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순풍에 돛 달고, 보석같은 섬여행_통영 대매물도

걸음걸음마다 아름다운 비경 “그곳에 가고 싶다”

통영에서 직선거리로 약 27km 떨어져 있는 매물도는 본섬인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그리고 등대섬으로 이뤄져 있다. 매물도의 본섬인 대매물도에는 현재 대항마을과 당금마을에 68가구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매물도는 지난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보고 싶은 섬’ 시범사업대상지로 선정됐다. 마을은 주민들과 (사)다움의 노력으로 ‘예술’이라는 아름다운 옷을 새롭게 입었고, 섬 전체를 온전히 돌아볼 수 있는 탐방로도 개설됐다. 당금마을에서 장군봉을 거쳐 대항마을에 이르는 5.2km의 탐방로는 제주도의 올레길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대매물도의 남쪽과 북쪽 해안을 아우르는 이 길을 걸으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매물도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제주도 올레길 버금가는 아름다움 간직
 ‘가보고 싶은 섬’ 시범사업대상지로 선정

통영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이면 대매물도의 남쪽, 대항마을에 닿는다. 통영에서 직선거리로 약 27km. 27가구 30여 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이 마을은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아담하다. 장군봉(210m)에 기대어 자리한 민가의 모습이 마치 갯바위에 붙어있는 따개비처럼 정겹다.

마을 곳곳 예술작품 설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가파른 마을 입구를 오르면 가익도, 소지도, 비진도 등이 눈 아래 펼쳐진다. 대매물도와 가장 가까운 가익도는 거대한 왕관이 바다에 떠있는 듯한 모습이다. 다섯 개의 크고 작은 바위로 이뤄진 가익도는 주민들 사이에서 ‘삼여’ 또는 ‘오륙도’라고 불린다. 보는 위치에 따라 바위가 세 개로도, 다섯 개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익도 뒤로 보이는 소지도는 배우 엄태웅이 모델로 나온 모 음료회사의 광고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대항마을과 당금마을은 1km 남짓한 완만한 고갯길로 이어진다. 산책하듯 천천히 걷다보면 소박한 모습의 이정표와 조형물을 만난다. 이는 지난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보고 싶은 섬’ 시범사업대상지로 선정된 후 생겨난 변화이다. 문화예술 사단법인 ‘다움’과 주민들이 합심해 마을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했다.

고갯길에서 만난 조형물, 당금마을 선착장에 있는 철제탑과 거대한 여인 모습의 작품, 주민들이 말려놓은 생선을 훔쳐 먹던 ‘매갱이(해달)’와 물을 길어오는 노부부의 모습을 형상화해 놓은 작품도 있다. 섬 마을 주민들의 삶을 표현해 놓은 조형물은 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를 찾아보는 것도 대매물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섬마을 옛집’ ‘어부의 집’ ‘무지개 노는 집’ 등 소박하지만 이야기가 담긴 민박집 앞 문패들도 볼거리이다.


당금마을 선착장에서 10분만 오르면 전망대다. 전망대 데크에 서면 지중해풍의 멋스러운 당금마을이 한눈에 담긴다. 선착장에 늘어선 어선들 뒤로 보이는 어유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물고기가 많아 어유도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흑비둘기와 황조롱이가 서식하고, 상록활엽수림을 비롯한 콩짜개덩굴, 야고 등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어 2000년 통영시가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전망대에서 걸음을 옮겨 한산초등학교 매물분교(폐교)를 향해 가면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된다. 2007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탐방로는 대매물도를 온전히 돌아볼 수 있는 코스로 당금마을에서 장군봉을 거쳐 대항마을까지 5.2km 정도 이어진다.

걸음마다 아름다운 비경
바다 위 보석같은 많은 섬들

대매물도의 풍광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탐방로는 걸음 걸음마다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져 지나치기가 아쉽다. 기암절벽과 몽돌해변은 물론 숲길과 초지도 번갈아 길동무가 되어준다. 물론 그 길의 끝에는 어김없이 해안절경이 다가선다. 바다 위에 보석처럼 떠있는 많은 섬들도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짧은 동백숲을 지나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면 지금껏 걸어온 길이 파노라마처럼 눈 아래 펼쳐진다. 계단 끝에 마련된 정자에 앉으면 그 길을, 그 풍광을 다시금 눈에 담게 된다. 대매물도의 남쪽 해안과 어유도 그리고 멀리 가왕도와 거제도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정자가 있는 쉼터에서 장군봉 들머리인 삼거리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짧지만 제법 가파른 구간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삼거리에서 장군봉까지는 금방이다. 올라야 하는 거리가 800m 정도 되지만 굽이굽이 휘어 돌아가는 길은 언제 정상에 올랐나 싶을 만큼 경사가 느껴지지 않아 편안히 걸을 수 있다.

