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송원그룹 외동딸 자질론

패션 전문가에 화학을…그러니 제자리걸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기초소재 강자로 손꼽히는 송원그룹의 실적이 흐릿하다. 가업을 승계 받은 김해련 회장은 그룹 주력사업과 거리가 먼 패션분야 전문가. 승계 당시 우려가 있었지만 비전 선포식을 통해 불식시키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 김해련 송원 회장

송원그룹은 화학·기초소재 주업의 중견 화학그룹이다. 지난 1975년 설립된 한국전열화학공업이 모태다. 창업주는 고 김영환 회장. 김 회장은 빈농서 태어난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한 우물만 판 끝에 산업용 기초 소재 전문회사를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창업주
자수성가

김 회장은 가난했던 시절을 잊지 않고 장학회를 설립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왔다. 생전 검소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숙환으로 별세했다. 경영권은 외동딸 김해련 회장에게 돌아갔다. 무남독녀인 김 회장은 그해 6월 취임식을 가졌다. 본격적으로 2세 경영 궤도에 오른 셈이다.

김 회장은 패션분야의 입지적 인물로 꼽힌다. 여성복 브랜드 ‘아드리안느’와 국내 최초 온라인 백화점 ‘패션플러스(구 에이다임)’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2006년경 부친의 간암 판정 이후 조금씩 회사 경영에 참여, 후계 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패션과 화학의 교집합을 찾기 어려웠다. 업계 안팎서 불거진 우려의 배경이었다.

김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성공, 도약 1·3·5·7’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2020년 매출 1조원 달성 ▲신사업 3000억원 매출 ▲5개 상장사 ▲세계 최고 제품 7개 등 김 회장의 포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송원그룹은 ‘2019 경영방침’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오너 2세 김 회장, 직접 방향키 잡아
‘2020 프로젝트’ 가시적 성과 ‘흐림’

그룹은 “2020 1357이 구체화되고 있고, 앞으로 남은 2년 안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고 있다”며 “이제 우리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크고 원대한 꿈을 꾸자”고 밝혔다. 다만 5여년이 지난 오늘날, 김 회장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찍힌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송원그룹 지분구조는 크게 ‘김 회장→태경산업→백광소재→태경화학’ 순이다. 김 회장은 23.28%로 ‘태경산업’의 최대주주다. 태경산업은 49.5%로 백광소재의 최대주주이고, 다시 백광소재는 40.01%로 태경화학의 최대주주다.
 

그룹 주력사는 태경산업이다. 태경산업은 관계사 등을 통해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연결 대상 회사는 백광소재와 태경화학을 비롯해 ▲남영전구(종합전구 제조) ▲태경에코(산업용 가스 및 각종 환경처리제 생산) ▲태경에프앤지(휴게소 운영) ▲태경가스기술(산업용 가스 충전 및 기화기 제조판매) ▲태경네트워크(드라이아이스 판매) ▲에스비씨(화공약품, 비철금속의 제조· 판매) ▲태경그린가스(액체탄산 제조·도소매) 등이다.

중국과 베트남 소재의 해외투자법인 두 곳도 포함된다.

태경산업 매출액 변화를 살펴보면, 공언했던 1조원 매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4년 4076억원서 2015년 3538억원으로 한풀 꺾였다. 이후 2016년 4446억원, 2017년 5637억원으로 상승했고 지난해엔 5634억원으로 보합세를 보였다. 1조원의 고지를 밟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 까닭이다.

1조 매출
글쎄∼

올해 매출은 오히려 감소할 공산이 크다. 태경산업의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612억원, 6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은 2841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34억원이었다. 매출액은 200억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송원그룹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태경산업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69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8억원 감소했다. 백광소재와 태경화학도 마찬가지다. 백광소재는 744억원, 태경화학은 206억원을 기록했지만 각각 81억원, 21억원씩 감소한 수치다.

공시서 확인할 수 있는 관계사들은 지난해 소폭 오르내렸다. 2020년 1조원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서 성장이 더디다는 해석이다.

