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진보 잠룡들의 한가위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28 09:27:30
  • 호수 12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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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용꿈인데…동상이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한가위 연휴가 다가왔다. 잠룡에게 한가위 연휴는 정국을 구상하거나,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일요시사>는 경쟁력과 수에서 야권을 압도하고 있는 진보 진영 잠룡들의 한가위 구상을 살펴봤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진보 잠룡들의 전성시대다. 5∼6명의 해당 진영 잠룡들이 복수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인재난에 허덕이는 보수 진영과는 상반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다투며 타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순위권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유의미한 지지율로 선두권을 맹추격 중이다. 

이낙연
리더십 증명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이 지사와 엎치락뒤치락 1위 자리를 다툰다. 이 대표는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총 득표율 60.77%의 압도적 지지로 민주당의 신임 당대표가 됐다(김부겸 전 의원 21.37%, 박주민 의원 17.85%).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단어는 지난 전당대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이 대표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대권주자다.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는 이 대표가 가진 강력한 무기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 시절 능수능란한 상황 대처 능력을 보여줘 지금의 지위를 얻는 데 성공했다. 또한 2년7개월간 최장수 총리로 재임하며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증명해내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국무총리 재임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한 신뢰 관계를 쌓았다는 점에서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호감을 얻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라는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일이 그 증거다. 


약점 또한 분명하다. 당내 자기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 대표를 따라다니는 꼬리표 중 하나다. 즉 ‘이낙연계’가 여의도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대표는 그간 여의도 중앙 정치서 멀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통하는 국회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 대표와 가까웠던 강창일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오영훈, 이 대표와 같은 동교동계인 설훈, 이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이 지역구인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정도였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하는 등 외연확장의 움직임은 있으나, 그들을 이낙연계라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낙연 VS 이재명 미묘한 신경전
추미애 아들 수사, 추석 후 발표

이낙연계를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느냐가 이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다. 당대표 재임 기간 리더십을 증명해내야 한다. 마침 여야는 지난 22일 밤 정부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합의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첫 예산안 처리다. 이로써 추석 전 집행을 약속한 정부여당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낙연 리더십’이 민주당에 연착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이 대표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은 또 다른 약점이다. ‘호남 후보 필패론’은 정치권의 오랜 공식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DJ 역시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한 후에야 대권을 쥘 수 있었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 대표는 지난 18일 당 국민통합특별위원장에 김부겸 전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영남 맹주인 김 전 의원을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표는 이 지사와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서 이 대표는 이 지사의 장단점,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 “(이 지사의 장단점에 대해) 그렇게 깊게 연구하지 않았다”며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의 존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고 ‘사법 족쇄’가 풀린 이 지사는 대선주자 선호도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당정청이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겠다고 하자, 이 지사는 보편적 지급을 요구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재명
화폐전쟁 승리

현재 이 지사는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이 지사의 대표적인 정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의 효과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보고서를 냈다. 지역화폐가 경제활성화 없이 손실만 키운다는 취지의 보고서였다.

지역화폐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는 순간이었다. 조세연이 국무총리 산하 연구원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거셌다. 

이 지사는 참지 않았다. 화폐전쟁의 발발이다. 조세연을 근거 없이 정부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세연이 ‘이재명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힘도 이 지사 비판에 합세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의 경제통 윤희숙 의원은 “자기 지역서만 쓰라고 벽을 치는 것이니 각 지역 내 소비를 증진하는 효과도 줄고, 경계를 넘나드는 소비지출이 다른 소비지출로 이어져 인접 지역 경제에 모두 도움이 되는 경로를 막아버린다”고 공격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 지사를 가리켜 “체통을 좀 지켜달라. 희대의 분노조절 장애 도지사”라며 “상대의 과한 표현에 더 과하게 돌려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건 소인배의 모습이지 군자의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지사는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희대의 사기집단’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이 지사는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등 야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추미애
방어 총력전


이 지사는 화폐전쟁서 물러설 수 없다. 지역화폐 사업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대표 정책이다. 정치인 이재명은 성남시장직을 수행하며 시작한 청년수당(국민배당 혹은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사업으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즉 지역화폐 사업은 이 지사의 ‘아이덴티티’다.

