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강업계 수십억 돈세탁 사건 전말

대기업 낀 비자금 리베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철강업계서 수십억원의 사기사건이 발생해 이슈가 되고 있다. 피해자는 친형처럼 따르던 지인에게 수십억원의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회사의 대표에게 속아 철강재 구매대행을 시작하게 된 피해자. 알고 보니 망하기 일보 직전의 회사였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 피해액은 이미 수십억원을 넘어섰다. 돌이킬 수 없는 배를 탄 두 사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텅 빈S사 자재창고

제보자 A씨는 철강재 수출입을 하는 작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사업이 풀리지 않던 2016년 8월경 B씨를 만나게 된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S사의 수입 구매대행을 권유했다. 톤당 7000원의 수수료를 주고 150일 후 결제해주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서 B씨는 “월급쟁이보다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수 있다. 연매출 50억을 만들어주겠다”고 장담했다.

믿었건만…
수십억원 피해

이후 두 사람은 일 주일에 1~2회의 만남을 지속하며 서로간의 신뢰를 쌓았다. B씨를 믿게 된 A씨는 2017년 하반기에 본인의 집을 담보로 맡기고 구매대행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100톤가량의 소규모 구매대행으로 일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B씨는 A씨에게 “담보를 키워야 수익이 많이 난다”며 담보 증액을 요구했다. 이미 B씨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A씨는 은행에 증액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B씨는 본인과 친한 모 은행 지점장 출신 C씨를 소개했다. A씨는 C씨의 도움으로 가까운 친척의 집을 담보로 B씨와 X씨가 지정해준 은행을 통해 한도 증액 승인을 받아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일이다.

얼마 후 B씨는 A씨에게 “다른 회사서 돈을 떼일 수도 있으니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보험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A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 S사가 망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S사는 지난해 12월31일 이미 지급불능상황이 돼있었다. B씨는 본인 회사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A씨의 법인으로 지난 4월 13억8000만원어치의 철강재를 중국서 수입하게 했던 것이다.

B씨는 지난 5월과 8월 A씨의 담보를 이용해 구매했던 12억원가량의 일본산 철근의 구매대금도 지불하지 않았다. A씨는 이 수입대금에 대한 결제금조차 받지 못해 은행에 담보로 넣은 자신의 집과 친척 소유의 집이 넘어갈 상황에 몰렸다. 

연매출 50억 장담했지만…뒤에선 파산 준비
수십억 피해자 속출 “외국 기업도 당했다”

B씨는 A씨와의 친분을 빌미로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 지난해 7월, 8월 ‘한 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각 1억원, 1억4000만원을 빌리고 그것마저 돌려주지 않았다. 이렇게 최 대표가 편취한 금액은 총 28억원 이상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S사 직원 C씨와의 대화를 통해 밝혀졌다. C씨는 “S사가 지난해 6월부터 법정관리를 들어가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 4, 5곳에서 수많은 자문과 상담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S사는 지난해 5월 이미 T사에 38억원을 지급불능의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고 지난 9월, 10월에는 외국회사 2곳에 법정관리를 빌미로 15억원가량의 지급을 거절 통보했다”고 말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A씨에 따르면 두 외국회사의 경우 보험에 들어 있어 실제 피해는 크지 않았다. 타국의 회사, 그리고 이미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회사와 더 이상 엮여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외국회사는 이 일에서 손을 뗐다. A씨는 “B씨가 나에게 보험을 권유한 것도 외국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보험금이라도 타게 해서 입막음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사는 지난 11월28일 법정관리 회생을 신청해 최종적으로 포괄적 금지명령이 서울회생법원에 의해 내려진 상태다. A씨는 “B씨는 실질적으로 파산을 원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회생을 시도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 몰아주기?
발견되는 정황

A씨는 이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A씨가 확인한 결과 2017년 12월부터 S사는 자체 재고(5000톤 이상)를 모두 동생 소유인 L사에 마이너스 마진으로 판매해왔고, L사는 이 재고를 팔아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즉 L사가 돈을 벌게 만들고 S사는 고의로 매출을 줄여 부도를 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때 1만톤 이상의 T사 재고를 빼돌려 시장에 팔고 T사에는 재고를 분실했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여럿 있다. L사의 등기상 본점 소재지는 S사와 같은 영등포였다. 이후 2017년 10월 S사의 천안창고로 주소지를 이전하게 된다. 즉 L사는 S사의 창고역할을 했던 것. A씨가 확인한 결과 L사에는 직원이 없었고 S사의 직원들이 일을 도맡아 했다.

