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창동 유치원생 사망사건’ 아빠의 절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17 0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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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아이가 하루아침에 우리 곁을 떠났어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어린이 보육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 가는 요즘. 유치원 어린이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터에 나가는 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지난 2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치원생 발레 수업 후 의문의 사망’도 그랬다. 당시 유족들은 발레강사의 체벌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유치원 측은 우발적인 사고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사건의 진상은 결국 미궁에 빠졌다. 그 후 6개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가고 있는 한 아이의 죽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품은 채 진실을 밝히려는 유족들의 한으로 남았다. 지난 11일 아이 아버지인 김승주씨를 만나 의문점과 논란을 들어봤다.

“아빠 잘 갔다 와.”

아침에 웃으며 인사하고 유치원에 간 아이가 오후에 병원에서 싸늘하게 식은 채로 부모와 마주했다. 유치원 발레수업 중 눈물을 훔치며 춤을 추고 손 모아 빌면서 애원하는 마지막 CCTV영상을 남긴 채 말이다.

지하 강당에선
대체 무슨 일이?

눈이 많이 내리던 지난 1월31일, 서울 창동에서 일어난 유치원 어린이사망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발레 수업이 한창인 한 유치원의 지하 강당.

김나현(6세)양은 유치원 재롱잔치 발표회를 위해 마지막 수업을 받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레강사는 무슨 이유인지 나현이를 따로 불러 1분 간 훈계를 한다.


이후 자리에 돌아온 나현이는 친구들보다 한 박자 빠르고 동작을 크게 하려고 애쓰다 친구들과의 간격이 벌어지고 만다. 이를 본 강사는 떨어져 있는 나현이를 세차게 밀어붙이며 자리를 잡아준다.

발레수업이 끝난 후에도 다른 아이들이 주변을 뛰어놀며 자유시간을 가지는 사이 나현이와 친구 한명은 보충수업을 받는다.

나머지 수업이 끝난 후 강당 구석에 위치한 간이그네를 탄 친구를 뒤에서 밀어주던 나현이는 그곳을 빠져나오려다 그네에 걸려 넘어진다.

이에 나현이 쪽으로 강사가 다가가자 나현이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그네를 일으킨다. 강사는 그네를 세워주며 나현이에게 무언가 말을 한다.

그 말에 놀란 나현이는 강사를 따라다니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뭐라고 말을 한다. 나현이는 쩔쩔매며 강사를 쫓아다니지만 강사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자신의 짐을 챙긴다.

홀로 남겨진 지하 강당에서 쓸쓸한 죽음 맞은 나현이  
강사 평소에도 체벌 있었다? 유아보육자격증도 없어

잠시 후. 수업이 모두 마무리 된 듯 아이들은 줄을 서서 나갈 준비를 마쳤다. 갈아 신기 위한 실내화를 챙기려던 나현이는 강사의 어떤 말을 듣고 열의 제일 끝에 서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뒤 쓰러지고 만다.


이후 나현이만 혼자 남은 채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 강당 불이 꺼지고 철문이 닫힌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강당 불이 다시 켜지자 강당 바닥에 쓰려져 있는 나현이의 모습이 보인다. 강사가 아이를 일으켜 세워보려 하지만 힘없이 축 늘어진 나현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별 다른 조치를 취할 새도 없이 숨졌다. 이것이 바로 지난 2월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발레 수업 후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나현이 사망사건의 전말이다.

7살 소녀의
미스터리한 죽음

사건 이후 지금까지 나현이의 유족들과 강사 측의 엇갈린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족측은 “나현이가 교사의 체벌에 의해 강당에 홀로 남겨졌고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강사 측은 “수업이 끝났음에도 나현이가 더 놀겠다고 버티다 혼자 있게 된 것일 뿐 교사도 나현이가 홀로 남겨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나현이 아빠 김승주씨는 강사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CCTV화면 상 강사가 맨 끝에 스위치를 누르고 쳐다보는 시야각에서 아이를 못 봤을 리가 없다는 것.

