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많을수록 프리미엄

GTX, 신안산선, 신분당선 연장, 강북횡단선 등 굵직한 교통 호재들이 착공에 들어가거나 예정에 있어, 단일 역세권에서 더 나아가 더블·트리플·쿼드러플 역세권 인근 수혜지역 단지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종전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도보 5분 이내면 ‘역세권’이라는 의미였다면, 이제는 어떤 노선이 몇 개 겹치느냐가 역세권을 결정짓는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 잡는 추세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데 그치지 않고 얼마나 많은 노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부각된다는 의미다.

도보 5분
경쟁력으로

직주근접, 워라밸 등 다양한 요구들이 늘면서 교통수단이 편리한 지역의 주택, 소형 오피스텔의 인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9개 지하철노선 등 수도권에만 19개의 전철 노선이 지나는 만큼, 1개 노선만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보다는 더블역세권, 트리플역세권 등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더블, 트리플에 이어 4개의 지하철노선이 중복되는 쿼드러플 역세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나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단연 ‘교통’이다. 지하철이 교통의 편리함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더 가까울수록, 또 더 많이 겹칠수록 역세권의 의미는 강력해진다.

멀티 역세권 단지들이 매매 수요를 꾸준히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대세다. 서울 강서구 ‘마곡엠벨리 7단지’의 전용면적 84㎡ 경우 올해 3월 KB시세는 1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3월 11억원에서 약 5000만원 올랐다. 2014년 6월 입주한 단지는 지하철 7호선·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과 5호선 마곡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에 해당한다.


반면 이곳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M단지의 같은 면적은 올해 3월 10억6500만원으로 1년 전(10억9000만원)에 비해 오히려 2500만원 떨어졌다. 같은 2014년 6월에 입주한 이 단지는 9호선 신방화역 단일 역세권이다. 노선을 몇 개 이용할 수 있느냐에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역세권 인근 단지 ‘각광’

상황은 수도권도 마찬가지. 2018년 5월 입주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 롯데캐슬 더퍼스트’의 전용 84㎡는 올 3월 4억7250만원으로 1년 만에 약 8000만원 상승했다. 이곳은 지하철 4호선·서해선 환승역인 초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더블 역세권이지만 수인선·신안산선·인천발 KTX가 예정돼 있어, 이들 노선들이 개통되면 펜타 역세권으로 확장된다.

반면 한 정거장 떨어진 4호선 고진역 인근의 L단지의 같은 면적은 올해 3월 5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2018년 10월 입주해 롯데캐슬 더퍼스트보다 새 아파트임에도 상승폭은 절반에 머문 것이다.

신규 분양 단지의 청약도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서울 잠원동에서 분양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평균 82.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강남 재건축이기도 하지만, 멀티 역세권이라는 이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는 황금노선인 지하철 3·7·9호선이 교차하는 고속터미널역 바로 앞에 위치한다.

임대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료 수준도 환승역세권과 단일 역세권의 차이를 극명히 나타낸다. 서울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 인근 오피스텔인 ‘충정로 대우디오빌’ 전용 29㎡의 임대수익률은 연 5.5%선이다. 매매가격이 1억8000만원선인 이 오피스텔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5만~77만원선이다. 이에 비해 단일역인 3호선 경복궁역 역세권인 ‘경희궁의 아침’ 임대수익률은 연 3.4  %선으로 시세는 2억9000만원,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이다.

실제 환승역에서 공급한 수익형 부동산의 분양 성적도 좋았다.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에 서 분양한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평균 13.7대 1로 분양개시 7일 만에 100% 계약했다. 또 5·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선 환승역인 공덕역 일대에서 GS건설이 분양했던 공덕역 역세권 ‘공덕 파크자이’ 상가 역시 57실 공개청약을 진행한 결과 평균 약 68대 1, 최고 29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하루 만에 100% 분양을 완료했다.


매매 수요
꾸준히 자극

보미건설이 청약을 받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노량진 드림스퀘어’는 최고 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 분양 마감했다. 단지는 전용면적 24㎡, 26㎡ 타입의 소형 원룸형으로 구성됐으며 지하철1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인 노량진역이 단지 마로 앞에 있는 것을 비롯해 도보권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학원가, 수산시장, 동작구청, 동작경찰서 등의 관공서 및 생활편의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설노선이나 기존 지하철의 연장으로 단일역 신분에서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역세권이 속속 생기고 있다”며 “단일역보다는 멀티 역세권이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로 떠오르면서 실거주자는 물론 투자자, 임차인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멀티 역세권에 분양(예정) 중인 단지.

