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 ①예산 어죽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 예당호 ‘대흥식당’의 어죽과 튀김

본래 어죽이란 음식이 그렇다. 농사일 바쁜 한여름에 하루 짬을 내, 마을 사람들이 개울에 모여 물놀이도 하고 천렵도 좀 하다가, 커다란 솥단지 걸고 잡은 물고기에 대파, 양파, 생강, 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불린 쌀이랑 국수, 수제비까지 끼니 될 만한 것 몽땅 넣고, 푹푹 끓여서 흐물흐물해진 생선살에 밥과 국수, 수제비를 넣어 걸쭉해진 국물 한 사발 푸짐하게 나눠 먹는 것. 한겨울에는 얼음 깨고 물고기를 낚아 뜨끈한 국물 한 사발로 동장군을 물리치기도 했다.

▲ 예산 어죽에는 밥과 국수, 수제비가 들어간다.

조선 팔도 어디나 물고기가 사는 곳이라면 어죽이 있었다. 된장을 푸는지 고추장을 푸는지 맑은 국물을 내는지, 밥만 넣는지 수제비도 넣는지, 국수까지 몽땅 넣는지에 따라 강원도식, 전라도식, 충청도식으로 나뉘었지만, 동네 사람 모여 맛있고 푸짐하게 영양 보충하는 건 어디든 같았다.

▲ 둘레 40km에 이르는 예당호 <사진제공: 예산군청>

충남 예산에서도 그랬다. 1964년 둘레 40km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를 준공하자, 동네 사람들이 농사 짓는 틈틈이 모여서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이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 양념에 민물새우 넣어 시원한 국물을 만든다.

어죽의 고장

불린 쌀에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깻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먹었다. ‘충남식 어죽’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 무와 시래기를 넣은 붕어찜 ▲ ▲살이 향긋한 민물새우와 미꾸라지튀김

물론 민물고기로 만든 음식은 어죽뿐만 아니다. 제법 큰 붕어나 메기는 무와 시래기 잔뜩 넣어 찜으로, 동자개나 잡어는 칼칼한 매운탕으로, 살이 향긋한 민물새우와 미꾸라지는 튀김으로 먹었다. 동네 사람들끼리 혹은 집에서 별식으로 즐기던 어죽과 매운탕, 튀김은 경제성장과 함께 발전한 외식산업 붐을 타고 사 먹는 음식이 됐다.


지금 예당관광지로 개발된 예당호 일대에는 저마다 비법으로 만든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 10여곳이 있다. 여기도 ‘맛집’이 있어서 이름난 식당은 줄을 길게 서야 하니, 식사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 한적한 예당호 풍경

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면 소화할 겸 아름다운 예당호를 느릿느릿 걸어보자. 때마침 지난해 402m의 길이를 자랑하는 ‘예당호 출렁다리’가 완공되고, 5.2km에 이르는 ‘느린호수길’도 개통했다. 산책은 예당호 출렁다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느린호수길이 연결되고, 맞은편 언덕으로 주차장이 여럿이라 차를 대기도 편하다. 하지만 주말에는 차가 몰려 주차가 만만치 않으니 주의할 것.

▲ 국내 최장 길이(402m)를 자랑하는 예당호출렁다리

예당호 출렁다리는 입장료도, 매표소도 없으니 그냥 걸으면 된다. 다리 주변에 기념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이 있고, 다리 중간에는 투명한 바닥에 전망대까지 갖춘 주탑이 있다. 주중에는 느릿느릿 여유롭게, 주말이면 사람 따라 흘러가듯 걷는다.

물고기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어
지역별 요리법 다르지만 영양은 ↑

그렇다고 인파에 치일 정도는 아니니 굳이 주말을 피할 이유는 없다. 사람 따라 흘러가느라 풍경을 제대로 못 봤다면 한 번 더 건너면 된다.

▲ 시시각각 변하는 무지갯빛 LED 조명이 환상적인 예당호출렁다리 야경 <사진제공: 예산군청>

다리가 생각보다 많이 출렁거린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내진 설계 1등급을 받은 만큼 안전하고 튼튼해, 어른 3150명이 한꺼번에 올라가도 끄떡없으니까. 밤에는 형형색색 조명으로 출렁다리가 찬란하게 빛난다.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무지갯빛 LED 조명이 환상적이라,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 남녀노소 모두 걷기 편한 느린호수길

출렁다리부터 ‘예당호중앙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느린호수길에선 훨씬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언덕에 올라 발아래 기다란 출렁다리를 조망하거나, 벤치에 앉아 바다처럼 넓은 예당호 풍광을 즐기거나, 정자에 들러 운치를 느껴도 좋다. 대부분 나무데크로 이어지고 가파르지 않아, 어린이와 노인도 걷기 쉽다.

