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준’ 공정위 기업 사정권

한 번 찍히면 제대로 찍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재추진한다. 개정안은 한 차례 제출된 바 있지만 지난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은 다르다. 여당의 과반 의석 수 확보로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새로운 차원의 ‘공정위 사정권’이 갖춰질 전망이다.
 

▲ 조성욱 공정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입법예고란 정부가 법령에 대한 제정·개정·폐지 등을 하고자 할 때 국민에게 미리 알리는 절차다.

개정 예고

사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던 바 있다. 하지만 여야 합의 불발로 지난 4월 절차법제 일부만 개정되는 데 그쳤다. ‘기업 옥죄기’라는 비판과 ‘경제질서 확립’이라는 의견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개정안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공정위는 21대 국회 출범 이후 개정안을 다시 꺼내들었는데 내용은 20대와 사실상 동일하다. 이를 두고 개정안 통과에 대한 공정위 의지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건은 이미 좌초된 전력이 있지만 통과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서 상당한 정치적 지형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서 177석을 확보했다. 범여권으로 따져봤을 때 180석을 훌쩍 넘는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그친다. 무소속 당선자까지 합해도 107석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공정경제를 실현할 기반”이라며 “개정안은 공정거래를 구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결국 여권의 과반 의석 확보로 당장 법안 처리에는 큰 문제가 없다. 재계 안팎서 개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까닭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
여야 합의 불발서 여당 과반으로

개정안 골자는 크게 ▲법 집행 체계 개편 ▲기업집단 규율 법제 개선 ▲혁신 성장 촉진 ▲법 집행 절차 개선으로 나뉜다.

우선 법 집행 체계서 주목받는 대목은 ‘전속고발권 폐지’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이 일어날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즉, 전속고발권 폐지로 검찰은 공정위 고발이 없다 하더라도 자체적 수사가 가능하다. 다만 공정위는 중대한 담합 분야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했다.

‘사인의 금지 청구제’도 이목을 끌었다.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부당 지원 행위를 제외한 건에 대해 직접 법원에 행위 금지와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어 ‘자료 제출 명령제’도 구비된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 소송 시 손해액 입증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형벌도 새롭게 정비된다. 부과 사례가 없고, 법 체계에 맞지 않는 기업결합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형벌이 폐지된다. 과징금 상한은 2배로 올라간다. 담합은 10%서 20%, 시장 지배력 남용은 3%서 6%, 불공정거래 행위는 2%서 4%로 각각 확대된다.
 

▲ ⓒ문병희 기자

또 시정 조치 사건은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고, 합병과 분할이 있을 경우 시정 조치와 과태료 부과 근거 규정을 신설한다.

기업집단 규율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감시 범위 확대’가 관심을 샀다. 현행에 저촉되는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을 기준으로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다. 개정안은 이를 20%로 일원화한다. 또 이들이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회사도 규제 범위에 포함된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공정위 사정권은 현재 230여개 기업서 600여개를 대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16일 참고자료를 배포하면서 “사익편취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해당 기업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한 것이지 총수 일가에 기업 지분을 팔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업 옥죄기? 경제질서 회복?
국회 제출 앞두고 재계 주목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도 강화된다. 공정위는 책임 경영 차원서 현재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기준을 각각 30%, 50%로 높인다. 다만 신규 설립되는 지주회사에만 적용된다. 그간 정부가 대기업의 지주사 전환을 장려한 점을 감안한 셈이다.

일각에선 자금 부담이 높아진다는 점을 제기한다. 자회사를 새로 편성하기 위해서 지분율 요건을 충족하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상장 계열사는 특수관계자 합산 15% 한도서 의결권 행사가 허용된다.

‘금융 보험사’는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와 무관하고, 사익편취 악용 우려가 있는 계열사 간 합병을 의결권 허용 사유서 제외한다. ‘순환출자’의 경우 신규 상호출자집단의 기존 상호출자에 대해 의결권 제한 규제를 신설한다.

‘해외 계열사 공시’도 강화됐다. 동일인에겐 국내 계열사에 출자한 해외 계열사 주식 소유 현황에 대한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 ‘상호출자 제한 집단 지정 기준’은 현행 10조서 국내총생산(GDP) 0.5%에 연동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혁신 성장의 경우 ‘벤처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해 설립 요건과 행위 제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자회사 지분 보유 여건을 완화하고, 비계열사 주식 취득 제한을 폐지한다. 또 설립요건을 자산규모 5000억원서 300억원으로 낮추고, 자회사의 대기업집단 편입 유예기간을 7년서 10년으로 확대한다.

조이고 풀고

법 집행 절차 개선 등에 대해선 공정위 조사 및 심의를 받은 사업자 등에 대한 ‘변호인 조력권’을 명문화한다. 또 당사자 진술에 대한 진술조서 작성을 의무화한다. 서면실태조사에 대해서는 일정 거래 분야의 서면실태조사를 위한 근거 규정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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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