김씨는 “병원에서 만난 아이의 바지가 축축해 봤더니 소변을 지린 상태였다. 분명 죽음에 이르기 전에 극심한 공포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이가 그네를 넘어뜨리자 강사가 ‘가둘 거야’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라며 “아이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가지진 않았을 테지만 다음부터 그러지 않게 고의성을 가지고 혼내야 겠다는 의도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창문하나 없는 캄캄한 강당에 어린 아이를 혼자 두고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는 당시 같이 발레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의 진술 녹취록에도 나온다. 전문 상담가를 동반해 실시한 증언에 따르면 아이들은 “(나현이가) 그네 타다가 넘어졌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놓고 간다 그래서 아니야 아니야 나현언니가 그랬는데 갑자기 쓰러졌어요” “(나현이가) 그네에서 떨어졌을 때는 놓고 간다는 소리만…”이라고 진술했다. 

‘나현아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카페지기 이용진씨는 “나 역시 두 아이를 나현이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고 있었다. 발레강사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가둘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며 “사고가 나기 몇 달 전에도 발레시간 때 클레임이 걸린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아이가 화요일, 목요일 발레수업만 있는 날이면 같은 자리에 멍이 들어 온 것이다. 해당 부모는 유치원 측에 클레임을 제기했고, 원감으로부터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넘어 갔다고 한다.

이씨는 “당시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 미흡한 조치를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며 “유치원 측에서는 적절하고 충분한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해당 강사는 유아를 보육할 수 있는 자격증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현이 아빠 김씨는 사건 후 응급조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가 쓰러졌지만 초기에 응급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숨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


김씨는 “눈이 많이 와 119를 부르지 않았다고 했지만, 119는 유치원과 불과 200m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이가 심각해지자 데리고 간 병원이 응급실조차 없는 일반 정형외과였고, 아이엄마의 요구에 의해 뒤늦게 119에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CCTV화면에 나타난 발레강사의 유연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씨는 “발레강사가 아이를 안고 2층에 올라간 후 정형외과로 옮겨질 때 바로 따라가지 않고 지하 강당으로 내려가 자기 짐을 챙긴 뒤 뒤늦게 도착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자신의 수업 중 일어난 사고인데 아이의 심장이 멎었다거나 했다면 짐을 챙기는 여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숨져서 병원에 도착했다는 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의성 있지만
형사처벌 못한다?

이밖에도 김씨는 발레강사의 고의성이 충분함에도 경찰 측 송치 소견서에서는 ‘불기소 무혐의’로 나온 데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금까지 발 벗고 뛰어다니는 이유는 발레강사의 감금성에 대한 고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건강하던 아이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발레강사의 고의성이 다분하며 부검감정서 상에도 급성심장사로 고려해볼만하다고 나왔는데 발레강사의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체벌·응급조치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
‘나현이’로 시작된 모두의 문제…진실 가려야

이어 김씨는 “검찰은 고의성이 인정되지만 과연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가 죽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만 5년11개월 된 아이일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아무리 짧은 시간이었다 해도 공포감을 느낄 나이인데 아이에게는 그 자체가 육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믿었던 경찰 측의 터무니없는 결과에 없는 돈을 쪼개 변호사를 샀다. 그리고 잔업은 물론 주말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을 못 믿어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고 그것을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며 뛰어다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씨는 “내가 바라는 건 발레강사가 진실을 얘기해 정당하게 벌을 받고 내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 뿐”이라며 “아이의 발자취만 봐도 먹먹해지고, 사실상 가정은 파탄에 이른 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는데 내 아이의 죽음이 이렇게 억울하게 묻혀버리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울먹였다.

이씨 역시 “나현이 사건으로 시작됐지만 사실상 이는 모든 아이들의 문제”라며 “어느 날 내 아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도 모를 일인데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넘어가기보다는 관련자들이 뼈저린 경각심을 느낄만한 조치를 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제2의 나현이 사건
일어나지 않도록…

선생님이 꿈이던 일곱 살 나현이.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채 난데없이 주검으로 돌아온 어린 딸 앞에서 아직도 부모는 비통한 울음을 멈추지 못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수많은 의혹들이 난무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함은 분명하다. 경찰 측에서는 무혐의 소견을 냈지만 검찰과 법원의 최종 판결에선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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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