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연임 논란 시끄러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1: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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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6개월은 '인권위'라 쓰고 '반인권위'라 읽어야…"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결국 재임명됐다. 자질논란과 함께 연임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막을 도리가 없었다. 현 위원장은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를 두고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라는 기막힌 망언을 남겼다. 그런 그가 3년을 더 인권위원회 수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연임이 확정되자 인권위 내부는 '멘붕'에 빠졌고 야당, 시민단체, 학계, 종교계, 언론계에 누리꾼들까지 '사방팔방'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자질 논란, 논문 표절 논란,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등에 휩싸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이 오늘 자로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했다"면서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변인은 정치권에서 현 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고, 제기된 의혹이라도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
현병철 연임 강행

전남 영암 출신인 현 위원장은 원광대와 성균관대에서 민법을 전공한 뒤 1976년부터 35년여간 한양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 그가 학계에서 활동하는 동안 발표한 '단체협약에 관한 고찰' '부당이득법의 연구'(1991) 등 석·박사 학위 논문은 물론 이후 발표한 크고 작은 논문들은 대부분이 부당이득과 불법원인급여 등 민법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2009년 내정 당시 시민단체 일각에선 현 위원장은 인권 관련 논문이나 글, 사회활동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행정능력을 우선으로 위원장을 고른 뒤 인권위를 행정기관 중 하나로 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에 당시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현 내정자는 대학장, 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균형감각과 합리적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나 또 다시 현 위원장의 연임 재가 소식에 인권위원회 구성원 및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그리고 민주통합당과 야권 대선후보들은 즉각 성명서를 내며 '현병철 연임 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날 민주통합당 소속 인사청문위원들은 성명서에서 "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최악의 부적격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청와대는 어느 나라 청와대인가"라며 "인권위 수장으로서 근원적 결격사유를 가진 자가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정권 눈치 보기다"라고 밝혔다.

현병철 연임에 인권위원회 노조 '멘붕'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속마음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대선경선후보들도 대변인을 통해 현 위원장의 연임 결정을 일제히 비판했다. 진선미 문재인 캠프 대변인은 "현병철은 학자적 양심은 물론이고, 용산참사와 <PD수첩> 사건을 등에서의 발언을 보면 근본적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 반인권위원장"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현 위원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유정 손학규 캠프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 인사스타일에 유일한 일관성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뜻과는 완전하게 거꾸로 간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NO'라고 외칠 때 혼자만 'YES'라고 고집피우는 MB 스타일 인사가, 결국 정권몰락의 가속페달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현희 김두관 캠프 대변인도 "대통령의 독도 깜짝 방문과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현 위원장에 대한 인사를 강행한 것은 여론을 오도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겠다는 오만한 인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심지어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도 당일 브리핑에서 "우리 당은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과 시중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권했다"며 "청와대의 고심은 이해하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이 제기돼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적격' 목소리가 높은 기색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만큼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인권위원회 노조는 성명서에서 "올림픽의 환호와 독도 방문 이벤트 뒤에 이어진 현 위원장 연임 소식은 인권위 직원들을 절망 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인권을 끊임없이 무시해온 현 위원장 체제에서 다시 3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개탄했다.


'국가인권위바로세우기전국긴급행동' 등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내고 "현병철의 연임은 인권위원회 죽이기 선언"이라며 "이 정권의 반인권 작태와 치부, 부도덕을 은폐하고 청와대 말만 잘 듣는 애완견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학교수·변호사 단체들도 현 위원장의 연임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공동선언문에서 "현 위원장은 인권이라는 보편적이고 소중한 가치를 짓밟힌 국민들의 고통 어린 절규를 침묵으로 방관했고 인권위를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며 "그는 연임은커녕 인권위를 후퇴시킨 데 대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매체를 중심으로 언론들도 '현병철 위원장 자질논란과 연임반대'를 다룬 사설과 시론을 연일 실으며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손학규·김두관
"현병철은 안 돼"

그렇다면 현 위원장은 지금까지 도대체 어떤 행보를 걸어왔기에 이다지도 거센 후폭풍이 부는 걸까?