여러 노선 동시에 이용 가능?
가격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로

▲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더블 역세권 신풍역 일대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아파트 단지 내 상가)= GS건설이 시공한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337-246번지 일대에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가 분양 중이다. 신길뉴타운(신길재정비촉지구역) 12구역에 속하며 아파트 1008세대 배후로 한 독점상권으로, 기존 7호선 신풍역 역세권 입지에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개통 시 환승 역세권이 되어 투자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역이 몇 개?
가치 달라져

스트리트형으로 조성되는 신길 센트럴자이 상가는 108동에 10개 점포, 103동에 4개 점포로 희소가치가 높다. 투자자 및 임차인 선호도가 높은 1층 상가로만 구성된다. 전용면적 기준 3만76553.32㎡로 소규모 업종 위주의 면적으로 공급되며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 커피전문점, 문구점, 중개업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이 권장업종이다.

신길뉴타운 초입 상가로 1000여세대 고정 수요는 물론 인근 초·중·고 및 근린공원 조성으로 인근 유동인구까지 유입이 용이하다. 신길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는 신길뉴타운 완성 시 8733세대를 배후로 하는 항아리 상권형태로 소비력이 높은 3040대 젊은층이 많다. 여의도나 7호선 라인 강남권 출퇴근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초·중·고가 많아 학생수요도 많다는 장점을 지녔다. 

아파트는 지난 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며 영등포, 여의도, 강남 지역 일대의 약 50만 임대수요를 품고 있는 만큼 공실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하철 7호선 신풍역, 신안산선(확정)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하는 데다 해군회관 사거리 경전철(신림선)이 예정돼 있다.
 

▲ 신사역 멀버리힐스/트리플 역세권 신사역 일대

▲신사역 멀버리힐스(메디컬 전문 상가)=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멀버리힐스’ 메디컬 전문 상가가 분양 중이다. 10년간 공급이 없었던 신사역 일대에 공급되는 신축상가로 지하 8층~지상 14층 근린생활 시설동 등 총 2개의 타워로 이루어진 복합건물이다. 지난해 5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전 세대, 상업시설 및 메디컬 1차분이 성공적으로 분양 완료됐으며, 현재 상업시설 및 메디컬 2차분을 분양하고 있다. 

도보 1분 거리에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이 위치한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신사역은 서울 중심업무지구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노선을 품고 있다. 압구정은 2분, 종로3가는 15분대, 광화문 20분대 등 서울 주요 지역 대부분을 30분 내로 이동 가능하다. 여기에 ‘신분당선 서울구간 연장 사업’과 ‘위례신사선’등이 예고돼 있다. 

주거, 업무시설, 상업지구가 밀집한 핫플레이스에 위치해 있고 잠원동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본부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KCC건설, 셀트리온, 한국야쿠르트, 현대제철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자리해 고정수요 확보에 유리하다. 206대의 주차공간을 확보, 강남의 일반적인 건물보다 넓어 최고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 복합문화 시설로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들어서는 현장으로, 획일적인 박스형태가 아닌 독창적인 건축미가 반영된다.
 

▲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쿼드러플 역세권 청량리역 일대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오피스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단지는 최대 65층의 아파트 4개 동, 오피스텔과 함께 업무시설·호텔·판매시설이 들어서는 42층 건물인 랜드마크타워로 이뤄진다. 오피스텔은 랜드마크타워 27~42층에 자리 잡게 된다. 

청량리역과 직접 연결된다. 청량리역의 경우 철도 노선 10개가량, 버스노선이 60개가량 지나가는 대형 역세권으로 오피스텔 단지와의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미 높은 수준의 교통 인프라를 보유한 청량리역에 또 다른 개발 호재가 예정돼 있다. 청량리역(GTX) B노선이 현재 기본계획에 착수했으며, C노선의 경우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RFP)을 올 연말에 고시한다고 국토교통부에서 밝힌 상황이다. 

단일역보다
멀티 역세권

랜드마크타워는 쇼핑몰과 문화시설, 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으로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한 단지다. 일부 세대에는 입주자 선호도가 높은 분리형 원룸으로 설계돼 보다 넓은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코인 세탁실, 라운더리 라운지, 스카이 가든 등으로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커뮤니티 시설을 설계했다. 외부 오픈 데크, 입주자용 세대 창고가 설치돼 입주민들의 편리함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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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