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겉멋에 빠진 10대, 철없는 문신열풍

“혹시 당신 아이 몸에도 몰랐던 문신이?”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청소년들 사이에 ‘문신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연예인들의 문신이 매체를 통해 가감 없이 노출되면서 “멋있어 보인다”는 단순한 호기심에 무작정 따라하는 아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신열풍은 소위 학교 내 ‘일진’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또래 친구들에게 겁을 주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20대를 맞이하면서 과거에 자신들이 저질렀던 일을 후회하며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것도 쉽지 않다. 10대들의 일그러진 ‘표식’ 문신. 이들은 왜 문신에 집착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실태를 파헤쳤다.

“고등학교 때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팔뚝에 문신 하나씩은 새기고 있어서 저도 호기심에 따라 해봤어요. 당시에는 정말 멋져보였고 다른 애들이 우러러보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맘껏 자랑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후회감만 들어요. 취업도 해야 돼서 당장이라도 지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문신제거비용이 하는 것보다 3배 가까이 비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어요. 문신 시술을 받았을 땐 100만원 정도 들었는데 지금 지우려다 보니 300만원을 훨씬 웃돌아서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호기심에 새긴 문신
낙인으로 찍히기도

“외국 배우들 보면 문신한 연예인들 많잖아요. 저도 그때 그게 너무 예뻐 보여서 무심코 따라했는데 지금은 지우는데 급급해요. 학창시절엔 나 잘난 맛으로 살아서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보니 세인들의 시선이 안 좋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선을 피하려다보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창피해서 대중목욕탕도 함부로 못 가요. 곧 취직도 해야 하고 나중에 시집도 가야되니 지워야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학창시절에 멋모르고 몸에 새겼던 문신을 후회하는 20대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부는 문신열풍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연예인들의 문신은 청소년들에게 호기심과 겉멋만 잔뜩 불어넣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기에 새긴 문신은 약한 피부에 비위생적인 바늘이 여러 번 닿기 때문에 B·C형 간염에 걸릴 확률도 높아 주위의 우려도 낳고 있다. 

그럼에도 왜 청소년들은 문신에 집착하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대중매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과 대중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연예인의 모습을 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심지어 그들의 패션, 메이크업, 소장품까지 모두 공개되는 가운데 문신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프로에서든 연예인의 문신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는 추세인 만큼 문신에 대한 인식이 낯설거나 부정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개성의 표현이자 하나의 패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청소년 사이 유행처럼 번지는 문신 그 실태는…
왕년 일진들 “철없던 때 객기로 한 ‘문신’ 후회”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사춘기 시절의 인격형성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는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문신시술이나 노출은 자칫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문신시술을 받는 연령은 만 19세 이상으로 미성년자는 함부로 시술을 받을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사실 시내 거리만 나가봐도 팔이나 다리, 손가락 등 다양한 부위에 문신을 새긴 청소년들을 목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문신을 시술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행위로 법제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문신시술은 더 강력한 범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타투영업을 경찰에서 일일이 단속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문신시술은 눈감아주고 있는 편이지만 미성년자에게 시술한 타투영업은 간간히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몸에는 버젓이 용과 잉어와 같은 화려한 문신이 새겨져 있고 지금도 아이들을 상대로 불법타투영업을 하는 곳들이 전국 곳곳에서 성황하고 있다.

취재기자가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타투경력이 오래됐고 그곳에서는 꽤 유명하다는 ‘타OO’라는 타투샵을 방문해봤다. 어두침침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타투샵 안에는 각종 타투 도구들과 새길 때 쓰는 여러 가지 염색물감이 나란히 놓아져 있었다. 타투샵 주인은 여성이었고 그녀는 타투도안을 내밀며 대뜸 어느 부위에 어떤 문신을 새길 것인지에 대해 물어왔다. 사전에 고객에게 나이를 묻거나 신분증 검사를 하는 행위는 원래 없던 관례인 듯 도안설명과 가격흥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신분증 검사는 뒷전
가격흥정에 독기 올라

“등 부위에 할 거면 여자는 봉황이나 용이 예뻐요. 꽉 채우실 거예요? 컬러로 등 전체 다 메울 예정이면 150만원에서 180만원까지 받고 흑백도 별로 가격차이 없고요. 그런데 컬러는 문신제거 시에 레이저로 지우는데 레이저가 색깔을 못 읽어서 컬러문신은 평생 가지고 가야해요. 그것은 염두해 두셔야 하고요. 한 4일에 걸쳐서 하게 될 거예요. 그래도 우리 샵이 다른 곳에 비해 잘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까 큰 가격부담 갖지 말고 한 번 해봐요. 요즘은 어린 애들도 많이 하고 흉도 아니잖아요.”

