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대규모 조직개편 단행 속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09: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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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승부수 "악수인가 묘수인가"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이석채 KT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유·무선 통신부문을 하나로 합치고 부동산 관리업체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이로써 KT 직원 3만명 중 2만명이 명함을 다시 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이번 승부수는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과 LTE 시장에서의 영업력 부진 등 최근 KT가 처해 있는 어려운 환경을 돌파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KT의 움직임에 대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KT는 지난 14일 이동통신과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TV(IPTV), 집전화 등 유·무선 통신조직을 통합하고 미디어콘텐츠와 부동산, 위성사업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KT 임직원 3만여명 가운데 40여명의 임원과 2만여명의 직원들이 자리를 이동하거나 이름이 바뀐 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KT는 휴대폰 등 무선상품을 담당하던 개인고객부문과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상품을 관리하던 홈고객부문이 통합 조정돼 '텔레콤&컨버전스(T&C)부문'과 '커스터머부문'으로 개편된다.

경영체제 개편
직원 2만명 자리이동

T&C부문은 기존 유선 및 무선상품 전략, 개발은 물론 유·무선 컨버전스 선도가 가능한 미래 상품개발 등을 담당하게 된다. 커스터머부문은 기존 홈고객부문과 개인고객부문의 대고객서비스 창구가 통합되면서 일원화된 고객응대 및 CS를 담당, 한 차원 높은 고객만족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여기에 맞춰 유선과 무선으로 각각 나뉜 전국의 42개 현장 영업조직을 11개 지역본부로 합쳤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단일화된 채널을 통해 유·무선 상품은 물론, 솔루션 상품 등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의 영업활용도와 업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T&C부문 산하에 '가치혁신 CFT'를 신설하기도 했다. 또 T&C부문장에 표현명 사장, 커스터머부문에 서유열 사장, 계열사 전체 등 그룹을 총괄할 그룹윤리경영실장에 정성복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가치혁신 CFT장에는 송영희 M&C 사업본부장이 임명됐다.

KT는 또 미디어콘텐츠와 위성, 부동산 3개 사업분야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 3개 자회사는 KT가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되며, 구체적인 사업범위와 세부사항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1개월 내에 확정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것은 미디어콘텐츠부문이다. 업계에서는 KT가 음원서비스 '지니', 콘텐츠마켓인 '올레마켓' 등 내부에서 흩어져 운영되던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통합 운영해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발굴하지 않으면 최근 각광받는 유튜브나 카카오톡,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T는 지난해부터 동영상 검색엔진 기술을 갖고 있던 '엔써즈'를 인수하고 소프트뱅크와 함께 동영상서비스 자회사 '유스트림 코리아'를 설립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또한 새롭게 설립될 콘텐츠 자회사는 KT 내의 M&C(미디어&콘텐츠)부문과 연계해 방송과 통신서비스를 아우르는 콘텐츠 유통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유·무선 조직통합…미디어·부동산·위성 별도 법인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 '지주사 전환설' 모락모락

신설되는 미디어콘텐츠 회사에는 M&C부문 직원 250여명이 이동한다. 김주성 부사장은 신설회사의 대표를 맡을 전망이다.


부동산법인은 전국 요지에 산재한 전화국 부지 등 약 5조원대의 보유 부동산을 새로 주택·빌딩·상가·호텔 등으로 개발하거나 임대 매각하는 사업 등을 하게 된다. 전문가를 영입해 임대수익 증대를 통해 자산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특히 기존 부동산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와의 역할 중복을 고려해 전문가 영입에 초점을 두고 필요할 경우 합병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공위성법인은 KT가 보유한 인공위성 관리 및 운영, 임대사업 등을 하게 되며, 미디어콘텐츠법인은 이동통신과 IPTV 등에 필요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일을 맡게 된다.

