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획특집]기축년, 봄을 찾는 사람들 ②재계 범털들의 히든카드

MB가 풍운아를 만났을 때…‘미워도 다시 한번?’


재계 ‘잠룡’으로 분류되는 거물급 ‘범털’들이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족쇄 풀린 전직 오너들의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는 것. 한때 재계를 호령하다 일장춘몽으로 ‘강퇴’당한 재계 스타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하나같이 여전히 사업에 대한 열정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꿈틀대고 있다는 근황만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2009년 부활이 점쳐지는 재계 풍운아들의 패자부활전을 들여다봤다.

족쇄 풀린 전직 오너들 ‘부활 날갯짓’…러브콜 쇄도
불황 틈타 패자부활전 본격 태세 “옛 명성 되찾을까”
마당발 인맥 등 노하우 재활용
물밑접촉 개시…사전 작업 완료


정부는 지난해 8월 34만여명에 대한 8·15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여기엔 포함된 재계 전·현직 총수들은 모두 14명. 정부는 면죄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을 풀어줬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게 조건이었다. 경제성장을 위해 재계 거물들의 노하우가 꼭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물론 김대중 정부에서도 그랬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랬다.

“신화창조 재조명…
왕성한 활동 주목”

이 대통령은 사면을 앞두고 “대기업들도 투명윤리 경영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사면은 대기업들이 보다 공격적인 경영으로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과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로 상생 협력해 달라는 뜻”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경제살리기 일환으로 내놓은 ‘특단의 대책’에 족쇄가 풀린 총수들은 경영 복귀와 함께 즉각 화답했다. 그룹별로 속속 투자와 고용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 당시 세상 밖으로 나온 재계 범털들의 행보도 같은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다. 최 전 회장의 거취는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다. 그중에서도 최 전 회장의 복귀는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1970년대 중동건설 붐을 일으키면서 고속성장한 동아건설은 1980년대 현대건설에 이어 도급 순위 2위의 ‘건설명가’ 반열에 올랐고, 1990년대 초엔 리비아 대수로 신화를 일궈내며 현대건설, 대우건설과 함께 ‘건설 트로이카’를 이끌었다.

그러나 동아그룹은 IMF 때 무리한 차입경영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부도를 냈다. 최 전 회장은 1998년 동아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분식회계, 배임, 불법 사기대출 등이 드러났고 결국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04년 이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그는 지난해 8월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최 전 회장의 사면은 벌써 세 번째다.
최 전 회장의 올해 나이는 66세. 여타 총수들과 비교해 충분히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다. 최 전 회장은 2005년 7월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난 이후 줄곧 부활 의지를 불태웠지만, 안방을 재탈환하기 위한 ‘재기의 꿈’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최 전 회장은 그동안 “직책이나 돈에 연연하지 않고 백의종군해 리비아 등 대규모 해외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며 경영일선 복귀를 희망해 왔다.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도 옛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되는 인사다. 국세청이 발표한 ‘1991년도 100대 납세자 리스트’를 보면 당시 종합소득세 납부 1위는 안 전 회장이다. 그는 신고소득 47억원, 납세액 23억원으로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부호들을 제쳤다. 안 전 회장의 부활이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1984년 나산그룹을 설립한 안 전 회장은 1990년대 신흥재벌로 등극했다. 하지만 안 전 회장은 1994∼2000년 부도난 ㈜나산의 자금 40억원을 차명계좌로 빼돌리는 등 회삿돈 290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등에 2359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역시 지난해 8월 사면된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도 부활의 날갯짓을 쉽사리 접지 않고 있다. 나 전 회장 역시 1990년대 재계 샛별로 등장했지만, 1998년 한남투신을 인수한 뒤 2945억여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구속,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나 전 회장 일가의 재기 노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의 가족과 가신들은 이미 기린과 서현개발 등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나 전 회장도 모 코스닥업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김영진 전 진도그룹 회장, 엄상호 전 건영그룹 회장,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등 한때 재계를 호령하다 일장춘몽으로 강퇴당한 재계 범털들도 온갖 논란 속에서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크 또 노크’
두드리면 열릴까

