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3)차이

더러운 욕심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허균이 입맛을 다셨다.

“그 분에게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아니 오래전부터 갈망했던 무언가가 숨어있었던 것이지요.”

“그 정체는?”

“아마도 그리움이 아닌가 하옵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또 제 팔자에 대한 사무침이 그 분을 만나면서 일시에 녹아내렸던 모양이지요.”

정신 세계까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이해가 쉽게 가는데 팔자에 대한 사무침이라.”

“저의 경우도 그렇지만 그분의 경우도 저와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는 생각이었지요.”

“하기야 둘 다 천민이기는 마찬가지지.”

“그런데 나리께서는 천민들도 조정에 나아갈 수 있다 생각하시는지요.”

“지금으로서는 요원하다 봄이 타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촌은처럼 월등한 사람이라면 천민의 벽을 넘을 수 있을 터인데.”

매창이 가느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허균이 미처 마무리하지 않은 말의 내용이 짐작된 터였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였다. 

“나으리, 이 사회에는 신분의 차이도 그러려니와 왜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그리도 명확하게 갈라져 있나요.”


“그 현상이 비단 이 시대만 그렇겠소. 인간의 욕심 즉 소유욕에 기인한 더러운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고 어디서고 그 현상은 존재할 것이오.”

“그러하시다면, 나리께서 정상적이지 못한 방식이라고 말씀하심은.”

허균이 웃었다.

“내 한번 힘써 보리라.”

“나리, 그러면 양반들끼리도 서로 싸우는 것이 바로 더 가지려는 소유욕 때문이옵니까?”

균이 대답 대신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하오시면.”

“양반이란 종자들은 소유욕이 물질에만 그치지 않으니 더 문제라오.”

“물질에만 그치지 않는다 하심은.”

“소위 양반이라고 깝죽대는 인간들은 물질과 더불어 정신세계까지 욕심을 부린다 이 말이오,”

“정신세계요?”

“또 다른 욕심이지, 욕심. 아주 더러운 욕심 말이오.”


“팔봉아!”

허균이 갑자기 방문을 열고 밖을 향해 소리쳤다.

밖이 조용했다.

“팔봉아!”

다시 한 번 더 큰 소리로 팔봉을 불렀다.

그러자 팔봉이 눈을 비비적거리며 광 쪽에서 엉기적거리며 나타나고 있었다.


“도련님, 부르셨습니까.”

“불렀으니 네가 기어 나온 거 아니냐. 그래 네 놈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또 자고 있었다는 말이냐.”

팔봉이 즉답을 하지 않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무슨 일이신데요.”

“이놈아, 일은 무슨 일. 그런데 네 놈은 살아 있는 시간이 아깝지도 않으냐.”

비비적거리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신분과 남녀의 차이 ‘소유욕 때문에…’
독수공방 스승게…언년이를 보내려고

“갑자기 그건 무슨 말씀이시래요.”

“이 놈아, 죽으면 영원히 잠들 터인데 살아 있는 동안 눈 좀 뜨고 있으라는 이야기야.”

팔봉의 표정이 볼만했다.

허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듯이 혀를 쏙 내밀었다가는 넣었다.

“저 놈이!”

팔봉이 급히 정색했다.

“저놈이고 이 놈이고 어쩐 일로 급히 부르셨대요.”

“너 가서 급히 네 누이 좀 불러 오거라.”

“네?”

“네 누이 언년이 말이다. 지금 가서 냉큼 이리로 오라 일러라!”

팔봉이 의혹의 눈초리로 허균을 주시했다.

“도련님께서 저의 누이를 어찌 찾으신데요.”“불러오라면 불러 올 일이지 무슨 토를 그리 다는 게냐.”

“그 이유를 알아야 불러 오든 말든 할 거 아니에요.”

그 주인에 그 하인이었다.

그 모습에 허균이 혀를 찼다.

“내가 네 누이 혼인시켜주려고 그런다.”

“혼인이라고요?”

“그렇대도 그러네. 그러니 빨리 가서 네 누이나 불러오란 말이다.”

팔봉의 의혹이 강도를 더하는 모양이었다. 물러가기는커녕 허균에게 바짝 다가섰다.

“설마, 도련님이…….”

말을 마치지 않은 팔봉이 허균의 가운데로 시선을 보냈다.

마치 옷을 뚫고 그 속을 들여다보듯이 뚫어져라 그 곳을 응시했다.

팔봉의 시선이 향하는 그곳으로 자신의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는 가만히 손을 그곳에 대보았다.

조그마한 놈이 꼼틀거렸다. 

“이 놈아, 내 것이 어때서 그리 유심히 살피는 게냐.”

“다 아시면서.”

“뭘 다 안다는 게냐.”

“도련님, 그걸 어찌 제 입으로 말씀드립니까.”

허균이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렸다.

“이놈아, 이놈의 주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 그런 염려는 말거라.”

“하오시면.”

팔봉이 급하게 균에게 다가섰다.

“내가 네 누이 호강시켜 주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니.”

팔봉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치 믿지 못할 소리를 들은 듯이 고개를 흔들어댔다.

“네 누이를 나의 스승님께 시집보내 주려고 한단 말이야.”“네!”

자다 말고 봉창 뚜드리는 소리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이달 스승님한테요.”

“그래, 왜 안 되겠니.”

“안 되는 것이 아니오라…….”

“그러니 빨리 가서 언년이 불러오란 말이다.”

결국 팔봉이 일의 자초지종을 알겠다는 듯이 엉기적거리며 밖으로 나섰다.

팔봉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달을 생각했다.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에 홀로 독수공방하고 있는 스승에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언년을 보내 뒷수발이라도 하게 해드려야 할 듯했다.

뒷수발이라도

스승 이달의 경우 생각할수록 안쓰러웠다.

지금 자신의 형인 허봉의 경우는 조정에서 승승장구하고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있건만 형의 이야기로 형보다 더 많은 자질을 겸비하고 있는 이달의 경우는 단지 얼자라는 이유로 냉대 받고 있으니 제자로서 그를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제자로서 스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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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