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여행 ②송도 구름산책로·해상케이블카·초량이바구길

화려함과 짜릿함이 가득! 버라이어티한 부산의 밤

▲ 화려한 도시 야경과 더불어 바다 위를 걷는 송도구름산책로

부산의 밤바다 하면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이 가장 먼저 꼽힌다. 하지만 송도해수욕장만큼 밤이 즐거운 곳도 없다. 화려한 야경과 더불어 바다 위를 걷는 송도구름산책로, 밤바다를 가로지르는 송도해상케이블카 등 늦은 밤에도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 송도구름산책로와 이어진 거북섬에서 전시와 조형물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송도구름산책로는 2015년에 건립된 해상 보도교다. 해변 동쪽에 자리한 거북섬을 가운데 두고 다리가 양쪽으로 이어지며, 한쪽은 바다로 뻗어 정박한 배와 남항대교의 유려한 전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길이 365m에 이르는 산책로 데크는 중간에 바닥이 강화유리와 격자무늬 철제로 된 구간이 있어 출렁이는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밤이면 다리에 조명이 들어와 주변 야경과 근사하게 어우러지고, 거북섬에 마련된 전시와 조형물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밤하늘과 까만 바다 너머 도시 야경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송도해상케이블카

최고의 전망

송도구름산책로 위에는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오색 불빛을 반짝이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송도해상케이블카는 송도해수욕장 내 송림공원에서 암남공원까지 1.62km 거리를 지나간다. 최고 높이 86m에 달해 케이블카에서 해수욕장이 한눈에 담기고, 바다 건너편 영도와 남항대교, 바다에 점점이 흩어진 선박까지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탑승 내내 밤하늘과 까만 바다 너머 화려한 도시 야경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를 이용하면 발아래 펼쳐진 검은 밤바다가 훨씬 생생하게 다가오고, 짜릿함이 배가된다. 케이블카마다 블루투스 스피커가 장착돼 취향에 따라 분위기도 바꿀 수 있다. 때로 로맨틱하게, 때로 비트 있는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즐겨보자. 블루투스 스피커는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된다. 케이블카 탑승 시간은 10분 정도지만, 감동은 훨씬 오래간다.

▲ 초량이바구길은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부산 구 백제병원에서 시작한다.

화려함과 짜릿함이 공존하는 부산의 여름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산의 대표 도보 여행 코스인 초량이바구길도 밤에 색다른 재미가 있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말로, 초량이바구길에는 2km가량 이어진 골목을 따라 부산의 근현대사가 담긴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량이바구길은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부산 구 백제병원(국가등록문화재 647호)에서 시작한다. 붉은 벽돌과 아치 문양이 고스란히 남은 건물 1층은 현재 카페 브라운핸즈백제로 운영된다. 옛 모습을 살린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여행자도 많이 찾는다.

▲ 산복도로의 옛 모습을 담은 담장갤러리

이곳에서 초량이바구길의 명물 168계단까지 10분쯤 걸린다. 걷는 동안 산복도로의 옛 모습을 담은 담장갤러리, 130년 가까운 역사를 품은 초량교회, 동구의 역사와 미래가 함축된 동구인물사담장을 차례로 지난다. 밤에는 어두운 편이니 자세히 관람하려면 낮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초량이바구길의 명물, 168계단과 바로 옆에 설치된 모노레일

언덕이 많은 초량이바구길에서도 으뜸은 역시 168계단이다. 경사가 심한 언덕에 놓인 계단이 가로등 불빛 때문인지 더 까마득해 보인다. 굴곡진 역사를 살아온 이들의 애환이 좁고 가파른 계단에 칸칸이 쌓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있으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묘한 기분이 된다.

▲ 168계단 중간에 있는 포토 존

168계단 바로 옆에 설치된 모노레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주민을 위한 편의 시설이지만, 여행자에겐 이색 체험이 된다. 올라갈 때 모노레일을, 내려올 때 계단을 이용하면 편하다. 모노레일은 길이 60m로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행하며(오후 8시 이후에는 2~3층 운행), 이용료는 없다.

▲ 초량이바구길에서 본 야경

168계단 끝에는 근사한 야경이 기다린다. 옹기종기 모인 집과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빌딩이 도시를 밝히고, 전망 데크에 설치된 망원경에는 생동감 넘치는 부산의 밤이 담긴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유치환우체통까지 걸어보자.

까만 바다 너머 화려한 도시 야경
늦은 밤에도 즐길 거리가 한가득


청마 유치환 선생을 기리며 건립한 건물 옥상에는 1년 뒤에 배달해주는 느린 우체통이 눈에 띈다. 지금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에게 엽서 한 장 써보면 어떨까. 우체통 너머로 펼쳐진 소박한 야경은 여행자를 위한 작은 선물이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좋은 기분으로 가득하다.

▲ 부산의 근대사와 함께해온 초량전통시장

초량전통시장은 구 백제병원에서 2~3분 걸어가면 닿는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풍경이 여느 재래시장과 다르지 않지만, 부산의 근대사와 함께해 온 곳이다. 특히 한국전쟁 때 피란민의 힘겨운 삶이 곳곳에 스며들었다. 시장 안에 먹거리가 많아 여행 중 배를 든든히 채우기도 좋다.

