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연임 논란 시끄러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1: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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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6개월은 '인권위'라 쓰고 '반인권위'라 읽어야…"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결국 재임명됐다. 자질논란과 함께 연임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막을 도리가 없었다. 현 위원장은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를 두고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라는 기막힌 망언을 남겼다. 그런 그가 3년을 더 인권위원회 수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연임이 확정되자 인권위 내부는 '멘붕'에 빠졌고 야당, 시민단체, 학계, 종교계, 언론계에 누리꾼들까지 '사방팔방'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자질 논란, 논문 표절 논란,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등에 휩싸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이 오늘 자로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했다"면서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변인은 정치권에서 현 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고, 제기된 의혹이라도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
현병철 연임 강행

전남 영암 출신인 현 위원장은 원광대와 성균관대에서 민법을 전공한 뒤 1976년부터 35년여간 한양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 그가 학계에서 활동하는 동안 발표한 '단체협약에 관한 고찰' '부당이득법의 연구'(1991) 등 석·박사 학위 논문은 물론 이후 발표한 크고 작은 논문들은 대부분이 부당이득과 불법원인급여 등 민법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2009년 내정 당시 시민단체 일각에선 현 위원장은 인권 관련 논문이나 글, 사회활동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행정능력을 우선으로 위원장을 고른 뒤 인권위를 행정기관 중 하나로 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에 당시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현 내정자는 대학장, 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균형감각과 합리적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나 또 다시 현 위원장의 연임 재가 소식에 인권위원회 구성원 및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그리고 민주통합당과 야권 대선후보들은 즉각 성명서를 내며 '현병철 연임 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날 민주통합당 소속 인사청문위원들은 성명서에서 "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최악의 부적격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청와대는 어느 나라 청와대인가"라며 "인권위 수장으로서 근원적 결격사유를 가진 자가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정권 눈치 보기다"라고 밝혔다.

현병철 연임에 인권위원회 노조 '멘붕'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속마음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대선경선후보들도 대변인을 통해 현 위원장의 연임 결정을 일제히 비판했다. 진선미 문재인 캠프 대변인은 "현병철은 학자적 양심은 물론이고, 용산참사와 <PD수첩> 사건을 등에서의 발언을 보면 근본적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 반인권위원장"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현 위원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유정 손학규 캠프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 인사스타일에 유일한 일관성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뜻과는 완전하게 거꾸로 간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NO'라고 외칠 때 혼자만 'YES'라고 고집피우는 MB 스타일 인사가, 결국 정권몰락의 가속페달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현희 김두관 캠프 대변인도 "대통령의 독도 깜짝 방문과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현 위원장에 대한 인사를 강행한 것은 여론을 오도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겠다는 오만한 인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심지어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도 당일 브리핑에서 "우리 당은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과 시중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권했다"며 "청와대의 고심은 이해하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이 제기돼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적격' 목소리가 높은 기색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만큼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인권위원회 노조는 성명서에서 "올림픽의 환호와 독도 방문 이벤트 뒤에 이어진 현 위원장 연임 소식은 인권위 직원들을 절망 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인권을 끊임없이 무시해온 현 위원장 체제에서 다시 3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개탄했다.


'국가인권위바로세우기전국긴급행동' 등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내고 "현병철의 연임은 인권위원회 죽이기 선언"이라며 "이 정권의 반인권 작태와 치부, 부도덕을 은폐하고 청와대 말만 잘 듣는 애완견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학교수·변호사 단체들도 현 위원장의 연임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공동선언문에서 "현 위원장은 인권이라는 보편적이고 소중한 가치를 짓밟힌 국민들의 고통 어린 절규를 침묵으로 방관했고 인권위를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며 "그는 연임은커녕 인권위를 후퇴시킨 데 대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매체를 중심으로 언론들도 '현병철 위원장 자질논란과 연임반대'를 다룬 사설과 시론을 연일 실으며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손학규·김두관
"현병철은 안 돼"

그렇다면 현 위원장은 지금까지 도대체 어떤 행보를 걸어왔기에 이다지도 거센 후폭풍이 부는 걸까?

