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영화 ‘침입자’ 송지효 “매주 뛰느라 연기에 목 말랐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에게 있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양날의 검’으로 통한다. 매주 예능서 보이는 밝고 웃는 얼굴이 악역이나 미스터리한 역할을 맡았을 때 생경함을 주기 때문이다. 연기를 훌륭히 해내지 않으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배우 송지효는 무려 10년이나 ‘양날의 검’을 쥐고 있었다. SBS <런닝맨>서 환한 미소를 보여 온 송지효는 신작 <침입자>의 화려하고 독특한 ‘유진’을 통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 ▲ 가수 겸 배우 송지효 ⓒ에이스메이커

SBS <런닝맨>에서만 무려 10년이다. 배우라는 타이틀보다 방송인 이미지가 더 강해져 버렸다. 신비하고 묘한 어두움이 있었던 아우라는 어느덧 걷히고, 매주 일요일이면 웃음을 주는 친근한 친구로 변모했다. 

묘한 아우라

사실 배우 송지효의 본적은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여고괴담3-여우계단>을 통해 데뷔해 <색즉시공>을 지나 <쌍화점>으로 파격 노출까지 시도했다. <신세계>서 목숨을 걸고 범죄자를 쫓는 위장 경찰이기도 했고, <바람 바람 바람>에선 식당 직원과 바람을 피우는 식당 사장이었으며, <성난 황소>에서는 악당에게 붙잡혀 생사를 넘나들었다. 

매주 <런닝맨>이라는 예능을 촬영하면서도, 한 해 두 작품씩은 필모그라피를 쌓아왔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은 어쩌면 그에겐 타고난 본능인지도 모른다. 미스터리한 여성이 등장하는 <침입자> 시나리오를 발견한 순간, 송지효의 두 눈이 반짝거렸던 건 당연한 현상이 아니었을까.

송지효는 <침입자>의 유진을 맡고 싶어 곧바로 감독을 찾아갔다. <성난 황소>서 인연을 맺은 영화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서 그녀에게 손을 먼저 내밀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였다. 


“유진은 제 이미지와 반대되는 이미지였어요. <런닝맨>을 10년간 하고 있고 그간 캐릭터나 장르 모두 어두운 걸 별로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걸 하고 싶다는 갈망을 <침입자> 시나리오를 읽고서야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 욕심이 났나 봐요.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제가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 해내고 싶었어요. 또 잘 어울리고 싶었고요.”

송지효가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는지는 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이해된다. 극중 유진이라는 인물은 미스터리하고 의문스럽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동생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서진(김무열 분)의 가족에게, 25년 만에 진짜 동생 유진이라며 찾아온다.

여러 정황과 증거가 서진의 가족이 25년 전에 잃어버린 동생이란 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서진은 의심을 놓지 않는다. 서진의 의심을 불식시키면서 가족과 녹아드는 지점도 자연스러워야 하는 희미한 선이 송지효와 이 영화에 주어진 숙제였다.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는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더 낯설면서도, 가족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지에 대한 지점을 많이 고민했어요. 후반부에선 이 인물을 관객이 더 궁금하게끔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고요. 또 어떤 신념에 확실하게 빠져 있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 ⓒ에이스 메이커

그런 송지효의 고민과 정성은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초반부에 약간 급작스럽고 성급하게 가족에게 스며들려는 노력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나, 어느새 그 그림이 자연스러워진다. 어색할 수 있는 상황을 단란한 느낌으로 풀어낸다. 점차 여러 사건이 벌어지고, 서진의 의심이 가속화되면서, 영화는 스릴러 장르의 형태를 강하게 띤다. 점차 진해지는 화장과 색조, 화려해지는 의상과 날렵해지는 턱선까지, 어느덧 흑화한 유진의 얼굴이 보인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강도로 어떤 색깔로 유진의 모습을 어느 정도까지 보여줘야 하나. 그게 가장 힘들었죠.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에요. 반대로 제 내면의 어두운 면을 끌어 올리는 건 사실 어렵진 않았어요.”

미스터리 인물에 대한 진한 갈망
30대 공유한 <런닝맨>과의 약속


침입자>는 이 영화와 연관된 관계자들에게 유독 아픈 손가락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두 차례나 개봉을 연기했다. 심지어 방송을 통해 많은 홍보 활동을 해놓고도, 방영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다시 날짜를 잡았지만, ‘이태원 클럽’이 터졌고,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이 개봉하려는 시점에서는 배달업체서 코로나19가 확산됐다.

혹독한 추위를 버티고 버티다 피어난 꽃이어서인지, 영화 종사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주말동안 23만명을 동원하며, 코로나 악재에도 고군분투 중이다. 

“부담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저희 영화를 알려드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어요. 사실 지금,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가 길어지다 보니까,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이 힘겨운 시기에 조금이나마 여유를 드릴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 배우 송지효 ⓒ에이스 메이커

과거 송지효는 <런닝맨>을 두고 ‘매주 만들어내는 작품’이라고 했다. 스토리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없다고 해도 무방한 예능 프로그램에 작품이라는 단어를 붙였다는 건 얼마나 그가 <런닝맨>에 애정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일요일마다 시청자를 만난 지 10년이 지났다. 서른 살에 시작한 <런닝맨>. 송지효는 이제 마흔을 앞두고 있다. 

“저의 30대는 <런닝맨>이 전부였다고 할까요. 제 일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 작품이에요. 이렇게 10년 넘게 제 옆에 있는 게 많지 않더라고요. 핸드폰이고 집이고, 10년 넘은 게 거의 없어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런닝맨>을 통해 얻는 게 정말 많아서 감사한 프로그램이죠.”

배우들은 예능에 종종 출연한다. 하지만 기능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껏 길어봐야 3년 정도 예능을 하다 다시 배우의 길로 나선다.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이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선 매우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송지효는 이러한 공식과 무관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과거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체력적으로 부침이 오던 시기도 있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마무리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막연히 있어요. 이전 제작진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요. 이득과 손해를 계산하기 전에 신의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런닝맨> 앞으로도 쭉 하려고요.”

마지막 로코

차기작은 JTBC <우리, 사랑했을까>다. 손호준, 송종호, 구자성, 김민준 등이 출연한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송지효는 “마지막 로맨틱 코미디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열심히 방방 뛰고 있는데 여러분이 잘 아는 밝은 이미지가 될 것 같다. 다들 힘든데, 같이 웃었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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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