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또 다른 금메달' 사냥 나선 기업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15 09: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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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마케팅'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런던올림픽 때문에 난리다. 한국선수단은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를 일찌감치 돌파했고 연이은 승전보로 대회기간 동안 국민들을 즐겁게 하고 무사귀환했다. 런던에서 벌어졌던 '총성 없는 전쟁'은 국내 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에도 불을 지폈다. 대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대거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선수들에 대한 각 기업의 메달포상금도 연일 '억'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선수가 평생 먹을 라면을 제공하겠디는 기업도 생겨났고 아예 아파트 한 채를 주겠다고 약속을 한 기업도 있었다.

지난 8일 새벽 5시30분께 한국-브라질 4강전이 끝난 뒤 아파트 주차장이나 주택가 골목에는 담배를 꺼내 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날 시청률은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4.2%의 높은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아쉬움은 컸다.

축구·사격으로
활짝 웃은 KT

2001년부터 연간 34억원을 지원하면서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하고 있는 KT도 아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KT는 큰 아쉬움만큼이나 큰 홍보효과를 보고 있다. KT가 추산한 4강 진출에 따른 홍보효과는 약 2000억원. 지상파 방송뉴스 시간대 광고비를 15초당 1000만원으로 계산하면 대표팀 관련 뉴스가 2분만 나와도 약 1억원의 간접광고효과를 얻게 된다. 선수들의 경기복에는 KT로고가 들어가지 못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입는 평상복과 연습복에는 로고가 박혀있다. 이 로고는 선수들의 연습장면이나 기자회견장면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KT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국내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파트너를 맡아 5조원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T는 사격에서도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2관왕을 달성한 진종오 선수는 KT직원이다. 진종오는 지난달 28일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과 지난 5일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승에서 2관왕에 올랐다. 진종오는 한국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뒤 "그동안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이석채 KT 회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이제는 회장님 얼굴을 떳떳이 뵐 수 있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남자 50m 권총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도 그는 KT에 대한 고마움을 전달했다.


이 회장도 진종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올림픽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한국선수 사상 첫 여름 올림픽 개인 종목 2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장하고 대단하다. 대한민국 선수단 금메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축하메시지를 전달했다.

역풍 맞은 '농심' 라면 평생 무상제공이 뭔 말?
구본무 LG그룹 회장 양학선 선수에 5억 쾌척

사격 덕분에 브랜드 가치 상승의 호재를 맞은 기업은 또 있다.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아 전폭적인 지지를 해오고 있는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사격연맹 창설 이후 기업이 주최하는 최초의 사격대회인 '한화회장배 전국하계대회'를 개최해 국내 사격선수들의 실력향상과 유망주 발굴에 기여해오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한화회장배 사격대회는 국내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전 종목 전 부별로 종이표적이 아닌 전자표적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쌓은 경험은 국제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사격대표팀에게 통 큰 포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의 올림픽 마케팅은 '국내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SNS 마케팅 프로젝트 '골드러시'가 대표적이다. 고객의 참가 접점을 넓히고 재미를 곁들인 기법으로 폭염에도 120만명 이상을 끌어들이면서 전자나 광고업계에 성공사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광고모델로 선정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자사 제품의 이미지와 맞는 선수를 선정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분야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를 통해 마라톤, 경보 등 육상을 지원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삼성전기는 배드민턴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회사 차원의 지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부터 부인 홍라희 여사,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일가족이 총출동해 열렬한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종목에서 후원 효과를 누린 기업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2008년 최태원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부임하면서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왔다. 지난해 434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 첫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건립했고 올 1월에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던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을 그룹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가 인수해 재창단하기도 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준결승 진출로 이에 화답했다.

앞서 최 회장은 올림픽 개막 전 한국선수단 전체의 선전을 기원하며 임직원들과 함께 격려금 2억원을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최 회장과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핸드볼 대표팀에 메달을 딸 경우 추가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억' 소리 나는
격려금·포상금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대한펜싱협회장을 맡아 우수선수 발굴과 선수들의 기량향상 지원, 국제대회 유치 등 다양한 후원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여자개인 사브르에서 김지연이 금메달을 땄으며, 여자단체 에페에서 은메달을, 여자단체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땄다. 남자개인 플뢰레와 에페에서도 각각 동메달을 땄으며 남자단체 사브르에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SK텔레콤은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마린보이' 박태환도 2007년부터 'SK 박태환 전담팀'을 통해 후원해 왔다. 

스마트TV 광고에서 런던올림픽 단어를 사용했다가 제약으로 해당 단어를 삭제하는 등 올림픽 마케팅을 거의 하지 못한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통 큰 격려금 쾌척으로 설움을 한방에 씻어냈다.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에게 5억원을 전달하기로 한 것.