먼저 표절 의혹이다. 지난달 12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위원장이 교수로 재직한 35년 동안 발표한 17편의 학술 논문 가운데 최소 7편에서 표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현병철 후보자는 논문의 주요 아이디어와 특정구절만 따오는 수준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의 논문을 붙여넣기 수준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논문 표절 방법도 다양하다"며 "타인의 논문을 편집해 자신의 논문으로 둔갑시키는 '논문 훔치기', 같은 논문을 다시 게재하는 '논문 우려먹기', 두 개의 논문을 편집해 하나의 논문으로 만드는 '논문조립', 학위논문을 두 개의 논문으로 나누어 게재하는 '논문 새끼치기' 등 '표절백화점'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학술단체협의회는 "2008년도 논문이 제자의 석사학위논문을 전체적으로 베끼기 수준의 복사 표절, 무단 인용표절, 짜깁기 수준의 표절, 단순표절 등의 유형이 주를 이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표절이라고 판단된다"며 현 위원장의 한 논문을 표절로 확정했다.

위장전입 및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현 위원장이 1983년 서울 동대문의 재개발 예정지구 1평짜리 땅에 전입신고를 한 후 한 달도 안 돼 근처 연립주택을 환지 받았다며, '알박기'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1평짜리 땅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도랑근처 땅으로 밝혀졌다.

현 위원장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달 13일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현 후보의 아들은 19세이던 고교 3학년 때 체중이 100㎏이었으나 1년 후 병무청 신체검사에서는 113㎏으로 불어나 4급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면서 "검사 당시 체중이 4급 보충역 판정 기준(113㎏)과 정확히 일치해 의도적으로 기준선에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차례 입대를 연기하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현 위원장 아들이 병역 근무지 배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정황이 폭로되기도 했다. 한정애 의원실은 "병무청과 국민연금공단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현 위원장의 장남 현○○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에 배치될 당시 정원보다 많은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2009년 7월부터 2012년 6월 현재까지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재임한 3년간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1억7000여만원의 전체 사용금액의 중 97%인 1억6500여만원이 '술값과 밥값'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확인 결과 현 위원장은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 외부인사와 업무협의, 의견수렴 간담회를 위한 용도라고 했지만, 실제 대부분의 사용처는 밥값, 술값으로 나타났고 특히 300여 차례 72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는 고급 일식집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참사 재판 안건 내라고 하자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 망언

이에 서 의원은 "3일에 한 번 꼴로 고급일식집을 드나들었는데 현병철은 고급일식 마니아인가"라고 꼬집으면서 "업무를 하지 않는 주말을 제외한다면 이틀에 한 번은 꼬박꼬박 출근도장이라도 찍듯이 일식집 식사를 즐겼다"고 지적했다.


현 위원장이 친일거물의 후손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7월 김을동 당시 친박연대 국회의원은 '현 정부의 친일후손 인사, 해도 너무 한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내정된 인사(현병철)마저 친일거물의 후손이라는 데 대하여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또다시 심각한 우려와 함께 개탄스러운 심경을 표하며, 친일파 후손이 활개 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현 정부의 역사인식 부재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 내정자의 종증조부(증조할아버지의 형제)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광복회와 함께 선정한 '친일파 708인 명단'에 올라있는 친일경력자의 후손이라는 점에서 금번 인사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종증조부의 시가 10억원의 땅 3만2000㎡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등 명백한 반민족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그 후손을 국가인권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기고자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역사인식과 국가관을 의심해봐야 하는 무책임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묻혀버렸고 연임이 확정됐다. 무엇보다도 지난 3년 동안 현 위원장에 대해 '인권 감수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 있어왔다. 이는 늘 논란이 됐던 그의 반인권적 발언에 잘 드러난다.

