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33·34) 된장, 콩나물

친근한 음식, 옛날에는?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pixabay

된장

내 고향 노원에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있다.

수락산(水落山)의 수(水)는 수석(水石)의 준말이다.

즉 아름다운 물과 돌로 이뤄진(落) 산이라 해서 수락산이라 이름 지어졌다.

불암산(佛巖山)의 불암은 ‘부처 바위’라는 의미로, 바로 불암산에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던 사찰 불암사(佛巖寺)에 의해 붙은 이름이다.


불암산의 원래 이름은 천보산(天寶山)이었는데 사찰 불암사가 유명한 관계로 산 이름 전에 ‘불암사’를 되뇌다 결국 불암이 산 이름이 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자주 발견하는데, 은행나무로 유명한 경기도 용문산 역시 그렇다.

용문산의 이름은 원래 미지산(彌智山)이었다.

그런데 그곳의 사찰인 용문사의 위세로 산 이름이 자연스럽게 용문산으로 변화된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느닷없이 왜 서두를 이렇게 잡았을까.

바로 된장의 주재료인 메주콩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서다. 

메주를 만드는 노란 콩의 이름은 그냥 두(豆) 혹은 큰 콩(大豆)으로 불렸는데 그 콩으로 메주를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름이 메주콩으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함이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의문이 발생한다.

검은콩으로는 왜 메주를 만들지 않았느냐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필자의 추측으로는 백의민족을 표방하는 우리 민족의 저변에 깔려 있는, 흰색을 좋아하는 이유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실 검은콩의 경우 생산량도 메주콩에 비해 저조했지만 그리 애용되지 않았었다.

그저 메주콩의 보완재로만 여겨지다 현대 들어 그 효능이 밝혀지면서 각광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런 해석이 능히 가능하다.

이제 메주콩을 재료로 만든 된장에 대해 언급하자.

<한국민족문화대백과>를 살피면 ‘된장은 메주에 소금물을 알맞게 부어 익혀서 장물을 떠내지 않고 그냥 만들기도 한다. 된장은 간장과 함께 예로부터 전해진 우리나라의 조미식품(調味食品)으로 음식의 간을 맞추고 맛을 내는 데 기본이 되는 식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된장을 만드는 과정과 조미식품이란 해석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된장이 단순히 조미식품에 불과하느냐의 문제다.

과거 문헌들을 살피면 된장이 밥반찬으로 이용됐다거나 또 힘든 시기에는 ‘된장을 풀어 죽을 쒀서 먹었다’는 기록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밝히고 넘어가자.

김영삼 전 대통령과 관련된 된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 전 대통령이 우리 헌정 사상 최연소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과 대통령의 직위에까지 오른 그 근저에 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김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던 1954년 무렵 그의 지역구인 거제에는 실향민들을 포함해 가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 현상을 살핀 김 전 대통령이 멸치를 팔아 된장을 구입하여 수시로 그들에게 제공했고, 27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당시 거제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된장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는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먹을 음식이 변변치 않은 마당에 된장이 조미 역할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다.

이제 된장의 효능에 대해 살펴보자.


<중앙일보> 기사로 대체한다.

된장의 건강상 효능은 암 예방, 항산화, 비만 억제, 염증 치료, 혈압 강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 등이다.

동물실험에선 된장을 먹은 쥐의 체중 감량 효과가 고추장을 먹은 쥐보다 컸다.

된장에 풍부한 아이소플라본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춰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된장과의 인연
조선시대엔 콩나물로 김치 담갔다?

콩나물

콩나물은 대두(大豆)를 발아시켜 싹을 틔운 나물이다.

먼저 대두에 대한 작품을 감상해보자.

성현의 작품 ‘대두’(大豆)이다. 

奇種從誰得(기종종수득)
뛰어난 품종 누구에게 얻었는가
曾從上國來(증종상국래)
일찍이 중국에서 전래되었네
托根隨地出(탁근수지출)
어느 땅에나 뿌리 내려 싹 틔우고
引蔓向空回(인만향공회)
공중 향해 돌아 넝쿨 뻗네
紫萼凌霄短(자악능소단)
자색 꽃은 능소화보다 작고
靑稭豆莢堆(청개두협퇴) 
푸른 줄기에 꼬투리 주렁주렁 
殷勤爲收子(은근위수자)
정성스럽게 씨앗 거둬
却欲遍園栽(각욕편원재)
두루두루 밭에 심어보려네

다음은 이응희의 작품이다.

大豆(대두)
대두

大豆田間種(대두전간종)
밭 사이에  콩 심으니
離披萬葉敷(이피만엽부) 
많은 잎이 가득 펼쳐졌네
露花明紫玉(로화명자옥) 
이슬 맞은 꽃 붉은 옥처럼 밝고
霜莢抱黃珠(상협포황주) 
서리 맞은 콩깍지 누런 구슬 머금었네
子美豐盤膳(자미풍반선) 
두보의 밥상 풍성하게 했고
哀公助鼎需(애공조정수) 
애공은 제수 도왔네
穀中多有力(곡중다유력) 
곡물 중에 많고 힘 있어
能養濯龍駒(능양탁룡구) 
탁룡의 말 기를 수 있었네

* 자미는 두보를, 애공은 중국 노(魯)나라 임금을 지칭하고 탁룡은 고대 마굿간 이름이다.
 
상기의 두 작품을 살피면 공통된 장면이 등장한다.

콩꽃에 대해서다.

성현에 따르면 콩꽃은 능소화와 비슷한 자색이지만 크기는 작다했고 이응희는 이슬 맞은 꽃이 붉은 옥처럼 밝다고 했다.

콩꽃.

필자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콩 농사를 지어봤지만 콩꽃을 상세하게 살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를 계기로 콩꽃을 찾아 자세하게 관찰하고는 선조들의 관찰력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콩나물에 접근해보자.

콩나물은 앞서 밝힌 대로 콩을 발아시켜 싹을 틔운 나물로 국을 끓이거나 무침으로 먹고는 한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는 무침이나 국으로 식용한 대목보다 김치로 담가 먹은 기록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실례로 이익의 <성호전집>에 淹爲黃卷菹一盤(엄위황권저일반)이란 글귀가 실려 있다.

황권은 大豆黃卷(대두황권)의 줄인 말로 콩나물을 의미하는데 이를 번역하면 ‘콩나물로 담근 김치 한 접시를 마련하다‘라는 의미다.

즉 조선 시대에는 콩나물로 김치를 담가 먹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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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