800만원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7년 242억4200만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곧바로 2018년 156억4300만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19년 473억89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476억3000만원으로 이미 지난 2019년 전체 손실액을 넘어섰고 전년 동기 141억200만원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거래량 감소
저조한 수출

당기순이익은 2017년 123억4900만원에서 2018년 100억43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지난 2019년 828억19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순손실은 488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83억7400만원)의 6배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

카프로가 3년 만에 다시 영업적자를 낸 이유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및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감소로 카프로락탐의 국제 가격이 다시 떨어진 탓이다. 계속 하락하는 시장점유율과 수출의 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2008년 90%에 육박했던 카프로락탐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78.9%까지 줄어들었다. 

카프로락탐의 수출액도 2017년 2894억9900만원, 2018년 2797억3000만원, 2019년 2018억8000만원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는 804억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617억8000만원에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1대 주주인 효성과 2대 주주 코오롱의 거래량 감소도 카프로의 실적악화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의 거래액은 2017년 1775억400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687억7800만원(전년 동기 1371억2000만원)으로, 코오롱의 거래액은 2017년 526억5300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84억4000만원(전년 동기 135억67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 ▲카프로 본사 ⓒ네이버 지도

카프로의 실적 악화는 부채비율의 상승을 불러왔다. 카프로는 2017년 60.6%, 2018년 97.5% 지난 2019년 65.4%로 총자본이 총부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부채비율이 134.8%로 높아졌다.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보긴 힘들지만 지난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부채비율은 카프로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오랜 갈등 봉합
손 떼기 밑그림?

이런 가운데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카프로의 차입금의존도는 2017년 18.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18.3%, 지난해 28.8%로 높아졌고 결국 지난해 3분기 34%를 기록하며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통상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입금 항목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기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총차입금(1223억4900만원) 가운데 1080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된다.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다는 건 그만큼 상환부담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일각에선 효성과 코오롱의 거래량 감소에는 카프로에서 손을 떼려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과거 효성과 코오롱은 카프로의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1996년 효성 측과 코오롱 측이 지분율 싸움과 이에 대한 차명주식 논란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양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와 당시 지분율을 유지하되, 대주주들의 상호 동의 없이는 카프로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합의하에 갈등을 봉합했지만 2004년에는 지분율 확대에 대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효성이 카프로의 지분을 늘리면서 효성과 코오롱 간의 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였다. 당시 효성은 카프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고합이 보유한 지분 7.44%를 인수해 카프로에 대한 지분율을 약 25%로 올렸다.

오랫 동안 경영권 다툼
낮아진 가치로 흐지부지

이에 따라 2대 주주 코오롱(19.24%)과의 지분 격차가 6%포인트 가까이로 벌어졌다. 코오롱은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됐다. 

양 측의 갈등이 종료된 것은 카프로의 국내 카프로락탐 점유율이 떨어지고 나서부터다. 코오롱이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카프로락탐을 수입하기 시작하자, 다른 나일론 생산업체들 역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회사들로부터 원료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효성과 코오롱은 전략적 가치가 낮아진 카프로의 지분율을 점차 낮추기 시작했다.


실제 2013년까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효성 측의 카프로 지분율은 27.73%에 달했지만 지난해 3분기 12.75%에 불과했다. 코오롱 또한 2016년부터 카프로의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해 올해 3분기 9.56%만을 남겨둔 상태다.
 

▲ 카프로 황산공장 ⓒ카프로

지분율이 낮아지며 효성과 코오롱은 끝내 갈등을 봉합했지만 2017년 소액주주를 등에 업은 경영진과의 분쟁이 발생했다. 코오롱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효성 측이 카프로락탐 공급과잉을 이유로 카프로 경영진에게 감산을 요구했으나 적자를 감수하고 공장이 가동되자 지난 2017년 이사진 교체를 시도한 것이다.

효성과 코오롱은 같은 해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승언 당시 대표의 교체에 실패했다. 이후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이 계속되자 당시 경영진은 효성 측 사내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데에 합의했다. 2018년 박승언 대표의 사임 이후엔 현재 코오롱 출신 권용대 대표가 카프로를 이끌고 있다.

“질의 금지”
답변 거부

카프로의 추락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면서 전방인 섬유산업이 더 침체되면 카프로락탐의 가격도 더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과연 카프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카프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외부의 질의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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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