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많을수록 프리미엄

GTX, 신안산선, 신분당선 연장, 강북횡단선 등 굵직한 교통 호재들이 착공에 들어가거나 예정에 있어, 단일 역세권에서 더 나아가 더블·트리플·쿼드러플 역세권 인근 수혜지역 단지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종전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도보 5분 이내면 ‘역세권’이라는 의미였다면, 이제는 어떤 노선이 몇 개 겹치느냐가 역세권을 결정짓는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 잡는 추세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데 그치지 않고 얼마나 많은 노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부각된다는 의미다.

도보 5분
경쟁력으로

직주근접, 워라밸 등 다양한 요구들이 늘면서 교통수단이 편리한 지역의 주택, 소형 오피스텔의 인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9개 지하철노선 등 수도권에만 19개의 전철 노선이 지나는 만큼, 1개 노선만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보다는 더블역세권, 트리플역세권 등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더블, 트리플에 이어 4개의 지하철노선이 중복되는 쿼드러플 역세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나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단연 ‘교통’이다. 지하철이 교통의 편리함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더 가까울수록, 또 더 많이 겹칠수록 역세권의 의미는 강력해진다.

멀티 역세권 단지들이 매매 수요를 꾸준히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대세다. 서울 강서구 ‘마곡엠벨리 7단지’의 전용면적 84㎡ 경우 올해 3월 KB시세는 1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3월 11억원에서 약 5000만원 올랐다. 2014년 6월 입주한 단지는 지하철 7호선·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과 5호선 마곡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에 해당한다.


반면 이곳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M단지의 같은 면적은 올해 3월 10억6500만원으로 1년 전(10억9000만원)에 비해 오히려 2500만원 떨어졌다. 같은 2014년 6월에 입주한 이 단지는 9호선 신방화역 단일 역세권이다. 노선을 몇 개 이용할 수 있느냐에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역세권 인근 단지 ‘각광’

상황은 수도권도 마찬가지. 2018년 5월 입주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 롯데캐슬 더퍼스트’의 전용 84㎡는 올 3월 4억7250만원으로 1년 만에 약 8000만원 상승했다. 이곳은 지하철 4호선·서해선 환승역인 초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더블 역세권이지만 수인선·신안산선·인천발 KTX가 예정돼 있어, 이들 노선들이 개통되면 펜타 역세권으로 확장된다.

반면 한 정거장 떨어진 4호선 고진역 인근의 L단지의 같은 면적은 올해 3월 5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2018년 10월 입주해 롯데캐슬 더퍼스트보다 새 아파트임에도 상승폭은 절반에 머문 것이다.

신규 분양 단지의 청약도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서울 잠원동에서 분양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평균 82.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강남 재건축이기도 하지만, 멀티 역세권이라는 이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는 황금노선인 지하철 3·7·9호선이 교차하는 고속터미널역 바로 앞에 위치한다.

임대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료 수준도 환승역세권과 단일 역세권의 차이를 극명히 나타낸다. 서울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 인근 오피스텔인 ‘충정로 대우디오빌’ 전용 29㎡의 임대수익률은 연 5.5%선이다. 매매가격이 1억8000만원선인 이 오피스텔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5만~77만원선이다. 이에 비해 단일역인 3호선 경복궁역 역세권인 ‘경희궁의 아침’ 임대수익률은 연 3.4  %선으로 시세는 2억9000만원,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이다.

실제 환승역에서 공급한 수익형 부동산의 분양 성적도 좋았다.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에 서 분양한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평균 13.7대 1로 분양개시 7일 만에 100% 계약했다. 또 5·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선 환승역인 공덕역 일대에서 GS건설이 분양했던 공덕역 역세권 ‘공덕 파크자이’ 상가 역시 57실 공개청약을 진행한 결과 평균 약 68대 1, 최고 29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하루 만에 100% 분양을 완료했다.


매매 수요
꾸준히 자극

보미건설이 청약을 받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노량진 드림스퀘어’는 최고 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 분양 마감했다. 단지는 전용면적 24㎡, 26㎡ 타입의 소형 원룸형으로 구성됐으며 지하철1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인 노량진역이 단지 마로 앞에 있는 것을 비롯해 도보권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학원가, 수산시장, 동작구청, 동작경찰서 등의 관공서 및 생활편의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설노선이나 기존 지하철의 연장으로 단일역 신분에서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역세권이 속속 생기고 있다”며 “단일역보다는 멀티 역세권이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로 떠오르면서 실거주자는 물론 투자자, 임차인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멀티 역세권에 분양(예정) 중인 단지.

