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대형 건설사들의 플랜B

새 먹거리 찾아 삼만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형 건설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생존을 위한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적인 건설 이외의 분야에 투자하며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는 등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분주하다.
 

▲ 현대산업개발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최근 미국 크레이튼(Kraton)으로부터 ‘카리플렉스(Cariflex)’ 사업을 약 6200억원에 인수했다. 카리플렉스 브라질 생산 공장과 네덜란드 R&D센터를 포함한 것으로 생산제품의 원천기술까지 확보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독일, 일본 등 글로벌 판매 조직과 인력, 영업권도 갖게 됐다.

계속되는 인수
모듈러 진출

카리플렉스는 이소프렌 고무와 이소프렌 고무 라텍스 제품을 생산한다. 이 제품들은 수술용 장갑이나 주사용기 고무마개 등 의료용 소재로 사용된다.

대림산업은 여천NCC 등을 통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카리플렉스 인수로 고기능 부타디엔 고무 생산 사업에 진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사내이사 연임을 포기하며 경영 일선서 물러난 이해욱 회장이 석유화학뿐 아니라 에너지 디벨로퍼 사업 등을 주도하고 있어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앞세워 주택사업에 주력하던 GS건설도 신사업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스마트팜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데 이어 올해는 2차전지와 모듈러 부문에 투자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허창수 GS건설 회장 장남인 허윤홍 사장이 신사업부문 대표를 맡으며 투자를 이끌고 있다.

GS건설은 올 초 2차전지 재활용 관련 사업에 진출, 2022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차전지서 니켈과 코발트, 리튬과 망간 등 유가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운영하는 것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대비한 결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선진 모듈러 업체 3곳을 동시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해외 모듈러 시장을 선점하고 각 사의 강점과 기술, 네트워크를 활용해 선진 모듈러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규제 강화·불황 맞서 활로 찾기
대림산업, 수술 장갑 세계 1위 회사 인수

GS건설은 주총을 앞두고 ‘조립식 욕실 및 욕실제품의 제조, 판매 및 보수 유지관리업’을 사업 내용에 신설하는 정관변경을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항공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말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컨소시엄(이하 HDC컨소시엄)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국적항공사를 품에 안았다. HDC컨소시엄은 4월까지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시 HDC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를 주당 4700원에 적용해 3228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신주) 약 2조1772억원 규모(신주가격 5000원 적용)의 유상증자(제3자배정)에도 참여해 4월30일까지 신주(보통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 대림산업

HDC현대산업개발은 약 2조원을 쏟아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약 61.5%(구주+신주)를,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는 약 15.3%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와의 지분구조를 8대2의 틀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던 상황이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건설 중심의 사업서 벗어나 항공사업을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재계 순위도 33위서 17위로 상승하게 됐다.  

HDC컨소시엄은 범현대가인 현대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을 통해 항공물류 등의 강화를 추구할 수 있고, 이 밖에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신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유통, 물류, 호텔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다.  

리츠사업 물꼬
골프장 운영

SK건설은 연료전지 주기기 제작업체인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 설립을 마치고 이르면 올해부터 국내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생산한다. 합작법인명은 ‘블룸 에스케이 퓨얼셀 유한회사’로 지분율은 SK건설이 49%, 블룸에너지가 51%다.

현재 경북 구미 공장서 생산설비를 설치 중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국내서 연료전지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SK건설은 전했다. 생산 규모는 연산 50MW로 시작해 향후 400MW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블룸 SK 퓨얼셀은 전문 강소기업과 협업을 통해 국산 부품의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활용할 방침이다. 협력업체 후보군 총 130여곳 가운데 약 10개 업체와 상반기 내 구매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SK건설은 “SOFC 국내 생산이 본격화된 뒤 블룸 SK 퓨얼셀을 아시아 시장을 상대로 하는 조달·생산·서비스 허브로 육성할 것”이라며 “국내 중소 부품업체의 수출 판로도 크게 확장하는 동반성장 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리츠 사업에 진출했다. 대우건설은 부동산 간접투자기구인 리츠 산업에 진출해 건설과 금융이 융합된 신규 사업모델을 만들고,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AMC설립에 금융사를 참여시킴으로써 부동산 개발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자금 조달력과 안정성서 다른 AMC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 SK건설

대우건설은 개발리츠나 임대리츠에 직접 출자함으로써 디벨로퍼의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공사를 수주해 시공하는 단순 건설회사서 부지 매입·기획·설계·마케팅·시공·사후관리까지 하는 종합디벨로퍼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시공이익 외에 개발이익, 임대이익, 처분이익 등을 수취함으로써 사업 수익원을 다각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대부분의 국내 리츠가 임대주택 개발·운용이나 대기업의 부동산 자산관리 수준에 그쳤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모 리츠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국내 개발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개발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며, 상업시설·오피스 등 다양한 실물자산도 매입해 운용할 계획이다.