장군봉이 선사하는 최고의 풍광은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그 모습이 마치 바다로 나아가는 거북이를 닮은 듯도 하고, 비상하는 독수리를 닮은 듯도 하다. 소매물도 앞 ‘등대여’라 불리는 작은 바위군락도 매력적이다. 장군봉 정상에는 군마상과 휴식을 위한 벤치 등이 마련돼 있다.


장군봉에서 대항마을에 이르는 2.8km 구간은 편안한 내리막과 평지로 이뤄져 있다. 길도 널찍하고 난간이나 계단 등 안전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간혹 잡풀이 길게 자란 구간이 있기도 하지만 길의 흔적이 뚜렷해 걷기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장군봉에서 꼬돌개에 이르는 1.4km 구간에선 어디서나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보인다. 한 굽이 돌아설 때마다 달라지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뿐만이 아니다. 고개를 약간만 돌리면 대매물도의 남쪽 해안이 시야에 들어온다. 덕분에 한 길 위에서 대매물도의 남쪽과 북쪽해안을 동시에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한 굽이 돌아설 때마다
달라지는 섬의 모습

소매물도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남쪽전망대를 지나면 대매물도의 일몰 명소로 알려진 꼬돌개(당금마을 앞 탐방로 안내표지판에는 꼬들개라고 명시되어있지만 마을주민들은 꼬돌개가 맞다고 한다.)가 나온다.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대매물도 초기 정착민들이 흉년과 괴질로 ‘꼬돌아졌다(꼬꾸라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꼬돌개를 지나면 어느새 대항마을이 눈앞이다. 하지만 대항마을로 들어서기 전 필히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대매물도의 당산나무인 후박나무(경남도기념물 제214호)이다. 수령 300년의 이 후박나무는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는 20여 년 전 사라졌던 당제를 다시 열고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 통영여객터미널 → 당금마을 → 탐방로 → 대항마을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통영여객터미널 → 당금마을 → 탐방로 → 꼬돌개 일몰
둘째 날 : 당금마을 일출 → 방파제 낚시 → 대항마을

관련 웹사이트 주소   통영시청관광과 : www.utour.go.kr

문의전화
통영시관광안내소 : 055)650-4681 한산면사무소 : 055)650-3600
통영항여객선터미널 : 055)642-0116 한솔해운 : 055)645-3717

대중교통 정보
[ 버스 ]
서울고속버스터미널-통영종합터미널 : 매일 07시10분부터 00시30분까지 하루 17회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 여객선 ]
통영항여객선터미널-대매물도 : 매일 3회(07:00 11:00 14:10) 운항, 약 1시간20분 소요.
▶ 1항차, 2항차 (07:00 11:00 출발) : 통영 → 비진도 → 소매물도 → 매물도(대항) → 매물도(당금) → 비진도 → 통영
▶ 3항차 (14:10 출발) : 통영 → 비진도 → 매물도(당금) → 매물도(대항) → 소매물도 → 비진도  → 통영

자가운전 정보
-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 통영IC → 통영방면 우측 방향 → 관문사거리에서 좌회전 → 무전사거리 직진 → 북신사거리에서 여객터미널 방면 우측 방향 → 통영항여객선터미널

숙박정보
- 통영시대매물도에는 대항마을과 당금마을에 민박과 펜션이 있다.
노을민박 : 055-646-3008 바람민박 : 055-642-9855
동백민박 : 055-642-4963 매물도섬민박 : 055-648-1004
바다이야기펜션 : 055-642-6171 노을바다펜션 : 055-645-8853
바다민박 : 055-641-2840

주요먹거리
- 대매물도에는 식당이 없다. 때문에 민박집에서 식사를 같이 해결해야 한다. 식사비용은 6000~7000원. 대매물도에는 대항마을과 당금마을에 각각 한 곳씩의 구판장이 있다. 하지만 비치된 물품이 많지 않아 필요한 음식은 통영시내에서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대항마을 구판장은 현재 내부 공사 중으로 이용이 불가하다.

주변 볼거리
소매물도, 등대섬, 비진도, 한산도, 미륵산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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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