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창동 유치원생 사망사건’ 아빠의 절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17 09:21:54
  • 댓글 0개

“사랑하는 딸아이가 하루아침에 우리 곁을 떠났어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어린이 보육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 가는 요즘. 유치원 어린이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터에 나가는 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지난 2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치원생 발레 수업 후 의문의 사망’도 그랬다. 당시 유족들은 발레강사의 체벌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유치원 측은 우발적인 사고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사건의 진상은 결국 미궁에 빠졌다. 그 후 6개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가고 있는 한 아이의 죽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품은 채 진실을 밝히려는 유족들의 한으로 남았다. 지난 11일 아이 아버지인 김승주씨를 만나 의문점과 논란을 들어봤다.

“아빠 잘 갔다 와.”

아침에 웃으며 인사하고 유치원에 간 아이가 오후에 병원에서 싸늘하게 식은 채로 부모와 마주했다. 유치원 발레수업 중 눈물을 훔치며 춤을 추고 손 모아 빌면서 애원하는 마지막 CCTV영상을 남긴 채 말이다.

지하 강당에선
대체 무슨 일이?

눈이 많이 내리던 지난 1월31일, 서울 창동에서 일어난 유치원 어린이사망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발레 수업이 한창인 한 유치원의 지하 강당.

김나현(6세)양은 유치원 재롱잔치 발표회를 위해 마지막 수업을 받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레강사는 무슨 이유인지 나현이를 따로 불러 1분 간 훈계를 한다.

이후 자리에 돌아온 나현이는 친구들보다 한 박자 빠르고 동작을 크게 하려고 애쓰다 친구들과의 간격이 벌어지고 만다. 이를 본 강사는 떨어져 있는 나현이를 세차게 밀어붙이며 자리를 잡아준다.

발레수업이 끝난 후에도 다른 아이들이 주변을 뛰어놀며 자유시간을 가지는 사이 나현이와 친구 한명은 보충수업을 받는다.

나머지 수업이 끝난 후 강당 구석에 위치한 간이그네를 탄 친구를 뒤에서 밀어주던 나현이는 그곳을 빠져나오려다 그네에 걸려 넘어진다.

이에 나현이 쪽으로 강사가 다가가자 나현이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그네를 일으킨다. 강사는 그네를 세워주며 나현이에게 무언가 말을 한다.

그 말에 놀란 나현이는 강사를 따라다니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뭐라고 말을 한다. 나현이는 쩔쩔매며 강사를 쫓아다니지만 강사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자신의 짐을 챙긴다.

홀로 남겨진 지하 강당에서 쓸쓸한 죽음 맞은 나현이  
강사 평소에도 체벌 있었다? 유아보육자격증도 없어

잠시 후. 수업이 모두 마무리 된 듯 아이들은 줄을 서서 나갈 준비를 마쳤다. 갈아 신기 위한 실내화를 챙기려던 나현이는 강사의 어떤 말을 듣고 열의 제일 끝에 서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뒤 쓰러지고 만다.

이후 나현이만 혼자 남은 채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 강당 불이 꺼지고 철문이 닫힌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강당 불이 다시 켜지자 강당 바닥에 쓰려져 있는 나현이의 모습이 보인다. 강사가 아이를 일으켜 세워보려 하지만 힘없이 축 늘어진 나현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별 다른 조치를 취할 새도 없이 숨졌다. 이것이 바로 지난 2월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발레 수업 후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나현이 사망사건의 전말이다.

7살 소녀의
미스터리한 죽음

사건 이후 지금까지 나현이의 유족들과 강사 측의 엇갈린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족측은 “나현이가 교사의 체벌에 의해 강당에 홀로 남겨졌고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강사 측은 “수업이 끝났음에도 나현이가 더 놀겠다고 버티다 혼자 있게 된 것일 뿐 교사도 나현이가 홀로 남겨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나현이 아빠 김승주씨는 강사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CCTV화면 상 강사가 맨 끝에 스위치를 누르고 쳐다보는 시야각에서 아이를 못 봤을 리가 없다는 것.