현 위원장은 2009년 7월 취임할 때부터 인권 관련 경력이 전혀 없어 인권위원장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였던 현 위원장은 한양사이버대학장과 한양대 행정대학원장 등 학내 보직을 맡은 게 주요경력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위원장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반인권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직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인권위원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고 말해 주위 사람들과 여성계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특히 큰 논란이 불거졌던 사건은 2009년 12월 28일 열린 전원위에서 다수의 인권위원들이 용산참사 사건 재판에 인권위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분위기가 안건 가결 쪽으로 흐르자 그는 회의를 강제로 끝내며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라고 발언해 역사에 길이 남을 망언을 남긴 것이다.

일식집에 출근도장 찍으며 7000여만원 써  
'장군의 손녀' 김을동 "현병철은 친일후손"


같은 해에 열린 22차 전원위 회의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회의에 <PD수첩> 관련 의견제출 안건이 올라왔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PD수첩>의 광우병소 관련 보도가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안건에 인권위원 5명이 찬성, 5명이 반대했다. 재적인원 6명이 찬성해야 안건이 채택돼 <PD수첩> 안건 가결 여부는 현 위원장의 판단에 맡겨졌다. 그가 찬성하면 가결, 반대하면 부결이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찬성, 반대가 아닌 "이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회의를 황급히 끝냈다.

2010년 7월에는 인권위에 인턴으로 온 사법연수생들과 차를 마시다 "우리사회는 다문화사회가 되었어요. '깜둥이'도 같이 살고…"라고 표현해 곤욕을 치렀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나서서 '살색'이라는 표현이 인종차별적이라며 '살구색'으로 바꿔달라고 청원하는 시대다. 그런데 인권기구 수장이 '깜둥이'라는 표현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쓴 것이다.

엄청난 발언은 또 있다. 바로 이주 외국인 앞에서 민족차별적인 말을 던진 것인데, 2010년 4월 재한몽골학교에 방문해 몽골학생들을 앞에 두고 "야만족이 유럽을 200년이나 지배한 건 대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몽골학생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 학교 관계자는 물론 동행했던 인권위 직원들이 적잖이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홍대 앞 작은 용산'이라고 불리던 칼국수가게 운영자인 유채림 작가는 "현 위원장은 개발이익을 위한 인권유린에 눈감았다"고 비판했다. 한여름 한국전력공사가 두리반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했으나 현 위원장은 "불법농성장이기 때문에 인권을 논할 가치가 없다"는 어록을 추가하며 구제요청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

그의 반인권적 발언에 나타나듯이 재임한 3년 동안 인권위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현 위원장은 용산참사, <PD수첩>, 민간인 사찰 등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인권문제에 관한 의견 제출을 독단적인 방식으로 묵살했다.

이를 못 참고 인권위를 떠난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현 위원장에 대해 "당시 인권정책과장이던 내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올리지 마라'고 부탁했다"며 "사회적 현안 관련 안건을 보고하러 온 직원에게는 '이거 안 하면 안 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또 "정치적 쟁점이 된 인권문제는 외면하고 생활밀착형 인권문제에만 치중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눈 감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뿐만 아니다. 현 위원장체제 아래에서 점점 인권과는 어울리지 않는 위원들이 인권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최근 선거기간 동안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했던 공직선거법9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의견 제출을 부결시키고,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한 의견제출도 부결시키며 서서히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그 외에도 MBC <PD수첩> 사건,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손배사건,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로 문제가 되었던 김종익씨 사건,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강제진압,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들던 사건들에 대해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 일컬어지는 인권위원회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차기 정권에서도 임기 수행?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기어이 연임을 강행한 MB정부에 기대를 갖는 것은 헛수고로 보인다. 어찌 됐든 '인권위원회'라 쓰고 '반인권위원회'라 읽는 현 상황은 MB의 남은 임기동안 유지될 것이다. 문제는 차기 정권이 탄생했을 때 현 위원장이 3년이라는 국가인권위원장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여부다.

한편 현 위원장은 지난 13일 취임사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소명의식으로 인권위원장직을 다시 시작한다"며 "인권위의 임무와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인권이 우리 생활 속에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변함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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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