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30년 외길’ 신승훈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다시 ‘아티스트’란 꿈을 꾸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민가수’이자 ‘발라드 황제’로 불리는 가수 신승훈.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그의 가수 경력이 벌써 30년이 됐다. 1집부터 7집까지 발매한 모든 음반이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총 1700만장이 팔렸다. 각종 시상식서 수상한 상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수로서 대체 불가능한 업적을 쌓았다. 30년간 가수로서 한 길을 걸어온 신승훈의 소회를 들어봤다.
 

▲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발라드 황제‘ 신승훈 ⓒ도로시뮤직

가수 신승훈에게는 무명시절 따윈 없었다. 1집 앨범은 140만장이 팔렸고, 타이틀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시작으로 그가 무대서 부르는 모든 곡이 명곡이 됐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 SBS <인기가요>서 14주 연속 1위를 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벌써…
데뷔 30주년

‘처음 그 느낌처럼’ ‘로미오와 줄리엣’ ‘그 후로 오랫동안’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지킬 수 없는 약속’ ‘엄마야’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등 수많은 명곡을 만들고 불렀다. 

첫 노래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폭발적인 성공은 지금의 국민가수이자 발라드 황제 신승훈을 만들었다. 신승훈 역시 데뷔곡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저에게 30년 활동 중에 대표곡을 꼽으라면, 어떤 때는 ‘그 후로 오랫동안’이나 ‘보이지 않는 사랑’을 꼽기도 하지만, 올해 한 곡만 뽑아야 한다면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택하고 싶다. 처음 저를 알린 노래고, 그 노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취소됐지만, 세종문화회관서 개최하려 했던 콘서트서 이 곡을 첫 곡으로 넣었다.”


어마어마한 대기록을 쌓은 신승훈은 2020년 30주년을 기념해 새 앨범을 발매했다. ‘My Personas’(마이 페르소나)가 앨범 명이다. 신승훈의 가수로서 남긴 기록을 대변해주는 명함 같은 앨범이라는 차원서 이러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최근에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나의 페르소나는 송강호’라고 하는 장면을 봤다. 나도 음악 감독이자 PD인데, 나의 페르소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나의 음악이 내 페르소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연예인이다 보니 명함이 없는데, 명함 대신 이번 앨범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나의 분신 같은 음악’이다.”

무려 4년5개월 만에 내놓은 새 앨범.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이하 여헤처)와 ‘그러자 우리’를 비롯해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Walking in the Rain’(워킹 인 더 레인) ‘사랑, 어른이 되는 것’ ‘Lullaby’(Orchestra Ver.) 등 총 8곡이 수록됐다. 

영원한 ‘국민가수’ ‘발라드 황제’
“스페셜 앨범은 분신과 같은 음악”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만큼 그 의미를 더하며 LP 한정판도 기획했다. 희소성과 소장가치를 높인 이번 앨범은 팬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앨범은 신승훈만의 것으로 담았다. 과거 노래를 리메이크하지도 않았고, 다른 장르의 노래를 담는 실험정신도 없다. 오롯이 나의 색깔이 강하게 반영된 음악들이다. 요즘 곡 시작 15초 안에 승부를 봐야 살아남는다는데, ‘여헤처’는 전주만 32초다. 5분이 넘는다.”

노래를 들어보면 1990년대 초반 신승훈이 맹활약하던 시기의 향수가 저절로 떠오른다. 감미로운 멜로디에 서정적인 가사, 맑고 청아한 신승훈의 보이스가 어우러졌다. 듣는 순간 ‘신승훈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모험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다른 걸 하기보다는 ‘발라드 황제’로 불렸던 시절의 음악으로 팬들에게 찾아가고 싶었다. ‘여헤처’는 ‘슬픈데 안 울어? 그럼 내가 울려줄게’라는 마음으로 부른 노래다. 전형적인 신승훈 노래답다. 스태프들 사이서 이 곡과 ‘그러자 우리’가 인기를 얻었다. 정확히 반반이었다. ‘그러자 우리’는 가만히 듣고 있으면 먹먹해지는 노래다. 서정적이면서도 울림이 더 있는 것 같다. 같은 이별의 상황서 ‘여헤처’는 남자의 입장을, ‘그러자 우리’는 여자의 입장을 대변한 것 같다.”

