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쇼핑몰 사기극’으로 본 ‘인터넷 후기’ 허와 실

좋은 ‘후기’ 믿고 구매했는데…받아보니 ‘저질’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백지영 쇼핑몰 ‘아이엠유리’가 가짜 사용후기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을 일삼아 전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백지영 뿐만 아니라 수억대 쇼핑몰 대표인 황혜영, 진재영 등 공인이라고 떠드는 이들이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가짜후기를 인터넷에 올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억대의 수익을 챙긴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엉터리 후기는 비단 연예인 쇼핑몰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맛집이나 성형외과, 심지어 교정치과에서도 가짜 소비자 후기와 온갖 홍보성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온라인 후기의 허와 실을 낱낱이 파헤쳤다.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 대표인 연예인에게 3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가장 화두에 오른 연예인은 바로 백지영. 여성토털패션 쇼핑몰 ‘아이엠유리’의 공동대표인 백지영과 유리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해 온라인 게시판에 거짓후기를 상습적으로 게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고 10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후기 조작하고
반품 거부하고

이들은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지각을 하거나 근무수칙을 위반했을 시 의무적으로 칭찬후기를 5개씩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이용했다. 이렇게 쌓인 허위댓글 수만 무려 997개. 직원들은 마치 자신이 소비자인 것처럼 속여 “역시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다” “이 돈으로 이정도 퀄리티를 살릴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해요” 등 홍보성 짙은 댓글들을 올렸다. 댓글을 확인한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상품을 차근차근 따져보기도 전에 구매버튼을 클릭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연예인쇼핑몰의 부정부패는 오히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명쇼핑몰에서 더 성행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진재영의 ‘아우라제이’다. 그녀는 이미 하루 매출만 1억대, 총 매출액 200억원대의 성공한 사업가로 대중으로부터 공공연히 인정받아 왔다. 그녀는 한 때 값 비싼 외제차를 3대나 보유하고 있다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을 만큼 의류쇼핑몰 하나로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진재영의 쇼핑몰 아우라제이도 아이엠유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상대로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매출액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짜후기는 물론 니트 소재의 상품이나 일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품요구를 딱 잘라 거절하기도 했다. 이는 아우라제이에서 의류를 구매한 후 부당하게 반품당한(?) 한 여성이 진재영 측의 잘못된 경영방식과 소비자 서비스 부족에 불만을 품고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낱낱이 공개한 글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여름바캉스 휴가에 맞춰 아우라제이에서 마음에 드는 의류 몇 벌을 구매하게 됐다. 첫 구매에 좋은 상품평을 보고 구매할 수밖에 없었고 사업자가 연예인인 진재영이라서 신뢰를 갖고 30만원 상당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매했다. 그런데 홈페이지 대문에 ‘5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비치볼 선물로 드립니다’라는 팝업창이 떴고 구매한 상품과 더불어 사은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상상만으로도 기뻤다. 그러나 사은품은 오지 않았다. 비치볼을 받겠다는 표시를 하지 않아 못 주겠다는 것이다. 30만원 넘게 구매한 저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에 대해 직원에게 수차례 항의해봤지만 추후 5만원 이상 구매 시 비치볼 사은품을 드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오히려 사은품 누락에 관한 누명을 고객에게 씌우는 등 적반하장인 격으로 나왔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는 연예인쇼핑몰에서 쇼핑할 생각이 사라졌다.”

‘얼굴’ 앞세워
소비자 ‘봉’ 취급

김준희의 ‘에바주니’도 예외는 아니다. 추첨으로 사은품을 지급한다고 이벤트를 내걸었던 쇼핑몰은 사실 확인 결과 추첨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VIP고객과 구매금액이 높은 고객에게만 특별사은품을 지급했다. 이후 사은품이 모두 소진돼 행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음에도 이를 공지하지 않고 이벤트를 지속해 고수익을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몰 직원, 지각하면 칭찬후기 다섯 개씩 부과
유리·진재영·황혜영 등 연예인들의 ‘꼼수가 기가 막혀’

댄스그룹 ‘투투’ 출신 황혜영은 ‘아마이’라는 의류 쇼핑몰을 운영해 60억원대에 달하는 매출액을 달성했는데 부정한 행위는 여기서도 자행됐다. 황혜영은 자사 상품에 대해 불리한 댓글들이 올라오면 무조건 삭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예를 들면 ‘바느질이 부실하다’ ‘안감을 싸구려 천으로 댔다’ 등과 비슷한 총 34개의 댓글들이 가차 없이 삭제됐다.

