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냐 딸이냐’ 미원상사그룹 계열분리 시나리오

장남 따라잡는 장녀…판 뒤집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미원상사그룹 승계구도에 눈길이 간다. 애초 후계 경쟁력을 선점했던 장남에 비해 장녀의 존재감이 비교적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장남 중심의 수직 계열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장녀의 등장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 미원상사 본사 ⓒ네이버 지도

미원상사그룹은 기초 화학 소재와 첨단정밀 화학 소재를 다루는 중견 화학사다. 지난 1959년 설립돼 업력만 60년이 넘었다. 창업주는 고 김진박 회장. 이북 출신의 자수성가형 오너로 ‘화학 외길’만 걸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미원상사그룹은 오너 2세 김정돈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다.

중견 화학사
60년 업력

미원상사그룹은 지난 2009년 미원상사를 인적 분할해 미원스페셜케미칼을 설립했다. 2017년에는 다시 미원스페셜케미칼을 신생 법인 미원홀딩스와 존속 법인 미원스페셜티케미칼로 인적 분할하면서 지주사 전환의 기틀을 닦았다. 업계 안팎에선 향후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으로 바라봤다.

김정돈 회장의 장남 김태준씨는 미원홀딩스 지분을 대거 확보하기 시작했다. 분할이 이뤄졌던 그해 12월 태준씨는 모두 8차례에 걸쳐 미원홀딩스 주식 24만9960주를 사들였다. 동시에 태준씨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그룹 계열사 미원화학과 미원상사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태준씨의 미원홀딩스 지분 매입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재원 마련을 위한 매도로 해석됐다. 당시 태준씨가 처분한 주식 단가는 모두 100억원에 육박했다.


태준씨는 이듬해인 2018년에도 미원홀딩스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그해에만 모두 9차례에 걸쳐 4만6181주를 매수하면서 34만4000주(14.83%)에 안착했다. 현재 태준씨는 미원홀딩스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면서 공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원홀딩스는 미원상사그룹의 여러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태준씨가 미원홀딩스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점은 향후 승계와 연결 지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원홀딩스는 8개 해외 법인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또 상장 계열사인 미원스페셜티케미칼과 동남합성 지분을 각각 31.89%, 40.26% 소유한 최대주주다. 두 계열사는 미원상사그룹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법인으로 평가받는다.

미원스페셜티케미칼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37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66억원, 순이익은 395억원을 나타냈다. 올해에도 큰 변수가 없다면 호실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직전년도에 비해 4.5% 하락한 1870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동기간 3.7% 상승한 267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순이익은 2.4% 줄어든 236억원이었다.

3세 경영 쪽으로 급변하는 승계구도
지주사 전환 앞두고 장남 지분 매입

동남합성은 지난해 별도 기준 1260억원 매출액과 98억원 영업이익, 그리고 1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동남합성 성적표는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직전년도 대비 1.9% 하락한 620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3%, 78.1% 증가한 72억원, 63억원을 보였다.


다만 그룹 내에서 태준씨 홀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태준씨는 미원홀딩스의 최대주주지만, 미원홀딩스의 2대 주주인 미원상사와의 지분 차가 0.5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원상사에서는 태준씨와 같은 오너 2세 장녀가 우회적으로 존재감을 기르고 있다. 장녀 김소영씨는 미성종합물산이라는 회사를 통해 미원상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간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미성종합물산의 최초 미원상사 지분 보유 시기는 2002년이다. 당시 미성종합물산은 7700주(0.55%)를 보유하는 데 그쳤다. 2003년에는 이마저도 전량 매도했다. 얼마 동안 지분 변동은 없었지만 2006년부터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미성종합물산은 2006년부터 미원상사 주식 1만1000주(0.52%)를 장내 매수했다. 이때부터 미성종합물산은 매년 추가 매수와 매도, 유상증자 등을 거쳐 2014년에 2만1547주(2.4%)를 확보했다. 이어 2015년과 2016년에도 추가 매입을 통해 모두 4만200주(4.6%)에 이르렀다.
 

본격적인 대량 매입이 실시된 시기는 2017년부터다. 그해 미성종합물산은 2만4594주를, 이듬해인 2018년에는 2만527주를 매입했다. 매입 주식 수가 2만주를 넘은 건 이때가 처음이다.

2018년까지 8만5321주(11.01%)를 확보한 미성종합물산은 무상증자와 매수 등을 통해 지난해 70만6698주(13.98%)까지 치솟을 수 있었다.

눈길이 가는 건 해당 시기에 미성종합물산 주주가 변경됐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주요 주주는 그룹 계열사 미성통상과 김정돈 회장의 모친 윤봉화씨로 각각 21.3%, 20%를 보유한 상태였다.

우회 지배
장녀 등장

하지만 2017년부터 소영씨와 특수관계인이 98.7%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어 소영씨의 남편인 강신우씨가 지난해 미성종합물산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미성종합물산은 올해에도 미원상사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였다. 지난 1월 7차례에 걸쳐 4551주를 취득한 데 이어 2월과 3월, 5월과 6월, 8월과 9월, 그리고 지난달에 모두 4만271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지난달까지 모두 4만7261주를 매입한 미성종합물산은 최종 75만3959주(15.17%) 보유에 등극하면서 김정돈 회장(18.51%) 다음으로 미원상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사실상 미성종합물산 최대주주인 소영씨가 간접적으로 미원상사에 대한 지배력을 기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소영씨의 지배력이 닿아 있는 미원상사와 미원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태준씨 사이의 미원홀딩스에 대한 지분 차가 0.55%로 좁혀지게 됐다. 다만 미원상사는 미원홀딩스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경영 참여’가 아닌 ‘투자’라고 공시했다.


