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획특집 봄을 찾는 사람들 ③ 서민들의 고군분투 사연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어느 해보다 힘들게 맞은 2009년에도 어김없이 설날은 찾아왔다. 눈에 띄게 줄어든 상여금으로 차린 초라한 차례상과 지난 명절보다 부쩍 늘어난 친지들의 하소연으로 우울한 명절이다. 그러나 조카들에게 줄 빳빳한 세뱃돈을 뽑는 손길에는 설렘이 묻어난다. 구정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 저마다의 인생에도 봄날이 오리란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희망은 누구보다 봄날이 찾아오길 고대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값진 에너지다. 2009년 설날을 맞아 인생의 봄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미네르바 논쟁, 정부 각료들의 대대적인 물갈이, 구조조정 바람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오랜만에 뵐 부모님과 모처럼 찾아온 연휴로 설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보다 봄날을 찾는 이들이 있다. 구정을 쇠고 본격적인 2009년이 시작되면 그토록 원하던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사는 이들이다.

 이 시대의 백수, 백조들도 꿈을 위해 설 명절도 반납하고 언젠가 찾을 봄날을 고대하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 후 수년간 사회에 발조차 딛지 못한 ‘취업 장수생’들에게 설은 풀어진 고삐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몇 년째 면치 못한 백수신세가 친척들의 위로와 격려 덕분에 더욱 처량해지는 것이 명절이기 때문이다.
2006년 2월 대학교를 졸업한 정모(28·여)씨도 몇 년째 백수탈출에 실패하고 우울한 설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낸 이력서만 수백 통. 면접이라도 본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력서를 낼 회사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일부 기업은 나이에 걸려 원서를 낼 자격조차 주지 않고 있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할 따름이다.
지금 정씨에게 가장 부러운 사람은 새벽밥을 먹고 러시아워에 복잡한 지하철을 타는 평범한 직장인들. 그리고 일찌감치 결혼해 전업주부가 된 또래 친구들이다.
정씨는 “이렇게 오랫동안 취업으로 마음고생을 할 줄 알았다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집’이라도 갈 걸 그랬다”며 “속절없이 나이만 먹은 데다 직장도 없는 신세니 선조차 들어오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정씨는 2009년엔 반드시 원하던 직장인이 될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지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월부터 최대의 취업한파가 몰아닥친다고는 하지만 위기는 기회란 말을 곱씹으며 오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막막하기는 대학졸업식을 앞둔 예비 백수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에게 사각모를 씌워드리고 사회로 가는 첫발을 내딛는 날을 축하했던 대학졸업식은 취업난과 함께 썰렁해졌다. 취업을 못한 학생들은 졸업식 전에 졸업장만 찾아 황급히 학교를 떠나기 바쁘고 이미 취업을 한 학생들은 첫 직장에 적응하기 바빠 졸업식은 뒷전이 됐기 때문이다.
오는 2월 서울 모 대학교 졸업을 앞둔 최모(27)씨도 아직 취업을 못한 상태다. 금융권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 4년 동안 관련공부를 했던 최씨. 그러나 막상 취업전선에 나가니 자신이 그동안 쌓아왔던 스펙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경쟁자들은 무시무시한 무기들로 중무장한 채 그를 위협하고 있었다.
결국 다른 분야로도 눈길을 돌려 부지런히 원서를 내고 있지만 좀처럼 합격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최씨는 “졸업식 날짜를 묻는 부모님에게 괜히 신경질만 부린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서울에 올 차비조차 드리지 못하는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얼른 취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경제활동인 중 한 사람이 되겠다는 백수들의 의지는 어떤 한파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기업과 공공기관의 인턴채용 증가, 건설채용 확대 등 조금씩 보이는 불빛은 이들에게 더욱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결혼적령기를 놓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솔로생활을 하고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도 인생 제2막의 봄날을 찾고 있다. 점차 늦어지는 결혼적령기로 노총각, 노처녀의 개념 또한 무뎌지는 추세다. 20대 후반이면 ‘혼기 꽉 찬 노총각·노처녀로 치부했던 몇 해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애써 변명하는 노총각, 노처녀도 설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올해 설에도 나 홀로 고향 길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처량할 뿐만 아니라 연휴 내내 들을 부모님의 잔소리도 두렵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웹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직장여성 서모(38)씨도 설 연휴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무리 결혼적령기가 높아졌다 해도 여자 나이 서른여덟은 누구나 노처녀로 인정(?)하는 나이다.
