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드디어 실체 드러낸 '북한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01 09: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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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조아라 기자]세계 언론이 난리다.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보다 더 조명을 받고 있다. 김정은(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의 부인을 공개했다. 예상대로 각종 공식석상에 등장한 묘령의 여인이었다. 주인공은 리설주. 원체 정보가 없다보니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그녀는 누구일까.

북한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5일 "김정은 원수님께서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오셨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부인의 존재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리설주의 이름이 총 4번에 걸쳐 언급됐다. 결혼 시기와 자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부인 존재 공식 인정
총 4번에 걸쳐 언급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홈페이지에 북한 김정은이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해 부인 리설주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리설주는 노란 물방울무늬의 붉은색 재킷과 검은색 스커트차림에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 공식 인정을 받은 리설주는 2009년 결혼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 사이에 자녀가 1명 있다는 설도 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

국정원에 따르면 리설주는 1989년생으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평양 금성제2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중국으로 건너가 성악을 전공했다. 중국의 한 매체는 "유명 가수이며 김일성대 박사 과정생"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김정은과 결혼 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6개월 동안 퍼스트레이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리설주가 예술단원 출신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관람한 은하수관현악단의 음악회에 '리설주' 이름의 가수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 되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북소식통 등이 리설주가 예술인 출신이라고 추측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여가수의 동그란 얼굴형과 이목구비 등이 김정은의 부인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인을 비롯해 가족을 철저히 비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며느리를 무대에 세웠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아 동일인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과 결혼…자녀 있다는 소문 나돌아
평번한 가정서 태어나 성악 전공한 유명 가수
2005년 인천육상대회 때 응원단으로 남한 방문

리설주는 지난 7일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때 김정은과 나란히 앉은 모습이 공개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리설주를 두고 수많은 추측이 나왔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라는 설부터 시작해, 또 다른 여동생 김정옥, 배우자, 모란봉악단 관계자 등 수많은 설이 나왔다.

리설주의 베일을 벗길 주목할 말한 사실도 밝혀졌다. 리설주가 과거 한 차례 남한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일인물로 거론된 것이 발단이었다. 정보당국이 관련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청년학생협력단' 소속으로 온 여학생을 포착했다. 사진 속 리설주는 얼굴 생김새 등이 김정은 부인과 매우 흡사하다.

정부 당국자는 "남한을 방문했던 학생 리설주가 노래와 악기연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고 우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악단 가수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밝혔었다는 점에서 은하수관현악단의 가수 리설주와 동일인물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26일 전체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인용, "리설주가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대회에 응원단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2004년 금강산에서 열린 전교조 주관의 남북 교사회담에 참석하여 중학생 신분으로 남한 인사와 접촉한 기록도 발견됐다. 인천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그러한 의문은 사실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러한 기록들은 리설주가 김정은의 부인으로 간택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성장 과정에서 남한의 발전을 목격한 리설주가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의 개혁?개방 구상에 도움을 주거나 조언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김정은의 부인으로 정해졌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북한은 퍼스트레이디의 프로필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퍼스트레이디로서의 행보와 역할에 대해서 국내외 언론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리설주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만큼 이러한 측면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정치가 유연해져 점진적으로나마 개방을 향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북한에서 최초로 퍼스트레이디가 발표된 것도 전 정권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스타일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는 리설주가 북한 역사에 변곡점이 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베일에 쌓인 채 방송을 통해 모습만 드러냈던 김정은의 부인의 이름이 공식석상에서 공개 된 것을 두고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구상에
조언자 역할할 듯"

김일성과 김정일의 배우자들은 모두 은둔의 여인으로 남겨졌다. 김일성은 사망 한 달 전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부를 맞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인 김성애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일의 경우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를 비롯해 성혜림, 김옥 등 4~5명의 부인을 뒀지만 이들의 존재 자체도 대외적으로 비밀에 부쳤고 공개석상에서 동반한 사례도 없었다. 김정은 우상화 차원에서 기록영화에 김정일?고영희의 생전 모습이 공개된 것이 전부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10대 때 유럽(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했던 김정은이 부인을 동반한 서구 지도자들의 모습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리더십이 등장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아직까지 북한 내에서 '철없는 어린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떼지 못했다. 어린 이미지는 권력기반을 다지기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서른이 안 된 나이지만 부인이 있다는 점을 외부에 대대적으로 공개해 '꼬마대장' 이미지를 불식시켜 권력 추국의 기반을 확실히 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나아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치밀한 각본이 짜여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달 초 아무런 설명도 없이 리설주를 전략적으로 방송에 공개해 궁금증을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시나리오 '미스터리 여인' 공개
아킬레스건 '꼬마지도자' 이미지 벗나
체제 굳히기 계산…"개방 리더십 보인다"

시나리오 진행의 행동 대장으로 지목 받는 사람은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그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다. 김경희는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고모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북한의 선전?선동 전문가들이 각본에 따라 치밀하게 시기를 정해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키려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김설주를 김정은의 옆자리에 세워놓고 반응이 충분할 때까지 여론을 살폈다는 얘기다. 이들이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고 원수 칭호를 붙이는 등 권력기반을 충분히 다져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실제 조선중앙TV 기자출신 탈북자 장해성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치밀한 각본하에 김정은의 부인을 노출시켰다고 밝혔다. 장씨는 "언젠가는 마누라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미리 사전 포장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일성 부인 김성애를 예로 들며 "김일성이 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김성애가 어떻게 해볼라고 난리치면서 텔레비전에도 많이 나갔다. (그런데)김정일한테 완전히 칼맞았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의 부인 고영희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고영희는 만수대예술단 배우였다. 아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김정일이)너무 색을 밝히다 보니까 마누라로 내세우기 민망했을 것"라며 김정은의 노출 전략은 이들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의 인터뷰로 미루어 보면 김정은의 이 같은 행동은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 뚜렷한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보이며, 충분히 계산된 행보로 볼 수 있다는 데 설득력이 더해진다.

선대와 다른 행보
권력기반 다지기

북한의 나이 많은 군부를 상대하기에 김정은은 나이가 어린 편이다. 권력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어린 나이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김정은의 일련의 행보들은 이를 의식하고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의 표출로 진단된다.

리설주가 김정은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외신들은 난리다. 그만큼 이례적이라 그렇다. 외신들은 김정은-리설주 부부의 유명세가 헐리우드 스타 부부인 브래드피트-안젤리나 졸리 못지 않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이 김정은의 결혼과 배우자의 이름을 공개한 것은 '개방적 리더십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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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