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진보 잠룡들의 한가위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28 09:27:30
  • 호수 12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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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용꿈인데…동상이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한가위 연휴가 다가왔다. 잠룡에게 한가위 연휴는 정국을 구상하거나,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일요시사>는 경쟁력과 수에서 야권을 압도하고 있는 진보 진영 잠룡들의 한가위 구상을 살펴봤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진보 잠룡들의 전성시대다. 5∼6명의 해당 진영 잠룡들이 복수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인재난에 허덕이는 보수 진영과는 상반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다투며 타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순위권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유의미한 지지율로 선두권을 맹추격 중이다. 

이낙연
리더십 증명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이 지사와 엎치락뒤치락 1위 자리를 다툰다. 이 대표는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총 득표율 60.77%의 압도적 지지로 민주당의 신임 당대표가 됐다(김부겸 전 의원 21.37%, 박주민 의원 17.85%).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단어는 지난 전당대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이 대표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대권주자다.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는 이 대표가 가진 강력한 무기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 시절 능수능란한 상황 대처 능력을 보여줘 지금의 지위를 얻는 데 성공했다. 또한 2년7개월간 최장수 총리로 재임하며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증명해내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국무총리 재임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한 신뢰 관계를 쌓았다는 점에서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호감을 얻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라는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일이 그 증거다. 

약점 또한 분명하다. 당내 자기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 대표를 따라다니는 꼬리표 중 하나다. 즉 ‘이낙연계’가 여의도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대표는 그간 여의도 중앙 정치서 멀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통하는 국회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 대표와 가까웠던 강창일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오영훈, 이 대표와 같은 동교동계인 설훈, 이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이 지역구인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정도였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하는 등 외연확장의 움직임은 있으나, 그들을 이낙연계라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낙연 VS 이재명 미묘한 신경전
추미애 아들 수사, 추석 후 발표

이낙연계를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느냐가 이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다. 당대표 재임 기간 리더십을 증명해내야 한다. 마침 여야는 지난 22일 밤 정부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합의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첫 예산안 처리다. 이로써 추석 전 집행을 약속한 정부여당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낙연 리더십’이 민주당에 연착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이 대표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은 또 다른 약점이다. ‘호남 후보 필패론’은 정치권의 오랜 공식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DJ 역시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한 후에야 대권을 쥘 수 있었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 대표는 지난 18일 당 국민통합특별위원장에 김부겸 전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영남 맹주인 김 전 의원을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표는 이 지사와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서 이 대표는 이 지사의 장단점,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 “(이 지사의 장단점에 대해) 그렇게 깊게 연구하지 않았다”며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의 존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고 ‘사법 족쇄’가 풀린 이 지사는 대선주자 선호도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당정청이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겠다고 하자, 이 지사는 보편적 지급을 요구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재명
화폐전쟁 승리

현재 이 지사는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이 지사의 대표적인 정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의 효과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보고서를 냈다. 지역화폐가 경제활성화 없이 손실만 키운다는 취지의 보고서였다.

지역화폐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는 순간이었다. 조세연이 국무총리 산하 연구원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거셌다. 

이 지사는 참지 않았다. 화폐전쟁의 발발이다. 조세연을 근거 없이 정부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세연이 ‘이재명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힘도 이 지사 비판에 합세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의 경제통 윤희숙 의원은 “자기 지역서만 쓰라고 벽을 치는 것이니 각 지역 내 소비를 증진하는 효과도 줄고, 경계를 넘나드는 소비지출이 다른 소비지출로 이어져 인접 지역 경제에 모두 도움이 되는 경로를 막아버린다”고 공격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 지사를 가리켜 “체통을 좀 지켜달라. 희대의 분노조절 장애 도지사”라며 “상대의 과한 표현에 더 과하게 돌려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건 소인배의 모습이지 군자의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지사는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희대의 사기집단’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이 지사는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등 야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추미애
방어 총력전

이 지사는 화폐전쟁서 물러설 수 없다. 지역화폐 사업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대표 정책이다. 정치인 이재명은 성남시장직을 수행하며 시작한 청년수당(국민배당 혹은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사업으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즉 지역화폐 사업은 이 지사의 ‘아이덴티티’다.