조건만 따져보면 서씨가 아직 미혼인 것을 누구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결혼하는 데 결격사유가 없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나와 10여년 직장생활을 하며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고액연봉을 받고 있고 통장잔고도 꽤 된다.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또래 유부녀들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미모에 몸매도 늘씬한 편. 거기에다 패션 감각도 뛰어나 스타일리쉬하다는 말을 지겹도록 듣는 그녀다.
누가 봐도 서씨는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독신여성이다. 흔히 말하는 ‘골드미스’의 범주에 속한다. 그녀 역시 자신의 나이가 적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결혼쯤 못할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경기 한파 속에서도 설레는 설날, 새해 계획 재정비하는 이들
명절 반납하며 봄날 찾아 취업준비 매진하는 이 시대 백수들 
이번 설도 혼자 고향 가는 노총각, 노처녀들의 짝 찾기 대장정
내 집 장만, 금연, 성매매 탈피 등 목표 향한 소시민들의 노력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남들의 시선에 쫓겨 결혼을 해치우듯 하기는 싫었지만 마흔이 가까워오자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경제적인 안정도 외로움을 떨쳐내 주지는 못했다. 결국 서씨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도 하고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눈에 차지 않는 남성들과 선도 보는 등 결혼을 위한 각고의 노력 중이다.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김모(39)씨도 ‘불혹’의 나이가 되기 전 신붓감을 구하려고 종횡무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0살이 넘는 여자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 눈이 높았지만 지금은 “결혼할 처녀 찾아 베트남이라도 가야할 판국”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대폭 눈높이를 낮춘 김씨는 “나보다 어리기만 하면 누구든 괜찮다”며 최대목표가 된 결혼을 위해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결혼을 한 이들 중에도 새 식구를 만드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고통을 받는 이들이 있다. 불임부부들이 그들. 특히 시댁식구와 마주해야하는 설은 아기 없는 며느리들에겐 여간 불편한 날이 아니다.
결혼 4년차인 이모(32·여)씨는 명절이 전혀 즐겁지 않다. 시댁식구를 만나는 것이 최대의 고역이기 때문이다. 이씨 부부는 일부러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기지 않아 못 낳는 불임부부다.
처음 2년간은 그다지 초조하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터라 임신이 되지 않은 것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아이를 재촉하는 시어머니의 전화횟수가 잦아졌고 이씨도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결국 그녀는 지난해 3월경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편과 자신에게 별다른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과 달랐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란 진단이 내려진 것.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난소에 구멍이 뚫려 있어 임신이 쉽게 될 수 없는 병이다.
이때부터 명절은 눈물바람의 연속이었다. 지난 추석에도 이씨는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부엌에서 술안주를 내 오다 “쟤는 언제 아이 가지려고 저렇게 천하태평이냐. 입양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등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남 이야기 듣듯 자리를 지키는 남편도 이씨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이씨처럼 불임으로 고통 받는 이들은 적지 않다. 기혼여성의 불임률이 13.5%에 달하고, 7쌍 중 1쌍이 불임부부란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무려 140만여 쌍의 부부가 아기의 웃음소리를 기다리며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 임신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던 부부들도 새해부터 시작된 각종 정책에 새로운 희망을 얻고 있다. 지자체들의 불임부부 의료비 지원 확대 계획, 임신성공률을 높이는 기술 개발, 다양한 불임부부 지원 프로그램 등 불임부부에게 힘을 주는 뉴스들이 그것.