▲ ▲'발라드 황제‘ 신승훈 ⓒ도로시뮤직

직접 작사·작곡을 하고 무대도 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오랜 기간을 살아온 신승훈은 최근 전문 작사가에게 작사를 맡기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의 경험을 안 해봤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더 이상 내 감정서 끄집어내려야 끄집어낼 게 없다. 다비치가 리메이크한 ‘두 번 헤어지는 일’이 사랑에 대한 작사를 한 마지막 곡이다. 애쓰지 않아도 문득 생각나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제는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메마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를 쓰긴 하지만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고, 너무 투박하게 쓸 것 같았다. 그래서 작사는 내려놓고 있다.”

밀리언 셀러
90년대 향수

대신 사랑에 대한 노래보다는 인생에 대한 가사를 쓰기에 더 적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에 대해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나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와 같은 곡은 어느덧 과장님, 부장님이 된 팬들이 힘들어할 때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Let it be(렛 잇 비)’와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가수는 말보다 노래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노래를 제작했다. 평이 좋다. 가장 감동적인 댓글은 ‘전 안 힘든 줄 알았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듣고 우는 걸 보니 내가 힘들었었던 것 같다’는 글이었다. 내가 노래를 다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새 앨범의 노래와 데뷔곡을 비교해도 목소리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맑고 청아하다. 게다가그 사랑의 감성까지 잔뜩 묻어있다.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2030과 견줘도 손색없는 짙은 감성이다. 여전히 그의 피부는 곱디곱다. 이런 배경에 일각에선 신승훈이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철이 들지 않아서’라는 다소 매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감수성 면에서 철이 들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철이 아예 안 든지는 모르겠지만, 맑고 순수한 영혼을 유지하고 싶었다. 순수한 감성이 느껴진다면, 결혼을 하지 않은 것과 상관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내게는 지켜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는 않다. 그게 철이랑 연결될 것 같다. 철부지는 되지 않지만, 철들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목소리는 기술인 것 같다. 어떻게 힘을 줘야 과거의 내 목소리가 나오는지 잘 알고 있다. 말할 때는 많이 굵어졌다. 하지만 노래할 때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과거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음색을 유지하는 게 곧 신승훈의 색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특별하게 관리했다.” 

LP와 카세트 테이프, CD를 거쳐 스트리밍까지, 음악 콘텐츠의 변화를 모두 몸소 겪어온 가요계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이문세, 유재하, 김현식을 보고 자라 서태지와 H.O.T와 경쟁했고, 싸이와 동방신기, 소녀시대에 이어 BTS의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온 그. 스스로 ‘가요계의 화석’이라 칭하는 그가 바라본 가요계는 어떠한 흐름에 있을까.

철부지는 
아니지만…

“내가 데뷔했을 때는 가요계가 중심이었다. 토요일 오후 7시면 MBC서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했고, 연말 시상식도 가요제가 가장 관심이 높았다. 프라임 타임에 음악이 들렸다. 시청률이 엄청났고, 그 수혜자 중 하나가 나다. 앨범 내면 줄 서서 음반매장에 갔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가 황금기 같다. 레코드서 음원시장까지 왔는데, 예전에는 음악 감상실서 돈을 내고 들었다. 지금은 걸어다니면서 듣는다. 현대인들이 바빠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 같다.”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 만큼, 가수들의 수준도 크게 발전했으며, 전문화됐다고 평가했다. 발라드 가수가 댄스나 소울, R&B 장르도 넘봤는데, 최근에는 한 분야, 한 장르만 고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자기 장르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가수들 모두 각 장르에 치중한다. 퓨저너블한 면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수준은 더 높아진 것 같다. 싸이나 BTS처럼 빌보드를 휩쓰는 후배들이 나타났다. 파란 눈을 가진 사람들 사이서 그런 성과를 내는 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의 추억인 ‘음악 감상실’이 다신 없을 거라는 게 다소 애석하긴 하다.”