김씨는 “병원에서 만난 아이의 바지가 축축해 봤더니 소변을 지린 상태였다. 분명 죽음에 이르기 전에 극심한 공포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이가 그네를 넘어뜨리자 강사가 ‘가둘 거야’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라며 “아이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가지진 않았을 테지만 다음부터 그러지 않게 고의성을 가지고 혼내야 겠다는 의도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창문하나 없는 캄캄한 강당에 어린 아이를 혼자 두고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는 당시 같이 발레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의 진술 녹취록에도 나온다. 전문 상담가를 동반해 실시한 증언에 따르면 아이들은 “(나현이가) 그네 타다가 넘어졌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놓고 간다 그래서 아니야 아니야 나현언니가 그랬는데 갑자기 쓰러졌어요” “(나현이가) 그네에서 떨어졌을 때는 놓고 간다는 소리만…”이라고 진술했다. 

‘나현아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카페지기 이용진씨는 “나 역시 두 아이를 나현이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고 있었다. 발레강사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가둘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며 “사고가 나기 몇 달 전에도 발레시간 때 클레임이 걸린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아이가 화요일, 목요일 발레수업만 있는 날이면 같은 자리에 멍이 들어 온 것이다. 해당 부모는 유치원 측에 클레임을 제기했고, 원감으로부터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넘어 갔다고 한다.

이씨는 “당시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 미흡한 조치를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며 “유치원 측에서는 적절하고 충분한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해당 강사는 유아를 보육할 수 있는 자격증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현이 아빠 김씨는 사건 후 응급조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가 쓰러졌지만 초기에 응급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숨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

김씨는 “눈이 많이 와 119를 부르지 않았다고 했지만, 119는 유치원과 불과 200m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이가 심각해지자 데리고 간 병원이 응급실조차 없는 일반 정형외과였고, 아이엄마의 요구에 의해 뒤늦게 119에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CCTV화면에 나타난 발레강사의 유연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씨는 “발레강사가 아이를 안고 2층에 올라간 후 정형외과로 옮겨질 때 바로 따라가지 않고 지하 강당으로 내려가 자기 짐을 챙긴 뒤 뒤늦게 도착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자신의 수업 중 일어난 사고인데 아이의 심장이 멎었다거나 했다면 짐을 챙기는 여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숨져서 병원에 도착했다는 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의성 있지만
형사처벌 못한다?

이밖에도 김씨는 발레강사의 고의성이 충분함에도 경찰 측 송치 소견서에서는 ‘불기소 무혐의’로 나온 데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금까지 발 벗고 뛰어다니는 이유는 발레강사의 감금성에 대한 고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건강하던 아이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발레강사의 고의성이 다분하며 부검감정서 상에도 급성심장사로 고려해볼만하다고 나왔는데 발레강사의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체벌·응급조치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
‘나현이’로 시작된 모두의 문제…진실 가려야

이어 김씨는 “검찰은 고의성이 인정되지만 과연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가 죽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만 5년11개월 된 아이일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아무리 짧은 시간이었다 해도 공포감을 느낄 나이인데 아이에게는 그 자체가 육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믿었던 경찰 측의 터무니없는 결과에 없는 돈을 쪼개 변호사를 샀다. 그리고 잔업은 물론 주말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을 못 믿어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고 그것을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며 뛰어다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씨는 “내가 바라는 건 발레강사가 진실을 얘기해 정당하게 벌을 받고 내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 뿐”이라며 “아이의 발자취만 봐도 먹먹해지고, 사실상 가정은 파탄에 이른 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는데 내 아이의 죽음이 이렇게 억울하게 묻혀버리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울먹였다.

이씨 역시 “나현이 사건으로 시작됐지만 사실상 이는 모든 아이들의 문제”라며 “어느 날 내 아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도 모를 일인데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넘어가기보다는 관련자들이 뼈저린 경각심을 느낄만한 조치를 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제2의 나현이 사건
일어나지 않도록…

선생님이 꿈이던 일곱 살 나현이.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채 난데없이 주검으로 돌아온 어린 딸 앞에서 아직도 부모는 비통한 울음을 멈추지 못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수많은 의혹들이 난무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함은 분명하다. 경찰 측에서는 무혐의 소견을 냈지만 검찰과 법원의 최종 판결에선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