지난 2010년 12월 발사에 성공한 '올레1호'를 포함해 무궁화위성5호, 콘도샛 위성 12기 등을 소유하고 있는 KT는 이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에 위성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내년 발사 예정인 ABS-2 위성 중계기 8기를 추가 확보해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남부지역 등 총 66개국으로 커버리지를 확대해 본격적인 위성사업자로 나설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회사에는 300~400명의 자산센터 직원들이, 위성 전문회사에는 160명의 위성사업단 직원이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표이사를 누가 맡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새롭게 설립될 KT의 3개 전문회사는 국내외 다양한 시업들과 제휴를 맺으면서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새 법인 분야별로 전문인력을 영입해 사업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다각적인 제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서비스 전 부문
매출 감소 LTE '꼴찌'

KT 관계자는 "미디어·위성·부동산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통신영역에 가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3개 영역을 별도의 전문기업으로 분리 운영하면 자체적으로 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가차 없이 쳐내기도 했다. KT는 최근 'KT테크'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 청산절차에 돌입하는 등 휴대폰 제조사업에서 철수키로 했다. 지난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KT테크를 2013년 1월께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 9일 이사회를 통해 KT테크의 자산과 부채를 39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청산 수순에 돌입한 KT테크는 250여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KT는 KT테크에서 나온 직원들을 최대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희망퇴직 일정이나 위로금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KT MNS를 통해 KT테크의 단말기 사후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지만 운영체제 업데이트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KT의 움직임은 이동통신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무선 조직통합을 조기 완료해 본격적인 시너지를 노리면서 미디어, 부동산, 위성 등 비통신 분야는 아예 독자적인 책임과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성장을 가속화시킨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최근 유선전화, 무선통신, 인터넷 등 KT 핵심사업 매출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고 특히 향후 무선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LTE시장에서는 LGU+에 밀려 3위로 떨어지는 등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처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KT가 미디어콘텐츠, 위성, 부동산 등 3개의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는 발표 때문에 'KT 지주사 전환설'도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통신 경쟁력 강화'와 '규제 벗어난 신사업 육성'


KT의 매출구성은 유선전화, 무선통신, 인터넷, 단말기 매출 등 통신서비스부문이 7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통신사업부문은 지난해부터 전 부문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 섰다. 특히 LTE시장에서는 후발사인 LGU+에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지난 6월까지 LTE가입자는 SKT가 350만명, LGU+가 270만명, KT가 170만명으로 집계됐다. LG보다 100만명이나 뒤지고 있는 것.

이 때문에 KT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통신이외의 분야에 힘을 실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취임한 이 회장은 제일 먼저 KT와 KTF의 합병을 이끌었다. 이후 통합과 융합에 맞춰 조직 슬림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잇따랐다.

2009년과 2010년 당시 두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에서 본사 임원의 축소와 함께 총 6000여 명의 스태프조직이 현장배치 됐고 326개에 이르는 지사가 236개로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약 6000명의 임직원이 명예퇴직하기도 했다.

통신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 회장은 KT스카이라이프, BC카드, 금호렌터카 등을 인수하면서 비통신 사업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올 초 연임 확정 이후에는 유스트림, 엔써즈, 넥스알, KT이노츠 등 콘텐츠 플랫폼 관련 자회사들을 전면 부각시키며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19일 "KT를 글로벌 미디어 유통기업으로 만들겠다"며 "2015년까지 미디어부문에서 지상파 MBC를 능가하는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포함됐듯이 미디어·위성·부동산 분야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겠다는 것도 3개 분야를 미래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 위한
새로운 해결책'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KT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장기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익성이나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을 신설법인으로 떼어내 관리하며 규제를 피하고 위험성을 줄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개편안을 보면 향후 KT는 통신과 전체 그룹의 관리만 맡게 된다. 향후 관리 중심의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훨씬 수월해지는 셈이다.

그동안 KT는 크고 작은 계열사의 효율적 관리와 계열사간 중복되는 업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끊임없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KT는 모든 계열사가 통신과 IT산업에 결부돼 있는데다 국내 기업 환경상 지주회사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이를 부인했다.

이번에도 역시 KT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며 "조직개편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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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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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