이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일괄적으로 비난세례를 퍼부었고 연예인쇼핑몰 불매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지영을 포함한 유명 연예인쇼핑몰의 대표들은 매체를 통해 이 같은 보도가 흘러나가자마자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공식사과의 뜻을 밝히며 발 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식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속이고 부업을 통해 수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대중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돈 받고 홍보하는
못 믿을 블로거들


이번 사건들을 적발한 공정위 관계자는 “총 136개에 이르는 연예인쇼핑몰 중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130여 개 쇼핑몰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소비자 상대 부당행위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수법은 꽤 오래전부터 전문병원이나 음식점 등에서 홍보마케팅으로 공공연히 사용돼왔다. 특히 미(美)와 관련된 의술을 보급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아교정전문 치과 등이 병원홍보를 목적으로 허위광고나 거짓후기를 남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금이라도 더 예뻐지길 원하는 여성고객을 상대로 “외과 수술 없이 일주일 만에 양악수술 가능”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 시술해 부작용 걱정이 전혀 없다” 등의 허위과장광고를 내걸거나 시술받기 전 병원선택을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서로 자기네 병원으로 오라는 홍보성 글을 게재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병원 홈페이지 내 게시글에는 시술해준 의사에 대한 고마움과 간호사들의 일관된 친절서비스에 관련한 내용들 뿐 부작용이나 시술 후유증을 호소하는 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성들의 필수품인 화장품계열도 마찬가지다. 화장품 회사들은 국내외 할 것 없이 화장품 가격을 높게 책정해 고가 화장품이 그만큼 효과를 안겨다준다는 식의 광고를 일삼는 한편 화장기술을 알려준다는 점을 빌미로 교묘하게 화장품 회사명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자기 전 이것만 바르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 10년은 젊어진 느낌이다” “이거 하나로 스킨, 로션, 크림기능을 다 소화한다” “펜슬은 OO사, 파우더는 OO사, 립스틱은 OO사…” 등  화장품을 홍보하는 블로거들은 대부분 고난이도 화장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여성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맛집 정보를 알려주는 파워블로거들도 100%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들은 애초 음식점 오너와 입을 맞추고 홍보 대가성 비용을 받는다. 이후 블로거는 음식점을 방문해 친절한 서비스로 일관하는 직원과 후한 인심의 사장으로 포장하는 한편 내부인테리어, 음식사진 등을 해상도 높은 카메라로 찍은 후 더 깨끗하고 맛있어 보이게 보정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진하단에는 “이 집 너무 맛있다” “한 번 맛보면 또 오고 싶어질 것이다”와 같은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온라인전문 광고대행사가 평범한 식당이나 매출이 저조한, 또는 새로이 개업한 음식점까지 손을 뻗으면서 일정 금액을 받고 맛집으로 둔갑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자주 쓰는 수법은 전통을 유난히 강조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맛집 블로그·성형외과 등 거짓후기 온라인서 활개
넘치는 정보 속 ‘믿을만한 정보’에 대한 갈증 커져

사례를 살펴보면 “30년 전통의 원조 할머니집입니다” “3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기밀 특제 양념. 누구도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다” “진짜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과 같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문득 생각났다” 등으로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몇몇 파워블로거는 직접 맛을 보지 않고도 해당 식당의 이미지 사진만 공수해 홍보글을 게재하기도 하는데, 상세한 레시피를 공개한다든지 먹는 방식까지 알려주기도 한다. “기호에 따라 모짜렐라치즈를 넣어 드시면 더욱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나도 이 국물에 공기밥을 말아 먹었더니 매운 게 덜하고 어제 먹은 술도 해장됐다”는 등의 글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맛집 홍보글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법도 있다. 포스팅에 함께 방문했다는 지인들과 가족의 사진은 전혀 없고 음식사진과 음식점 내부인테리어사진만 게재한다. 포스팅 하단에는 반드시 그 집의 주소와 연락처 등 상세정보를 남겨두는 센스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대부분 가짜후기다.

빅 데이터 시대
과장·오류 많아  

연예인쇼핑몰 사건으로 대중의 온라인 매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얻는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으로부터 얻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카페, 블로그, 광고댓글들은 기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과장 또는 오류가 잦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매체 관계자들은 “가짜후기에 현혹되지 말고 비슷한 글이 한 번에 올라오는 도배성 글이나 정작 상품이나 수술내용, 음식 등 주제에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무작정 ‘정말 좋다’ ‘후회 안 한다’ ‘난 벌써 여러 번 구매했다’ 등의 감탄만 반복하는 글은 가짜후기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이어 “성형에 관한 상담은 올바른 성형정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매체의 정보 또는 성형전문의가 작성한 글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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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