먼저 표절 의혹이다. 지난달 12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위원장이 교수로 재직한 35년 동안 발표한 17편의 학술 논문 가운데 최소 7편에서 표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현병철 후보자는 논문의 주요 아이디어와 특정구절만 따오는 수준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의 논문을 붙여넣기 수준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논문 표절 방법도 다양하다"며 "타인의 논문을 편집해 자신의 논문으로 둔갑시키는 '논문 훔치기', 같은 논문을 다시 게재하는 '논문 우려먹기', 두 개의 논문을 편집해 하나의 논문으로 만드는 '논문조립', 학위논문을 두 개의 논문으로 나누어 게재하는 '논문 새끼치기' 등 '표절백화점'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학술단체협의회는 "2008년도 논문이 제자의 석사학위논문을 전체적으로 베끼기 수준의 복사 표절, 무단 인용표절, 짜깁기 수준의 표절, 단순표절 등의 유형이 주를 이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표절이라고 판단된다"며 현 위원장의 한 논문을 표절로 확정했다.

위장전입 및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현 위원장이 1983년 서울 동대문의 재개발 예정지구 1평짜리 땅에 전입신고를 한 후 한 달도 안 돼 근처 연립주택을 환지 받았다며, '알박기'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1평짜리 땅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도랑근처 땅으로 밝혀졌다.

현 위원장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달 13일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현 후보의 아들은 19세이던 고교 3학년 때 체중이 100㎏이었으나 1년 후 병무청 신체검사에서는 113㎏으로 불어나 4급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면서 "검사 당시 체중이 4급 보충역 판정 기준(113㎏)과 정확히 일치해 의도적으로 기준선에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차례 입대를 연기하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현 위원장 아들이 병역 근무지 배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정황이 폭로되기도 했다. 한정애 의원실은 "병무청과 국민연금공단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현 위원장의 장남 현○○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에 배치될 당시 정원보다 많은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2009년 7월부터 2012년 6월 현재까지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재임한 3년간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1억7000여만원의 전체 사용금액의 중 97%인 1억6500여만원이 '술값과 밥값'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확인 결과 현 위원장은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 외부인사와 업무협의, 의견수렴 간담회를 위한 용도라고 했지만, 실제 대부분의 사용처는 밥값, 술값으로 나타났고 특히 300여 차례 72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는 고급 일식집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참사 재판 안건 내라고 하자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 망언

이에 서 의원은 "3일에 한 번 꼴로 고급일식집을 드나들었는데 현병철은 고급일식 마니아인가"라고 꼬집으면서 "업무를 하지 않는 주말을 제외한다면 이틀에 한 번은 꼬박꼬박 출근도장이라도 찍듯이 일식집 식사를 즐겼다"고 지적했다.


현 위원장이 친일거물의 후손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7월 김을동 당시 친박연대 국회의원은 '현 정부의 친일후손 인사, 해도 너무 한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내정된 인사(현병철)마저 친일거물의 후손이라는 데 대하여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또다시 심각한 우려와 함께 개탄스러운 심경을 표하며, 친일파 후손이 활개 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현 정부의 역사인식 부재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 내정자의 종증조부(증조할아버지의 형제)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광복회와 함께 선정한 '친일파 708인 명단'에 올라있는 친일경력자의 후손이라는 점에서 금번 인사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종증조부의 시가 10억원의 땅 3만2000㎡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등 명백한 반민족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그 후손을 국가인권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기고자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역사인식과 국가관을 의심해봐야 하는 무책임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묻혀버렸고 연임이 확정됐다. 무엇보다도 지난 3년 동안 현 위원장에 대해 '인권 감수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 있어왔다. 이는 늘 논란이 됐던 그의 반인권적 발언에 잘 드러난다.

