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대규모 조직개편 단행 속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09: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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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승부수 "악수인가 묘수인가"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이석채 KT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유·무선 통신부문을 하나로 합치고 부동산 관리업체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이로써 KT 직원 3만명 중 2만명이 명함을 다시 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이번 승부수는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과 LTE 시장에서의 영업력 부진 등 최근 KT가 처해 있는 어려운 환경을 돌파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KT의 움직임에 대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KT는 지난 14일 이동통신과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TV(IPTV), 집전화 등 유·무선 통신조직을 통합하고 미디어콘텐츠와 부동산, 위성사업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KT 임직원 3만여명 가운데 40여명의 임원과 2만여명의 직원들이 자리를 이동하거나 이름이 바뀐 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KT는 휴대폰 등 무선상품을 담당하던 개인고객부문과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상품을 관리하던 홈고객부문이 통합 조정돼 '텔레콤&컨버전스(T&C)부문'과 '커스터머부문'으로 개편된다.

경영체제 개편
직원 2만명 자리이동

T&C부문은 기존 유선 및 무선상품 전략, 개발은 물론 유·무선 컨버전스 선도가 가능한 미래 상품개발 등을 담당하게 된다. 커스터머부문은 기존 홈고객부문과 개인고객부문의 대고객서비스 창구가 통합되면서 일원화된 고객응대 및 CS를 담당, 한 차원 높은 고객만족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여기에 맞춰 유선과 무선으로 각각 나뉜 전국의 42개 현장 영업조직을 11개 지역본부로 합쳤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단일화된 채널을 통해 유·무선 상품은 물론, 솔루션 상품 등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의 영업활용도와 업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T&C부문 산하에 '가치혁신 CFT'를 신설하기도 했다. 또 T&C부문장에 표현명 사장, 커스터머부문에 서유열 사장, 계열사 전체 등 그룹을 총괄할 그룹윤리경영실장에 정성복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가치혁신 CFT장에는 송영희 M&C 사업본부장이 임명됐다.

KT는 또 미디어콘텐츠와 위성, 부동산 3개 사업분야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 3개 자회사는 KT가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되며, 구체적인 사업범위와 세부사항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1개월 내에 확정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것은 미디어콘텐츠부문이다. 업계에서는 KT가 음원서비스 '지니', 콘텐츠마켓인 '올레마켓' 등 내부에서 흩어져 운영되던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통합 운영해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발굴하지 않으면 최근 각광받는 유튜브나 카카오톡,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T는 지난해부터 동영상 검색엔진 기술을 갖고 있던 '엔써즈'를 인수하고 소프트뱅크와 함께 동영상서비스 자회사 '유스트림 코리아'를 설립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또한 새롭게 설립될 콘텐츠 자회사는 KT 내의 M&C(미디어&콘텐츠)부문과 연계해 방송과 통신서비스를 아우르는 콘텐츠 유통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유·무선 조직통합…미디어·부동산·위성 별도 법인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 '지주사 전환설' 모락모락

신설되는 미디어콘텐츠 회사에는 M&C부문 직원 250여명이 이동한다. 김주성 부사장은 신설회사의 대표를 맡을 전망이다.


부동산법인은 전국 요지에 산재한 전화국 부지 등 약 5조원대의 보유 부동산을 새로 주택·빌딩·상가·호텔 등으로 개발하거나 임대 매각하는 사업 등을 하게 된다. 전문가를 영입해 임대수익 증대를 통해 자산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특히 기존 부동산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와의 역할 중복을 고려해 전문가 영입에 초점을 두고 필요할 경우 합병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공위성법인은 KT가 보유한 인공위성 관리 및 운영, 임대사업 등을 하게 되며, 미디어콘텐츠법인은 이동통신과 IPTV 등에 필요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일을 맡게 된다.