비닐 가림막에 의지해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인들도 따뜻한 봄날을 위해 강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다른 상인들과는 달리 설 대목 특수조차 누리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어엿한 점포에서 장사를 할 수 있으리란 꿈이 있기에 겨울이 그리 춥지는 않다.
또 무점포상인 등 영세상인들을 위한 정책자금과 신용보증이 크게 확대되어 은행돈을 빌리는 것이 한층 수월해지는 등 새로 생긴 정책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봄날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날로 치솟는 전세, 월세에 지쳐 작은 아파트라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소시민들도 어느 해보다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올해 시행되는 부동산정책으로 어느 때보다 집 마련에 적기이기 때문이다. 세금인하와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새 부동산정책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을 장만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젊은 부부들은 더욱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의 대상이 올해부터 한층 넓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였던 것이 100% 이하로, 맞벌이의 경우 120% 이하로 완화됐고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되는 등 자격이 한층 완화된 것.
이밖에도 새해엔 기필코 성매매에서 벗어나 떳떳한 직업을 갖겠다는 여성들, 몇 번이나 실패했던 금연을 성공하겠다는 흡연자들, 부지런히 돈을 벌어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외국인 노동자들, 길바닥을 떠나 가정으로 돌아가겠다는 노숙자 등 봄날을 찾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설날에도 눈물겹게 이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배가 해주는 조언
“분명한 목표부터 세워라”

인생선배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조언으로 분명한 목표를 세울 것을 당부했다. ‘씽굿’과 ‘스카우트’가 성인 789명을 대상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필요한 조언’이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28.90%가 ‘분명한 진로목표를 세워라’ 라고 충고했다.
이어 2위에는 ‘다양한 경력·경험 쌓기’(18.30%)가 올랐으며 ‘영어나 어학공부’(17.50%), ‘인간관계’(13.30%)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어려운 취업난을 헤쳐 나가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로목표를 세워 이에 맞는 다양한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 이외에 ‘자격증 취득’(7.60%), ‘일찍 취업 준비’(5.70%), ‘전공공부’(3.40%), ‘해외여행(어학연수)’(3.00%), ‘취업노하우 습득’(1.90%) 등이 있었다.
한편 취업성공을 위해 꼭 가졌으면 하는 멘토로는 ‘관심분야 전문가’(37.60%)가 1위로 추천됐다. 2위에는 ‘관심분야 직장인’(25.90%), 3위엔 ‘진로분야 커뮤니티’(11.40%)가 올랐다. 이외에 기업인(6.80%), 취업담당 선생님(4.90%), 선배(4.60%), 교수(3.40%), 가족 친척(1.9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60% 상사에 아부 경험
“직장에선 아부도 능력”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회사에서 상사에게 아부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12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0%가 ‘직장에서 아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0.2%는 ‘불황 전보다 아부의 빈도가 늘었다’고 말했다.
아부를 하는 이유는 ‘상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7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48.2%), ‘상사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27.0%), ‘감원 등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서’(15.3%), ‘승진을 하거나 연봉을 올리기 위해서’(13.6%), ‘원래 성격이기 때문에’(13.4%), ‘주변의 권유로’(4.4%)등 순으로 집계됐다.
자주 쓰는 아부 방법은 ‘재미없는 말도 경청하며 크게 웃어준다’(51.5%)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커피나 음료를 챙겨드린다’(42.0%), ‘업무능력을 추켜 세워준다’(35.1%), ‘외모나 패션에 대해 칭찬한다’(34.6%) 등이 있었다.
직급에 따라서 사원급은 ‘커피나 음료를 챙겨드린다(41.8%)’가 가장 많았고, 대리급은 ‘재미없는 말도 경청하며 크게 웃어준다’(26.9%), 과장급은 ‘업무능력을 추켜 세워준다’(21.7%), 차·부장급 ‘타인에게 들은 상사에 대한 기분 좋은 말을 전한다’(21.6%), 임원급은 ‘대소사를 챙긴다’(25.0%)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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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