태준씨의 미원홀딩스가 미원상사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있다면 그의 존재감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원홀딩스는 미원상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태준씨 역시 1주의 미원상사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앞서 태준씨는 지난 2017년 미원상사 지분 전량을 처분한 바 있다.

소영씨가 미성종합물산을 통해 미원상사에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계열분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성종합물산이 미원상사 최대주주로 자리를 잡는다면 향후 지배 구조가 ‘소영씨→미원종합물산→미원상사→이하 계열사’와 ‘태준씨→미원홀딩스→이하 계열사’로 구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원상사는 지난해 별도 기준 237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9억원, 325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63.6%, 59% 상승한 수치다.

올해 역시 기대할만하다는 평가다. 미원상사의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137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6%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동기 대비 각각 45.3%, 46.7% 증가한 217억원, 215억원을 나타냈다.
 

▲ 미성종합물산 ⓒ네이버 지도

소영씨의 존재감이 선명해지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후계 경쟁력을 선점한 인물은 사실 태준씨라는 반대 해석도 있다. 1983년생인 태준씨는 최근 동남합성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현재 태준씨는 동남합성 상근직을 수행하면서 회사 전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태준씨는 미원에스씨 경영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LG화학 고무·특수수지 사업부를 거쳐 미원에스씨 충주공장 생산팀장 등을 거친 바 있다.


존재감
누가 더?

반면 1980년생인 소영씨는 미원상사그룹 내에서 따로 직을 맡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영씨의 남편이 지난해 2월 미성종합물산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 외에는 그룹 내 업무와 특별한 연결고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두 오너 3세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의 존재감도 차이를 보인다. 미원상사가 투자 외에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관계사는 동남합성과 태광정밀화학, 아시아첨가제, 계동청운, 비드테크 등이다.

미원상사는 동남합성 지분 9.33%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준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미원홀딩스에서는 40.26%의 지분을 쥐고 있다. 미원상사가 아시아첨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35%이지만 최대주주에 미치지 못한다.

태광정밀화학과 비드테크에서는 2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계동청운에서만 100% 지분이 있다.

반면 미원홀딩스는 8개 해외법인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미원스페셜티케미칼과 동남합성에서도 최대주주 지위를 쥐고 있는 상태다.

미원상사그룹에 계열 분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그룹을 주무르고 있는 김정돈 회장은 동생 김정만 대표와 형제 경영 중인 듯하지만 사실상 계열분리와 다름없는 절차를 밟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룹 모태인 미원상사는 지난 2011년 분사를 통해 미원화학을 설립한 바 있다. 당시 미원화학 최대주주는 지분율 18.7%를 차지한 김정돈 회장이었다. 김정만 대표는 0.16%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정돈 회장은 우회적으로 미원화학 최대주주에 이르게 된다.

김정돈 회장은 지난 2011년 주식 매도와 액면 분할을 통해 최초 39만2000주를 보유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매도와 증여를 번갈아 단행하면서 그해에만 19만주를 처분, 20만주로 내려왔다.

김정돈 회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세 차례 증여와 두 차례 매도를 통해 오늘날 10만2200주를 보유하게 됐다. 당초 18.7%의 지분은 4.65%로 줄어들었다.

김정만 대표는 초기 750주로 시작했지만 2011년 액면분할을 통해 3750주로 올라섰다. 다만 2014년 보유 주식을 전량 증여하면서 소유하고 있는 주식 수는 0이 됐다. 하지만 김정만 대표는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확보했다.

장녀 법인, 새로운 축 형성 가능성
계열분리 발생해도 그룹 이탈 없다?

김정만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미성통상은 최초 미원화학 지분 1만6578주(3.62%)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김정돈 회장(18.17%)에 비해 초라한 수치였지만 김정돈 회장이 주식 정리에 나설 때 반대로 지분 확보에 돌입했다.

미성통상은 2011년 주식분할을 통해 8만2890주를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장내 매수에 들어갔다. 미성통상이 보유한 미원화학 주식 수는 2012년 9만8550주(4.25%), 2013년 18만360주(7.73%)로 크게 늘었다.

미성통상은 2014년 미원화학 주식을 54만2939주(23.13%)로 크게 늘렸는데, 해당 시기는 미성통상이 김정돈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자리를 잡았을 때다. 미성통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지분 매입에 나섰다.
 

2015년부터 매년 61만5255주(26.26%), 63만404주(28.42%) 등으로 늘어났고, 64만2079주(29.32%)까지 지분을 확보했다.

미원화학은 미원상사그룹 내에서 미원상사, 미원홀딩스, 미원스페셜티케미칼, 동남합성과 같은 상장 계열사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15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직전년도에 비해 79.1%, 83.2% 증가한 154억원과 135억원으로 나타났다.

호실적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직전년도 동기 대비 8.2% 상승한 806억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에 비해 35.8%, 39.6% 상승한 98억원과 86억원이었다.

종합해보면 지배 구조가 ‘김정돈 회장→미원화학’에서 ‘김정만 대표→미성통상→미원화학’으로 변동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만 대표의 미성통상과 미원화학이 미원상사그룹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은 아니다.

미원화학은 최근까지도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김정돈 회장에서 미성통상으로 변경됐지만 김정돈 회장의 미원화학에 대한 영향력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김정돈 회장은 현재까지 미원화학에서 4.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리돼도
여전히 한몸

겉보기에는 사실상 계열분리로 해석되지만 각자 지분을 유지하면서 그룹의 전체적인 틀은 유지되는 셈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때 태준씨의 미원홀딩스와 소영씨가 미성종합물산을 통해 지배력을 우회 확보하고 있는 미원상사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룹 이탈과 같은 큰 변동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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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