권력형 비리인 이른바 ‘게이트’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풍운아들의 복귀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다시 주목받고 있는 최규선, 이용호, 진승현 씨 등이 주인공이다. 권력의 그늘 밑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모두 저마다 ‘복귀 히든카드’를 쥐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은 최규선 씨다. 국민의 정부 때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 최씨는 2002년 DJ의 3남 홍걸 씨와 정치권 커넥션을 동원해 온갖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2006년 2월 만기출소했다.
이후 지난해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함께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마당발 인맥’이 총동원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측근들도 그의 해외 거물 네트워크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자원 외교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최씨는 “아직은 전면에 나설 단계가 아니다”라며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당사자인 이용호 씨도 이미 재기를 위한 물밑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G&G그룹 회장 당시 이씨는 계열사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한 뒤 수사 무마를 위해 검찰, 국가정보원, 정치인 등에게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2005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지만, 2007년 3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씨 측근에 따르면 그는 출소 직후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았다. “돈을 댈 테니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다. 또 “경영자나 자문으로 와 달라”는 제의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그의 거처는 확실치 않다. ▲서울 미아동 A호텔 나이트클럽을 소유하고 있다 ▲코스닥상장사 I사의 실질적 오너다 ▲황우석 박사 등과 접촉해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등 그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진승현 게이트’ 진승현 씨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진씨는 2000년 2300여억원을 불법대출 받는 과정에서 정·관계에 로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씨는 이 사건으로 200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예정대로라면 출소해야 할 시점. 그러나 수용과 병원 치료를 반복해 형기가 늘어난 그는 올해 출소를 앞두고 있다.
진씨는 앞서 형집행정지 상태에서 코스닥 상장사의 배후 실세로 활동하며 문어발식 기업인수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던 측근들을 통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진씨 회사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여러 코스닥 상장사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진씨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진씨가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과 해외시장에서 조달해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직에서 ‘화려한 부활’을 노리는 거물들도 적지 않다. 바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 출신인 진 전 장관은 ‘삼성 신화’를 일궈낸 국내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 삼성의 옷을 벗은 것은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2006년 3월까지 3년 동안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사임 뒤 2006년 5·31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진 전 장관은 같은해 11월 속칭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IT 전문 투자사인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SIC)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진 전 장관의 행보는 재계 최대 관심거리였다. 여러 기업들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냈다. 친정인 삼성 복귀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고, 하이닉스 사장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진 전 장관은 2007년 5월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경영고문 역할을 맡았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진 전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 참여해 경제참모 역할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진 전 장관의 올해 행보가 더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박 부회장도 부활을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그가 1991년 설립한 팬택계열은 2005년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도 잠시. 2006년 말부터 자금난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지금 사정은 다르다. 팬택계열은 당시의 위기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듯 보인다. 박 부회장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동원했다. 사옥을 팔았고, 1000여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임금 삭감, 상여금 반납, 담보 제공 등 허리띠도 졸라맸다. 박 부회장도 2500억원 상당의 지분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결과 팬택계열은 2007년 3분기부터 연속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고, 휴대전화를 1000만대나 팔았다. 놀라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팬택계열 대표이사로 재선임된 박 부회장은 “팬택계열의 기업개선작업이 2011년까지 예정돼 있지만 이르면 내년 워크아웃 조기 졸업이 자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기 앞두고 정중동
컴백 비난도 쏟아져

재계 범털들의 컴백에 대해 비난도 적지 않다. 불법과 부실화 장본인이란 우려에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복귀나 재기를 노리는 대부분의 전직 총수들은 거액의 지방세를 미납하거나 추징금을 아직 납부하지 않았다”며 “일부는 거액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을 부도내거나 각종 혐의로 구속된 오너들이 사면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방만경영 또는 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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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