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휴가 후 ‘멘붕’ 온 직장인들

  • 김설아 sasa1986@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1: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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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졸리고 밤엔 불면증…“너무 놀았나?”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뜨거운 여름을 피해 떠났던 휴가.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서 즐기는 여름휴가는 1년 중 가장 신나는 이벤트이긴 하지만 휴가 이후 찾아오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휴가 중 쌓인 피로로 몸이 지쳐있는데다 마음도 붕 떠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약도 없다’는 휴가후유증. 올해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들은 과연 어떨까.

최근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다녀온 이모(30·남)씨는 일상생활로 복귀했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휴가를 다녀온 후 오히려 더 피로해진데다 일은 손에 안 잡히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비단 이씨뿐만이 아니다. 올해 여름휴가를 다녀온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재충전되기보단 도리어 피로감과 무기력증 등을 호소하는 등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유증으로 골골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40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중 40%는 오히려 체력이 고갈돼 일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먼저 '여름휴가를 다녀왔는지'를 질문한 결과, '휴가를 다녀왔다'는 직장인이 전체 73.0%를 차지했으며, 아직 '휴가를 다녀오지 못했다'는 직장인이 27.0%였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장인들에게 휴가 후 컨디션을 물은 결과 38.0%는 '방전'이 됐으며, 62.0%가 '충전'됐다고 답했다.

'방전'된 가장 큰 이유는(복수응답) '지속된 폭염(49.8%)'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장거리 운전의 피로(35.2%)', '여행 준비로 인한 피로(34.1%)', '타지에서의 불편한 잠자리(23.4%)', '아이들과 놀아주느라(19.2%)', '올림픽 시청으로 부족한 수면시간(13.0%)', '기타(1.5%)' 순이었다.


직장인 고모(27·여)씨는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짧은 휴가를 효율적으로 쓰려고 하다 보니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피곤했다"며 "새벽에 한국에 도착해 바로 출근을 했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1주일 동안은 업무로의 복귀가 쉽지 않아 휴가를 낼 때보다 상사눈치를 더 많이 봤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장인 손모(32·남)씨는 "휴가도 휴가지만 올림픽을 시청하면서 올빼미 족으로 살았더니 다시 회사에 돌아가서는 적응이 하나도 안됐다"며 "월요병에 폭염까지 겹치니 하루 종일 멍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전’ 됐다고 답한 응답자의 경우는 그 이유에 대해 ‘물놀이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가 응답률 53.4%, ‘푹 쉬고 잘 잤다’가 52.9%로 각각 과반수를 차지했다. '시원하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았다(35.8%)'가 뒤를 이었고, '보양식을 먹었다(23.5%)', '독서하며 마음의 양식을 쌓았다(15.3%)', '기타(0.7%)'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4명, 휴가 후 도리어 '방전'
업무 손에 안 잡히고 쉽게 피곤·무기력증까지

직장인 문모(31·남)씨는 "10일의 휴가를 받았는데 반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반은 집에서 그동안 못 잤던 잠을 자고 잘 먹으면서 쉬었더니 확실히 재충전이 된 것 같다"며 "5일 동안 집에서 쉴 때는 오히려 회사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동안은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려왔는데 이번 휴가를 통해 한번 멈춰서 나를 점검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휴가 후유증 유무’에 대해 조사한 결과,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83.7%가 ‘후유증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호소한 증세로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가 응답률 5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43.4%)', '업무시간에 졸게 된다(31.0%)', '어깨·뒷목의 통증이 있다(16.0%)', '기타(0.9%)' 순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몸을 무리하게 움직인다거나 평소보다 너무 늘어졌기 때문"이라며 "휴식과 여행 모두 좋지만 되도록이면 식사와 수면 시간 등은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휴가를 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잠만 잔다거나 휴가기간 내내 빡빡한 여행스케줄에 ?기다보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휴가가 끝나기 하루 전에는 집에서 쉬면서 휴가 기간 중 흐트러졌던 자세에서 일상생활로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는 다음 날 출근 시 평상시 같은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운동을 통해 흐트러진 신체리듬을 회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상으로 돌아와

한편 올해 직장인들이 휴가를 다녀온 장소로는 ‘계곡’이 응답률 42.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바다(32.4%)', '집에서 쉬었다(19.4%)', '놀이동산 등 행사장(13.0%)', '산(12.0%)', '해외여행(8.5%)', '강(7.9%)', '기타(1.0%)' 순으로 조사됐다.

휴가를 아직 다녀오지 못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어디를 갈 예정이냐’고 질문한 결과, ‘집에서 쉰다’는 응답자가 전체 37.0%응답률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계곡(28.0%), 바다(24.8%), 해외여행(11.4%), 휴가 없다(9.8%), 놀이동산 등 행사장(6.3%), 산(5.5%), 강(2.4%), 기타(2.0%)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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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