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이랜드그룹 난관 봉착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6:45:10
  • 댓글 0개

너무 욕심냈나? '소화불량' 걸렸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왕성한 식탐을 자랑하던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식욕에 문제가 생겼다. 박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 추진해왔던 쌍용건설 인수가 난관에 봉착한 것. '헐값 매각' 우려부터 노조의 강력한 반대, 회사 경쟁력 악화 우려, 해외 수주 타격까지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쌍용건설에 눈독을 들이던 이랜드그룹이 지난 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이랜드는 우발채무, 가격 등에 대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측과 논의 중이며, 확인실사를 거쳐 이달 말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사업측면 부정적"

이랜드 측은 주력사업 분야인 유통과 레저, 해외사업 등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리조트 11개, 해외호텔 1개, 국내호텔 3개 등을 보유해 글로벌 수준의 수주능력과 시공역량을 갖춘 쌍용건설의 인지도가 합쳐져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남은 박 회장의 여정이 그리 순탄치 만은 않다. 가시밭길이다. 쌍용건설 인수 이후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쌍용건설 노조가 이랜드 인수 추진에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노조는 지난 2007년에도 당시 이랜드의 인수 추진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

지난 6일 쌍용건설 노조는 공식적으로 이랜드의 회사 인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쌍용건설의 유동성 확보 문제다. 쌍용건설 노조는 "쌍용건설의 유동성문제를 도외시한 공자위(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향후 어떠한 형태로든 쌍용건설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자본금을 확충하는 게 가장 시급한데 캠코와 이랜드가 이 문제를 해결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400%에 달하는 이랜드의 부채비율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랜드건설은 지난해 매출 976억원에 영업손실이 66억원으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실정이다. 당기순손실은 124억원에서 220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말 부채비율도 252.9%에 달한다. 반면 쌍용건설은 연간 매출액이 1조7000억원 이상이다. 이랜드가 쌍용건설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에서는 캠코가 2008년 당시 동국제강과 매각협상을 할 때 5%로 제한했던 가격조정 폭을 이번에는 15%까지 가능하게 한 것을 근거로 들어 '헐값 매각 시도는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쌍용건설 주가는 2008년 동국제강의 인수 추진 당시와 비교할 경우 6분의1 수준인데 이런 상황에서 매각 절차를 서두르는 것은 정권 말 특정 업체에 헐값 매각 특혜라는 주장이다. 이번 매각에서 캠코는 가격조정조건을 실사조정(입찰가액의 5%)과 손해배상한도(10%) 등 총 15%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캠코는 지난 2008년 동국제강이 인수에 나섰다 실패했을 때부터 최고가격에 매각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해왔다"며 "이랜드 확인실사단이 쌍용건설 빌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인수 후 '윈-윈' 힘들 것이란 지적
헐값 논란에 노조 반대 겹쳐…인수 가시밭길

이랜드의 도덕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노조는 "이랜드는 과거 노사문제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고 전형적인 먹튀 자본"이라며 "그럼에도 정부지분 매각의 수의계약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는 기업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2~3주 후 양측의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정밀실사를 저지하고, 19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캠코의 이번 쌍용건설 매각과정을 적극 이슈화 할 방침이다.


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7일 이랜드가 쌍용건설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 "사업적 측면에서 다소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랜드가 건설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과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쌍용건설의 영업을 정상화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기평은 "단기적으로 레저사업 계열사와의 사업적 시너지 창출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이랜드가 협상 과정에서 쌍용건설 측에 고용 보장을 약속한 데 이어 아예 직원들 이탈을 막아달라는 확약서를 요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랜드가 쌍용건설 인수 후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일반적으로는 인수·합병 시 피인수 기업이 대상 기업에게 고용보장을 요구한다.

쌍용건설 지분 10.04%를 보유한 우리사주조합도 변수다. 올 초 회사 매각 성사를 위해 조합이 갖고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던 뜻을 번복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이랜드의 쌍용건설 인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매각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우리사주조합과 쌍용건설 노조는 2008년 이랜드와 동국제강 등의 회사 인수에 반대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추진, 결국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우리사주조합 변수

업계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이나 노조 등 쌍용건설 안팎에서 반발이 심해질 경우 이달 말쯤 본계약을 맺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려 했던 이랜드그룹의 당초 전략이 틀어질 수도 있다"면서 "이는 이랜드와 쌍용건설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