"중·고등학생들도 하나요?"라는 취재기자의 물음에 그녀는 “타투가 원래 불법이잖아요. 해주면 안 되는데 다른 곳은 가끔 해주기도 한다고 하더라고… 우리 가게는 아직 해준 적은 없어요”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타투샵을 나와서 홍대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사복을 입은 청소년들 몇 명이 눈에 띄었다. 팔에 레터링(문자로 새긴 문신)을 새긴 남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타투샵에 가면 신분증 검사 없이 문신을 해주냐"라는 취재기자의 물음에 그 학생은 “네. 민증(신분증)검사 안 해요. 그냥 뭐 해달라고 하면 다 해주던데… 저 말고도 우리 학교에 한 애들 꽤 있어요. 노는 애들(일명 일진·짱)은 거의 다 해요”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친구 따라가서 한 번 해봤는데 이게 점점 중독이 되는 거 같아요. 작은 거부터 시작했다가 나중에 점점 큰 걸로 하고 싶어지고 그래서 문신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고, 일진들은 학교 애들 돈 뺏어서 문신비용 보태기도 해요”라고 덧붙였다.

또래들에 불법문신
해주고 돈 받아

최근엔 부산의 한 남학생이 또래 학생들에게 직접 문신을 새겨주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은 사건도 있었다. 김모(17)군은 1인당 5만~10만원 상당의 돈을 받고 자신의 집에서 불량서클에 가입된 친구 5명을 상대로 불법문신을 시술했다. 이후 김군은 그 친구들과 함께 타 학생들에게 다가가 문신을 보여주며 겁을 줬고 오토바이와 현금 등을 가로채 약 175만원에 다다르는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김군은 지인에게 문신시술법을 배웠고 동네에서 일명 짱 행세를 하며 상습적 금품갈취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신 시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빈집을 턴 과감한 10대들도 있었다. 한모(15)군과 김모(14)군은 50~60만원 상당의 문신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어 빈집을 털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반면 문신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후회하는 학생도 있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학교 여학생은 남자친구를 따라서 한 불법문신영업소로 찾아갔다가 무려 10회에 걸친 문신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등 전체를 휘감은 컬러잉어문신을 새겼지만 지금은 후회막심 중이다. 컬러문신은 레이저로 잘 지워지지도 않아 아직 어린 나이인 그녀가 평생 가지고가야 할 낙인으로 남게 됐다. 그녀는 “친구들과 찜질방 한 번을 가보지도 못하고 아직 부모님도 모르고 계신 상황이라 너무 괴롭다. 당시 짧은 생각으로 받았던 문신이 지금은 평생 콤플렉스가 됐다"며 후회의 심경을 전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문신을 제거해주는 시설도 있었다. 전주의 송천정보통신학교는 10년째 무료로 문신제거수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해당 학생은 보호관찰기간인 학생과 해당 학교의 퇴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워 문신제거가 쉽지 않은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는 문신제거전문의와 간호사가 상주해 있어 상담과 문신제거수술을 동시에 해주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문신을 하는 경우, 대부분이 호기심과 충동적인 심리로 하기 때문에 문신을 시술받은 후 후회하는 게 99% 이상이다”고 전했다. 

단순 호기심에 새긴 영구문신 제거 비용은 몇 배
지우고 싶어도 지우지 못한 채 평생 낙인 되기도

한 문신제거전문의도 “상처를 낸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는 방식인 문신은 피부염증, 홍반, 부종, 수포현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혈액순환 저해로 피부가 괴사할 위험도 충분하다. 특히 성장기에 문신하면 성인이 된 후 모양이 이상하게 변하거나 문신으로 인한 상처부위가 커질 우려가 많으므로 미성년자는 시술을 받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청소년들의 충동적인 문신시술이 날이 갈수록 대중화됨에 따라 학부모연합과 교육업계 내에서도 문신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문신시술에 대한 교칙이나 법규가 마땅치 않아 제재를 하기에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 일선 중·고교에서도 문신을 한 학생들에게 단순히 ‘하지 말라’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자세한 교칙을 세워놓지 못하고 있다. 혼내거나 징계를 내리기가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규도 모호한 실정이다. 문신시술은 경범죄 처벌법 제24조에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에 대해서 처벌한다’라는 규정만 있을 뿐 어디까지가 혐오감을 일으키는 수위인지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아 일일이 단속하기 힘든 실정이다. 

문신해도 부모는 몰라
적극적 관심 필요

학부모연합회 관계자도 “또래보다 세게 보이려 아이들이 겉모습에 치중하는 것 같다”며 “학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속마음을 알고 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 번 잘못 생각하면 평생 가지고가야 할 짐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 내부에서의 강력한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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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