그런 변화 속에서 베테랑 가수 위치를 꾸준히 차지했다. 스스로에 대해 대견하다고 평가했다. 30년이 지난 이제야 가수로서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기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반환점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10주년, 20주년에도 내게 반환점에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 하나는 짚어야 되는 시기 같다. 신인 시절에 ‘한 획을 그으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점은 찍어가겠다’고 했다. 이제 멀리서 봤을 때 그 점들이 선으로 보이는 것 같다. 내게 대단하다기보다는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만은 아니지만, 자부심은 있다. 인간 신승훈이 아닌, 가수 신승훈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음악만 했던 신승훈이니까.”

가수 신승훈은 절정의 인기스타이자, 누구나가 인정하는 뮤지션이다. 최근에는 프로듀서로 포지션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가수·뮤지션·PD로 걸어온 발자취
“아티스트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내 음악인생을 정리한다면 10년은 정말 많이 사랑받기만 했던 것 같다. 사랑을 돌려주기엔 너무 바빴다. 행사하러 가도 한 곡만 부르고 다음 행사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끼리 8·26 사태라고 하는데, 올림픽 공원 잔디마당서 1만2000명이 우비를 쓰고 폭우를 맞으며 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이후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어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10년부터 20년까지는, 진짜 뮤지션이 되고 싶어 히트곡 보다는 내 노래를 만들려 했고, 콘서트를 진행했다. 20년부터 30년까지는 방송을 많이 했다. MBC <위대한 탄생> M.net <보이스 코리아> 최근 M.net <내안의 발라드> 등이 있다. 대부분 프로듀서로서 나섰다. 현재 로씨라는 신인 가수를 키우고 있다. 30년부터 40년은 프로듀서 신승훈의 삶에 좀 더 집중할 것 같다.”

<보이스 코리아> 이후 그는 수많은 연습생을 휘하에 두었었다. 비록 큰 성공을 맛보지는 못했지만, 후배 가수들을 양성하는 데 꽤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다. 그러던 중 최근 대다수 연습생과의 계약을 끊고 오롯이 로씨에 집중하고 있다. 
 

▲ 가수 신승훈 ⓒ도로시뮤직

“성공하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데뷔곡이 운이 좋아 성공했지만, 많은 가수들이 데뷔부터 잘되지 못한다. 아이유도 데뷔곡 ‘미아’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프로듀서가 내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습생들을 다 내보냈다.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애들인데, 자신이 없었다. 책임지지 못하겠더라. 그리고 로씨만 남겼다. 이 친구가 잘되게 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로씨로 인해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트렌지한 장르도 많이 섭렵했다.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많이 성장한 기분이다.”

이번 신승훈과의 인터뷰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채팅으로 진행됐다. 그는 ‘마치 유튜버가 된 기분’이라고 생소한 인터뷰 환경의 느낌을 전했다. 시작과 동시에 30주년 인터뷰가 과거에 대한 기념이 아닌 30년을 어떻게 나아가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어필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요즘 흔히 가수나 배우 등을 지칭하는 수준의 아티스트가 아닌 뮤지션으로서 프로듀서로서, 혹은 연예인으로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과거에 정말 잘나가는 스타였는데, 이제는 하강하고 있다. 어차피 떨어지게 돼있는데, 한 마리의 학처럼 아름답게 하강하고 싶다. 날개를 퍼덕퍼덕 하면서 억지를 부리기보다는, 고고하게 내려오고 싶다. 최근 10년은 내가 ‘아티스트’를 꿈꾸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수는 노래하는 사람이고 뮤지션은 노래를 갖고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아티스트는 경지에 이르러서 어느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줬을 때 ‘장인이 만들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문화 안에서 그런 결과물을 내놓고 싶다.”

가요계 화석
아름다운 하강

아티스트를 꿈꾸는 신승훈은 새 앨범 발매와 함께 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4월 공연을 생각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6월까지 기한을 미뤘다. 연습할 시간이 생긴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최대한 매진 중이다. “원래 4월 10일에 국내 공연이었고, 5월 8일에 미국 공연이 예정됐는데, 다 유야무야 됐다. 6월에 수원부터 시작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콘서트를 연습할 엄청난 시간이 주어졌다. 그간 쌓아뒀던 내 울분이나 감정을 이번 콘서트에 다 쏟아내려고 한다. 그러려고 코로나19가 불었었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번 콘서트를 통해 내 감정을 향유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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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