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숲 ③국립제천치유의숲

꽃, 나비와 숲속 힐링 타임

▲ 국립제천치유의숲에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 ‘치유힐링숲테라피’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국립제천치유의숲이 3년간 단장을 마치고 올해 본격적으로 손님맞이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탓에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입소문이 나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평일에만 운영하는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단체 손님이 찾아올 정도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은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진행한다.

▲ 숲길에 핀 큰까치수염

숲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면 왼쪽 비탈에 조성된 약초원이 관람객을 맞는다. 조선 시대 3대 약령시 중 하나가 있던 제천은 지금도 약초로 유명하다. 약초원에는 마가목, 음나무 등 실내 치유 프로그램을 위한 약초 6종이 재배되는데, 비탈을 따라 나무 데크가 이어져 찬찬히 둘러보기 좋다.

약초 유명

치유 프로그램을 받기도 전에 힐링이 되는 기분이랄까. 숲길 곳곳에서 들꽃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여름 숲길에 줄지어 자란 큰까치수염 위에 꿀벌이 느긋하게 꿀을 빨고 있다.

▲ ‘숲하모니’ 프로그램에서 알록달록 숲팔찌를 만드는 모습

약초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치유센터다. 숲하모니, 치유힐링숲테라피, 한방힐링숲테라피 등 다양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참여 대상과 인원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혼자 혹은 연인이나 가족끼리 숲을 찾았다면 건강 측정, 티 테라피, 산림 공예를 체험하는 ‘숲하모니’가 좋다.

건강 측정을 통해 자기 몸을 바로 알 수 있는 설명을 듣고, 피로 회복과 심신 안정에 좋은 한방차를 마시고, 알록달록 숲팔찌도 만들어 남녀노소에게 적당하다. 겨울에 하는 족욕까지 포함해도 쉬엄쉬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예약할 필요가 없어 편하고, 단체가 없는 경우 오후 2~4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 아이들도 걷기 쉬운 숲길

어른 5명 이상이 더 오래 숲을 체험하고 싶다면 2시간 동안 내 몸 바로 알기, 내 몸 바로잡기가 진행되는 ‘치유힐링숲테라피’가 좋다. 어른 20명 이상 단체라면 숲속 필라테스와 웃음 박수 등이 포함된 ‘웃음치유숲테라피’가, 청소년 단체라면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트레킹이 주를 이루는 ‘오감힐링숲테라피’가 적당하다.

사회적 취약 계층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방문 일주일 전에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체험비는 숲하모니 5000원, 나머지 프로그램은 2시간 기준 개인 1만원, 단체 8000원이다.

▲ 참나무 군락을 가로지르는 ‘숲내음치유숲길’

국립제천치유의숲을 즐기기 위해 꼭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건강치유숲길, 숲내음치유숲길, 음이온치유숲길 등으로 구성된 숲속 산책로는 상시 무료로 개방한다(연중무휴). 산허리를 타고 오르는 ‘건강치유숲길’은 금수산의 수려한 전망이 좋다.

산자락을 따라 내려가는 ‘숲내음치유숲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아 아이들도 걷기 쉽다. 참나무 군락 한쪽에 마련된 ‘자작나무숲길’을 걷는 맛도 색다르다. 금수산 계곡 따라 이어지는 ‘음이온치유숲길’ 중간에는 숲속 명상 쉼터가 있다. 이 모든 길을 걷는 데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 치유센터 앞에 마련된 나무 의자

그래도 산길을 걷느라 조금 지쳤다면 치유센터 앞마당 나무 의자에 누워보자. 눈앞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은 덤이다. 치유센터 뒤에는 비스듬히 몸을 누이고 편하게 햇빛과 바람을 즐기는 공간도 마련됐다.

▲ 팅커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운이 좋으면 보기 힘든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치유센터 2층 나무 테라스에 다양한 나방이 잔뜩 붙어 있었는데, 멸종 위기종인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도 눈에 띄었다. 10cm쯤 되는 날개가 이름처럼 옥색이다. 아래로 길게 내린 꼬리는 천적인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분산해 자기 몸을 지키는 기능이 있단다. 큰 날개와 긴 꼬리 덕분에 요정처럼 보여 팅커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 치유센터 앞 전망대에 서면 금수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치유센터에는 회사나 단체가 주로 이용하는 세미나실이 있다. 창밖으로 금수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을 보며 워크숍이나 회의를 한 뒤에 숲길을 걸어도 좋을 듯하다. 식당과 숙소는 운영하지 않으니 참고할 것.

