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32)누나

복받치는 설움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형인 허봉의 장사를 마무리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누나를 찾았다.

아니, 오라버니의 죽음을 전해 듣고도 참석하지 못한 누나의 고통을 달래주기 위함이었다.

누나를 찾았을 때 역시 방 안에 홀로 앉아 시로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누나에게

“누나!”


동생 허균의 손을 잡고 있는 난설헌의 눈에서는 벌써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 눈물이었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만난 기쁨 그리고 오라버니의 죽음 아울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구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을 터였다.

“오라버니는 편히 보내드렸니?”

“그래, 누나. 아버지 곁에 나란히 눕혀드렸어. 아마도 저 세상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실 거야.”

“암, 그래야지.”

허균이 찬찬히 누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말소리만 힘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 잦아드는 말소리만큼이나 고왔던 얼굴이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순간 두렵고 아찔한 생각이 솟구쳤다. 

“누나, 힘내!”

“암, 그래야지. 그런데 마음을 굳게 먹고 있지만 마음처럼 그게 쉽지 않구나.”

허균이 누나로부터 손을 빼어 조금 전에 써놓은 듯한 시를 바라보았다.

방바닥에 있는 하얀 한지 위에 빼곡하게 쓰여 있는 글이 시선에 들어왔다.  

지난해에는 사랑하는 딸을 여의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슬프고 슬픈 광릉 땅에 

두 무덤이 서로 마주 보고 서 있구나. 

하얀 버드나무 가지에 바람은 쓸쓸히 불고 


도깨비불은 솔, 오동나무 숲에서 반짝이네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며 

검은 술 받들어 너의 무덤에 붓는다. 

남매의 혼은 서로 알아보고 

밤마다 서로 좇으며 노닐 거야. 

비록 뱃속에 어린아이가 있다지만 


어찌 편안히 장성하길 바라겠나 

황대사를 읊으며 흐느끼노라 

피눈물 슬픈 소리를 삼키노라 

去年喪愛女(거년상애녀)  
今年喪愛子(금년상애자)   
哀哀廣陵土(애애광릉토)   
雙墳相對起(쌍분상대기) 
蕭蕭白楊風(소소백양풍)
鬼火明松楸(귀화명송추)
紙錢招汝魄(지전초여백) 
玄酒尊汝丘(현주존여구)
應知弟兄魂(응지제형혼)
夜夜相追遊(야야상추유)
縱有腹中孩(종유복중해) 
安可冀長成(안가기장성) 
浪吟黃臺詞(낭음황대사)
血泣悲呑聲(혈읍비탄성) 

黃臺詞(황대사) : 자식 잃은 어머니의 애달픈 심정을 노래한 일종의 만시(挽詩) 

시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설움이 복받쳤다. 가슴속에서 피가 끓더니 거꾸로 치솟아 오르고 있는 듯했다.

허난설헌, 동생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다
누나에게서도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는 허균

“누나!”

이번에는 허균이 누나의 손을 잡았다.

막상 누나를 불렀으나 차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이, 저주스럽도록 몹쓸 놈의 세상만 아니었다면 하는 한탄이 허균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균아!”

“말해봐, 누나!”

설헌의 고개가 옆으로 돌려졌다. 또한 입이 닫혀졌다.

“누나, 말해보라니까!”

허균이 난설헌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내… 오래 살지 못할 듯하구나.”

허균의 타던 가슴이 결국 갈가리 찢어지고 있었다.

누나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이미 누나에게서 죽음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누나, 그런 소리 하지 마. 그러면 나는 어찌하라고!”

난설헌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으나 그 움직임에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희망이 없구나. 이승에서는 내가 너무 무력해. 더 이상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아.”

허균의 손이 난설헌의 어깨로 향했다.

그리고 순간 누나의 상체를 끌어당겼다.

누나의 가녀린 몸이 허균의 가슴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누나, 안 돼. 먼저 가신 형님을 생각해서라도 오래 살아야지!”

“불쌍한 내 오라버니…….”

자신을 끔찍이도 애지중지했던 오라비 허봉,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 총명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준 그 오라버니였다.

허균의 이야기를 듣는 매창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허균이 매창이 앉은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매창의 어깨를 힘주어 안았다.

그 가슴 안에서 매창이 울고 있었다.

그랬다.

허균은 자신의 흘러내리는 눈물을 매창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고요하게 침묵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고 어느 순간 허균이 가슴에 안겨 있던 매창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나리, 그리고 누님께서는 세상을 달리 하신 것인가요.”

아직도 슬픔의 기색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목소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렇소. 그렇게 나의 누나는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옵니다.”

“그렇게 나의 친형제인 허봉 형님과 누나가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다오.”

“참으로 묘한 일이옵니다.”

매창이 눈물이 어려 있는 반짝이는 눈으로 허균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이 말이오?”

“총명하고 영특한 사람일수록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상하게도 천수를 누리는 사람들이 드물어 보이니 말입니다.”

허균이 매창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바람에 흔들거리듯 매창의 눈 속에서 호롱불이 흔들리고 있었다.

침묵의 시간

“모름지기 서로의 궁합이 맞아도 인간사 해로는 하늘의 뜻이거늘. 세상과 궁합이 맞지 않았던 게지요.”

“그러면…….”

“왜요, 나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매창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말이오.”

“나으리!”

허균의 손이, 눈길이 자연스럽게 매창의 볼로 향했다. 손에 닿은 볼의 감촉이 부드러웠다.

허균은 그 손길에서 자신의 누나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매창의 고운 마음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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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