현 위원장은 2009년 7월 취임할 때부터 인권 관련 경력이 전혀 없어 인권위원장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였던 현 위원장은 한양사이버대학장과 한양대 행정대학원장 등 학내 보직을 맡은 게 주요경력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위원장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반인권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직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인권위원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고 말해 주위 사람들과 여성계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특히 큰 논란이 불거졌던 사건은 2009년 12월 28일 열린 전원위에서 다수의 인권위원들이 용산참사 사건 재판에 인권위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분위기가 안건 가결 쪽으로 흐르자 그는 회의를 강제로 끝내며 "독재라고 해도 좋습니다"라고 발언해 역사에 길이 남을 망언을 남긴 것이다.

일식집에 출근도장 찍으며 7000여만원 써  
'장군의 손녀' 김을동 "현병철은 친일후손"


같은 해에 열린 22차 전원위 회의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회의에 <PD수첩> 관련 의견제출 안건이 올라왔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PD수첩>의 광우병소 관련 보도가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안건에 인권위원 5명이 찬성, 5명이 반대했다. 재적인원 6명이 찬성해야 안건이 채택돼 <PD수첩> 안건 가결 여부는 현 위원장의 판단에 맡겨졌다. 그가 찬성하면 가결, 반대하면 부결이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찬성, 반대가 아닌 "이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회의를 황급히 끝냈다.

2010년 7월에는 인권위에 인턴으로 온 사법연수생들과 차를 마시다 "우리사회는 다문화사회가 되었어요. '깜둥이'도 같이 살고…"라고 표현해 곤욕을 치렀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나서서 '살색'이라는 표현이 인종차별적이라며 '살구색'으로 바꿔달라고 청원하는 시대다. 그런데 인권기구 수장이 '깜둥이'라는 표현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쓴 것이다.

엄청난 발언은 또 있다. 바로 이주 외국인 앞에서 민족차별적인 말을 던진 것인데, 2010년 4월 재한몽골학교에 방문해 몽골학생들을 앞에 두고 "야만족이 유럽을 200년이나 지배한 건 대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몽골학생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 학교 관계자는 물론 동행했던 인권위 직원들이 적잖이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홍대 앞 작은 용산'이라고 불리던 칼국수가게 운영자인 유채림 작가는 "현 위원장은 개발이익을 위한 인권유린에 눈감았다"고 비판했다. 한여름 한국전력공사가 두리반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했으나 현 위원장은 "불법농성장이기 때문에 인권을 논할 가치가 없다"는 어록을 추가하며 구제요청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

그의 반인권적 발언에 나타나듯이 재임한 3년 동안 인권위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현 위원장은 용산참사, <PD수첩>, 민간인 사찰 등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인권문제에 관한 의견 제출을 독단적인 방식으로 묵살했다.

이를 못 참고 인권위를 떠난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현 위원장에 대해 "당시 인권정책과장이던 내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올리지 마라'고 부탁했다"며 "사회적 현안 관련 안건을 보고하러 온 직원에게는 '이거 안 하면 안 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또 "정치적 쟁점이 된 인권문제는 외면하고 생활밀착형 인권문제에만 치중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눈 감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뿐만 아니다. 현 위원장체제 아래에서 점점 인권과는 어울리지 않는 위원들이 인권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최근 선거기간 동안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했던 공직선거법9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의견 제출을 부결시키고,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한 의견제출도 부결시키며 서서히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그 외에도 MBC <PD수첩> 사건,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손배사건,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로 문제가 되었던 김종익씨 사건,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강제진압,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들던 사건들에 대해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 일컬어지는 인권위원회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차기 정권에서도 임기 수행?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기어이 연임을 강행한 MB정부에 기대를 갖는 것은 헛수고로 보인다. 어찌 됐든 '인권위원회'라 쓰고 '반인권위원회'라 읽는 현 상황은 MB의 남은 임기동안 유지될 것이다. 문제는 차기 정권이 탄생했을 때 현 위원장이 3년이라는 국가인권위원장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여부다.

한편 현 위원장은 지난 13일 취임사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소명의식으로 인권위원장직을 다시 시작한다"며 "인권위의 임무와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인권이 우리 생활 속에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변함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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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