L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는 동생 D, 그리고 S사의 차장이 등기임원으로 돼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기업 D그룹과 S사와의 관계다. B씨는 D그룹의 E 과장을 통해 올해 초부터 S사의 철강재를 모두 D그룹에 일시 매도했다. 물론 이 물품은 A씨의 명의로 구매한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이 과정서 S사는 A씨에게 물건을 넘겨받기 전,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자신들의 물건으로 속여 D그룹에 판매했다. 그에 대한 증거로 A씨가 물건을 넘겨주고 서류를 작성한 날짜가 11월1일, S사와 D그룹이 작성한 서류는 10월1일로 돼있다. 

D그룹은 이 물량을 다시 동생의 L사에 90일 안에 판매하기로 하는 ‘바이백 계약’(L사가 실 수요가들에게 선입금을 받아 D그룹에 필요한 만큼의 물량에 대해 원가를 들이지 않고 재구매해 판매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 두 형제의 돈세탁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D그룹과 유착
감사 진행 중

심지어 이 계약서 D그룹은 시장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S사서 철근을 구매했고 L사에는 톤당 62만원으로 90일 동안의 고이자를 붙여서 되팔기로 돼있었기 때문에 D그룹으로서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는 계약이었다. (현재 철근 시장가는 수입산의 경우 톤당 50만원이다.)

A씨가 이런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D그룹이 두 형제의 회사가 같은 회사임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D그룹과 최 대표를 이어줬던 E 과장은 S사에 대해 30억원 이상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회사서 S사 담당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5월 D그룹으로 이직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S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렇게 S사는 33억원 이상을 D그룹으로부터 입금 받고 A씨에게 줘야 하는 돈조차 주지 않았다. 그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미궁에 쌓여있다. 

A씨는 “철강업계에 종사하는 그 누구도 현재 시황서 철근을 톤당 62만원, 그리고 고 이율까지 붙여 판매하는 계약이 불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이 이런 식으로 부정하고 부당한 거래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D그룹 감사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해당 사안으로 감사가 진행 중이고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D그룹은 바이백 계약을 체결한 물건에 대해서는 거래를 중지시켜 놓은 상태다. D그룹 E 과장이 S사의 법정관리 직전에 전체 철강재를 일시에 사주고 범죄은닉 자금 35억원 이상을 만들어주는 이 부당하고 기이한 거래의 대가로 금전 800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B씨로부터 받은 정황도 있다.

D그룹과 결탁해 세탁 의혹 “감사 진행 중”
‘배째라’ 대응에 전전긍긍…청원 올리기도

A씨가 이 모든 사기행각을 알아챈 것은 지난달 11일이다. B씨는 A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지난달 8일 점심식사 자리서 은행 결제일 11월26일 이후인 11월29일에 골프를 치러가자며 예약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서 백 대표는 11월 26일에 이상 없이 결제가 될 것으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B씨는 본인은 가지고 있는 재산도 없으니 법대로 하라고 큰소리를 치는 상황이다. B씨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그의 막내 동생 소유로 돼있었다. B씨가 법정관리신청을 한 11월28일까지도 본인의 급여는 연봉 2억5000만원, 월 급여 1800만원이 책정돼있었다고 한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미 B씨와의 거래를 통해 피해를 본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30억원 이상의 채권이 발생했고, B씨와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 팀장으로 있던 한 임원은 회사의 압박과 그에 따른 죄책감, 우울증으로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이 모든 사실을 아는 B씨가 이전과 다름없이 매주 만나 웃으며 술을 함께 마시고 담보증액을 종용하고 은행까지 알선해가며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는 사실이 정말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B씨는 A씨와 가깝게 지내던 내수시장을 잘 아는 사람마저 일부러 멀어지게 했다. A씨에게 험담을 늘어놓으며 자연스럽게 멀어지게끔 A씨의 눈과 귀를 모두 막았다. 이런 상황서 A씨에게 B씨는 하나의 종교처럼 마음으로 의지하는 대상이 됐고, A씨는 B씨가 이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A씨는 “평생 아플 수밖에 없는 자식 이야기를 꺼내며 위로해주고 도와주겠다는 말에 속았던 내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고 미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믿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의 청원은 현재 1698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A씨는 “철강업계에 이런 사악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보를 결정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분들과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씨가 변호사를 통해 전해온 답변