지난 2010년 12월 발사에 성공한 '올레1호'를 포함해 무궁화위성5호, 콘도샛 위성 12기 등을 소유하고 있는 KT는 이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에 위성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내년 발사 예정인 ABS-2 위성 중계기 8기를 추가 확보해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남부지역 등 총 66개국으로 커버리지를 확대해 본격적인 위성사업자로 나설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회사에는 300~400명의 자산센터 직원들이, 위성 전문회사에는 160명의 위성사업단 직원이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표이사를 누가 맡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새롭게 설립될 KT의 3개 전문회사는 국내외 다양한 시업들과 제휴를 맺으면서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새 법인 분야별로 전문인력을 영입해 사업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다각적인 제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서비스 전 부문
매출 감소 LTE '꼴찌'

KT 관계자는 "미디어·위성·부동산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통신영역에 가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3개 영역을 별도의 전문기업으로 분리 운영하면 자체적으로 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가차 없이 쳐내기도 했다. KT는 최근 'KT테크'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 청산절차에 돌입하는 등 휴대폰 제조사업에서 철수키로 했다. 지난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KT테크를 2013년 1월께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 9일 이사회를 통해 KT테크의 자산과 부채를 39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청산 수순에 돌입한 KT테크는 250여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KT는 KT테크에서 나온 직원들을 최대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희망퇴직 일정이나 위로금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KT MNS를 통해 KT테크의 단말기 사후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지만 운영체제 업데이트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KT의 움직임은 이동통신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무선 조직통합을 조기 완료해 본격적인 시너지를 노리면서 미디어, 부동산, 위성 등 비통신 분야는 아예 독자적인 책임과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성장을 가속화시킨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최근 유선전화, 무선통신, 인터넷 등 KT 핵심사업 매출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고 특히 향후 무선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LTE시장에서는 LGU+에 밀려 3위로 떨어지는 등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처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KT가 미디어콘텐츠, 위성, 부동산 등 3개의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는 발표 때문에 'KT 지주사 전환설'도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통신 경쟁력 강화'와 '규제 벗어난 신사업 육성'


KT의 매출구성은 유선전화, 무선통신, 인터넷, 단말기 매출 등 통신서비스부문이 7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통신사업부문은 지난해부터 전 부문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 섰다. 특히 LTE시장에서는 후발사인 LGU+에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지난 6월까지 LTE가입자는 SKT가 350만명, LGU+가 270만명, KT가 170만명으로 집계됐다. LG보다 100만명이나 뒤지고 있는 것.

이 때문에 KT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통신이외의 분야에 힘을 실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취임한 이 회장은 제일 먼저 KT와 KTF의 합병을 이끌었다. 이후 통합과 융합에 맞춰 조직 슬림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잇따랐다.

2009년과 2010년 당시 두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에서 본사 임원의 축소와 함께 총 6000여 명의 스태프조직이 현장배치 됐고 326개에 이르는 지사가 236개로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약 6000명의 임직원이 명예퇴직하기도 했다.

통신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 회장은 KT스카이라이프, BC카드, 금호렌터카 등을 인수하면서 비통신 사업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올 초 연임 확정 이후에는 유스트림, 엔써즈, 넥스알, KT이노츠 등 콘텐츠 플랫폼 관련 자회사들을 전면 부각시키며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19일 "KT를 글로벌 미디어 유통기업으로 만들겠다"며 "2015년까지 미디어부문에서 지상파 MBC를 능가하는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포함됐듯이 미디어·위성·부동산 분야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겠다는 것도 3개 분야를 미래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 위한
새로운 해결책'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KT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장기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익성이나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을 신설법인으로 떼어내 관리하며 규제를 피하고 위험성을 줄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개편안을 보면 향후 KT는 통신과 전체 그룹의 관리만 맡게 된다. 향후 관리 중심의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훨씬 수월해지는 셈이다.

그동안 KT는 크고 작은 계열사의 효율적 관리와 계열사간 중복되는 업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끊임없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KT는 모든 계열사가 통신과 IT산업에 결부돼 있는데다 국내 기업 환경상 지주회사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이를 부인했다.

이번에도 역시 KT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며 "조직개편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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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