남영전구의 지난해 매출은 637억원으로 전기에 비해 34억원 올랐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46억원에서 4억원으로 주저앉았다. 태경에코는 지난해 60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해 57억원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5억원가량 줄어든 23억원이었다. 태경에프앤지는 지난해 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년에 비해 4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5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신사업
불투명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기초소재 제조 전문 기업 에스비씨를 인수, 두 번째 목표인 ‘신사업 3000억원의 매출’에 포문을 열었다. 화장품 원료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송원그룹은 2016년 10월 천연미네랄 성분으로 만든 자외선 차단제를 출시했다. 김 회장은 이날 제품 론칭 발표회에 참석해 해외 기업 제품과 비교하며 “내츄럴징크는 높은 품질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갖추고 있어 국내 화장품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비씨의 매출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2016년 565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 776억원, 2018년 810억원으로 상승세를 탔다. 다만 ‘매출 3000억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손실을 보기도 했다. 에스비씨 당기순손실은 2016년 4억원서 2017년 105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다만 지난해 순손실이 9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눈길이 가는 건 에스비씨의 인수 시점. 에스비씨는 송원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14년 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던 중이었다.

매출 1조 클럽 등극? 아직은 요원
신성장동력·상장계획…‘관망세’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신성장동력으로 에스비씨와 함께 재생연료 ‘페트로코크스’를 지목했다. 페트로코크스는 원유 정제 과정서 남은 잔사유(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값싼 중질유)로 만든 재생연료다. 석탄에 비해 발열량이 높아 보일러나 용해로 등의 연료로 쓰인다.

태경산업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원가경쟁시대에 직면한 저에너지사용 전환의 일환으로 페트로코크스 사업을 투자해 2015년 3월부터 가공·판매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백광소재는 2014년 5월 페트로코크스 제조설비를 준공했다.

태경산업은 페트로코크스 사업에 대해 “2019년 매출증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경산업 매출액서 페트로코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164억원(6.29%), 지난해 상반기 236억원(8.31%)에 그쳤다. 최근 3년간 기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263억원(5.93%), 2017년 593억원(10.53%), 지난해 422억원(7.50%) 수준이었다.

성적표
빨간불

상장사를 5개로 늘린다는 계획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김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상장사는 ▲태경산업 ▲백광소재 ▲태경화학 등으로 모두 3개였다. 현재까지도 송원그룹의 상장사는 늘지 않았다. 상장이 예상되는 곳은 ▲에스비씨 ▲남영전구 ▲경인에코화학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회사들의 상장은 감감무소식이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서 조회할 수 있는 예비심사기업서도 태경산업 등을 제외한 송원그룹 관계사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기업인 대화’, 김해련 회장은 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기업인 128명을 초청해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열었다. 사전에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참석자 가운데 3명의 여성 경영인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가 아니었다. 청와대 등에서 여성을 중용하는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됐다.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은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회장과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이사 등과 함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

<기사 속 기사> 남영전구 수은 중독, 그 이후…

지난 2015년 남영전구 광주공장서 집단 수은 중독 사태가 발생했다. 남영전구 하도급업체에 소속된 일용직 노동자들은 당시 광주공장 형광등 제조시설 철거 작업을 위해 투입됐다. 이들은 작업 후 극심한 통증과 불면증, 불안장애, 뇌 기능 저하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 수은에 중독됐던 것이다.

피해자들은 작업 현장에 수은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고 이를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회사 대표 등 책임자들은 철거 현장에 수은이 남아있었지만 설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달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13부는 노동자 6명이 남영전구 광주공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 양측의 화해를 권고했다. 피해자들과 사측 모두 화해 권고문을 송달받은 뒤 2주 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권고안은 확정된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측은 마지막 기한까지 사측이나 노동자들의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법원이 권고한 배상 규모는 원고 측 청구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사무차장 장은백 변호사는 “그동안 피해자들이 많은 고통과 상처를 겪었음에도 회사 측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배상 판결이 늦어져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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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