▲2018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위한 상담과 지급불능상황임에도 2019년 A씨에게 철강재 수입을 요청한 사실이 있습니까?
= 2018년 7월 업황 및 고정비 문제로 선제적 차원서 대륙아주서 기업회생 관련 상담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기업회생에 들어갔을 경우 기존 거래처와의 거래관계 유지를 고려해 자구노력을 좀 더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따로 진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 2017년도 A씨의 회사에 대해 철강재 대행 당시에는 지급불능상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철강제 대행 역시 A씨 측에서 먼저 제의한 것입니다.

▲2019년 4월, 5월 A씨에게 수차례 수입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까?
= 2019년 3월부터 12월 현재까지 총 21억5413만2580원의 외상매입금을 지급해왔고, 현재 나머지 잔존 상거래채권은 14억2335만5686원입니다. 그 중 7억9000만원은 A씨 업체서 별도의 매출채권보험에 가입돼있음을 감안할 때(해당 매출채권의 보험료도 당사가 지출했음), 실제 A씨의 피해 금액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며, 또 A씨 요청에 따라 당사 보유 창고에 별도의 1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으므로 향후 창고가 원활히 매각되면 많은 부분 변제 가능하리라 사료됩니다.

▲2018년 ‘한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1억원, 1억4000만원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까?
= A씨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있었는데 이자만 계속 나가자 당사에 요청해 일정 이자를 주고 대여를 받을 수 있겠냐고 문의했습니다. 당시 A씨는 연리 24%를 요청하기에 이를 거절했으나 최종 협의해 연리 12%의 이자로 정하고, 2019년 12월까지 지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사는 상환요청을 하려면 자금준비를 해야 하니 미리 한 달 전 정도에는 알려달라고 말한 것이 전부이며, A씨로부터 특별히 상환 요청을 받은 바도 없습니다. 

▲2018년 외국회사 2곳에 법정관리로 지급불능/거절 통보한 사실이 있습니까?
= 아닙니다. 외국회사 2곳에 지급불능을 통보한 것은 2019년 12월 3일 회생절차개시 전 보전처분이 내려진 이후입니다. 

▲A씨가 대행으로 수입한 철강재를 D 그룹에 매도하고 결제금액을 은닉한 사실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회사의 은행 및 거래처 결제 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정상적으로 사용됐습니다. 

▲D 그룹서 D씨의 동생 회사로 바이백 계약을 체결해 재판매 한 사실이 있습니까?
= 예컨대 A업체가 물건을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현금화가 필요하고, B업체는 해당 물건이 필요하지만, 그 물건을 당장은 일시에 구매할 정도로 충분한 현금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자금력이 되는 C업체는 B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시적으로 A업체로부터 위 물건을 매수한 뒤 추후 B업체가 대금을 마련하는 경우 이를 B업체에게 매각하는 일종의 구매대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이에 따라 C업체는 B업체로부터 계약이행보증금 및 추후 이자와 수수료를 징수합니다) 따라서, 이는 실질적으로는 C업체가 B업체에게 일종의 금융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위와 같은 구매대행계약은 철강업계서 많이 존재하며, D 그룹과의 계약 역시 위와 같은 형태입니다. 따라서, 당사 대표의 동생이 운영하는 별도 법인(위의 예에서 B업체)서 D 그룹과 위와 같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법정관리신청을 한 11월28일까지도 연봉 2억5000만원으로 책정, 월급여 18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있습니까?
= 2019년 11월 전에는 그와 같이 보수가 책정돼있었으나 11월 이후 및 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후에는 무급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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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