관광업 인기
폐기물 처리도

부영그룹도 제주 더클래식CC&리조트, 무주 덕유산CC, 제주 부영CC, 순천 부영CC, 안성 마에스트로CC, 태백 오투리조트 등 국내 외 다수 리조트와 골프장을 운영하고 글로벌테마파크와 호텔 건립을 추진하면서 레저, 관광사업을 벌이고 있다.

스타트업과 협업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는 곳도 있다. 우미건설은 최근 공유주방 스타트업 ‘고스트키친’과 공유주택 수타트업 ‘미스터홈즈’에 각각 투자자로 참여했다.

전국의 신도시에 ‘호반써밋’과 ‘베르디움’ 브랜드 아파트 13만 가구를 공급하며 주택의 강자로 알려진 호반건설은 종합건설, 레저, 유통 등 신사업을 통해 지속 성장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사업다각화는 2010년대부터 시작됐다. 2011년 KBC광주방송의 대주주가 돼 방송미디어 사업에 발을 들였고, 2016년에는 울트라건설(현 호반산업)을 인수해 사업 규모를 키웠다. 2017년에는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를 인수하고 본격적인 레저사업 확대를 밝혔다.

2018년에는 리솜 리조트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덕평CC, 서서울CC도 인수해 현재 국내 7곳, 해외 1곳의 리조트,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 등 호반그룹은 종합레저 영역에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리솜호텔&리조트 시설을 보수하는 동시에 중단된 제천 호텔동 공사를 재개했다. 지난 7월에는 스플라스 리솜의 플렉스타워(스파동)에서 그랜드 오픈식도 가졌다.

새롭게 선보인 스플라스 리솜의 플렉스타워(스파동)는 외관, 로비, 객실, 인테리어까지 감각적인 디자인을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대아청과를 인수해 농산물 유통 사업에 진출했다. 대아청과는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중 하나로 가락시장에서 농산물 경매와 수의계약을 통한 농산물 도매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다. 

GS건설, 올 초 2차 전지 재활용사업 가세
현대산업개발·SK건설 등도 사업 다각화

동부건설은 최근 건설폐기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인 WIK-용신환경개발 4개사를 인수한 에코프라임PE 사모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WIK-용신환경개발은 2016년 기준 일일 평균 처리실적이 6488t가량으로 업계 1위 실적을 보유한 기업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기존 건설업서 확장된 신사업 진출 차원서 투자를 했다”며 “높은 마진률과 견고한 현금창출능력을 보유한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 투자를 통해 안정적 투자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GS건설

태영건설은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 2004년 ‘TSK워터’ 설립을 시작으로 수처리·폐기물 처리·폐기물 에너지·토양 및 지하수 정화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환경부문에서 연결기준 매출 5106억원, 영업이익 950억원을 달성했다.

계룡건설산업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제로에너지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한 정관 변경을 완료했다. 올해 제로에너지 관련 설계·시공·유지관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해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중흥그룹은 경제신문과 영자신문을 보유한 미디어그룹 헤럴드의 새 주인이 됐다. 중흥그룹과 헤럴드의 최대주주인 홍정욱 회장은 최근 홍 회장 및 일부 주주의 보유 지분 중 47.8%를 양수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흥그룹은 주택사업에만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 대상을 물색해왔으며, 특히 언론사업 진출에 적극성을 보였다. 2년 전 호남 지역지인 <남도일보> 인수에 이어 최근 미디어그룹 헤럴드까지 품으면서 중앙 언론 진출에 대한 염원을 풀게 됐다.

건설로 역부족
신규사업 어디?

이처럼 건설사들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로 수주할 수 있는 정비사업 물량이 크게 감소하는 등 주택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까닭이다. 글로벌 경기 위축과 유가 하락 등 대외적인 변수도 많다. 대형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 분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수주해 시공하는 것으로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정부 정책과 경기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개발 사업이나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며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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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