이 지사는 추석을 앞두고 경기 살리기 차원서 지역화폐 사용자에게 25%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실효성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다. 해당 결정 이후 지역화폐 발급신청 건수와 사용 금액이 2배 안팎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단 추석 이후에도 이 같은 효과가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검찰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 수사가 추석 이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를 소환해 조사했으며, 이후 서씨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조만간 결과가 나올 전망이지만, 추석 전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 안팎서 들려온다.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 추가 고발 건 처리 등 검찰이 확인해야 하는 부분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서씨는 휴가 연장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카투사에 입대한 그는 무릎 통증으로 2017년 6월5일부터 14일까지 1차 병가를 내 병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같은 달 15일부터 23일까지 2차 병가를 냈고, 이 기간 실밥을 풀었다. 이어 서씨는 24일부터 27일까지 병가 대신 휴가를 냈다.

국민의힘은 서씨의 휴가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추 장관을 지난 1월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다. 당시 서씨도 근무이탈 등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이후 시민단체인 행동하는자유시민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기 혐의로 추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극한 정쟁으로 번질 수 있다. 여야는 서씨의 휴가 과정에 추 장관의 압력이 있었는지를 두고 대립 중이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고, 민주당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과 서욱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추미애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야권은 추 장관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변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빨리 (추 장관) 본인 신상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많은 국민이 물러나라고 하는 장관은 좀 자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했다.

심상정
선명성 부각

국민의힘은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무부 장관 가족을 향한 검찰 수사에 공정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9개월째 수사를 끌어온 서울동부지검이 추 장관 측에 불리한 증거에는 눈을 감고 있다”며 특임검사 임명을 재차 요구했다.

민주당은 야권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추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의심한다. 검찰 개혁 방해다. 김용민 의원은 “국민의힘은 대표적 특권세력이자 권력집단인 검찰에 대한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검찰을 개혁하려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티끌 하나라도 찾아내서 공격하려 하고, 없으면 억지를 부려서라도 정치적으로 타격을 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검찰 개혁 중 핵심인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 출범은 지난 7월15일 법정시한을 넘겼다. 여야의 지난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추 장관이 낙마한다면 야권과의 힘 대결에서 밀릴 수 있다고 민주당 진영은 진단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는 당의 간판이다. 지난 대선서 득표율 6.17%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대선을 전후로 당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했다. 한때 당 지지율이 10%를 넘기기도 했다. 지지율 10%는 당 내부서 설정한 1차 목표 중 하나다.

차가운 추석 민심은?
직후 친문 적통 뜨나

그러나 이후 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9월 조국 사태가 정국을 뜨겁게 달궜을 당시 심 전 대표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겠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데스노트’(정의당이 반대하는 문재인정부 고위공직자 인사들이 연이어 낙마하자 만들어진 말)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당을 상징하는 인사들이 탈당했다. 

이는 21대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의석 수로만 따지면 지난 20대 국회와 별 차이가 없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한때 20석을 꿈꿨던 정의당 입장에서는 부진한 성적이었다. 지역구 의원은 오히려 지난 20대 국회 때보다 줄었다. 정의당 지역구 후보 중 심 전 대표만이 생환에 성공했다.

정의당은 총선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국 사태 때와는 달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추 장관 아들 논란을 외면하지 말고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의혹에 대해 소명하라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심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임기 내 마지막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개혁을 거부한 보수 야당과 개혁을 무너뜨린 여당의 합작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거대양당의 반성문은 아직 본 적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친문 적통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민주당의 다크호스다. 여권 잠룡 중 유일하게 친문 적통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대선서 김 지사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기획분과)으로 활동했다. 당시 김 지사가 몸담았던 기획분과는 해당 위원회서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중추적인 자리였다.

그는 ‘사법 족쇄’에 묶여있다.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심 선고를 앞두고 김 지사에게 징역 총 6년의 실형을 구형한 상태다.

특검은 “원심 공판서 피고인(김 지사)이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적 여론조사 행위에 관여하고 선거 공정성을 해친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국민의 정치적 결정을 왜곡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2심 선고는 오는 11월6일에 열린다.

김경수
사법 족쇄 풀기

재판 결과에 따라 김 지사의 정치적 미래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사법 족쇄를 풀어내는 데 성공, 이낙연 대표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 지사 역시 사법 족쇄를 풀어낸다면, 민주당 대권구도는 삼각구도로 재정립될 공산이 크다. 2심 선고 전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역 친문을 중심으로 ‘김경수 대권 플랜’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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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