▲ 아담한 공원처럼 꾸민 송도스카이파크

송도스카이파크(송도해상케이블카 상부탑승장)와 이어진 암남공원은 청량한 숲길과 푸른 바다를 동시에 누리는 힐링 포인트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시원한 바다가 보여 가슴까지 탁 트인다. 가벼운 삼림욕과 함께 조각 작품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해보자. 송도스카이파크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모형과 사진 찍기 좋은 공간도 있다.

▲ 암남공원과 동섬을 연결한 송도용궁구름다리

암남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6월 초 개통한 송도용궁구름다리다. 원래 거북섬을 잇던 옛 송도구름다리(일명 출렁다리)를 복원한 것인데, 새로 만들면서 현재 자리로 옮겼다. 암남공원과 동섬을 연결한 길이 127m, 폭 2m 철제 다리로, 해안 절벽 둘레를 걷는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송도용궁구름다리

바다를 품에 안은 수려한 경관과 기암절벽이 빚은 풍광이 일품이라 벌써 부산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다리 한가운데 서면 시원한 바닷바람에 한낮의 열기마저 훌훌 날아간다. 송도용궁구름다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초량이바구길 코스: 국제시장→보수동책방골목→초량전통시장→초량이바구길
송도 구름산책로·해상케이블카 코스: 암남공원→송도용궁구름다리→송도해상케이블카→송도구름산책로

1박2일 여행 코스
[초량이바구길 코스] 
첫째 날: 국제시장→보수동책방골목→초량전통시장→초량이바구길
둘째 날: 송도해상케이블카→송도용궁구름다리→암남공원 
[송도 구름산책로·해상케이블카 코스] 
첫째 날: 암남공원→송도용궁구름다리→송도해상케이블카→송도구름산책로
둘째 날:초량이바구길→국제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서구 문화관광 www.bsseogu.go.kr/tour/index.bsseogu
- 동구 문화관광 www.bsdonggu.go.kr/tour/index.donggu
- 초량이바구길 www.2bagu.co.kr
- 초량전통시장 www.choryangmarket.com
- 송도해상케이블카 www.busanaircruise.co.kr 

문의 전화
- 서구청 문화관광과 051)240-4081
- 동구청 문화체육관광과 051)440-4812
- 송도해상케이블카 051)247-9900
- 초량전통시장 051)442-5445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수시(05:15~22:5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부산역 광장에서 길 건너 구 백제병원(초량이바구길 시작점)까지 도보 약 5분. 부산역 정류장에서 26번 일반버스 이용, 암남동주민센터 정류장 하차. 송도 구름산책로·해상케이블카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051)791-4500, www.busanbus.or.kr
[버스] 서울-서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7회(06:40~ 22:10, 막차 시각 유동적)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5번 일반버스 이용, 구덕초등학교 정류장에서 67번 일반버스 환승, 부산역 정류장 하차. 구 백제병원(초량이바구길 시작점)까지 도보 약 5분. 사상우체국 정류장(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도보 약 10분)에서 161번 일반버스 이용, 송도입구 정류장 하차. 송도 구름산책로·해상케이블카까지 도보 약 13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서부버스터미널 1577-8301, www.busantr.com 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051)791-4500, www.busanbus.or.kr

자가운전
초량이바구길: 중앙고속도로 대동 IC→대저 JC에서 백양터널 방면→관문대로 직진→태종대·수정터널 방면 고가차도 진입→수정터널→관문대로→좌천삼거리에서 부산역 방면→중앙대로209번길 방면 우회전→구 백제병원(초량이바구길 시작점)
송도 해상케이블카·구름산책로: 남해제2고속도로지선 서부산 IC→구포·주례·하단 방면→사상구청교차로에서 구덕운동장 방면 우회전→대영고가교 옆 도로 따라 직진→자갈치교차로에서 우회전→충무동사거리에서 좌회전→충무대로92번길 송도 방면 좌회전→송도해변로 우회전→송도 구름산책로·해상케이블카 


숙박 정보
- 더비에스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동구 중앙대로236번길, 051-466-8400, http://www.thebshotel.com
- 모찌호스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동구 중앙대로196번길, 010-4542-8256, http://www.mozzihostel.com
- 르이데아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동구 중앙대로180번길, www.ideabusan.com
- 호텔콘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중구 용두산길, 051-244-0088, http://hotelcont.com 
- 하운드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중구 보수대로, 051-254-0702, https://hound-nampo.wnhotels.com
- 힐사이드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중구 중구로, 051-464-0443, http://www.hillsidehotel.co.kr 
- 지엔비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중구 흑교로, 051-243-5555, http://www.gnbhotel.com
- 센트럴 파크 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중구 해관로, 051-243-8001
- 비센트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중구 충장대로9번길, 051-442-2338, http://www.bcenthotel.com 
- 브라운도트 부산역점: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051)465-3500, https://b-busan.wnhotels.com
- 베스트웨스턴플러스호텔 부산송도: 서구 송도해변로, 051)977-8888, http://bwplusbusan.com 
- 밸류호텔월드와이드 부산: 영도구 태종로, 051)960-5500, www.valuehotelbusan.com

식당 정보
- 168도시락국(시락국밥·추억의도시락): 동구 영초길, 051)714-2619 
- 대식가2900 남포점(숙성삼겹살·이베리코목살): 중구 광복로, 010-8707-8842
- 브라운핸즈백제(아메리카노):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051)464-0332

주변 볼거리
자갈치시장, 태종대, 국립해양박물관, 용두산공원, 부산근대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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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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