구 회장은 양학선이 가진 불굴의 의지와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심에 감동받았다고 전했고 한국 체조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기량 향상과 기술연마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훈훈한 뉴스다" "LG의 기업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등 호평이 이어지면서 LG로서는 올림픽 막바지에 금메달을 딴 셈이 됐다.

대한체조협회 회장인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이미 양 선수에게 1억원의 포상금을 약속했으며 SM그룹도 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 가로 20m, 세로 10m 규모의 옥외광고판을 설치해 전 세계 스포츠팬의 관심을 집중시킨 현대차그룹도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써왔다.

현대차는 '양궁사랑'으로 유명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했고 정 회장이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 양궁발전에 이바지했다.


현대모비스는 레이저를 활용한 연습용 활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고, 정 회장은 사비를 털어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를 구매해 양궁협회에 보내기도 했다.

휠라, 선수단복으로
매출 20% 신장

특히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하자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준 일화는 유명하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한국 양궁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여자단체전을 비롯, 남자와 여자 개인전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는 등 3종목을 석권했고 남자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궁사들은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정 부회장이 있는 관계자석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양궁대표선수들에게 6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던 정 부회장은 이번 올림픽 역시 대표팀에게 적잖은 포상을 할 예정이다.

양궁 덕분에 '착한기업'으로 떠오르는 인터넷 쇼핑몰도 화제가 되고 있다. 런던올림픽 양궁 경기에 출전한 국내 선수들과 외국선수들이 귀여운 캐릭터 그림과 함께 '바가지머리'라는 한글이 적힌 가슴보호대를 착용한 모습이 연일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부터다. 바가지머리 가슴보호대는 한국 뿐 아니라 덴마크,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선수들도 착용해 단숨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가슴보호대는 한국의 의류업체 바가지머리가 2009년 울산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무상으로 지급한 것. 바가지머리는 2009년 당시 티셔츠와 가슴보호대를 선수들에게 지원했고 외국 선수들이 해당 보호대가 마음에 들어 이번 올림픽에도 착용하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이 입고 있는 시상복, 트레이닝복, 신발, 모자, 가방 등을 총괄 제작한 휠라도 20% 가까이 매출이 늘어나는 등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휠라는 단복 시연회 당시 우수한 품질에 태극·단청 등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여 국가대표 선수들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미국 주간지 <타임>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단 단복이 '베스트 유니폼'으로 뽑히기도 했다.

삼성·현대차·SK·한화·KT '메달' 뒤엔 이들이
런던올림픽에서 대박 난 기업들 연신 '함박웃음'

휠라 관계자는 "의류업계가 전반적으로 비수기지만 휠라는 올림픽 개막 이전보다 20%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며 "한국선수단의 선전에 힘입어 브랜드 홍보효과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휠라는 또 "금메달을 딴 한국선수가 시상식 때 입어 '금메달 점퍼'로 불리는 시상복의 경우 일부 사이즈가 동나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정판으로 내놓은 국가대표 선수단복이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업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단 단복에 대한 문의가 늘자 휠라는 '금메달 점퍼'나 트레이닝복을 20벌 이상 단체 주문할 경우 특별 제작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처럼 올림픽 마케팅에 나선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 향상이나 기업 이미지 상승 등 호재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의도와는 다르게 악재를 맞고 있는 기업도 있다. 양학선 선수에게 평생 먹을 라면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농심이다.

사연은 이렇다. 양 선수 어머니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 (집에) 오면 뭘 제일 빨리 먹고 싶을까? 라면? 너구리라면? 너구리라면 말고 칠면조 고기로 맛있게 요리해줄게"라는 말을 했다.

이 장면을 본 농심 측은 양 선수의 집에 전화를 걸어 "너구리라면을 평생 무상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인터넷에 '양학선네 집으로 너구리 배달완료'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사진에는 양 선수의 어머니가 농심 측으로부터 너구리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농심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800원짜리 너구리를 하루에 한 봉지씩 먹는다고 가정해도 1년에 29만원, 차라리 CF를 줘라" "금메달을 딴 선수 이름을 빌려 라면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 "목적이 훤히 보이는 명백한 생색내기" 등의 반응에 농심은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농심 측은 "양 선수 부모님께 평생 동안 농심라면을 제공한다는 제의를 한 것은 맞지만 제의에 대한 확답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농심의 생색내기
누리꾼 '뿔났다'

20여 가구가 사는 전북 고창군 남동마을에 양 선수 금메달 획득 기념 마을잔치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을 이장님께 떡 2말, 라면 100박스, 음료 등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너구리의 경우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200여 종의 라면 가운데 판매 순위 상위권을 다투고 있어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 없다"고 마케팅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양 선수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농심이 마을잔치에 라면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 "굳이 마케팅이 아니라고 부인할 것도 없다"는 등 곱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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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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