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수놓은 신예들의 반란

‘각양각색’ 승리를 향한 길

처한 상황은 달라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방법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2부 투어 출신도, 신흥강자도, 소포모어 시즌을 보내는 선수도 우승 트로피 앞에서 환한 웃음으로 고난의 시간을 벗겨냈다.
 

2부 투어에서 뛰는 김성현(22)이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 이뤘다. 김성현은 지난달 9일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 남·서 코스(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쳐 4라운드 합계 5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국가대표를 거쳐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먼저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성현은 KPGA 코리안 투어 출전 자격이 없어 2부 투어인 스릭슨 투어에서 활동했다. 스릭슨 투어에서 한차례 우승하며 상금랭킹 1위를 달리던 그는 지난달 3일 KPGA 선수권대회 월요예선에 응시해 출전권을 따냈다. 합격자 8명 가운데 8위로 막차를 탔다.

깜짝 활약

코리안 투어에서 예선을 거쳐 출전한 선수가 우승한 것은 김성현이 처음이다. 월요예선이 흔하지도 않고, 예선을 치르는 대회가 대부분 메이저급이라서 경험이 부족한 예선 통과자들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기 때문이다.

김성현은 공동 45위를 한 KPGA 오픈에 이어 두 번째 코리안 투어 출전이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받은 김성현은 단박에 상금랭킹 1위를 꿰찼다. 2025년까지 코리안 투어 출전권과 KPGA선수권대회 평생 출전권, 그리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출전권까지 받았다.


김성현, 메이저 정복 2부투어 신데렐라 
이태희, GS칼텍스 매경오픈 2연패 거둬

3라운드를 선두에 4타차 공동 8위로 마친 김성현은 아무도 우승 후보로 예상하지 못했다. 깊고 질긴 러프와 극단적으로 어려운 핀 위치에 바람까지 불어 좀체 언더파 스코어를 내기 힘든 코스에서 김성현은 8번(파4), 9번 홀(파5) 연속 버디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2개 홀 연속 버디로 선두 함정우(26)에 1타차로 따라붙은 김성현은 한때 7명이 선두에 오르는 혼전 속에 꿋꿋하게 타수를 지키며 우승을 향해 나아갔다.

16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선두에 나선 왕정훈(25)을 1타차로 추격하던 김성현은 17번 홀(파3)에서 홀인원성 버디를 잡았고 같은 17번 홀에서 왕정훈이 1타를 잃으며 단독 선두가 됐다. 왕정훈은 18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10번 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냈을 뿐 17개 홀을 모두 파로 막아낸 함정우는 1타차 공동 2위(4언더파 276타)로 아쉬움을 삼켰다.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지난해 신인왕 이재경(21)은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 5언더파 65타의 맹타를 휘둘러 준우승했다.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던 박정민(27)은 6타를 잃고 공동 14위(이븐파 280타)로 내려앉았다. 디펜딩 챔피언 이원준(35)도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태희(36)는 지난달 23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파70·7001야드)에서 열린 제39회 GS칼텍스 매경 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0억원)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199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아시안 투어 대회를 겸한 GS칼텍스 매경 오픈을 제패, 아시안 투어 시드를 확보한 이태희는 올해 유러피언 투어 시드까지 얻었다.

이태희는 14번 홀(파3)까지 조민규(32)에게 3타 뒤처져 있어 우승과 거리가 멀어 보였으나 남은 4개 홀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14번 홀에서 2m가 채 안 되는 짧은 파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선두와 3타 차가 된 이태희는 “다음 홀에서도 그린을 놓쳤는데 칩샷이 그대로 버디가 되면서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 하기도 어려운 메이저 대회 우승을 두 번이나 했고, 그것도 역사에 처음인 2연패를 제가 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며 “최근 3년 사이에 해마다 1승씩 따냈는데 그전까지 제가 준비한 데 대한 성과가 나오는 것 같아 또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2년차’ 김한별, 데뷔 첫 승 감격
이재경, 준우승만 두 번 아쉬움 

이태희는 2018년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2승을 따낼 때 첫째 아들인 서진이가 100일이었고,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해 7월 태어난 둘째 아들 서율이가 돌을 막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이렇게 가족 네 명이 대회장에 함께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과 놀다가 시간 가는 줄 몰라 부랴부랴 대회장에 가야 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긴장하지 않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PGA 데뷔 2년 차 김한별(24)은 지난달 30일 경기 포천에 위치한 일동레이크골프클럽에서 열린 헤지스골프 KPGA 오픈 with 일동레이크골프클럽(총상금 5억원) 대회 연장전에서 투어 데뷔 동기 이재경(21)을 꺾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첫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억원. 이 우승으로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로 올라섰다.
 

헤지스골프 KPGA 오픈 최종일 이재경이 공동 선두에서, 김한별은 1타 차 공동 3위로 뒤쫓으며 출발했다. 그런데 김한별이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7개를 몰아치며 선두 자리를 빼앗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김한별이 버디 1개로 주춤한 반면 전반 버디 4개를 잡았던 이재경이 후반에 버디 3개를 추가해 김한별을 따라잡았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김한별은 이날 7타를 줄인 이재경과 동타를 이루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 홀(파5)에서 열린 연장 1차전서 이재경은 버디 퍼트를 놓친 반면, 김한별은 버디에 성공해 우승을 확정했다.

김한별과 이재경은 지난해 코리안 투어에서 나란히 데뷔한 동기다. 이재경이 동생이지만 지난해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서 첫 승을 거두고 신인상(명출상)까지 거머쥐며 먼저 앞서나갔다. 김한별은 지난해에는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공동 11위, 올해는 지난 7월 KPGA 오픈 연장전에서 공동 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남다른 기쁨

한편 유송규(24)가 김한별, 이재경에 이어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단독 3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GS칼텍스 매경오픈 2연패에 성공하고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이태희는 이원준(호주)과 함께 공동 4위(16언더파 272타)를 기록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