이 지사는 추석을 앞두고 경기 살리기 차원서 지역화폐 사용자에게 25%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실효성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다. 해당 결정 이후 지역화폐 발급신청 건수와 사용 금액이 2배 안팎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단 추석 이후에도 이 같은 효과가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검찰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 수사가 추석 이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를 소환해 조사했으며, 이후 서씨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조만간 결과가 나올 전망이지만, 추석 전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 안팎서 들려온다.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 추가 고발 건 처리 등 검찰이 확인해야 하는 부분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서씨는 휴가 연장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카투사에 입대한 그는 무릎 통증으로 2017년 6월5일부터 14일까지 1차 병가를 내 병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같은 달 15일부터 23일까지 2차 병가를 냈고, 이 기간 실밥을 풀었다. 이어 서씨는 24일부터 27일까지 병가 대신 휴가를 냈다.

국민의힘은 서씨의 휴가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추 장관을 지난 1월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다. 당시 서씨도 근무이탈 등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이후 시민단체인 행동하는자유시민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기 혐의로 추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극한 정쟁으로 번질 수 있다. 여야는 서씨의 휴가 과정에 추 장관의 압력이 있었는지를 두고 대립 중이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고, 민주당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과 서욱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추미애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야권은 추 장관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변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빨리 (추 장관) 본인 신상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많은 국민이 물러나라고 하는 장관은 좀 자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했다.

심상정
선명성 부각

국민의힘은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무부 장관 가족을 향한 검찰 수사에 공정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9개월째 수사를 끌어온 서울동부지검이 추 장관 측에 불리한 증거에는 눈을 감고 있다”며 특임검사 임명을 재차 요구했다.

민주당은 야권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추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의심한다. 검찰 개혁 방해다. 김용민 의원은 “국민의힘은 대표적 특권세력이자 권력집단인 검찰에 대한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검찰을 개혁하려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티끌 하나라도 찾아내서 공격하려 하고, 없으면 억지를 부려서라도 정치적으로 타격을 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검찰 개혁 중 핵심인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 출범은 지난 7월15일 법정시한을 넘겼다. 여야의 지난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추 장관이 낙마한다면 야권과의 힘 대결에서 밀릴 수 있다고 민주당 진영은 진단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는 당의 간판이다. 지난 대선서 득표율 6.17%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대선을 전후로 당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했다. 한때 당 지지율이 10%를 넘기기도 했다. 지지율 10%는 당 내부서 설정한 1차 목표 중 하나다.

차가운 추석 민심은?
직후 친문 적통 뜨나

그러나 이후 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9월 조국 사태가 정국을 뜨겁게 달궜을 당시 심 전 대표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겠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데스노트’(정의당이 반대하는 문재인정부 고위공직자 인사들이 연이어 낙마하자 만들어진 말)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당을 상징하는 인사들이 탈당했다. 

이는 21대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의석 수로만 따지면 지난 20대 국회와 별 차이가 없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한때 20석을 꿈꿨던 정의당 입장에서는 부진한 성적이었다. 지역구 의원은 오히려 지난 20대 국회 때보다 줄었다. 정의당 지역구 후보 중 심 전 대표만이 생환에 성공했다.

정의당은 총선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국 사태 때와는 달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추 장관 아들 논란을 외면하지 말고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의혹에 대해 소명하라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심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임기 내 마지막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개혁을 거부한 보수 야당과 개혁을 무너뜨린 여당의 합작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거대양당의 반성문은 아직 본 적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친문 적통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민주당의 다크호스다. 여권 잠룡 중 유일하게 친문 적통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대선서 김 지사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기획분과)으로 활동했다. 당시 김 지사가 몸담았던 기획분과는 해당 위원회서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중추적인 자리였다.

그는 ‘사법 족쇄’에 묶여있다.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심 선고를 앞두고 김 지사에게 징역 총 6년의 실형을 구형한 상태다.

특검은 “원심 공판서 피고인(김 지사)이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적 여론조사 행위에 관여하고 선거 공정성을 해친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국민의 정치적 결정을 왜곡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2심 선고는 오는 11월6일에 열린다.

김경수
사법 족쇄 풀기

재판 결과에 따라 김 지사의 정치적 미래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사법 족쇄를 풀어내는 데 성공, 이낙연 대표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 지사 역시 사법 족쇄를 풀어낸다면, 민주당 대권구도는 삼각구도로 재정립될 공산이 크다. 2심 선고 전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역 친문을 중심으로 ‘김경수 대권 플랜’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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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