▲ 제천산야초마을에서 약초 주머니 만들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

힐링 타임을 좀 더 이어가고 싶다면 국립제천치유의숲 인근 제천산야초마을에 가보자. 마을에서 자생하는 여러 가지 약초를 이용해 약초 주머니 만들기, 약초차 체험, 천연 화장품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개똥쑥과 당귀, 감국, 천궁, 라벤더, 박하 등을 넣은 약초 주머니는 누구나 만들기 쉽고, 머리맡에 두면 잠이 잘 온단다.

아름다운 금수산 자락에 위치
다양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 진행

마을 분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직접 키운 먹거리로 산야초비빔밥, 한방수육 등을 낸다. 체험 프로그램과 식당은 예약해야 한다. 다양한 크기의 방을 갖춘 민박도 운영 중이다.

▲ 청풍나루에서 출발하는 대형 유람선

제천산야초마을 앞은 청풍호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청풍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대형 유람선을 타고 ‘내륙의 바다’를 누비는 것이다. 청풍나루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청풍문화재단지와 높이 162m 물줄기를 자랑하는 수경분수를 거쳐 단양팔경인 옥순봉과 구담봉을 보고 장회나루에 이른다. 다시 같은 코스로 청풍나루까지 돌아오기까지 총 1시간30분이 걸린다.

▲ 청풍호의 절경이 한눈에 담기는 비봉산 정상 전망대 포토 존

청풍호를 하늘에서 즐길 수도 있다. 2019년 운영하기 시작한 청풍호반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청풍면 물태리역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km 구간을 날아가며 내륙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캐빈은 안전할 뿐 아니라 깔끔하고 쾌적하다.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모양이라는 비봉산 정상에 이르면 청풍호의 절경이 한눈에 담긴다.

예쁜 조형물을 더해 찍으면 그림이 되는 포토 존도 놓치지 말 것. 바람이 많이 불면 케이블카 운영이 일시 중단되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해야 한다.

▲ 깎아지른 절벽 아래 자리한 정방사

청풍호

청풍호반케이블카 물태리역에서 차로 15분쯤 달리면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정방사에 이른다.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금수산 자락에 들어앉은 산사에 이르면 발아래 청풍호가 펼쳐진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 자리한 산사와 어우러진 풍경은 비봉산 정상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맛이다. 법당 안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절 뒤쪽에서 시원한 약수 한 모금 마시면 마음까지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제천치유의숲→제천산야초마을→충주호관광선→정방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제천치유의숲→제천산야초마을→충주호관광선→정방사 
둘째 날: 청풍문화재단지→청풍호반케이블카→능강솟대문화공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제천문화관광 http://tour.jecheon.go.kr/ktour/index.do
- 국립제천치유의숲(한국산림복지진흥원) www.fowi.or.kr
- 충주호관광선 www.chungjuho.com
- 청풍호반케이블카 www.cheongpungcablecar.com 

문의 전화
- 제천시 관광안내 043)641-6731
- 국립제천치유의숲 043)653-9871
- 제천산야초마을 043)651-3336
- 충주호관광선 청풍나루선착장 043)647-4566
- 청풍호반케이블카 043)643-7301
- 정방사 043)647-7399


대중교통
[버스]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6~22회(06:30 ~21:30) 운행, 약 2시간 소요. 제천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터미널·우리은행 정류장까지 도보 이동, 952번 일반버스 이용, 학현 정류장 하차, 약 1시간30분 소요. 국립제천치유의숲까지 도보 약 15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제천버스터미널 1688-1633, www.jecheontermina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IC→적성로 적성 방면→학현소야로 소야리·청풍 방면→국립제천치유의숲

숙박 정보
- 제천산야초마을: 수산면 옥순봉로, 043)651-3336
- 슬로시티수산체험마을: 수산면 월악로26길, 043)647-8311
- 청풍개울가펜션: 수산면 옥순봉로12길, 043)651-5517

식당 정보
- 제천산야초마을(산야초비빔밥·한방수육): 수산면 옥순봉로, 043)651-3336 
- 수산기사식당(한식): 수산면 월악로26길, 043)645-8308
- 청풍황금떡갈비(한정식): 청풍면 청풍로호, 043)647-6300

주변 볼거리
제천 의림지, 박달재, 월악산, 옥순봉생태공원, 씨앤씨홀스팜, 새한서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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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