▲ 수덕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어죽의 고장’ 예산을 대표하는 사찰은 수덕사다. 근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경허선사와 만공선사를 배출한 수덕사는 대웅전(국보 49호)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부도전, 성보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절 입구에 자리한 수덕사 ‘선(禪)미술관’은 2010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불교 전문 미술관이다.

바로 옆 ‘수덕여관’은 20세기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알린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품 활동을 한 곳이다. 고암이 1944년 구입한 수덕여관(이응로선생사적지, 충남기념물 103호) 앞에는 바위에 새긴 그의 추상 부조가 있다.

▲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품 활동을 한 수덕여관 ▲ 국내 고건축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

‘한국고건축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강릉객사문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정문을 지나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대표 사찰과 탑, 궁궐 모형 100여점이 있는 제1전시관, 국보급 문화재 축소 모형을 전시한 제2~3전시관이 이어진다. 전흥수 한국고건축박물관 관장은 대목장(국가무형문화재 74호) 보유자다. 문화재 보수·복원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국내 고건축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 윤봉길 의사 영정을 봉안한 충의사 입구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사적 229호)도 꼭 들러봐야 한다. 이곳에는 윤 의사의 영정을 봉안한 ‘충의사’, 그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윤봉길의사기념관’, 생가와 중국으로 가기 전까지 농민운동과 독립운동을 한 집 등이 있다. 윤 의사가 의거 직전에 김구 선생과 바꿨다는 시계, 마지막 순간에 묶인 사형틀, 거사에 사용한 물통폭탄과 자살용으로 준비한 도시락폭탄 등도 볼 수 있다.

▲ 예산군청이 무료로 운영하는 덕산온천족욕장

수덕사

이곳저곳 둘러보느라 다리가 아프다면 덕산온천족욕장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하는 ‘덕산온천’은 일제강점기에 근대식 온천으로 개발됐다. 탄산수소나트륨 온천물에 게르마늄 성분이 포함돼 근육통,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다. 최근 새로 단장한 족욕장은 예산군청이 무료로 운영한다. 본격적인 온천욕을 즐기려면 주변의 온천장이나 호텔을 이용해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예당호 어죽→예당호출렁다리→느린호수길→수덕사→덕산온천족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예당호 어죽→예당호출렁다리→느린호수길→수덕사→덕산온천족욕장
둘째 날: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한국고건축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예산군 문화관광 www.yesan.go.kr/tour.do
- 수덕사 www.sudeoksa.com
- 한국고건축박물관 www.ktam.or.kr

문의 전화
- 예산군관광안내소 041)339-8930
- 수덕사 041)330-7700
- 한국고건축박물관 041)337-5877
-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윤봉길의사기념관) 041)339-8238

대중교통
버스: 서울-홍성,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회(06:40~21:30) 운행, 약 2시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회(09:50, 18:4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홍성종합버스터미널에서 예당호까지 택시 이용, 약 25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 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당진영덕고속도로 예산수덕사 IC→국사봉로 응봉·대흥 방면→예당관광로 광시 방면→예당호 


숙박 정보
- 풍덕고택(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20-17, 041)541-0023, www.pungduck.com
- 파라다이스 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아산시 음봉면 아산온천로157번길 7-7. 041)543-4900, www.asanparadise.co.kr
- 봉수산자연휴양림: 대흥면 임존성길, 041)339-8936, www.foresttrip.go.kr
- 스플라스리솜: 덕산면 온천단지3로, 041)330-8000, www.resom.co.kr/spa
- 덕산싸이판대온천: 덕산면 온천단지3로, 041)338-8862, https://blog.naver.com/deoksansaipan

식당 정보
- 대흥식당(어죽·붕어찜): 대흥면 노동길, 041)335-6034
- 산마루가든(어죽·메기매운탕): 대흥면 예당긍모로, 041)334-9235
- 내가조선의한우다(한우 생고기): 광시면 예당로, 041)333-3188

주변 볼거리
예산 임존성, 김정희선생고택, 슬로시티대흥, 예산황새공원, 봉수산수목원, 남연군의 묘와 예산 가야사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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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