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울리는 ‘연예기획사 만행’ 실태 고발

돈 버는 기계들…“소속사 그늘 벗어나고 싶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연예인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고 장자연 사건만 보더라도 연예인과 연예인지망생은 소속사 이익창출의 희생양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부 소속 연예인과 지망생들은 강제성형은 물론 기업인들과의 술자리 접대, 스폰서 구하기 등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속사의 꼭두각시 인형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심하면 성상납과 성폭행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어 소속사의 만행이 하루속히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낡고 추한 관행을 이어가는 빛 좋은 개살구 연예계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지난 4월,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연예기획사 대표 장모씨가 10대 미성년자를 포함한 소속 연예인과 연예인지망생들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힘없는 여성 지망생들을 상대로 상습적 성폭행을 시도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소속 남자 아이돌에게 여성 지망생들을 성폭행 하라고 지시한 의혹도 제기돼 당시 전국을 충격 속으로 빠뜨렸다.

개만도 못한 취급

그런가하면 지난 6월에는 신인 탤런트 고 정아율이 생활고를 끝내 이기지 못하고 삶을 마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녀는 당시 기획사와 고용계약 5년을 맺고 일을 했으나 소속사 측에서 한 달 고정급여 75만원을 제외하고는 수개월째 보수를 주지 않아 생계유지가 불가능했고, 막바지에는 친구에게 돈까지 빌려가며 생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사 측이 저지르는 만행의 시작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다. 일부 연예인지망생들은 소속사에 들어가면서 계약서를 받게 되는데, 일명 ‘노비문서’라고 불리는 노예계약서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약서 내용 중에서는 관련 조항을 한 개라도 위반할 시 위약금을 물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위치 알림과 소속사 동의 없이는 계약파기·은퇴도 못하는 인권침해 조항도 포함돼 있다.

‘천재 전자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리는 유진박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유진박은 전 소속사로부터 1분1초 매일 감시당하며 살아왔다. 유진박 소속사 대표는 그를 두고 “꼴 보기 싫지만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있는 애물단지”라고 표현했고 철저하게 그를 이용했다. 유진박은 지방의 트로트무대 행사나 경로당, 비닐하우스, 심지어 길거리 등 명성과는 전혀 매치되지 않은 수준 이하의 공연장들을 전전했다.


소속사의 만행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기획사 대표는 회사소속 걸그룹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동안 유진박에게 바이올린 연주는 물론 랩과 춤까지 시키는 등 휴일 한 번 주지 않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도록 했다. 또한 유진 박을 감시하기 위해 지방 허름한 모텔에 감금시키고 상습적 폭행까지 가한 것으로 알려져 당시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울분을 삭히지 못했다. 

최근 이슈를 몰고 왔던 중견 기획사의 소속 연예인지망생이었던 최OO(가명)양은 온라인에서 유명한 얼짱으로, 그녀 역시 소속사 때문에 큰 피해를 본 케이스다. 해당 기획사는 최양을 캐스팅한 후 눈과 코, 턱 등의 성형수술을 강요했고 그녀는 극심한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속사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후 ‘포스트 김태희’로 불렸던 그녀의 외모는 한순간에 성형미인으로 전락해버려 예전의 자연미가 사라졌다는 등의 혹평을 듣게 됐다. 그렇게 최양은 사람들에게 잊혀지다 결국 소속사를 나오게 되는 위기를 맞았다. 성형 전 완벽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외모로 보아 소속사 측이 성형외과와의 모종의 딜(deal)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양에게 은밀한 강제 성형요구를 했을 것이라고 기획사 관계자들은 짐작하고 있다.

강제성형 시킨 후 빚 갚게 할 빌미 만들어 ‘노예계약서’ 작성
살인적인 스케줄도 모자라 술자리 접대·스폰서 요구까지

<일요시사>는 한 연예계 관계자를 통해 연예기획사가 연예인 또는 연예인지망생에게 저지르는 온갖 충격적인 만행들을 적나라하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원래 국내기획사란 곳이 다 그렇다. 대형기획사도 별반 다를 건 없다. 우선 연예인지망생과 계약할 시 200만~300만원 정도의 계약금을 준다. 이후 외모가 괜찮은 지망생에게도 ‘너 앵글에 잘 안 잡히겠다. 안면이 비대칭이라서 수술해야 카메라빨 잘 받는다’ 이렇게 얘기한다. 또는 ‘눈이랑 코는 다 하니까 조금만 손보자’ 이런 식으로 설득한 후에 소속사와 제휴 맺은 성형외과로 데리고 간다. 대부분의 지망생들은 자신이 데뷔할지 못할지 모르니까 무작정 소속사 말을 따를 수밖에 없어서 성형을 감행하는데 그것도 뒤에 다 ‘꼼수’가 숨어있다.”

그가 말하는 꼼수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계속되는 그의 증언.

“만약 총 성형비용이 2000만원 들었다고 치면 당사자에게는 견적비용을 5000만원이 나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소속사 측은 지망생에게 투자를 해줬으니 데뷔 후 그 값어치는 하라는 식으로 강요한다. 데뷔를 한 연예인은 총 5000만원의 성형비용과 연기수업 또는 보컬수업비, 매니저, 코디, 밴 렌털비, 유류비 등 수억에 달하는 빚을 갚기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돈 버는 기계로 살아가야 한다. 데뷔 수년 차임에도 별 반응이 없으면 이상한 지방 행사를 보낸다든가 스폰서를 붙여주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상습적 성상납을 강요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소속사와 신인배우 또는 가수들의 수익배분도 불평등 조약과 맞먹는 수준이다. 보통 데뷔 후에 작품을 잘 만나거나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신인들이 광고 몇 편 찍어 10억을 번다고 해도 수익 분배율은 톱스타들과는 천지차이다. 예를 들면 신인과 소속사의 수익배분은 1:9, 톱스타와 소속사의 배분율은 9:1로 정반대인 셈이다. 그래서 신인들이 억대 CF를 찍었다, 앨범이 몇 만장 팔렸다며 소위 대박 난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앞서 말한 비용을 모조리 차감했을 경우 5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소속사가 규정한 불공정한 체계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불공정 계약에 대한 소송을 걸어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해당 소속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국내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이 연예인과 연예인지망생의 발목을 잡고 자기네들의 소유물처럼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기획사도 일명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관행을 따르지 않기엔 힘든 실정이라고 반박한다. 일부 연예인들이 톱스타급에 오르면 처음에 계약했던 조항을 어기고 소속사 몰래 더 좋은 조건의 타 기획사와 이중계약을 맺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손해 본 금액만 해도 수억원이 훨씬 넘는다고 전한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제대로 키워보려고 2년 넘게 투자하며 고생했는데 뜨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더라. 그 순간 망연자실했고 이후 계약서 내용은 계약기간을 연장시키거나 대부분 회사에 더 유리한 조항으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악어와 악어새

연예인 입장에서는 소속사가 마치 부모의 존재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할 것이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소속 연예인이 공들여 키운 자식 같이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다. 부푼 꿈을 안고 연예계에 입문하는 이들이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꺾어버리는 연예계의 악습과 만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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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