여러 노선 동시에 이용 가능?
가격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로

▲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더블 역세권 신풍역 일대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아파트 단지 내 상가)= GS건설이 시공한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337-246번지 일대에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가 분양 중이다. 신길뉴타운(신길재정비촉지구역) 12구역에 속하며 아파트 1008세대 배후로 한 독점상권으로, 기존 7호선 신풍역 역세권 입지에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개통 시 환승 역세권이 되어 투자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역이 몇 개?
가치 달라져

스트리트형으로 조성되는 신길 센트럴자이 상가는 108동에 10개 점포, 103동에 4개 점포로 희소가치가 높다. 투자자 및 임차인 선호도가 높은 1층 상가로만 구성된다. 전용면적 기준 3만76553.32㎡로 소규모 업종 위주의 면적으로 공급되며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 커피전문점, 문구점, 중개업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이 권장업종이다.

신길뉴타운 초입 상가로 1000여세대 고정 수요는 물론 인근 초·중·고 및 근린공원 조성으로 인근 유동인구까지 유입이 용이하다. 신길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는 신길뉴타운 완성 시 8733세대를 배후로 하는 항아리 상권형태로 소비력이 높은 3040대 젊은층이 많다. 여의도나 7호선 라인 강남권 출퇴근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초·중·고가 많아 학생수요도 많다는 장점을 지녔다. 

아파트는 지난 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며 영등포, 여의도, 강남 지역 일대의 약 50만 임대수요를 품고 있는 만큼 공실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하철 7호선 신풍역, 신안산선(확정)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하는 데다 해군회관 사거리 경전철(신림선)이 예정돼 있다.
 

▲ 신사역 멀버리힐스/트리플 역세권 신사역 일대

▲신사역 멀버리힐스(메디컬 전문 상가)=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멀버리힐스’ 메디컬 전문 상가가 분양 중이다. 10년간 공급이 없었던 신사역 일대에 공급되는 신축상가로 지하 8층~지상 14층 근린생활 시설동 등 총 2개의 타워로 이루어진 복합건물이다. 지난해 5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전 세대, 상업시설 및 메디컬 1차분이 성공적으로 분양 완료됐으며, 현재 상업시설 및 메디컬 2차분을 분양하고 있다. 

도보 1분 거리에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이 위치한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신사역은 서울 중심업무지구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노선을 품고 있다. 압구정은 2분, 종로3가는 15분대, 광화문 20분대 등 서울 주요 지역 대부분을 30분 내로 이동 가능하다. 여기에 ‘신분당선 서울구간 연장 사업’과 ‘위례신사선’등이 예고돼 있다. 

주거, 업무시설, 상업지구가 밀집한 핫플레이스에 위치해 있고 잠원동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본부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KCC건설, 셀트리온, 한국야쿠르트, 현대제철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자리해 고정수요 확보에 유리하다. 206대의 주차공간을 확보, 강남의 일반적인 건물보다 넓어 최고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 복합문화 시설로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들어서는 현장으로, 획일적인 박스형태가 아닌 독창적인 건축미가 반영된다.
 

▲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쿼드러플 역세권 청량리역 일대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오피스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단지는 최대 65층의 아파트 4개 동, 오피스텔과 함께 업무시설·호텔·판매시설이 들어서는 42층 건물인 랜드마크타워로 이뤄진다. 오피스텔은 랜드마크타워 27~42층에 자리 잡게 된다. 

청량리역과 직접 연결된다. 청량리역의 경우 철도 노선 10개가량, 버스노선이 60개가량 지나가는 대형 역세권으로 오피스텔 단지와의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미 높은 수준의 교통 인프라를 보유한 청량리역에 또 다른 개발 호재가 예정돼 있다. 청량리역(GTX) B노선이 현재 기본계획에 착수했으며, C노선의 경우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RFP)을 올 연말에 고시한다고 국토교통부에서 밝힌 상황이다. 

단일역보다
멀티 역세권

랜드마크타워는 쇼핑몰과 문화시설, 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으로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한 단지다. 일부 세대에는 입주자 선호도가 높은 분리형 원룸으로 설계돼 보다 넓은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코인 세탁실, 라운더리 라운지, 스카이 가든 등으로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커뮤니티 시설을 설계했다. 외부 오픈 데크, 입주자용 세대 창고가 설치돼 입주민들의 편리함도 더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